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1351 - Chapter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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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1화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긴 속눈썹이 눈동자 깊은 곳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추었다.목강수는 김단의 침목을 지켜보았다. 그는 최지습과 김단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거라. 나중에 일곱째에게 찾아보라고 시키마.”일곱째 목진림은 목씨 가문에서 정보 수집을 담당하고 있었다.김단은 목강수가 목진림을 내세우는 것이 그저 자신을 안심시키고 이곳에 머물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이에 그녀는 목강수의 뜻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말했다. “숙부님, 감사드립니다.”목강수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 “별일 아니다. 그런데 둘째 황자 저택에 있는 며칠 동안 무슨 일 없었느냐? 황자의 몸은 괜찮고?”김단은 목진림의 사람이 둘째 황자 저택 깊숙까지 침투되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목강수에게 거짓을 고하지 않았다.심지어 소한에 관한 일까지 말했다.목강수는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 장군이 둘째 황자의 손에 넘어가 기억을 잃었다니. 그렇지만 단이의 의술이 뛰어나니 분명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김단은 여전히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좀 어렵긴 하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말을 하던 김단은 돌연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숙부님, 몽설 낭자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목강수의 표정이 한순간 굳어졌다. “몽설이? 걔는 왜 찾느냐?”김단의 얼굴에 수줍음이 드러났다. “그저 여인들끼리 나눌 은밀한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몽설 낭자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요.”“아, 그래…” 목강수의 표정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바깥의 날씨 이야기를 하듯 자연스럽게 말했다.“하필 엇갈렸구나. 그 애는 며칠 전 도성 밖의 보제사로 기도를 드리러 갔단다. 그곳에서 며칠 묵으며 재계하고 기도를 드려야 하니, 한동안 돌아오지 못할 것 같구나.”보제사? 기도를 드리다니? 재계하며 기도를 드려? 김단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핑계가 너무 조악해서 웃음이 나올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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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2화

영칠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의 그림자가 흔들리더니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영칠이 다시 나타났다.“곡주님, 확인했습니다. 목몽설은 저택을 나가지 않았고, 보제사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는 잠시 멈칫하며 그 잔혹한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심하는 듯했다. “목몽설은… ‘정사재’에 갇혀 있었습니다.”정사재?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곳이 어떤 곳입니까?”“목씨 가문에서 큰 잘못을 저지른 여인들을 가두는 곳인 듯합니다. 후원의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황궁의 냉궁과 비슷합니다.”김단의 심장은 순식간에 바닥까지 떨어졌다. “목몽설이 금지 구역의 비밀을 누설해서 갇힌 것이 분명합니다.”김단의 말에 영칠도 크게 동의했다.하지만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언가를 말하려다 머뭇거렸다.김단은 그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든 말해 주십시오. 숨기실 필요 없습니다.”영칠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목소리를 더욱 작게 하여 말했다. “목몽설이 정사재에 갇히기 전에, 벙어리가 된 것 같았습니다.”쿵!김단은 머릿속에서 천둥이 내려치는 것 같았다. 눈앞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고, 귓속에는 시끄러운 웅웅 소리만이 들렸다.벙어리가 되었다고?가두는 것만으로도 부족해서, 심지어 벙어리로 만들었다고?엄청난 충격이 몰려왔다. 김단은 순간 균형을 잃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슴이 쿡쿡 쑤셨다. 마치 벌레가 갉아먹는 듯했다.고작 목몽설이 금지 구역의 비밀을 누설했기 때문에?하지만 목몽설이 금지 구역의 비밀을 정말 다 알고 있었을까?그녀가 누설한 내용이 정말 전부였을까?만약 아니더라도 목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를 벙어리로 만들고 가두었다면, 그것 만으로 그들이 정말 잔인하고 악독한 사람이라는 걸 뜻하지 않겠나!김단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그녀는 옆의 의자를 짚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머릿속에는 과거 심묵이 그녀에게 들려주었던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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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3화

