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수의 시점.택시를 타고 다솔이가 있는 병원으로 가는 길, 그곳엔 윤지후가 있을 것이다. 가는 내내 차멀미 때문인지, 입덧 때문인지, 아니면 이 상황 자체가 지긋지긋해서인지 속이 울렁거렸다. 언제나 제일 싫어하던 길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난 10년간 수도 없이 반복한 길이었다.결혼 전부터 다솔은 늘 병원에 있었고 지후는 언제나 그녀 곁에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내 동생을 사랑했을 때부터 모든 일이 시작됐다. 다솔은 빌레브란트 병과 RH- 혈액형을 가지고 있었다. 출혈이 멈추지 않는 병에다, 인구의 0.3%만 가진 희귀 혈액형이었으니 사소한 상처 하나도 그녀에겐 치명적이었다.그래서 다솔은 우리 가족의 특별한 존재였다. 모두가 아끼고 그녀가 원하는 건 뭐든 손에 쥐게 해주는 우리 가족의 중심이었다.그리고 나는.늘 투명 인간 취급을 받았다.부모님의 관심은 늘 다솔에게만 향했다. 오빠는 내가 다솔의 건강을 훔쳐갔다고 믿으며, 날 미워했다.그리고 나는... 다솔의 남자를 빼앗았다.사실, 가족은 내가 지후와 결혼하기 전부터 이미 나를 미워하고 있었다.지후와 결혼한 건 단지 그들의 마음속에 숨어 있던 증오를 드러내는 계기일 뿐이었다.맞다, 나는 잘못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렀다.그와 결혼했지만 지난 5년 동안 내가 받은 건 고통뿐이었다. 나는 사랑으로 모든 죄를 갚을 수 있다고 믿었다.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 그를 사랑하면 죄를 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식 날, 그의 아내가 되는 순간 내 인생이 완벽해졌다고 믿었다.하지만 결혼 첫날밤을 혼자 보냈을 때 이미 알았어야 했다.그는, 내가 사랑했던 10년 전의 영웅이 아니었다는 걸. 그리고 다시는 나를 위해 그런 사람이 되어주지 않을 거라는 걸.“미안, 계획대로 진행할게. 그래도 될까?”나는 한설아에게 문자를 보냈다.방금 전 비행기를 취소해 달라고 했다가 다시 부탁하려니 마음이 무거웠다.[그럼. 언제든지.]그녀의 답장에 나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이제 더는 물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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