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결혼의 끝, 다시 시작된 사랑: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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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또 다른 불청객

신지수의 시점할머니가 내 말을 들은 것 같다. 아니, 파티 인원의 절반은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할머니는 남을 공개적으로 망신주는 성격은 아니었고, 나도 차마 먼저 그 일을 꺼낼 수는 없었다. 나는 방금 그녀의 사랑하는 손자에게 소리를 질렀고, 지금도 귀가 뜨겁다.설령 할머니가 물으신다 해도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리는 한 번도 할머니 앞에서 싸운 적이 없었으니까.“요즘 어떻게 지내니?”할머니는 인파 속으로 이끌며 가볍게 안부를 물으셨다.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로 화답하면서도 말이다.“지후가 새 직장 얘기를 하던데?”나는 슬쩍 지후를 훔쳐봤다. 그는 눈을 천장 끝까지 굴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새 직장에 대해서 ‘불평’을 했겠지. 아마 정기준 때문일 것이다.“그게... 엄마가 이정훈 얘기를 꺼낸 적이 있어서요.”나는 최근 일어난 말도 안 되는 혼란을 이용해 작은 거짓말로 슬쩍 넘어가려 애쓰며 말했다.“그래서 제 대본을 한 번 시도해보면 어떨까 했어요.”“어머, 대본을 썼다고? 이게 얼마나 멋진 일이야!”할머니는 진심 어린 기쁨의 눈빛으로 웃으며 외치셨다.“어떻게 그런 걸 한 번도 얘기 안 했니?”나는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졸업했지만 예술 경력은 거기서 끝이었다. 가정을 꾸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나는 ‘결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싶었다. 비록 헛된 노력이었지만.“꽤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이야기였어요.”나는 어깨를 으쓱였다.“그냥 아직 준비가 안 됐던 것 같아요.”“남편의 도움 없이 네 힘으로 해보고 싶었던 거구나?”할머니가 내 옆구리를 가볍게 찔렀다. 그 말에 화가 나신 건지, 아니면 정기준에게 간 걸 못마땅하게 여기시는 건지 잘 알 수는 없었다. 정기준은 그들의 사업상 '적'인데도 말이다.“정기준은 좋은 아이야.”할머니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말을 이으셨다.“항상 큰 야망을 가졌지. 아버지를 뛰어넘고 싶어 했고. 아, 들었니? 이호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대! 정말 대단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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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짝퉁 나이팅게일

신지수의 시점“할머니, 제가 가볼게요!”나는 드레스를 살짝 걷어 올리며 서둘러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나도 같이 가봐야겠다.”할머니도 고개를 돌리며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할머니는 자기 파티에서 소란이 나는 걸 절대 좋아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연수가 누구인지 아신다면 더더욱 싫어하실 것이다.“괜찮아요, 할머니. 제가 처리할게요.”나는 서둘러 말했지만,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부드럽지만 얄미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할머니, 괜히 신경 쓰지 마세요. 지수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거예요... 저 아이는 어차피 지수 친구잖아요.”신다솔.이런 순간에 튀어나올 사람은 당연히 그녀였다. 연수에게 무슨 일이 생겼든 분명 다솔이 관여했을 것이다. 연수에게 곤란한 주목을 끌 이유가 있는 사람은 그녀뿐이니까.놀랍게도, 할머니는 다솔이 던진 말 속의 함정은 눈치채지 못하신 듯했지만, 차갑게 물으셨다.“누가 너더러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래?”다솔의 얼굴에서 미소가 얼어붙었다. 그녀는 재빨리 지후 옆으로 물러나며 중얼거렸다.“죄, 죄송해요, 이연자 여사님…”할머니는 칼날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더니 여왕처럼 당당하게 연수 쪽으로 걸음을 옮기셨다. 나는 초조하게 그 뒤를 따랐다. 이미 정기준은 우리보다 먼저 사람들 사이로 다가가고 있었다.“이 일에 네가 관련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후회하게 될 거야.”나는 다솔을 노려보고 말한 뒤, 할머니 뒤를 따랐다. 지후가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나는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내가 다솔을 의심한다고 화만 낼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다솔 편을 들어, 그녀를 두둔하는 말을 하겠지. 증거가 눈앞에 있어도 말이다. 그렇다면 굳이 들을 이유가 없었다.“저 여자 아는 사람 있어요? 이런 파티에 나이팅게일 짝퉁을 입고 올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있다니?”“그러게요! 그 브랜드는 워낙 유명해서, 짝퉁은 눈에 확 띄는데.”“웃긴 건, 저 드레스는 다솔이 주문했던 거예요.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드레스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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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기묘한 이방인

