누군가 했더니 정민규였다. 정민규가 손에 든 지원서를 내밀었다.“아직 안 늦었죠?”회장은 정민규를 보고 흠칫 놀란 나머지 손을 거두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쳐다보았다.내가 어색하게 손을 거두는 걸 보고서야 회장도 정신을 차렸다. 회장은 입술을 적시고 지원서를 받은 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안 늦었어. 우리 기획동아리에 마지막으로 가입한 걸 환영해. 은성 학생, 두 사람 거의 동시에 가입했어. 이런 우연이 다 있나.”나와 정민규를 훑어보는 회장의 시선에 나는 마음이 불편하기만 했다.‘젠장. 그나저나 얘가 왜 여기 있어? 내 기억에 농구를 좋아했었는데 농구동아리나 가입할 거지. 아니면 진세라랑 아무 동아리나 가입해도 되는데 왜 굳이 기획동아리야? 설마 이게 운명이라는 거야? 벗어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운명?’하지만 나는 모든 것이 운명에 의해 정해진다고 믿지 않았다. 운명은 바꿀 수 없지만 내 운을 바꿀 수는 있다.“자, 동아리 회원들 다 모여봐. 개강 시즌 행사가 있는데 우리가 기획을 만들어야 해.”회장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모두 활동실로 모여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대학교 분위기는 고등학교처럼 딱딱하지 않아서 다들 자유롭게 앉아 있었다.나는 일부러 구석진 자리를 골랐는데 뜻밖에도 정민규가 내 옆에 앉았다. 내가 안쪽으로 자리를 옮기자 또 옆으로 다가왔다.어젯밤의 꿈이 계속 떠올랐다. 그에게 잔인하게 버림받았고 깊은 두 눈에는 따뜻함이라곤 전혀 없었다.결혼은 여자에게 무엇을 가져다줄까? 보이지 않는 족쇄, 벗어날 수 없는 감옥이었다.끔찍했던 결혼 생활이 나에게 준 것은 무엇일까? 자신감이 넘치던 나를 자신감이 없는 여자로 만들었고 행복했던 나를 불행하게 했으며 희망에 가득 찼던 나를 절망에 빠뜨렸다.이 모든 것의 근원은 정민규의 무정함과 싸늘함이었다. 심지어 나를 혐오했고 다른 여자를 위해 끊임없이 나에게 상처를 줬다.“개강 시즌이라 행사를 진행할 거야. 다들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얘기해봐.”회장은 무척이나 열정적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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