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1371 - Chapter 1380

1576 Chapters

제1371화

그의 눈빛은 이미 완연히 달라져, 탁한 눈알에 새빨간 핏줄이 뒤엉키고 짐승 같은 탐욕과 광기가 번쩍였다.“부족해! 부족해! 아직도 한참 모자라!” 목강수가 쉼 없이 선혈에 젖어 가는 석단을 사납게 응시하며, 입술을 신경질적으로 달싹이고 몽설 같은 낮은 울음을 토했다. “너는 그 그림 속 인물과 똑같아… 똑같구나! 네 피! 오직 네 피만이 열쇠야! 너라면 반드시 보장을 열 수 있어! 반드시!”마치 편벽한 환혹에 완전히 빠진 듯, 목강수는 김단의 고통과 몸부림을 못 본 체한 채 중얼거림을 되풀이했다. “아직 모자랄 뿐이야… 아직 모자랄 뿐이야…”그 쉰 광성은 좁은 통로에 메아리쳐, 지옥의 넋두리처럼 울렸다.이대로면 그녀가 죽는다!김단은 미간을 잔뜩 모은 채 격통을 참아내고, 왼손을 소매 속으로 더듬어 은침을 꺼내 목강수가 철환처럼 틀어 쥔 자신의 오른팔 전완 안쪽에 사정없이 꽂았다.뜻밖의 일격에 목강수는 비수 같은 격통이 팔을 타고 번개처럼 치며, 사람 소리 같지 않은 비명을 질렀다. “아아!”순간 팔의 근육이 경련하듯 굳어 마비되었고, 쇠테 같은 힘이 마침내 느슨해졌다.김단은 피투성이가 된 오른 손목을 홱 빼냈다. 고통에 온몸이 떨렸다.그녀는 손목 위쪽을 있는 힘껏 눌러 지혈을 꾀했다.그러나 선혈은 여전히 손가락 사이로 스며 나와 소매를 붉게 물들이고, 차가운 석바닥으로 뚝… 뚝… 떨어지며 생이 스러지는 카운트처럼 잔음을 남겼다.목강수는 눈을 시뻘겋게 치뜨고 팔에서 은침을 뽑아내며, 목구멍에서 허허 거친 기식 소리를 토하고 또다시 김단에게로 사납게 덤벼들었다.“피를 내게 내어라!” 그는 동귀어진의 광기를 싣고 포효했다.본디 실혈로 기운이 달린 데다 불의의 습격을 당한 김단은 그의 거대한 몸통에 세차게 들이받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차가운 석바닥이 그녀의 척추를 강타하며,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듯 진동이 번졌다.목강수는 곧장 몸을 덮쳐 올라타더니, 비수를 쥔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흔들리는 횃불빛 아래 날카로운 칼끝이 죽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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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2화