신지수의 시점예전엔 다솔과 말싸움도 자주 했다. 그땐 내가 아직 그녀와의 싸움에 신경을 썼으니까.하지만 이제는 지후에게도 관심 없고, 다솔과 싸워서 ‘이기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특히 이렇게 무의미한 싸움에서는 더더욱.그녀가 그의 마음을 가졌다면, 그걸로 끝이었다. 나는 지금 그저 내 친구를 지키고 싶은 것뿐이다.다솔은 항상 나를 괴롭히는 사람처럼 만들어 싸움에서 이긴다. 하지만 내가 항복해버리면 어쩔 줄을 모른다. 입술을 깨문 채 말 한마디 못 하고 있었고, 그녀의 ‘졸개’들도 머뭇머뭇 뒤로 물러났다.나는 연수의 손목을 꼭 붙잡고 할머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정말 죄송해요...”“어디 가는 거죠?”그 순간, 한 남자와 거의 부딪칠 뻔했다. 나는 멈춰 섰고, 그가 말하는 순간 내 앞길을 막고 섰다는 걸 깨달았다.처음엔 우리가 같은 드문 눈동자 색을 가진 게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비꼬는 눈빛을 보자마자 머리를 한 대 후려치고 싶어졌다.역시 이 모든 계획의 일부였어!“너...!”나는 그의 옷깃을 움켜쥐며 소리치려 했다. 그는 내 손목을 조심스레 잡아 더 이상 다치지 않게 막았고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난 그냥, 나이팅게일 짝퉁 때문에 난리 난 줄 알았는데?”“이 나쁜 놈! 네가 다 계획한 거잖아!”나는 손을 빼내려 했지만, 실패했다.“놓으라고!”“이름이 뭐야?”그가 갑자기 물었다.블랙 다이아처럼 빛나는 눈이 위험하게 가늘어지며, 그는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이봐요!”그때 연수가 날카롭게 외쳤다. 마치 인형이 갑자기 생명을 얻은 듯한 반응이었다. 놀라움과 당황, 그리고 긴장이 뒤섞인 그녀였지만 나를 향한 잘못된 시선에는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그건 거의 본능 같았다.“미안…”그 남자는 갑자기 위협적인 기운을 거두고, 연수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물러났다.“다시 만나서 반가워, 작은 고양이.”연수는 눈을 크게 뜨고, 눈썹이 거의 이마 위로 사라질 정도로 치켜올랐다. 그녀에게 감히 농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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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3천만 원짜리 드레스

신지수의 시점“그러니까... 내가 짝퉁을 샀다는 말이군요?”잘생긴 낯선 남자는 여전히 연수를 놓지 않았지만, 그 대신 못되게 굴던 여자애들 무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보냈다. 순간 그의 모든 동작이 우아해 보이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눈을 떼기 어려울 만큼.연수도 똑같이 느낀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안긴 채, 반쯤 반한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저...”못된 여자애들은 무리의 가운데에 서 있던 이지아, 다솔의 베스트 프렌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더듬으며 말했다. “내 말은... 그러니까...”눈은 다솔 쪽으로 이리저리 움직였고 지금 뭔가 지시가 필요하다는 듯 눈치만 보고 있었다.“실례지만, 누구시라고 했죠?”다솔이 가볍게 기침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톤은 공손했고, 목소리는 듣기 좋았다.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 쓰는 목소리다.아무래도 이 낯선 남자가 잘생겼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 같았다. 혹은 다솔이 그의 고급 맞춤 정장을 제대로 판단한 것일 수도 있있고.낯선 남자는 그 말에 재미있다는 듯 한쪽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기분 좋게 놀란 얼굴이었다.나는 다시 긴장했다.다솔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면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진짜 모습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지후의 경우엔... 거의 영원한 시간이 걸렸지만…“제 이름이, 제가 받았던 오해와 무슨 관련이 있죠?”놀랍게도, 낯선 남자는 아주 부드러운 거절로 그녀를 밀어냈다. 다솔이 이런 대우를 받는 걸 처음 봤다. 그녀는 언제나 남자들의 호의를 수집하듯 즐기는 사람인데 말이다.“전 아무런 비난도 한 적 없어요. 불쾌하게 했다면 사과드릴게요.”다솔의 쓴웃음은 완벽했다. 억울하지만 예의는 잃지 않는 불쌍한 소녀, 거기에 눈동자에는 살짝 슬픔까지 담겨 있었다. 내가 다솔을 모르고 있었다면, 정말 믿었을지도 모른다.나는 다솔과 낯선 남자 사이를 불안하게 번갈아 쳐다보며 나도 모르게 손바닥을 꽉 쥐어 손톱이 박힐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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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침묵을 깬다