서재 안, 목설하는 창가에 서서 붓을 잡고 유유자적 글씨를 쓰고 있었다. 옅은 먹 향이 풍겼다.그는 발소리를 들었지만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나지막이 말했다. “단이 낭자 왔는가? 앉으시오.”그의 목소리는 잔잔하고,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김단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녀는 그와 필요 이상의 말을 주고받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오라버니께서는 몽설 낭자가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목설하는 여전히 뒤돌아보지 않고 나지막이 물었다. “숙부께서는 뭐라 하셨소?”“숙부님께서는 몽설 낭자가 절에 기도를 드리러 갔다고 하셨습니다.” 김단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나도 알고 있소.” 목설하는 끝내 붓을 내려놓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그의 눈매는 목씨 가문 사람 특유의 청아하고 고상한 기품이 느껴졌다.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김단을 보는 그의 눈빛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차가운 연못처럼 어떠한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김단은 그의 차가운 눈빛에 숨이 턱 막혔다. “알고 계시다니요?”“몽설은 정사재에 갇혀 있고, 숙부님께서 벙어리로 만들었지.” 그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마치 친동생의 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몽설의 성격 상 절에 갈 리는 없고, 기도를 드리러 갈 리도 없소. 숙부님께서 낭자에게 그렇게 말한 것은 그저 낭자를 떠보기 위함이지. 만약 낭자가 몽설을 구하러 간다면, 숙부님께서는 다음 행동을 취하셨을 것이오.”이내 목설하의 미소가 더욱 부드럽고 짙어졌다. “오히려 내가 낭자에게 고맙다고 해야겠군. 충동적으로 행동해주지 않았으니.”김단은 다소 의아한 눈빛으로 말했다. “어찌 그리 담담하게 말씀하십니까? 그분은 오라버니의 누이입니다!”하지만 목설하의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평온했다. “그 애는 가문의 기밀을 누설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오. 숙부님께서는… 미리 손을 봐주신 것이지.”“손을 봐주셨다니요?” 김단은 방금 들은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벙어리로 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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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4화

목설하는 몸을 약간 숙여 김단의 귓가에 다가섰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차가운 귓불에 닿았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그녀를 얼음 구덩이로 내모는 것 같았다. “최지습의 행방을 알고 싶소? 소 장군을 구하고 싶소? 그리고… 몽설을 구하고 싶은 것 아니오?”순간 김단의 몸이 굳어졌고,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그녀는 지척에 있는 그의 눈을 뚫어지라 응시했다.목설하는 그녀의 눈에서 솓구치는 희망과 경계의 불씨를 보았다. 그의 입가의 웃음이 더욱 깊어졌다. 그 웃음에는 잔혹한 조롱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얌전히… 기, 다, 리, 시, 오.”그는 몸을 바로 세우고 처음과 같은 청렴하고 고귀한 선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의 시선은 그녀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그녀에게 무언의 선고를 내리는 듯했다.“사흘 뒤, 보름달이 뜨는 밤.” 그의 목소리가 서재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거부할 수 없는 중압감이 느껴졌다. “모든 것이 자연히 밝혀질 것이오.”보름달이 뜨는 밤! 사흘 뒤!이 말들은 순간 무거운 족쇄로 변해 김단의 심장에 채워졌다.목설하는 더 그녀를 보지 않은 채 몸을 돌려 다시 붓을 잡았다. 그는 무심하게 작별을 고했다. “말은 여기까지 하겠소. 단이 낭자, 돌아가시오. 부디 사흘 간… 몸조심하시오.”김단은 어떻게 ‘송도원’을 나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한낮의 햇살이 따스하게 쏟아졌지만, 그녀는 약간의 온기조차 느낄 수 없었다.‘보름달이 뜨는 밤, 자연히 밝혀질 것이다.’ 이 말은 마법의 주문처럼 그녀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맴돌았다.그녀는 직감했다. 사흘 뒤, 그녀는 목씨 가문의 금지 구역이 어떤 곳인지 직접 보게 될 것이다!하지만 이런 예감에도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마음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흥분이 끓어올랐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제 결판을 낼 때가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그 시각, 둘째 황자의 저택.우문호는 붓을 들고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서재 문이 거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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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5화