김단도 온힘을 다해 버텼으나, 그 얼어붙은 살의는 끝내 옷깃을 찢고 파고들었다. 예리한 단도가 살결을 한 치 한 치 꿰뚫는 감각이 또렷하였다.절망이 심연처럼 서서히 그녀를 삼켜들었다.금역 밖은 암장된 장치에 더해 고수 둘이 지키고 있어, 영칠은 들어올 수 없다…설마 오늘, 이곳에서 참으로 죽게 되는가.바로 그 생사가 한 올 위태에 걸린 찰나에, 김단은 문득 목강수의 힘이 탁 멈칫함을 느꼈다. 자세는 그대로였으나 분명 더는 아래로 힘을 주지 않았다.무슨 연유인가.김단이 놀라 시선을 들자, 어느 틈에인가 장검 하나가 그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그 순간, 시간이 얼어붙은 듯하였다.목강수의 흐린 눈알이 믿기지 않는 듯 아래로 굴러, 가슴앞에 선혈로 물든 검끝을 꾹 응시했다. 막 데운 듯한 핏방울이 거울 같은 검날을 타고 서서히 흘러 내려, 김단의 몸 위로 뚝뚝 떨어졌다.김단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피에 젖은 그 검끝이 시야 전부를 삼키고,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한 경악이 온몸을 차갑게 식혀 손목의 격통마저 잠시 잊게 하였다.그때 거대한 힘이 목강수의 육중한 몸을 해진 자루 끌어내듯 거칠게 뒤로 낚아챘다.“쾅!”목강수는 옆의 석벽에 사납게 내던져졌다가 맥없이 미끄러져 주저앉았다. 가슴의 흉한 상처에서 피가 수문 터지듯 용솟음쳐 발치 바닥을 순식간에 붉게 물들였다.누르던 힘이 홀연 사라지며, 김단은 마침내 구원자의 모습을 또렷이 보았다. 흔들리는 횃불빛 아래, 우람히 곧은 그림자가 암흑을 찢고 섰다. 바로 최지습이었다. 그는 아직 살아 있었다.최지습의 낯빛이 어둑하게 가라앉았다.그는 다가오자마자 제 도포자락을 거칠게 찢어 떼어내고 김단 곁에 쪼그려 앉아, 다친 손목을 살포시 떠받친 뒤 한 겹 한 겹 단단히 감아 매었다.“참아라.” 낮고 깊은 목소리에는 짙은 노기와 아픔이 어른거렸다.그 말끝에 김단의 눈물이 순식간에 터져 내렸다.더는 무엇도 가릴 겨를이 없어 그의 목을 와락 끌어안고, 막혀 나오는 소리로 기쁨과 서러움을 함께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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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3화

탁해진 눈알이 최지습을 꽉 물고 늘어지듯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는 극심한 혼란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절망이 뒤엉켜 있었다.“너… 너… 네가 어떻게… 지하옥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단 말이오?”한 음절 한 음절이 찢겨 산산이 조각난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부글거리며 올라왔고, 그건 곧 이어질 최후의 숨결과 뒤엉켜 흩어져 버렸다.최지습은 사슬에 사지까지 묶였고 독까지 들어 기력이 풀렸던 자다. 더구나 지하옥 사방에는 인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설령 그가 탈출했다 한들, 목씨 가문이 아무 소식도 못 들었다는 것이 말이 되랴. 왜인가. 어째서 그가 여기 있는가.최지습의 차갑고 살기 어린 눈빛이 목강수에게로 향했다.얼음처럼 무온한 목소리가 석실에 맑게 메아리쳤고, 낱말마다 빙추가 되어 목강수의 심장을 꿰찼다.“아직 감사 인사도 못 올렸소. 목 가주께서 몸소 나를 호랑이군의 형제들을 만나러 보내 주셨소.”그 말에 목강수의 이미 흐려진 눈이 홱 커졌다.“네… 네가 무슨 소릴… 말도 안 되오… 일부러 올무에 걸려 준 것이오? 아… 아니 될 말이오…”그가 눈을 감고도 알도록, 최지습은 다시 무정히 입을 열었다.“또 하나, 가주께 미처 전하지 못한 바가 있소. 내가 황도에 들기 전, 약왕곡에 다녀왔소.”더 설명할 것은 없었다.목강수의 온몸이 크게 떨더니, 잿빛 낯에서 마지막 핏기마저 스르르 걷혔다. 이미 다 알아차린 표정이었다.최지습은 약왕곡에서 올라온 터라 몸에 약을 여럿 지녔을 것이었다. 해독하는 것, 상처를 다스리는 것까지.그를 지하옥에 가두었다 함은, 곧장 호랑이군을 구하러 보내 준 셈이었다.알고 보니 실로 그러하였다.그는 눈을 부릅뜨고 동공이 극도의 경악과 각성으로 퍼지도록, 최지습만을 꿰뚫어 보았다.끝내 깨달았다. 자신이야말로 독 안에 든 쥐였음을.정성 들여 펼친 천라지망이 되레 상대의 역공을 돕는 발판이 되었던 것이다.목구멍에서 끄르륵 하는 괴성이 새어 나왔다. 입술이 달싹였으나 끝내 말은 맺지 못했고, 눈에는 사무친 원독과 울분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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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4화