신지수의 시점그 순간 주변은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졌다.설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할머니가 이미 상황을 정리해주려 했는데, 이 낯선 남자는 그걸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다솔은 억지로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터무니없는 거짓말쟁이에게 실망했다’는 표정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할머니조차 놀란 듯했다.연수는 걱정스러운 시선을 그에게 보냈고, 그는 다정한 미소로 그녀를 안심시켰다.못된 여자애들은 여전히 비웃음과 공격을 섞어 뱉어내고 있었지만, 그 어떤 말 중 하나도 그에게는 닿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공손한 미소를 지은 채, 다솔만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당신 질문엔... 굳이 대답하고 싶지 않네요.”다솔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당신이 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으니까요.”이름 말이지?물론 대답은 안 했지만, 그게 그렇게 예의에 어긋난다고는…“왜 그랬는지…”낯선 남자가 다솔에게 한 걸음 다가섰고, 다솔은 놀란 듯 뒷걸음질쳤다.바로 그 순간, 지후가 앞으로 나와 다솔과 그 남자 사이에 섰다.“어찌할 생각은 없어요. 그저 나를 향해 상당히 날카로운 비난을 던진 아가씨와 대화를 하고 싶은 것뿐입니다.”낯선 남자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그는 지후가 누군지 모른다! 이 도시에서 지후에게 이렇게 말할 사람은 없었다. 그저 동등하게 대할 뿐 무례한 건 아니었다…분명 그는 외지인이다!그래서 상류층처럼 보이면서도, 이 파티에서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거다.할머니조차도.“흠...”말해주고 싶었지만, 할머니는 벌써 둥글게 둘러싼 사람들 속에서 나와 나를 데리고 다시 바깥쪽으로 빠져나갔다.“내가 너무 빨리 나섰나 보군.”할머니는 씩 웃으며 말했다.“저 녀석, 꽤 멀리까지 보네.”멀리... 보다니요? 뭘요?“나이팅게일이란 브랜드 말인데 말이지.”그 남자가 갑자기 연수를 향해 돌아서며 마치 수업을 가르치는 선생처럼 따뜻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세상에 단 하나뿐인 맞춤 제작일 경우엔 그 옷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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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오직 하나뿐인 주인

신지수의 시점이쯤 되면 다솔이 거짓말을 했다는 건 모두가 알게 되었다. 이지아도 마찬가지. 그리고 그녀는 자기 대신 다솔을 희생시키기로 한 것 같았다.욕을 한 사람은 이지아였고, 그녀가 사과를 한다면 자기가 연수를 괴롭힌 사람이란 걸 인정하게 되는 셈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절친을 위한 정의”를 위해 한 일이라고 주장해왔는데 이제 그 절친이 거짓말을 한 게 들통 나버린 것이다.“나, 나는 너한테 드레스를 보여준 적 없어! 지아...”다솔은 고개를 홱 들며 이지아를 바라봤다. 그 목소리는 아픔에 떨리고 있었다.“네가 뭔가 오해했다면 미안해. 하지만 내가 저 드레스가 짝퉁이라고 말한 적은 없잖아...”“하지만 넌 그렇게…”이지아가 되받아치려다가 얼굴이 굳어버렸다.나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이지아는 아직 너무 순진하다. 다솔은 거짓말을 정말 잘했고, 거짓말을 할 때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다.아마 다솔은 연수랑 똑같은 드레스를 가지고 있다고 은근히 말했거나 혹은 그냥 연수가 가난하다는 식으로 둘러댔을 가능성이 높았다.그 정도만 해도, 이지아 같은 애들은 ‘연수가 짝퉁을 입고 왔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게 이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먹잇감이었다. 우월감을 즐기기 위해. 그저 재미로.이지아도, 다솔도 둘 다 무죄는 아니다. 둘 다 못됐지만, 단지 다솔이 이지아보다 더 교활하고 능숙한 악당일 뿐이었다.“이 썅년아! 날 이용했어?”이지아는 예의고 뭐고 다 잊은 채 소리치며 핸드백을 휘둘러 다솔을 향해 던지려 했지만 지후가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이제 이 드라마도 지루해졌다. 나는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이지아는 몰랐나 보다. 다솔한테는 수호천사가 있다는 걸.“이만 하면 됐어.”지후가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경고했고 이지아의 얼굴엔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순간 흥분한 나머지 지후가 방송계 절반을 좌지우지하는 인물이라는 걸 깜빡했던 것이다.“나는 그냥, 아빠가 나한테도 같은 드레스를 사줬다고 했을 뿐이야...”다솔은 지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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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임현택

