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수의 시점.대본 작업에 온종일 몰두하며 나는 오랜만에 낯선 만족감에 빠졌다. 가족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을 위해 사는 즐거움을 잊고 있었다.작업을 끝내고 나니 한설아와의 약속 시간이 가까웠다. 서둘러 그녀의 집을 나서 8시 10분 전에 나이팅게일에 도착했다. 나는 항상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는 걸 선호한다. 그런데 이번엔 그 선택을 후회했다.나이팅게일은 이 도시에서 가장 큰 나이트클럽이다. 술값만 감당할 수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유흥 장소였다. 대학 시절 우리는 종종 이곳에 와서 이른 저녁의 ‘안전한 시간’을 즐기곤 했다.밤 8시부터 자정까지, 가벼운 음악과 술, 그리고 대화와 간단한 안주로 채워지는 4시간이었다. 하지만 자정이 지나면 폭발적인 DJ 음악과 함께 클럽은 완전히 광란의 장소로 변했다.그런데 오늘은 그 안전한 시간대조차 나에게는 안전하지 않았다.바에서 무알코올 음료를 주문하는 순간부터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바텐더가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걸 보며, 차라리 클럽 밖에서 한설아를 기다릴 걸 그랬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음료가 나오기도 전에 문제가 터졌다.“지수 씨?”너무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아니, 소년이었다. 그는 내 바로 옆까지 다가와, 마치 내 다리에 몸을 바짝 붙이듯 서 있었다.“대표님이 부르십니다. 잠시만 따라와 주세요.”나는 그의 무례함에 눈살을 찌푸리며 거리를 벌렸다. 그의 행동은 전혀 예의가 없었고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물었다.“대표님이 누구죠?”내 손은 이미 휴대폰을 꽉 쥐고 있었다. 이곳은 여자들에게, 특히 임신한 여자들에게 결코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다.소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방향을 가리켰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자, 그곳엔 신강훈이 있었다.나는 오늘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신강훈이 나를 찾아내려 했다면 여기 오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피할 수 없었을 거다.신강훈은 아빠의 유일한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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