이 갈아대는 듯한 마찰음과 함께, 앞서 김단이 아무리 피를 쏟아도 꿈쩍 않던 두 번째 석문이 서서히 안으로 열려 들었다!최지습은 눈을 부릅뜨고 눈앞의 광경을 불가해하다는 듯 바라보았다.목씨 여인의 피만 가능하다 하지 않았던가?그 기괴하고도 우스운 장면을 눈으로 확인한 김단의 발끝에서부터 살을 에는 한기가 온몸을 타고 번졌다. 차가운 물결 같은 참담함이 삽시에 그녀를 삼켜 버렸다.그렇다!무슨 혈인이며, 무슨 목씨 여인의 피라야 보물을 연다느니, 무슨 대대로 내려온 비밀 열쇠라느니.모두가 허망한 꾀임일 뿐이었다!과다한 실혈 탓인지, 우스꽝스러운 진상에 짓눌린 탓인지, 김단의 머리가 아찔하게 흔들리더니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대로 앞으로 꺼져 갔다.다행히 최지습이 잽싸게 품에 안아 올렸다. 핏기 하나 없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본 그는 더 말없이 싸늘한 낯으로 그녀를 안은 채 밀실을 벗어났다.한편 그 시각 밀실 바깥, 금역을 지키던 무공 두 명은 이미 영칠과 호랑이군의 칼에 쓰러져 있었다.소동을 듣고 달려온 목씨 관저의 호위들이 일제히 장검을 뽑아 호랑이군과 영칠을 원으로 에워쌌으나 감히 다가서지 못했다.목설하와 목설원의 목덜미에 칼날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최지습이 김단을 안아 금역 밖으로 나오자, 목설하와 목설원이 일제히 그의 뒤편을 살폈다.목강수의 자취가 보이지 않자, 목설하의 마음이 와락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는 목덜미에 닿은 칼끝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비틀어 목을 길게 빼며 최지습의 뒤쪽을 훑어보고 다급히 호통쳤다.“최지습! 우리 가주께서는 어디에 계시옵니까. 그분을 어찌하셨사옵니까.”그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공포가 실려 있었다.“죽였소.”최지습의 걸음은 털끝만큼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시선조차 비끼지 않았다. 살을 에는 두 글자 같은 한마디가 적막한 밤하늘에 무쇠추처럼 떨어져, 목씨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을 내리쳤다.“무엇이라 하시나이까!”“네가 무어라 하였소!”목설하와 목설원은 순식간에 목이 메인 비명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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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5화