임현택의 시점나는 여동생을 찾고 있다.20년 전에 실종되었고, 그 후로 지금까지 찾아 헤매고 있다.내가 알고 있는 건 그녀가 북해에서 사라졌다는 것. 엄마의 시신을 거기서 발견했으니까.하지만 내 동생은 엄마 곁에 없었다.경찰은 몇 년 후에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아마 야생동물에게 먹혔을 거라나. 과연 슬픔에 빠진 가족에게 해줄 말이 그거 밖에 없나 싶었다. 어이없는 소리였다.나는 경찰에게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들은 결국 사건을 종결했다. 소송이라도 걸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말리셨다. 그들이 잘못한 건 아니라며.잘못은 나에게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죄책감으로는 살 수 없었다.그래서 나는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사람 속의 어둠을 수없이 보면서 이런 불공정한 일이 또 벌어졌을 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에게든, 누군가에게든.게다가 로펌은 수사를 가장 잘 위장할 수 있는 직업이었다. 나는 학업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졸업해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해 전역을 샅샅이 뒤졌다.그 후로 3개 도시를 더 넘었다.지금이 네 번째 정착지다.나는 항상 차에 최신 명품 드레스를 한 벌씩을 실어둔다. 언젠가 여동생을 찾게 되면 그녀를 기쁘게 해줄 선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내 마음속 그 드레스들은 언젠가 만날 동생의 것이었다. 그 어떤 여자에게도 준 적이 없었다. 지금도 집에 가면 드레스가 가득한 옷장이 있다. 모두 그녀를 위해 고른 것들. 지금 이 사이즈가 맞기나 할지, 그건 모르겠지만 말이다.그러던 중, 귀여운 작은 고양이 같은 아이를 봤다. 그녀는 내가 만나본 어떤 여자와도 달랐다. 그렇다. 나는 많은 여자를 봐왔다.변호사 일을 하다 보면 세상의 온갖 인간을 마주치게 된다. 그들의 눈에서 나는 거짓과 탐욕, 증오, 분노를 본다. 그중 가장 흔한 건, 오만함과 자기연민. 부를 갖고 있어서든, 못 가져서든 생겨나는 감정들.하지만 그녀에겐 그런 게 없었다.그녀의 눈은 내가 수년간 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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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용감한 나의 작은 보물

윤지후의 시점오늘 일어난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이지아는 고등학교 때부터 소위 말하는 ‘못된 애들’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난 그녀의 말은 전혀 믿지 않는다.그리고 다솔은 원래 이지아와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게 정말 단순한 오해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이렇게까지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나는 지금까지 다솔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하지만 지금은... 그 확신이 무너졌다. 그녀가 지수의 메시지를 신호철에게 전했다고 거짓말한 이후로.신강훈이 “지수가 집을 나가려 하면 무조건 다솔에게 알려라”고 말했던 걸 들은 이후로.다솔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가능성을 나는 인정하지 못했었다.“지후, 무슨 일이야?”나는 다솔을 파티장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순진하게 물었다. 언제나 내가 믿어왔던, 따뜻한 미소가 담긴 눈으로.나는 그녀를 믿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보였던 죄책감과 두려움은 지금, 그녀의 눈에서 너무도 빠르게 사라졌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 다솔.”나는 그 남자를 몰랐다. 하지만 그의 정장 하나만 해도 최소 9자리 숫자는 되어 보였다. 그 옷값만 봐도, 그는 드레스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평화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어했고,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드러난 진실보다 더 추악한 진실이 숨어 있다는 걸 나는 느껴 버렸다.그리고 나는... 거짓말에 속는 걸 아주 싫어한다. 다솔의 미소가 잠시 멈추고, 그 눈에 상처와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지후... 설마 너도 내가 거짓말했다고 믿는 거야?”그녀 눈에 담긴 고통을 보는 건 괴롭다. 나는 그녀를 그런 고통으로부터 지키겠다고 맹세했었다.“그냥 묻는 거야, 다솔.”나는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췄다.“너도 그 자리에 있었잖아. 그러니까 진연수가 왜 그 표적이 된 건지 정확히 알고 싶어.”솔직히 말해서 진연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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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

