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열여덟, 스물 다섯: Bab 51 - Bab 60

100 Bab

제51화

나는 손을 뒤로 숨기고 주먹을 꽉 쥔 채 차갑게 말했다.“네가 본 그대로야.”“날 차단했어?”나는 정민규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보면 몰라?”정민규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마치 나를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무섭게 쏘아보았다.나는 그의 이런 모습을 처음 봤다. 두 눈에 담긴 분노가 터져 나올 듯했고 주먹을 쥔 손의 핏줄이 다 튀어나왔다.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 순간 커다란 손이 내 어깨에 닿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나상민이 능글맞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굿모닝. 우리 자기.”“...”나는 나상민의 호칭을 무시하고 어깨에서 손을 떼라고 눈짓했다. 그런데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일부러 손을 떼지 않았다.우리의 은밀한 신경전이 정민규에게는 사랑싸움으로 보였다.정민규가 깁스하지 않은 손으로 내 손목을 잡으려 하자 나상민은 진작 알기라도 한 듯 동시에 손목을 붙잡았다.그들은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9시가 넘어가자 수업하러 가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 쏠렸다. 아침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던 나는 나긋하게 말했다.“이것 좀 놔줄래?”나상민이 웃으면서 손을 놓았다.“알았어. 네 말 들어야지.”그런데 정민규는 꿈쩍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내 카톡 다시 추가해.”나는 모든 게 귀찮았고 팔을 빼내려고 했다.“아니, 필요 없어.”“정민규.”그러나 팔을 빼내지 못해 짜증이 났다.“도대체 뭐 어쩌겠다는 거야?”“다시 추가하라고.”정민규가 또 말했다.“다시 추가해서 뭐 하게?”나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동아리 활동에 관해서 상의할 게 있어.”“사적으로 연락할 필요까진 없어”나는 정민규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그리고 단톡방도 있잖아. 다른 사람들한테 오해받고 싶지 않아.”“다른 사람?”정민규는 차갑게 웃으면서 나상민을 쳐다봤다.“혹시 나상민이 오해할까 봐 날 삭제한 거야?”나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민규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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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나는 나무 그늘에서 잠시 걸었다. 풀과 나무의 향을 맡으니 몸이 다 편안해졌다.“오늘 수업 없어?”나상민이 뒤에서 따라왔다.“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최근 나와 나상민의 관계는 조금 묘하게 변했다. 친구인 듯 친구가 아닌 그런 관계였다.전생에 그가 나에게 준 상처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고 이번 생에 나를 도와준 것도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너랑 먹고 싶지 않아.”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나상민이 앞으로 오길 기다렸다.“그리고 난 정민규를 좋아하지 않고 넌 더더욱 좋아하지 않아. 그러니까 혹시 문제가 생기면 그냥 날 모르는 척해.”말을 마친 나는 나상민의 표정이 어떤지 보지도 않고 바로 가버렸다.패션 디자인 학과 수업이 그리 많지 않았고 수업도 대부분 교실에서 진행하지 않았다.오전에 원단 생산 공장에 가서 원단을 만드는 기본 기술을 봤고 점심 때쯤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학교로 돌아왔을 땐 식당 점심시간이 끝난 후였다.나는 별로 배고프지 않아 점심을 거르고 바로 기숙사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성지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성지연이 투정을 부렸다.“은성아, 차라리 너랑 같이 노력해서 단성대에 갈 걸 그랬어. 이 학교는 정말 별로야. 학생들의 단합력을 키우겠다고 군사훈련을 하지, 뭐야? 햇빛을 하도 쬐어서 얼굴이 다 시커멓게 탔어. 너무 못생겨졌는데 어떡하지?”나는 성지연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기숙사에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사진 좀 보내봐봐.”휴대폰 너머로 잠깐 침묵이 흐르다가 성지연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 날 안쓰러워하기는커녕 못생긴 사진이나 보겠다, 이거지? 이젠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날 걱정하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아. 엉엉엉...”“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나는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패션 디자인 회사에서 답장이 온 게 있는지 메일함을 확인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뿐이야. 난 너밖에 없어. 내 룸메이트가 얼마 전에 선크림을 추천해줬거든. 