목씨 가문의 호위들은 이 참혹하고 사나운 기세에 눌려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 길을 터 주었다.감히 한 걸음 다가가 막는 자가 없었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그리고 최지습과 호랑이군의 모습이 곁채로 통하는 굽은 오솔길 끝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모두가 꿈에서 깨어난 듯 정신을 차려, 곧장 목설하와 목설원 곁으로 몰려들어 저마다 따져 물었다.누군가 가까운 곳에 쓰러진 두 무공의 시신을 가리키며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낮게 호통쳤다.“맏도령, 둘째 도령,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옵니까? 가주께서 어찌하여 오늘밤 갑자기 그 김단을 데리고 금역에 드신 것이옵니까?”목설하는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입술은 미세히 떨렸으며, 눈빛은 공허하고 멍해 아직도 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허공에 흩어지는 듯한 소리로 말했다.“우리는… 그저 명을 따랐을 뿐이다.”“명을 따랐다?” 군중 속에서 어느 방의 자가 의심과 탐욕이 뒤섞인 냉소를 흘렸다.“가주께서 설마… 우리 모두를 속이고 홀로 보장을 열어 제 것으로 삼으려 하신 것은 아니겠지?”“방자하도다. 가주를 욕되게 말라!” 곧바로 누군가가 날카롭게 맞섰다.“그름과 아님은 안으로 들어가 가주께 여쭈면 곧장 분명해지지 않겠느냐!” 의심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곧 군중 속에 웅성거림이 일었다.탐욕과 의심과 두려움이 삽시에 번져 갔다.“그만. 모두 입을 다물라!” 목진강이 우레 같은 고함을 터뜨리자 소란이 잠시 가라앉았다.그는 물 먹인 듯 어두운 얼굴로 예리한 눈길을 둘러보더니 끝내 목설하에게로 시선을 떨구고 무겁게 물었다.“설하야, 가주는 어디 있느냐?”그들은 마치 조금 전 최지습이 내린 차가운 선고를 선택적으로 잊어버린 듯했다. 아니면, 마음 깊은 곳에서 그 끔찍한 사실을 차마 믿고 싶지도, 감히 믿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목설하의 심장은 가슴팍에서 미친 듯이 요동쳤고, 시선은 무의식중에 금역을 향했다.“가주께서 틀림없이 안에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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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6화

새벽녘이 밝아오고, 창살을 통해 들어온 가느다란 빛줄기가 방 안에 몽롱한 풍경을 만들어냈다.김단은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채 뜨기도 전에 손목에서 느껴지는 시큰한 통증을 느꼈다.순간 지난밤의 끔찍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윽고 김단은 눈을 번쩍 떴고, 익숙한 휘장이 눈에 들어왔다.귓가에는 나지막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렸고, 시선은 침상 옆의 한 사내에게 향했다.최지습은 침상 머리맡의 기둥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미간은 짙은 피로로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그의 선명한 옆얼굴을 비추었다. 하지만 이를 본 김단의 심장은 되려 덜컥 내려앉았다. 그가 많이 야위어 있었다.원래 도톰했던 뺨은 움푹 들어가 있었고, 그로 인해 높게 솟은 눈썹 뼈가 더욱 도드라져 험준한 산맥과도 같았다.눈썹 뼈 위에 있는 오래된 흉터는 움푹 패인 얼굴 때문에 유난히 선명하고 눈에 띄었다.지하옥… 대체 그곳은 어떤 곳이란 말인가?실종되어 있던 기간동안 그는 지하옥에서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던 것일까?그가 호랑이 군을 구하고 곤경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고, 고의로 목강수의 손에 잡혀 그 지옥 같은 감옥에서 고군분투했을 것을 생각하니, 김단의 마음은 더욱 쓰리고 아려왔다.그녀는 무심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눈썹 뼈에 있는 흉터를 향해 손을 뻗었다.그녀의 손끝이 그의 얼굴에 닿으려는 찰나, 최지습의 꼭 감겨있던 두 눈이 번뜩 뜨였다!깊고 차가운 연못 같은 그의 눈빛에는 경계심과 더불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날카로움이 서려 있었다.하지만 그 날카로움은 눈앞의 상대가 김단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바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깊은 걱정과 긴장감이 자리잡았다.“단이 낭자!” 그는 곧장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막 잠에서 깨 갈라진 목소리였음에도 그의 다급함이 느껴졌다.“정신이 들었소? 몸은 좀 어떠하오? 손목은 아직 아픈 것이오?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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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7화

