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결혼의 끝, 다시 시작된 사랑: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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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나를 위한 승리

신지수의 시점파티는 그 후로 별다른 문제없이 끝났다.지후는 이혼 서류를 미끼로 나를 여기에 오게 했지만, 다솔이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 이상 그의 말이 믿을 수 있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할머니를 문 앞에서 배웅하고 돌아왔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지후뿐만이 아니었다.“지수는 너랑 가지 않아.”할머니 차가 떠나자마자 지후가 정기준에게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왜 저러는 걸까?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그건 그녀가 결정할 일이야.”정기준은 여유롭게 웃었다. 지후의 짜증 섞인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그는 참 태연하고 멋져 보였다.“비록 네가 아직 남편이긴 하다만… 법적으로만.”하, 둘 다 애 같다.“난 그냥…”설명하려던 찰나, 정기준이 입꼬리를 올렸다.“설아 양이랑 연수 양이 당신을 또 택시에 태우는 건 미안하다며 내게 맡기고 갔어. 몇 분 전에 내가 택시를 잡아줬거든.”설아가 새 상사에게 날 그냥 넘긴 거야? 진심?“정말 감사하지만요, 정 대표님…”“게다가, 새 직장에 대해서도 얘기할 게 있어. 내가 그렇게 재능 있는 작가를 허투루 쓸 수는 없잖아.”그가 '새 직장'이란 말을 하며 지후를 슬쩍 보자 지후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고 정기준은 그런 그를 보고 활짝 웃었다.사실 난 그리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을 읽은 듯 정기준이 덧붙였다.“내가 두 숙녀에게 한 약속을 어기게 만들고 싶진 않지?”나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 인생에 나까지 끌어들이고 싶지도 않았다.“안 따라오면, 내 차에 있는 것도 끝이야.” 지후는 짜증을 감추지 못한 채 나와 정기준을 무시하고 떠났다.언제부터 이혼 서류가 날 협박하는 도구가 된 거지?“정 대표님, 약속은 꼭 지켜야 해요!”나는 지후가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였다.“딱 1분이면 됩니다. 지후가 내게 줄 수 있는 시간도 그 정도뿐일 테니까요!”정기준은 웃음을 터뜨렸고, 지후는 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흥!거의 뛰다시피 하여 간신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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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다솔에게 한 약속

윤지후의 시점지금의 지수을 보고 있으면, 내가 결혼했던 여자가 맞나 싶다. 그 강인했던 여자를 내가… 어쩌면 스스로 망가뜨린 건 아닐까 싶다.예전엔 이렇게까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제는 무슨 말을 해도, 그녀는 꼭 그 말에 날카롭게 되받아친다. 다솔과는 사이가 좋지 않다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큰 착각을 했다. 지수는 마음만 먹으면, 다솔에게 천 배는 더 차갑고 무서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게 가장 놀라운 건… 이제 더는 예전처럼, 이혼 서류에 서명하고 싶을 만큼의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다. 그 뜨거운 분노가 사라졌다.“다솔, 오늘은 안명수랑 같이 가줄 수 있을까?”휴대전화를 꺼내 안명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두 사람을 동시에 상대할 여유가 없었다. 억지로 결혼하게 된 것도 싫었지만, 억지로 이 결혼에서 밀려나는 것도 싫었다.그리고 정기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지수와 어울리는 남자가 아니다. 어쩌면 이건 남자다운 척하는 자존심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를 정기준에게 넘기는 건… 참을 수가 없다. 그가 그녀를 만지는 상상만으로도 속이 뒤집힌다.사실, 어떤 남자든 상관없다. 그 누구도 지수에게 닿게 하고 싶지 않다.인정하긴 싫지만, 나는 지수과의 관계가… 좋았다.그녀는 내가 경험해본 어떤 여자와도 달랐다. 그녀와 나눈 건 단순한 ‘섹스’가 아니었다. 사랑을 나눈 거였다. 비록 그게 일방적인 사랑이었다 해도.그녀가 날 사랑했기에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 담긴 반짝임, 영혼이 깃든 시선, 조심스럽게 터지는 신음 소리, 심지어는 날 향한 날카로운 반항까지도 모든 게 더 특별하게 느껴졌었다.그녀가 그립다.모든 걸 되돌릴 수만 있다면.내가 그녀에게 얼마나 끔찍하게 굴었는지 몰랐던 그때로.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 시절로.안명수가 차를 빠르게 몰고 도착했지만, 다솔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떼쓰는 아이처럼 그 자리에 서서, 눈에 눈물을 머금고 날 노려보고 있었다.다솔을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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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뜻밖의 전개

