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곁에서 지켜보던 소한도 한 걸음 나섰다. “나도 가겠다.”이를 들은 우문호가 몸을 돌려 그를 보며 입가에 싸늘한 기색을 얹었다. “소 장군은 중상을 입었으니, 바깥나들이가 마땅치 않을 듯하오.”소한이 콧소리를 내뱉었다. “둘째 황자 전하 또한 방금 심계가 치밀었다 들었소. 전하는 가시면서 나는 어찌 못 가겠소?”살기가 번져 들며 기운이 팽팽해졌다. 이렇게 하여 김단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결국 넷이 함께 나서는 일로 굳어졌다.밤이 내린 주작대로는 인파가 물결쳤다. 어깨가 스칠 만큼 붐볐고, 갖가지 화등이 서로 자태를 겨루어 어둔 하늘을 대낮처럼 밝혔다.어룬과 관현의 소리가 그치지 않아 성시가 한껏 무르익었다.김단과 목몽설은 좌우에서 우문호와 소한에게 끼여, 겨우 발을 옮겼다. 이따금 우문호나 소한이 색다른 화등을 가리키며 한두 마디 우스갯소리를 던졌으나, 김단은 마지못해 응대할 뿐 마음은 화등에 있지 않았다. 목몽설은 더욱 그랬다. 그녀는 우문호를 지독히 싫어했으니, 지금처럼 나란히 걷는 것 자체가 괴로워 얼른 구실을 만들어 빠져나가고 싶었다.그때 앞쪽 거리에서 문득 잡희가 벌어졌다. 징과 북이 울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느릿이 걷던 인파가 일제히 앞으로 몰려들어, 잠시 사이에 일행은 뿔뿔이 흩어졌다.김단은 그 틈을 타 재빨리 길가의 서화 좌판으로 몸을 붙였다. 서화를 고르는 시늉을 하며 곁의 먹을 손끝에 묻혀 좌판 나무 기둥에, 예전 열번째 도령이 가르쳐 준 호랑이군의 암문을 슬쩍 그어 두었다.최지습이 금역에 갔든 가지 않았든, 무슨 대비를 세웠든 아니든, 김단은 적어도 그가 무사한지부터 알아야 했다.“단이!”귓가에 소한의 고함이 꽂혔다. 한동안 김단을 찾지 못해 마음이 급해진 모양이었다. 김단은 더 머뭇거리지 않고 재빨리 마지막 획을 그어 남기고는, 소한의 음성이 들려온 쪽으로 돌아섰다. “여기요!”김단의 목소리를 듣자 소한은 그 자리에서 방향을 잡았으나, 중상으로 기운 빠진 몸으로 인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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