“목씨 가문…” 김단이 침목을 깨고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은 어찌 되었습니까?”최지습은 그녀의 침상 곁에 앉아 상처 하나 없는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한바탕 소란이 있었지. 특히 사촌들이 목강수의 죽음과 ‘보물’에 눈독을 들이며 시끄럽게 굴었소.” 그의 말투는 평온했지만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듯 침착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목진강이 잘 정리했소. 목씨 가문의 규율에 따르면, 가주가 갑자기 죽고 특별한 유언마저 없었다면 적장자가 대를 잇도록 되어 있소. 목설하가… 이제 새로운 가주가 되었소. 날이 밝은 뒤 목진강이 족장회를 대표하여 공식적으로 이를 발표했고, 목씨 가문의 모든 이들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소. 이제 세대가 바뀐 것이오.”김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목씨 가문에는 목씨 가문만의 규율이 있었다.목씨 가문의 모두가 그 규율을 따랐고, 백 년 간 예외는 없었기에 목씨 가문이 오늘날과 같은 강성한 지위에 오를 수 있던 것이다.이는 예상했던 결과였다.이에 김단은 고개를 들어 최지습을 향해 단호한 눈빛을 보냈다. “목설하를 만나고 싶습니다.”최지습은 그녀의 눈에 담긴 흔들림 없는 결의를 보고 자세히 묻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그리 조치하겠소.”한편, 목씨 가문 가주의 서재. 두꺼운 문은 굳게 닫혀 외부의 소리를 완벽히 차단하고 있었다.이곳은 한때 목강수가 계책을 세우고 명령을 내리던 곳이었다. 공기마저 옛 주인의 음침한 기운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듯했다.그리고 지금, 목설하는 넓은 흑단목 서안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새까만 비단 도포를 입은 채 어둡게 굳어진 얼굴로 책상 위에 놓인 가주 비책을 보고 있었다. 단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았다.지난밤 사건이 터졌을 때의 당혹스러움과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대신 알 수 없이 묘한 침착함과 음산함이 자리 잡았다.“가주님, 김단 아씨와 평양원군께서 뵙기를 청합니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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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8화

그녀는 ‘가주’라는 두 글자에 힘을 주어 말했다. “이제 분명히 아셨을 겁니다. 금지 구역의 보물 장치를 여는 열쇠는 애초에 목씨 가문 여인의 피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목강수의 피로도, 가주님의 피로도 가능하며, 어쩌면 밖에 있는 하인들의 피로도 가능할 것입니다!”이 말을 듣자 목설하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무슨 헛소리요?!”밖에 있는 하인은 목씨 가문 사람이 아니었다!심지어 목씨 가문의 먼 친척도 아니었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가주님,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장치가 아무리 제각각으로 변한다 해도, 결국 차가운 쇠붙이와 완고한 돌로 만들어진 한낱 물건에 불과합니다! 어찌 혈통을 구별할 수 있겠으며, 어찌 꼭 목씨 가문 여인들의 피만을 원하겠습니까?!”책상 위에 놓인 목설하의 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그럼 김 곡주의 말대로라면, 어떤 사람의 피든, 심지어 돼지나 소의 피… 어쩌면, 피조차 필요 없이 그저 우물물이나 빗물, 그저 흐를 수 있는 것이라면… 충분히 많은, 충분한 무게로 흐르기만 한다면 그 문을 열 수 있다는 말이오?”목설하의 목소리도 함께 떨렸다. 극도의 불신이 담겨 있었다.그래,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이 어이없는 거짓말 때문에 목씨 가문의 얼마나 많은 무고한 여인들과 갓난아기들이 그 작은 돌 제단 위에서 희생되었던가!김단은 목설하의 괴로움을 알아채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대신 최지습이 입을 열었다. “피는 점성이 있어 물과는 다르오.”그의 말은 즉 물은 안 될 수도 있지만, 돼지나 소의 피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목설하의 얼굴은 잿빛에서 창백해졌다가, 다시 병적인 붉은빛으로 변했다.그는 두 손을 꽉 쥐어 주먹을 만들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숙이 파고들었다.김단과 최지습의 말은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조롱처럼 들렸고,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가문의 신성한 사명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산산조각 냈다!서재 안은 죽은 듯 고요했고, 목설하의 거친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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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9화