그는 찻잔을 내려놓고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낮은 목소리는 상대를 꿰뚫어 보는 듯 차가웠다. “왜 그러시오? 소 장군이 유독 ‘금지 구역’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것 같소.”그는 소한의 몸이 격하게 떨리고 얼굴이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창백해지며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는 것을 보았다.혼란스러운 기억의 조각들이 강한 자극을 받아 미친 듯이 그의 의식을 휘저었고, 살이 찢기는 듯한 극한의 고통이 느껴졌다. “말해보시오, 금지 구역에 대체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이오?” 우문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대체 무엇이 있길래 목씨 가문이 그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자네를 쫓고 있는 것이며, 자네를 곤경으로 몰아넣으려는 것이오?”“윽!” 소한은 끝내 참고 있던 낮은 신음을 터뜨렸다. 그는 매서운 얼굴로 고개를 들었고,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혼란, 고통, 그리고 억눌러왔던 폭력성이 뒤섞여 있었다.그는 우문호를 뚫어지라 노려보았다. 그의 표정에서 답을 찾으려는 듯했지만, 결국 휘몰아치던 기억의 파도는 다시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막혔다. 남게 된 것은 망연자실한 무력감과 더 깊어진 공포심뿐이었다. “난… 난 기억나지 않소… 그렇지만, 단이 낭자가 위험하오! 내가 목씨 가문으로 가야 하오!”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멈추시오!” 우문호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그가 순식간에 소한의 앞을 막아섰다. 그는 한 손으로 소한의 어깨를 눌렀고, 천근 같은 힘에 소한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소한은 온몸을 감싸는 내공의 압박을 느꼈다. 중상을 입고 아직 채 회복되지 않은 그는 조금도 저항할 수 없었다. 온몸의 힘을 쥐어짜내서야 겨우 무릎을 꿇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그는 눈을 부릅뜨고 우문호를 노려보며 외쳤다. “비키시오!”우문호는 분노와 무력감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조금의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았고, 잔인할 정도의 조롱만이 담겨있었다. “목씨 가문에 가겠다는 것이오? 지금 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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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6화

“심 선생?” 우문호는 경계심을 감추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어찌 이곳에 오셨소?”“소 장군을 모시러 왔지요.” 심월은 옅게 웃었다. “김단 낭자가 떠나기 전에 저에게 소 장군을 돌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말을 마친 심월은 한 손으로 소한의 팔을 잡아 그를 안정적으로 부축하며 말했다. “소 장군께서는 몸이 약하시니, 푹 쉬셔야 합니다.”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소한은 김단이 심월에게 자신을 부탁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누그러졌다.그는 우문호를 한 번 보고, 심월을 한 번 보았다.둘을 번갈아 비교해 보니, 확실히 심월이 더 믿을 만했다.이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심월은 우문호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옅게 웃었다. “그럼 저는 이만 소 장군을 부축하여 돌아가 쉬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우문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소한을 부축하여 떠났다.소한의 거처로 돌아온 후에야 심월은 손을 놓았다. 그는 소한을 바라보며 얼굴을 굳혔다.“소 장군께서는 언제나 자각하고 계셔야 합니다.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니, 무리하게 힘을 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입니다.”“얼마나 더 걸리는 것이오?” 소한이 갑자기 그의 말을 끊고 물었다.심월은 순간 멈칫하더니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듯 되물었다. “무엇 말입니까?”소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무심하게 되물었다.“완전히 회복되려면 얼마나 더 걸리는 것이오?”심월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김단 낭자의 처방을 보아하니 매우 위험하지만 그 약효 역시 굉장하였습니다. 소 장군께서도 이미 느끼고 계실 겁니다.”소한 역시 체감하고 있었다.김단이 오기 전, 그는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어야만 하는 신세였다. 그런데 지금은 우문호의 서재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도 있었다.심월이 말을 이었다. “만약 한 번 더 약탕에 몸을 담근다면, 소 장군 몸속 경맥도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그렇다면 한 번 더 하게 해주시오!” 소한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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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7화

