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수의 시점나는 할머니에게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그저 가만히 서서 지후와 다솔이 이야기하고, 웃고… 포옹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할머니도 조용히, 놀라움 없이 그 광경을 보고 계셨다. 할머니는 다솔이 자신의 생일에 와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지후와 친밀함을 드러내는 것을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도대체 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실까?다솔이 문제다.“다솔 때문이니?”갑자기 할머니가 나를 향해 돌아서며 물으셨다.나는 지후가 다솔을 꼭 껴안고 있는, 길고 조용하며 마음이 담긴 포옹에서 눈을 땠다.지후가 이혼 서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나는 이제 더 이상 판단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장면이 내 마음에 쓰라린 것은 변하지 않는다.그는 내가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커플’ 연기를 하자고 부탁했던 파티에서, 다솔을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처럼 품에 끌어안고 있을 때, 나는 분노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슬펐다. 깊고 푸른, 압도적인 슬픔의 구름이 내 세상을 덮었다.지금 이 순간, 나는 마치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을 갈라놓은 악당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너무도 견고하고 멈출 수 없어서 결국 그들은 다시 만났을 때 웃지도 않고, 키스하지도 않고, 드라마틱한 표현도 하지 않았다.그저 꼭 껴안았다. 마치 그들이 서로에게서 완전함을 찾은 듯이.누가 그런 사랑을 깨뜨릴 수 있을까? 분명 나는 그럴 수 없다.“아니, 다솔이 문제였던 적은 없었어요…”나는 할머니에게, 혹은 아마도 나 자신에게 중얼거렸다.“문제는 나예요. 나는 더 이상 버티고 싶지 않아요.”할머니는 한숨을 쉬셨다.“지수, 내가…”“알아요.”나는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그 말씀하셨던 거 기억해요.”내가 지후의 약혼자로 처음 할머니 댁을 방문했을 때, 할머니는 결혼은 하지 말라고 경고하셨다.‘이러지 않는 게 나을 거야. 지금 포기하는 게 네게 더 좋아. 나는 그 결혼을 축복하지 않을 거고, 넌 후회하게 될 거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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