하지만 요망서 자신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목씨 가문 전체에게 복수하려 했던 것이 결국 목씨 가문의 여인들에게만 복수하게 될 줄은…“아니, 아니야!”바로 그때, 목설하의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머릿속에서 어떠한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그렇다면 몽설은?” 그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듯, 절박함과 혼란스러움이 뒤섞인 목소리로 낮게 부르짖었다. “만약… 낭자의 말대로 그 장치에 특정한 피가 필요 없는 것이라면… 왜 몽설은 그때 밀실을 열지 못한 것이오? 왜 그 아이는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오?”이 질문은 잔잔한 물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김단의 눈빛을 순식간에 불안하게 만들었다.그녀는 목설하의 고통과 의문으로 가득 찬 눈을 보며 천천히 물었다. “그때… 누가 몽설 낭자를 밀실로 안고 들어갔습니까?”목설하는 멍하니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우리… 친조부께서 그리 하셨소… 또… 낭자 조모님의 친오라버니이시기도 하지.” 당시의 가주는 바로 그들의 조부였다.해답이 밝혀지는 순간, 김단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일말의 의심마저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연민과 깨달음에 대한 통쾌함이 뒤섞여 있었다.그녀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무거운 망치처럼 목설하의 가슴을 내리쳤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할지도 모릅니다.”김단의 눈빛은 시간을 초월하여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해탈의 경지에 오른 노인을 보는 것 같았다. “가주님의 조부, 당시의 가주님께서 갓 태어난 손녀를 안고 그 차가운 밀실로 들어가셨고… 마지막 순간에 그 분께서…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다.”목설하는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완전히 굳어버렸다!김단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눈빛에는 역사를 꿰뚫어 보는 듯한 힘이 담겨 있었다. “아마 몽설 낭자의 피가 그 차가운 돌판에 떨어지도록 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저 그렇게 보이도록 연기를 하며 무사히 손녀를 안고 나와 모든 사람에게 ‘여는 것을 실패했다’라고 말했던 것이겠죠.”그녀는 잠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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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0화

무너진 지경에 이른 목설하를 보며, 김단은 끝내 하고 싶었던 말을 애써 삼켰다.그녀는 최지습과 눈빛을 교환한 후, 조용히 서재를 나섰다.서재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걸어온 후에야 김단은 비로소 고개를 들어 드넓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길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그 무거운 압박감은 목설하뿐만 아니라 그녀 또한 온몸으로 느끼는 듯했다. 마치 백 년 동안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슬피 울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만 같았다.바로 그때, 최지습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익숙하고 편안한 그의 기운이 느껴졌다.“몸이 좋지 않소?”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김단은 고개를 돌렸다. 아직 붉은 기가 가시지 않은 눈으로 입꼬리를 애써 끌어올려 미소 지었다.“아닙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쉬어 있었다. “그냥… 좀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최지습이 그녀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그는 다만 한 가지 사실에 안도했다. 유골들이 쌓여 있는 밀실을 김단이 직접 보지 않았다는 것.만약 보았다면, 지금 그녀의 슬픔은 훨씬 더 깊었을 것이다.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맑고 다급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목몽설이었다.목설하는 가주가 된 후 정사재에서 ‘반성’하고 있는 누이를 잊지 않았다.목몽설은 눈가가 퉁퉁 부어 있었고, 울었던 흔적이 역력했다. 그녀는 정원을 가로질러 달려와 곧장 김단에게 안겼다.옆에 덩치 큰 최지습이 서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팔을 벌려 김단을 꼭 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언니! 괜찮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흑흑…” 그녀의 목소리에는 짙은 흐느낌과 막 위기에서 벗어난 듯한 떨림이 담겨 있었다.김단은 목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축축한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목몽설의 뜨거운 눈물이었다.그녀의 숨김없는 걱정과 안도감은 마치 자물쇠를 여는 열쇠처럼 김단이 애써 억눌러왔던 감정의 둑을 터뜨렸다. 그녀의 눈가도 순식간에 시큰해졌고,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깊이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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