신지수의 시점다솔이 지후에게 날 사랑한다고 몰아붙이는 걸 듣는 건, 솔직히 좀 웃기기도 했다.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는 갔다. 지후는 항상 다솔을 아꼈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전부는 아니었다. 다솔은 나보다 한 살 많고, 지후보단 세 살 어리다. 10대 시절엔, 그 세 살 차이가 꽤 컸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지후는 다솔을 연인이 아닌, 보호해야 할 ‘여동생’처럼만 여겼다.나는 안다. 왜냐면 고등학교 때도, 대학 때도 그는 수많은 여자들과 만났으니까.결혼 후에야 알게 됐다. 그가 그 여자들과 헤어진 이유가 종종 ‘다솔의 부탁’ 때문이었다는 걸.지후가 사귀던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솔을 괴롭혔다는 말이 있었고, 나 역시 다솔 인생에서 ‘최악의 괴롭힘’을 준 사람으로 낙인 찍힌 상태였다. 그 말들이 다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후처럼 마음을 줄 여유조차 없는 사람을 고른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그래도, 다솔이 일부러 그들을 몰아냈다 해도… 나는 조금은 이해가 갔다. 사랑한다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걸 보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으니까.나도 안다. 그 지옥 같은 시간을 5년이나 겪었으니까.어쩌면, 다솔이 나보다 더 쓰라려하는 이유는 그녀가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믿었던 걸 결국 갖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건, 그 둘이 왜 한 번도 진짜 연인이 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래서 지후가 다솔을 할머니께 데려갔다고 들었을 때도 이해를 할 수 없었다.지후가 다솔에게 청혼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왜냐면… 그 둘은 당시엔 사귀지도 않았으니까.물론, 지후가 원하지 않았던 건 아닐 수도 있다. 고등학교 시절, 다솔이 지후에게 먼저 고백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내게 자랑스럽게 말했었으니까.그리고 지후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다솔은 짐이 되긴 싫다며 관계를 거절했다. 몸이 약한 자신이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며,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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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원하지 않았다

윤지후의 시점이제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아직도 그 사실에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다.이렇게 될 일이 아니었다. 이건 마치… 정말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기분이다. 처음부터 원한 적도 없었지만 잃는다는 것이 이렇게 아프다니, 그게 말이 되나?나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억지로 사랑을 내 손에 쥐여줬고, 이젠 또 다른 힘으로 그것을 거둬가려 한다. 내 의지로 결정할 수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지금껏 살아오면서 ‘닿을 수 없는 욕망’이라는 걸 이토록 실감한 적은 없었다.그녀가 떠난 뒤에야, 나는 내가 뭘 잃었는지 알게 됐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 어느 한순간만 해도 내 발밑의 땅처럼 단단하던 것이 다음 순간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어떻게 사랑을 그렇게 단호하게 끊어낼 수가 있지?그녀는 단지 집을 돌봐준 게 아니라, 우리 둘만의 ‘집’을 만들어줬다. 내가 ‘집에 간다’는 건, 곧 그녀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였다. 미소를 지으며, 때로는 속옷 차림으로 요리를 하면서.그녀가 만든 그 공간은 어떤 문제도 침범하지 못했고, 나는 거기서 쉼을 얻고, 다음 날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렇게 안전하고 완전했던 공간이 이렇게 사라질 수 있다고는 상상조차 못했다.그녀는 어떻게… 그냥 떠날 수 있었을까?정확히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에게 잘해주지 못한 건 알지만, 이제 와서 고치고 싶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처음엔 이혼 서류를 받아들였던 게 너무 심했나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자신을 그저 ‘피’로 봤다고 했고, 그 다음엔 다솔의 수술 준비로 그녀를 외면했던 몇 달 때문인가 싶었는데, 결국 그녀가 몰랐어야 했던 그 ‘한 번의 키스’ 때문이라는 말도 들었다.나는 그녀가 원하는 사랑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녀는 “당신은 날 한 번도 이해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나는 계속해서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할 때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얼마나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새롭게 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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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완벽한 범죄