지금 주문해줄 테니까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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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나는 밤새 악몽에 시달렸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게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다.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가방을 챙기고 수업하러 가려 했다.그때 침대에 앉아 있던 권수아가 나를 불렀다.“은성아, 나가려고?”“수업 가야지.”룸메이트들이 아직 잠옷 차림인 걸 보고는 의아해하며 물었다.“9시가 다 됐는데 왜 아직 안 일어나? 지각하면 어떡해?”이혜린과 권수아는 서로 쳐다보더니 웃으면서 나를 봤다.권수아는 슬리퍼를 신고 빠르게 나에게로 다가와 내 이마를 짚어보았다.“열은 없는데?”이혜린이 말했다.“은성아, 오늘 주말이야.”나는 순간 멍해졌다. 그제야 오늘이 주말이라는 게 생각났다. 결국 다시 가방을 내려놓고 재빨리 침대 위로 올라갔다.“너무 좋아. 좀 더 자야겠어.”이번에는 잠이 빨리 들었고 악몽도 꾸지 않았다. 그러다가 휴대폰 벨 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동아리 부장의 전화였는데 오늘 밤에 신입생 환영회 겸 회식을 한다고 했다. 정민규도 갈 것 같아서 거절하려던 그때 부장이 먼저 말했다.“오늘은 절대 빠지면 안 돼. 빠지는 사람은 우리 동아리 단합을 깨는 거야.”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꾹 삼켰다.“알았어요. 곧 갈게요.”5시 반 모임인데 나는 6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이미 신나게 놀고 있을 거란 생각에 가서 인사만 하고 조금 있다가 조용히 빠져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모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들 앞에 선 순간 시선이 전부 나에게 쏠렸다. 나는 바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늦었어요. 오늘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모임 장소는 길거리 포장마차였고 동아리 회원이 10명 정도라서 식사 한 끼로 내가 부잣집 딸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일은 없었다.부장이 웃으면서 말했다.“은성이도 계산하겠다고? 이번에 들어온 신입생들 참 다 멋진 애들이야.”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물었다.“또 누가 계산하려고 했는데요?”“쟤.”부장은 맥주를 따면서 턱으로 가리켰다.“정민규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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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곧이어 정민규의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마실 수 있겠어?”진세라는 입술을 적시고 정민규를 올려다보았다.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다.“조금 마실 수 있어.”그러고는 술잔을 들어서 사람들과 일일이 건배했다.내 앞으로 다가왔을 때 진세라는 우쭐거리면서 웃었다.“은성아.”나는 진세라를 쳐다봤다. 받아주기 정말 싫었지만 사람이 많아 대놓고 비아냥거릴 수는 없었다.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요구르트 잔을 들고 공중에서 건배한 척하고는 한 모금 마셨다.모임이 끝났을 땐 벌써 9시였다. 주말이라 단성에 집이 있는 학생들은 집에 가고 몇몇은 PC방에서 밤을 새우기로 했다.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나, 정민규, 진세라, 그리고 동아리의 사진작가 4명이었다.내가 휴대폰을 꺼내자 진세라가 가식적으로 물었다.“은성아, 우리랑 같이 갈래?”진세라가 말하는 사이 정민규는 이미 차를 가져왔다. 검은색 마세라티 스포츠카라 좌석이 두 개밖에 없었다.나는 허세를 부리는 데 중독된 것 같은 진세라를 보면서 웃었다.“그래. 그럼 내가 조수석에 탈게. 넌 택시 타고 갈래?”진세라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고 옆에 있던 사진작가 친구도 참다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나는 더는 그들을 거들떠보지 않고 사진작가가 부른 택시에 올라탔다.기숙사에 돌아와 씻은 후 계속 그 동아리에 있어야 할지 고민했다. 동아리에 가입했을 때 나는 정민규도 있다는 걸 몰랐다. 그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에는 서로 간섭하지만 않으면 엮일 일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 낮에 너무 많이 잔 탓에 지금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다.그때 휴대폰이 울렸고 성지연이 드디어 내 메시지에 답장했다.사진은 한정수의 휴대폰에서 발견했고 또 누구에게 보냈냐고 물었더니 성지연 말고는 아무에게도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드디어 한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성지연에게 한정수의 휴대폰에 있는 사진을 꼭 지워달라고 했다.