심월은 옆에 서서 소한을 설득했다. “소 장군, 잘 생각 해보셨습니까? 만약 버티지 못하시면, 김단 낭자의 마지막 모습조차 보지 못할 것입니다.”소한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비장한 결의를 품고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욕탕 속으로 들어갔다!강력한 약효가 이전의 열 배 이상의 극한의 고통으로 나타나며 순식간에 소한의 온몸에 휘몰아쳤다!뜨거운 약탕은 더 이상 상처를 치료해주는 성스러운 약물이 아닌, 시뻘겋게 달아오른 인두였다. 수많은 독 바늘이 그의 피부 속을 미친 듯이 파고들고, 근육을 통과해 뼈까지 찌르는 듯했다!그는 몸속의 망가진 경락을 강력한 약효가 마구 휘젓고 다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힘이 지나가는 곳은 수 십 마리의 야생마에게 짓밟힌 것처럼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온몸의 혈관이 튀어나왔고, 피부는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피가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마침내 소한은 야수와 같이 고통스럽고 억눌린 포효를 터뜨렸다. “으악!”이것은 그가 약탕에 몸을 담근 이래, 처음으로 참지 못하고 내지른 고통의 비명이었다.그의 몸은 약탕 속에서 격렬하게 떨리고 비틀렸다. 그는 두 손으로 욕탕의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었다.극한의 고통으로 얼굴은 일그러지고 변형되었다. 이빨은 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혔고, 마치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심월은 욕탕 앞에 서서 근심 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는 온 신경을 집중해 소한의 상태를 주시했고, 계속해서 은침을 정확히 주요 혈자리에 찔러 넣었다. 약효를 유도함과 동시에 그의 심장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그는 복잡한 심정이 들었고 심지어는 연민마저 느껴졌다.‘소한, 소한… 지금 자네는 낭자를 위해 이 지옥 같은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지만, 과거 자네가 직접 두 손으로 낭자를 벼랑 끝까지 몰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오?’‘만약 기억을 되찾은 자네가 낭자를 세답방에 3년씩이나 버려두고 모른 척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자네는 어찌할 것이오? 스스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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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8화

“오라버니, 이 사탕 드셔 보세요. 조모님께서 말씀하시길, 이걸 먹으면 안 아프대요.”어둠 속에서 맑고 경쾌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마치 칠흑 같은 밤을 비추는 별빛처럼, 영혼이 가야할 길을 안내하는 것 같았다.“오라버니, 아버님 어머님의 말씀을 들으세요. 더는 저 대신 그 나쁜 놈들을 혼내주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겠습니다!”“오라버니, 보세요. 제가 수놓은 원앙이에요!”“오라버니, 저와 혼인해 주실 수 겠어요?”작은 체구의 형상이 점차 선명해졌다. 소한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갑자기 아주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오라버니… 오라버니…”누굴까?소한의 의식은 마치 가라앉는 배처럼 칠흑 같고 차가운 바다 밑으로 가라 앉았고, 위로 떠오르기 위해 힘겹게 몸부림쳤다.무거워진 눈꺼풀은 천근과 같았다. 한 번 눈을 뜨려 할 때마다 남아 있던 모든 기력이 소모되는 듯했다.마침내, 한 줄기 희미한 빛이 어둠을 뚫고 들어왔다. 그의 시야에는 흐릿하고 혼란스럽던 회색 빛에서 점차 침상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온몸의 사지에는 허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고 근육이 힘을 잃은 것 같았다.하지만 깊은 피로감 너머로, 또 다른 기이한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또렷해졌다. 마치 무수히 많은 작은 벌레들이 회복된 경락을 따라 천천히 기어가는 것 같았다. 손끝과 발바닥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퍼져 나갔고, 마침내 머리끝까지 모여들어 소름 끼치는 저릿함과 따끔거림이 느껴졌다.이런 감각이 낯설고 두려웠지만, 그는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그의 모든 신경은 아직 채 가시지 않는 꿈 속의 잔상을 향해 있었다.몇 번이고 그를 ‘오라버니’ 라고 불렀던 그 사람… 도대체 누구일까?왜 그녀의 목소리는 겹겹의 장벽을 뚫고 들어와, 그의 마음에 이토록 격한 파동을 일으키는 것일까?왜 그 희미한 형상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꽉 쥐여진 것처럼 숨 막히도록 아파오는 것일까?그와 그녀는, 도대체 무슨 관계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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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9화