신지수의 시점나는 할머니에게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그저 가만히 서서 지후와 다솔이 이야기하고, 웃고… 포옹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할머니도 조용히, 놀라움 없이 그 광경을 보고 계셨다. 할머니는 다솔이 자신의 생일에 와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지후와 친밀함을 드러내는 것을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도대체 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실까?다솔이 문제다.“다솔 때문이니?”갑자기 할머니가 나를 향해 돌아서며 물으셨다.나는 지후가 다솔을 꼭 껴안고 있는, 길고 조용하며 마음이 담긴 포옹에서 눈을 땠다.지후가 이혼 서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나는 이제 더 이상 판단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장면이 내 마음에 쓰라린 것은 변하지 않는다.그는 내가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커플’ 연기를 하자고 부탁했던 파티에서, 다솔을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처럼 품에 끌어안고 있을 때, 나는 분노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슬펐다. 깊고 푸른, 압도적인 슬픔의 구름이 내 세상을 덮었다.지금 이 순간, 나는 마치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을 갈라놓은 악당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너무도 견고하고 멈출 수 없어서 결국 그들은 다시 만났을 때 웃지도 않고, 키스하지도 않고, 드라마틱한 표현도 하지 않았다.그저 꼭 껴안았다. 마치 그들이 서로에게서 완전함을 찾은 듯이.누가 그런 사랑을 깨뜨릴 수 있을까? 분명 나는 그럴 수 없다.“아니, 다솔이 문제였던 적은 없었어요…”나는 할머니에게, 혹은 아마도 나 자신에게 중얼거렸다.“문제는 나예요. 나는 더 이상 버티고 싶지 않아요.”할머니는 한숨을 쉬셨다.“지수, 내가…”“알아요.”나는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그 말씀하셨던 거 기억해요.”내가 지후의 약혼자로 처음 할머니 댁을 방문했을 때, 할머니는 결혼은 하지 말라고 경고하셨다.‘이러지 않는 게 나을 거야. 지금 포기하는 게 네게 더 좋아. 나는 그 결혼을 축복하지 않을 거고, 넌 후회하게 될 거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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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할머니의 축복

신지수의 시점“네 눈이 이제 그를 따라다니지 않아. 그를 바라볼 때도, 그 안에는 깊은 슬픔만이 가득해. 결국 최악의 일이 벌어졌구나...”할머니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나는 네가 결혼하길 원하지 않았어. 이러길 원치 않았거든. 내 불쌍한 아이야. 네 눈 속에 있던 소중한 빛이 희미해질 만큼 아프길 바라지는 않았어... 결국 난 널 지켜내지 못했구나.”“할머니…!”나는 충격에 속삭였다. 할머니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고, 우리가 할머니를 속였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이번엔 정말 심하게 다쳤구나?”할머니가 차갑게 물으셨다. 이번엔 그 차가움이 지후를 향한 것이었다. 왠지 그 말이 나를 가장 따뜻하게 해주었다. 할머니는 무엇보다도 지후의 가족이었고, 내가 손자를 협박하지 않았다면 나를 가족으로 여기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일이 잘못됐을 때, 할머니는 아무 질문 없이 내 편을 들어주셨다. 그 누구도 나에게 그런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후와 나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옳고 그름이 명확하지 않았다.그는 다솔을 원했고, 나는 그를 원했다. 그는 다솔 때문에 나를 아프게 했고, 이제 나는 그를 원하지 않는다.그가 끔찍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는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한때 두려움 없이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꺼져 버렸다. 그게 전부다.“너 이혼할 거지?”할머니가 갑자기 물으셨다.내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도 할머니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으셨다. 그저 나를 한 번 보고 모든 것을 알아차리셨다.“그런데 왜 지후가 다솔과 사귀는 걸 반대하신 거예요?”나는 주제를 돌렸다. 이제 진실이 할머니 앞에 드러나서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다솔도 그를 사랑하잖아요.”“그렇다고 생각하니?”할머니가 아래층에서 즐겁게 이야기하는 지후와 다솔을 냉정하게 바라보셨다.“다솔은 지후를 원해, 물론이지. 지후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니야. 네가 그에게 준 사랑과는 달라.”나는 동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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