이 얘기를 마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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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다음 날 수업이 끝나자마자 고민욱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개학해서부터 지금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김다비가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보내준 것 외에는 그들과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나는 화면에 뜬 발신자를 보았다. 나에게 전화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몇 초 동안 뜸을 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고민욱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에서 들려왔다. 안부 인사는 없었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집에는 언제 올 거야?”나는 책을 안고 기숙사로 걸어갔다.“수업이 많아서 못 가요.”“그럼 잘됐네.”고민욱이 차를 마시고 있는지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내 친구 아들도 단성에 있대. 집에 안 올 거면 한번 만나 봐.”나는 우스우면서도 약간 화가 났다. 이제 겨우 대학교 1학년인데 벌써 나에게 남자를 소개해주려고 했다.만약 내가 환생하지 않고 또 방심했더라면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그에게 좋은 값에 팔렸을 것이다.나는 기숙사와 멀지 않은 곳에 조용히 서서 말했다.“만날 생각 없어요.”“뭐?”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민욱이 목청을 높였다.“만나지 않겠다고요.”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려 꽉 잡았다.“회장님이 속으로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다 알고 있어요. 전에는 내가 나약하고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꿈도 꾸지 말아요.”내가 말을 마치자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나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멀리했다가 고민욱이 조용해진 후에 다시 들었다.고민욱은 너무도 화가 난 나머지 목소리마저 다 떨렸다.“감히 내 말을 거역해? 고은성, 내가 널 낳아서 키우고 대학교에도 보내줬는데 이런 식으로 보답해?”나는 코웃음을 쳤다.“당신들이 날 낳을 때 내 동의를 받고 낳았나요?”나의 말에 고민욱은 말을 잇지 못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말했다.“고은성, 만나기 싫어도 만나. 안 그러면 카드 싹 다 정지시킬 거야.”그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뚝 끊긴 전화를 보면서 웃었다.왜 경제적 지원을 끊으면 내가 고개를 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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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나는 구인 광고를 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피아노 실기 2급 자격증이 있다고 하자 지배인은 즉석에서 30분 동안 연주하라고 했다. 연주를 들어보더니 매주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저녁 8시부터 12시까지 일할 수 있냐고 물었고 시급은 2만 원으로 계산해 주겠다고 했다.하루 저녁에 8만 원이면 일주일에 24만 원이었고 한 달 일하면 돈을 모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나는 기쁜 나머지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돌아오는 길에 밀크티와 치킨 가게에 들러 룸메이트들에게 줄 음식을 포장했다.그런데 아직 밀크티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성지연의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성아, 나 지금 경찰서인데 나 좀 데리러 올 수 있어?”‘경찰서?’경찰서라는 소리에 나는 재빨리 택시를 잡았다.‘지연이 성격상 절대 사고 칠 애가 아닌데. 해군대에서 누가 지연이를 괴롭혔나?’나는 택시에 올라타며 말했다.“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지금 바로 공항에 가서 제일 빠른 비행기로 갈게. 내가 있으니까 무서워하지 마.”나의 위로는 성지연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나도 조급하고 당황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계속 성지연을 달래면서 앱으로 항공권을 구매하려 했다.해군시로 가는 가장 빠른 비행기가 오늘 저녁 비행기였다.나는 참지 못하고 욕을 한마디 했다. 성지연은 그제야 마음을 진정하고 울먹거리며 말했다.“지금 해군이 아니라 단성에 있어. 오늘 오후에 널 찾으러 단성대에 갔다가 진세라를 만났어...”...30분 후 경찰서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정민규도 도착해 있었다.진세라는 조정실 왼쪽에 앉아 있었고 정민규는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다정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서류 가방을 들고 안경을 쓴 변호사도 서 있었다.내가 조정실에 발을 들인 순간 정민규는 나를 힐끗 보고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지금은 쓸데없는 사람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나는 성지연에게 다가갔다. 