신지수의 시점지금 지후가 한 이 말들을 5년 전 그 때 들을 수 있었다면…나는 아마 무엇이든 다 줬을 것이다.아니, 실제로 다 줬었다. 내가 그에게, 지금 그가 내게 주겠다고 말한 바로 그것을 요청했을 때, 그는 나를 짓밟았었다.그가 지난 5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나에게 그렇게 잔인하지 않았다면, 그가 할머니를 믿고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었더라면… 하지만 삶에 ‘만약’은 없다. 나는 이제 거기에 없다. 설레지도, 기쁘지도 않다. 그저… 지쳤다.나는 그들로부터 더이상 상처받지 않고 내 인생을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되돌아갈 수 없어. 할머니의 소망 때문에, 내 뱃속의 아이 때문에, 나를 여전히 보지 못하는 지후 때문에라도.그는 아직도 숲에서 자신을 구한 아이가 다솔이 아니라 나였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나는 그 오해를 5년 전에야 알게 됐다. 다솔이 자랑하듯 내게 보여준 영상 속에서, 지후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내 인생에서 유일한 아내는 너뿐이야.” 영상 속 그는 숲에서 자신이 구했던 그 소녀를 지키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용감하고, 귀엽고, 약간의 반항기까지 가진 소녀였다고.그 고백은 감동적이었지만, 나는 기쁘지 않았다.충격, 혼란, 분노, 공포…기쁨만 빼고 모든 감정이 밀려왔다.나는 몰랐다. 그가 다솔과 친구가 된 이유가 단지 ‘잘못된 아이’를 구했기 때문이라는 걸.그는 용감하고 순수하며 반항기 어린 그 아이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게 바로 나였다. 다솔은 그것과는 완전히 정반대였고, 그 사실을 그는 10년 동안이나 눈치채지 못했다.만약 그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그는 그저 눈이 먼 거였다. 어쩌면 감동적이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다솔의 결점들을 외면한 이유가 단 한 번의 추억 때문이라면 말이다.하지만 내가 느낀 건 기쁨이 아니라 기이하고, 터무니없고, 초현실적인 아이러니였다.10년을 사랑했던 그 소년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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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정기준의 거짓말

신지수의 시점나는 정기준을 향해 돌아섰고, 그 순간 지후가 다급하게 외쳤다.“그 사람 따라가지 마, 제발!”“5년 전에 당신을 억지로 밀어붙였던 건 미안해.”마법처럼, 나는 이제 그에게 차분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이젠 우리 둘 다 알잖아. 내가 그러지 않았어도, 당신은 다솔과 결혼할 수 없었을 거라는 거. 그러니까, 이제 퉁친 걸로 해. 다솔도 완치됐고, 할머니도 다솔을 허락하셨으니까. 이제는 당신이 진짜 원하는 걸 하면 돼. 다만…”진실을 말하지 않는 게 마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그 실수를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우리가 이어진 마지막 끈을 또 끌게 될 거고, 그나마 남은 그에 대한 마지막 좋은 기억조차 망가질 테니까.“이번엔… 정말 그게 당신이 원하는 것인지, 꼭 생각해 봐. 부탁할게.”그제야 나는 할머니가 말했던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를 구할 수 있는 건 단 한 번뿐이었다.”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이번에도 다솔과 결혼을 강행하려 든다면, 이번엔 내가 나설 수 없었다.지후가 무슨 말을 하려 했었다 해도, 지금은 절대 할 수 없었을 거다. 정기준이 옆에 있으니까.그는 마지못해 서류 봉투를 들어 올렸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나는 그가 내게 그것을 건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 손에 닿을 때 즈음에서야 아주 가볍게 받아 들었다.내가 그에게 서류를 건넸을 때, 그가 얼마나 성급하게 나를 아프게 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노을이 붉게 타오르며 나를 스쳐 지나 지후의 얼굴에 피처럼 붉은빛을 뿌렸다.지후는 눈을 찌푸렸다. 우리 이야기는 차가운 황혼에서 시작되었으니, 이제 이렇게 조용한 해질녘에 끝나는 것이 공평한 일일지도 모른다.그는 언제까지나 나를 구해준 소년으로 남겠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차 안에서 정기준은 내내 말이 없었다. 그가 헛기침을 했을 때, 내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미안.”정기준이 내게 한쪽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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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그 눈먼 남자