이 짧은 한 문장이 심월의 귓가에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순식간에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며 종이처럼 창백해졌다!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재빨리 손을 뻗어 소한의 손목을 잡았다. 세 손가락으로 정확히 맥을 짚었고, 정신을 집중해 자세히 살폈다.손끝으로 전해지는 맥박에 그의 얼굴을 점점 더 굳어졌다. 소한의 경락은 정말 기적적으로 회복되어 있었다. 그 기운이 미약하긴 했지만 제대로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예전처럼 회복될 터였다.하지만 머릿속의 혈전은 사라지지 않고, 되려 더욱 커지고 끈적해져 있었다!더욱 끔찍한 것은, 잠복해 있던 ‘뼈를 깎아 먹는’ 독이 숙주가 극도로 허약해진 기회를 틈타 미친 듯이 반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은 이미 뼈에 들러붙는 구더기처럼 깊숙이 오장육부에 파고들어, 몸의 주요 부위에 자리 잡고 치명적인 독기를 내뿜고 있었다!심월은 황급히 고개를 들어 심각한 표정으로 소한을 바라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달려갔다. 그는 붓을 들고 재빨리 글을 써 내려갔다.소 장군의 경락은 회복되었으나, 정신이 혼미하고 기억을 모두 잃었으며, 혈전이 심해지고 독의 강세가 더욱 심해져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자옥정초가 시급합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 서신은 김단의 손에 들어갔다.서신 속 글자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심장을 후벼 팠다.그녀가 줄곧 걱정했던 일이 결국 일어나고야 말았다.뼈를 갉아먹는 독이 이미 오장육부에까지 침투했다. 빨리 해독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소한의 시신만을 챙겨 조선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과거 소한이 떠날 때 입었던 부상을 떠올리자, 김단의 마음은 한참동안 진정되지 않았다.그녀는 반드시 자옥정초를 손에 넣어야 했다!사흘…그녀는 서신을 손에 쥐고 꽉 쥐었다.그녀는 남은 사흘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만 했다!한편, 목강수의 서재.목설하와 목설원은 공손한 자세로 양옆에 서 있었다.그리고 목강수는 책상에 몸을 기댄 채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얼마의 시간이 흘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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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0화

이 말을 듣자 목설하도 곧장 목설원처럼 땅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 역시 더 이상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목설원의 이마에서는 여전히 소리 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작은 핏자국을 만들었다.목강수의 흐릿하면서도 매와 같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의 초라한 모습을 천천히 훑어보았다.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무거운 발걸음이 땅을 울리며 느리고도 또렷한 소리를 냈다. 마치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종소리 같았다.그는 두 사람 앞으로 다가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목씨 가문 젊은 세대들 중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응시했다.“고개 들거라.” 목강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지만, 형언할 수 없는 피로감과 실망감 역시 느껴졌다.목설하와 목설원은 그의 말에 따라 힘겹게 고개를 들었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없었다.“너희는,” 목강수의 시선은 젊지만 두려움에 가득 차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오갔다.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목씨 가문의 젊은 세대들 중 가장 실력 있고,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두 사람이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는 마치 목씨 가문의 백 년간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듯했다. “난 이미 늙었다. 너희의 숙부들도 모두 늙었지. 목씨 가문의 미래, 그리고 지난 백 년의 영광과 흥망성쇠는 모두 너희에게 달려 있다는 뜻이다!”이 말에는 진심 어린 염원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족쇄와 같았다.목설하는 어깨에 짊어진 부담이 순간 천 근의 무게보다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목강수의 시선은 끝내 목설원의 창백하고 피로 가득한 얼굴로 향했다. 그의 말투는 순간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측은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사람이 풀이나 나무도 아니고, 어찌 정을 가질 수 않을 수 있겠느냐?” 그가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거운 망치처럼 내리꽂혔다. “하지만 목씨 가문의 사람으로서! 모든 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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