울음을 멈추긴 했지만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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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정민규의 뜻은 분명했다. 그는 늘 그랬듯이 진세라를 지켜주었고 잘못한 사람이 그녀라고 해도 내가 난처하게 만들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계속 참을 이유가 없었다.진세라는 몇 번이나 문제를 일으켰다. 나는 얽히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 그녀가 함부로 괴롭혀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나는 아무 말 없이 정민규를 쳐다보았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정민규가 나에게 다가왔다.“우리 얘기 좀 해.”정민규는 진세라를 감싸주려고 했고 나는 성지연이 억울한 일을 당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그런데 내가 거절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내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진세라가 벌떡 일어섰다.“민규야.”정민규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잠깐만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그에게 억지로 끌려간 나는 너무도 화가 났다. 아무리 힘껏 몸부림치고 뿌리쳐도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결국 화난 나머지 정민규의 손을 물려던 그때 정민규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강아지나 사람을 물지.”그의 말에 나는 멈칫했다가 고개를 들고 차갑게 말했다.“이거 놔.”30초쯤 지났을 무렵 정민규는 내 손을 놓아주었다. 그가 손을 놓자마자 나는 바로 두 걸음 뒤로 물러서서 거리를 두고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정민규의 얼굴에 웃음이 점점 사라졌다. 뭔가 찾으려는 듯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아무것도 꺼내지 않았다.“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자. 일을 더 이상 크게 벌이지 말고.”“내가 일을 크게 벌였단 말이야?”정민규의 말에 나는 분노가 치밀었다. 누가 잘못했는지 뻔히 알면서 나에게 일을 크게 벌이지 말라고 하다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나왔다.“정민규, 바보도 너 같은 바보가 없어. 너랑 진세라가 죽을 때까지 딱 붙어 지내길 바랄게.”나는 말을 마치고 바로 돌아섰다. 정민규는 나를 잡지 않고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많은 학생들이 봤어. 성지연이 먼저 손찌검한 거. 세라가 성지연이랑 장소연을 떼어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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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지연아, 나 믿어?”성지연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당연하지. 난 이 세상에서 널 제일 믿어.”나는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그럼 날 믿어. 오늘 쟤네가 널 때린 거 반드시 갚아줄게. 근데 지금은 아니야. 나중에 갚아줘도 괜찮지?”나는 성지연의 눈을 바라봤다. 성지연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쟤네들이랑 싸우려고?”나도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일방적으로 KO 시킬 거야.”“정말? 내 도움이 필요해? 아니면 이따가 같이 가서 호신용 스프레이라도 살까?”성지연은 늘 이러했다. 낙관적이고 활발했고 항상 나의 기분을 살폈다.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그 후 정민규는 진세라를 조정실에서 데리고 나왔다.진세라는 내 앞에 서 있었다. 겉으로는 순수하고 가련하고 연약해 보였지만 나를 보는 눈빛에는 미묘한 도발이 있었다.전생에 나는 그녀의 연약한 모습에 오랫동안 속았지만 지금은...“진세라, 지연이가 실수로 널 다치게 한 것에 대해선 내가 대신 사과할게.”“괜찮아.”진세라는 정민규의 옷소매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지연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뭐.”“사과했어, 나.”나는 진세라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정민규를 보았다.“이제 가도 되지?”그러고는 성지연을 부르러 갔다. 돌아선 바람에 정민규의 복잡한 표정을 보지 못했고 그가 진세라에게 하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세라야, 이제 더 이상 문제 좀 일으키지 마.”...나는 성지연과 함께 전에 사 놓았던 집으로 갔다. 집을 살 때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서 바로 들어가 살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얼마 전 시간이 있을 때 직접 가구를 사서 집을 꾸몄다. 집을 꾸민 후 처음으로 집에 와봤다.“와.”성지연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은성아, 집 인테리어 너무 예뻐. 마음에 들어.”그러고는 신발을 갈아 신고 거실로 달려가 소파에 있던 푹신한 토끼 인형을 껴안았다.나는 현관에서 불을 켜고 부엌으로 가서 물을 끓였다.