신지수의 시점“대표님이랑 윤지후! 서로 ‘앙숙’은 아니잖아요?”그가 할머니에게 말하던 태도에서 이미 눈치챘어야 했다. 지후를 썩 좋아하지는 않을지라도 진심으로 윤 씨 가문을 무너뜨리려는 사람은 아니었다.정기준은 나를 기묘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재밌다는 듯, 즐거워 보였다.하지만 그런 반응이 오히려 더 수수께끼처럼 느껴졌다.“그럼 왜 나를 도운 거죠…?”그의 목적이 지후를 헐뜯는 게 아니었다면?“내 말은, 왜 내 영화 제안을 받아줬는지 말이에요. 아니면 지금 왜 나를 집에 데려다주는지?”정기준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둘 다요!”나는 충동적으로 외쳤고 정기준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흐음…”그는 도발하듯 길게 소리를 끌며 말했다. 시선은 여전히 도로 위에 있지만, 눈엔 장난기가 가득했다.“지금 데려다주는 건, 두 명의 숙녀분께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야. 난 아름다운 숙녀를 실망시키는 걸 싫어하거든. 그리고 영화 제안을 받아준 이유는…”그의 목소리에 괜히 긴장이 되었다. 내가 숨을 참았다는 걸 알아챈 건 그가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을 때였다.“이미 말했잖아.”“가십 때문은 아니라고는 했죠...”나는 망설였다. 그건 '이유'가 아니라, 단지 '이유가 아님'일 뿐이다.정기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놀란 얼굴을 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어? 아름다운 숙녀를 실망시키는 건 질색이라고.”“…”나는 무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가 웃음을 즐기는 걸 지켜봤다. 낯선 사람에게도 이렇게 사교적인 건가?“네 이야기가 좋다고는 했지.”그는 다시 웃었다. 도발적인 농담이었지만, 그의 눈은 진심이었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그런데… 다른 이유를 바라고 있는 것 같은데?”꼭 그렇진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렇다.무명의 첫 시나리오를 이런 거물급 제작자가 그저 ‘좋아서’ 받아주는 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내 이야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닌데.“요즘 시장은 온통 고통, 배신, 불륜 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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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펜싱 쌍둥이

신지수의 시점정기준에게선 설아가 말한 ‘악마’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오히려 그와 이야기하는 게 꽤 즐거웠다. 내가 처음 정기준에게 연락했을 때는 그가 지후의 ‘숙적’이라는 것과, 설아가 ‘못되고 유치하다’고 불평하는 것만 알았을 뿐이었다.알고 보니 설아는 연극을 하는 동안 그가 그녀의 분장을 놀렸고, 머리를 망가뜨렸으며, 그녀가 복수하려다 넘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더 크게 웃었다고 했다. 그래서 정기준은 설아의 적이 되었고, 그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하지만 정기준은 지후와는 달리 어린 시절의 나쁜 모습에서 벗어난 듯했다.그가 나에게 점점 더 친절할수록, 나는 설아에게 점점 미안해졌다. 나는 우리 사이의 공통의 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에게 다가갔지만, 그는 적이 아니었다.“당신과 지후가 베스트 프렌드였다고요?”나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세월 동안 지후의 가장 큰 팬이었던 내가, 그런 걸 몰랐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몇 년 전에 사이가 틀어졌어.”정기준은 무심한 듯 어깨를 으쓱했다.“그때부터 우리가 적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지. 미디어라는 게 그렇잖아. 좋은 친구가 멀어지면 ‘원수’가 되는 쪽이 더 흥미롭거든.”“몇 년 전인데요?”따져 물었다. 나는 일곱 살 때부터 지후를 좋아했으니, 이미 10년이 넘었다. 그의 말은 10년 전 같지 않았다.“음…”정기준은 답을 회피했다. 날 ‘아름다운 여자’라고 부를 수는 있으면서 왜 이 질문엔 대답하지 못하는 거냐고!“난 지후를 초등학교 때부터 알았어.”나는 그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그런데 당신 둘이 함께 있는 걸 본 적이 없어요.”“아, 그건 그렇지.”정기준은 내 질문을 이해한 듯 안도하며 말했다. “걔가 바보가 된 후로는 같이 다니기 싫었거든.”“?”나는 눈을 깜빡였다.“갑자기 펜싱을 그만두고 축구를 시작했거든.”그는 신강훈의 이름을 말하면서 눈을 굴렸다.“우리는 펜싱 쌍둥이였어, 알아? 그런데 걔는 다솔 때문이었어.”신다솔.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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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실종된 사건