“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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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다음 날 아침 수업이 있었던 나는 성지연에게 조금 더 자라고 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다시 와서 그녀와 함께 놀러 갈 생각이었다.학교에 도착한 후 나는 진세라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다음 운동장 뒤편에 있는 작은 숲으로 오라는 문자를 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세라가 모습을 드러냈다.오늘 진세라는 유난히 요정처럼 꾸몄다. 겉으로는 그렇게 순수하고 착해 보였지만 마음속은 썩어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나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남자가 그녀의 것이면 가져도 되지만 아니라면 아무리 많은 수단을 써서 얻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진세라는 앞으로 다가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고은성, 무슨 일로...”나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왼손으로 그녀의 흩날리는 웨이브 머리를 잡고 오른손으로 뺨을 때렸다.짝하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이 닿은 순간 진세라의 얼굴에 손자국이 나타났다.나는 그녀의 뺨을 때린 후 바로 손을 놓았다.진세라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감싸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고은성, 감히 날 때려?”나는 진세라의 순수하고 연약했던 표정이 분노로 변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그녀는 지지 않으려는 듯 손을 들어서 나를 때리려 했지만 내가 손목을 덥석 잡은 바람에 꼼짝도 못 했다.나는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진세라, 너한테 여러 번이나 경고했었지? 꼼수 부리지 말라고. 이 뺨은 경고이고 어제 지연이 뺨을 때린 걸 갚는 거야.”“네가 뭔데 날 때려?”진세라는 손목을 두어 번 잡아당겼지만 뿌리치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지금 민규 여자 친구는 나야. 난 곧 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거라고. 오늘 네가 때린 이 뺨 나중에 너랑 고씨 가문에 배로 갚아줄 거야.”나는 그녀를 뿌리치고 웃어 보였다.“그건 네 능력에 달려 있겠지.”진세라는 뿌리쳐진 힘 때문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요정 같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초라한 모습만 남았다. 그녀는 나를 무섭게 노려보았다.“고은성, 넌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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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식당 매니저가 서둘러 경비원을 데리고 왔다. 하지만 그 사람은 덩치가 컸고 신분이 있어서 감히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매니저가 옆에서 말렸지만 그는 매니저를 밀어내고 나를 잡아당겼다.“시끄러워. 여자랑 데이트 좀 하겠다는데 왜 방해하고 그래?”사실 나는 그 남자의 손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성지연이 나를 지켜주려고 앞에 나섰다.그 남자가 손을 뻗었을 때 나는 성지연을 잡으려다가 그만 그 남자에게 손목이 잡혀 품에 안겨 버렸다.“이거 놓으세요!”뚱뚱한 남자는 내 허리를 감싸 안고 팔을 더듬거리면서 코를 내 머리카락에 묻고 계속 킁킁거렸다.내가 이성을 잃기 직전 경비원들이 그 남자를 바닥에 눌렀다. 남자는 계속 욕설을 퍼부었고 많은 손님들이 그 남자와 호텔의 처사에 대해 수군거렸다.성지연이 나를 끌어안고 위로하자 나는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집에 가고 싶어.”“응. 집에 가자.”성지연은 나를 잡아끌면서 매니저에게 말했다.“어떻게 직원이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보고도 바로 제지하지 않고 모욕당하도록 내버려 둘 수 있어요? 소송당할 준비나 해요.”“그리고 너!”성지연은 발을 들어 바닥에 쓰러져 있던 화분을 뚱뚱한 남자에게 차버렸다.“돈 좀 있다고 잘난 척해? 여자 꼬시고 싶어?”성지연은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마음껏 꼬시게 해줄게.”그러고는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미닫이문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유리문에 비친 진세라의 얼굴을 얼핏 보았다.내가 발걸음을 멈추자 성지연이 물었다.“왜 그래?”나는 대답하지 않고 일부러 고개를 돌려 식당 주변을 둘러봤다.조금 전까지 시끄러웠던 식당은 조용해졌고 만석이었던 자리도 손님이 거의 떠나고 없었다.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아니야, 아무것도. 집에 가자.”집으로 돌아가 샤워부터 했다. 바디워시로 세 번이나 씻고 나서야 내 몸에 남아있는 다른 사람의 냄새가 사라진 것 같았다.나는 그 식당에서 거의 보름 동안 아르바이트했다. 그동안 몇몇 사람들이 나에게 호감을 보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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