윤지후의 시점“다솔이 집에 안 왔다는 게 무슨 말이야?”사무실에 간신히 도착했을 때, 신호철한테서 전화가 왔다. 다솔이 내 집에서 밤을 보냈냐고 묻는 거였다. 왜 그럴까? 다솔은 내 집뿐 아니라 어디서도 밤을 보낸 적이 없다. 그녀는 그렇게 연약한 인형 같은 아이였다.“네가 태워다 줬으면서 왜 다시 집에 데려다주지 않은 거야?” 신호철이 바로 폭발하며 소리쳤다.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지?! 밖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나?”다솔은 이제 어른이고 인격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곧 다시 연락드릴게요.”안명수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는 다솔을 신 씨네 빌라에 내려줬고, 다솔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직접 봤다고 했다. 그러니 신호철이 다솔이 집에 없다고 거짓말을 했거나, 안명수가 떠난 후 다솔이 혼자 나왔다는 뜻이었다.신호철이 다솔의 안전에 대해 농담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나는 다솔의 전화로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당연히 연결되지 않았다. 다솔과 연락이 닿는다면 신호철이 이렇게 분노하지 않았을 거다. 신강훈에게도 연락했지만, 그 역시 나만큼이나 멍해 있었다. 신호철이 나와 통화 후 바로 그에게도 전화했다고 했다.“승우, 여기로 와.” 나는 비서에게 호출 버튼을 눌렸고 다시 양복을 챙기며 말했다. “이현우에게 연락해서 신다솔이 실종됐으니 수색 작업 시작하라고 전해.”“이현우요?” 승우가 태블릿을 두드리며 의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경찰서장님 말씀이시죠?”“맞아, 그 사람에게 바로 연락해. 경찰은 실종 신고 접수하는 데 48시간 걸리지만, 다솔은 그 시간을 견딜 수 없어!” 나는 점점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그리고 안명수에게도 연락해서 어젯밤 다솔을 집에 데려다 준 경위 전부를 자세히 듣고, 복사본을 나한테 보내고 이현우에게도 보내.”“네, 대표님! 바로 하겠습니다!”승우는 수년간 나와 일해 왔고 내 성격을 잘 안다.“다른 건 없습니까?”“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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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심장을 갉아먹는 질투

윤지후의 시점“뭐? 무슨 뜻이야?” 나는 찡그리며, 머리가 정보를 처리하기도 전에 심장이 먼저 빠르게 뛰었다. “지수도 없어졌다고?”“둘 말고 없는 사람 더 있어?” 한설아가 빠르게 반응했다. “정기준도 전화를 안 받는데, 어제 지수를 데려갔어”“알아!”욕설을 터뜨리지 않으려고 간신히 참았다. 대체 정기준은 이번에 뭘 한 거야?! 지수를 그녀 뜻과 상관없이 자기 집에 데려갔다 해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 자식 완전 미친놈이구만! 내가 지수에게 이혼 서류를 준 그 순간부터 움직였다는 건가?난 그 빌어먹을 서류에 아직 서명도 안 했다고!5년 전, 결혼식 바로 전날에 그 녀석과 나는 싸웠다. 내가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미친 듯이 난동을 부렸다. 나는 그게 나 때문인 줄 알았는데, 그 큰 싸움의 원인이 지수에 대한 그의 감정 때문이었다니 전혀 예상 못 했다.둘이 그렇게 잘 아는 사이라는 것도 몰랐다.전화를 끊고 나는 곧장 뛰쳐나갔다. 승우가 내 뒤를 따랐지만, 승우의 운전은 너무 느렸다. 승우가 뒤에서 날 불렀지만, 나는 이미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다.무조건 가서 봐야 해. 반드시!정기준 집으로 가는 길 내내 가슴 한 켠에 끓어오르는 불길함이 있었다. 지수가 그와 친밀하게 있는 모습이 뱀의 날카로운 혀처럼 계속 내 뇌리를 찔렀다. 나는 그가 지수를 바라보는 방식을 봤다. 그의 눈빛이 모든 걸 말해줬다.만약 그가 5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그런 감정을 숨겼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뜻 아니겠어?시내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 도착해 차를 길가에 세웠다. 그는 주중에는 시내에 산다. 초인종을 거의 벽에 부딪칠 듯이 세게 눌렀다. 그리고 내 분노를 부추기려는 듯, 그는 천천히, 짜증나는 태도로 인터폰을 받았다.“윤지후? 여기서 다 보네.”“문 열어!”내 화난 외침에 정기준이 놀랐다. 하지만 내 말에 순순히 따르지 않고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며 나를 조롱했다. “글쎄. 빨간 눈의 사내가 찾아오면 내 안전이 걱정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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