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은 고개를 숙여 손바닥에 놓인 누렁빛 쇠열쇠를 내려다보았다. 이내 그는 발밑에 주저앉아, 동생을 위해 가는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잡아보려고 모든 체면을 내던진 목설하의 모습을 바라보고야 말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문득 임학이 떠올랐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살을 에는 찬 기운이 폐부를 스치고 지나가자 비로소 마음이 굳어졌다.“일어나십시오.”목소리는 여전히 서늘하여 엷은 서리라도 입힌 듯했으나, 사람을 떼어내던 냉절은 한 겹 벗고, 되돌릴 수 없는 결단만이 서려 있었다. “제가 가겠습니다.”목몽설을 위하여, 또한 내일의 국면을 위하여, 반드시 한 번은 밟아야 할 길이었다.밤은 더욱 깊어 이슬이 묵직했고, 만물이 숨을 죽였다.목씨 관저는 마치 죽은 물 속에 가라앉은 듯 고요하였고, 다만 스미는 바람결만 회랑을 따라 훑고 지나가며 원혼의 흐느낌 같은 울음을 남겼다.김단의 그림자는 영칠의 발소리 없는 호위에 실려, 밤빛과 하나 된 가벼운 연기처럼, 순찰 도는 경비병들과 어둠에 숨은 시선을 요령껏 피해 내며, 관저에서도 가장 외지고 음산한 구석으로 조용히 미끄러져 들어갔다.그곳에, 거대한 무덤 같은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정사재였다.정사재는 죽은 듯 고요했다. 벌레 소리 한 줄기 들리지 않았고, 그 위를 끝없는 압박이 짓눌렀다.차가운 쇠자물쇠가 황동 열쇠에 돌아가며 찰칵, 짧은 울림을 냈다. 적막 속에서 더욱 또렷하여 심장을 콕 찔렀다.무겁고 두터운 나무문을 밀어 여니, 코를 찌르는 약내가 먼지와 곰팡내, 그리고 뼛속을 파고드는 절망의 기운과 뒤엉켜 실체처럼 몰아쳐 왔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다만 화장대 앞에 붙인 가냘픈 촛불 하나가 완강히 흔들리며 누른빛 떨림을 드리웠고, 그 빛이 오히려 사방을 더 아득하고 섬뜩하게 도드라지게 했다.김단의 가슴이 와락 가라앉았다. 보이지 않는 손에 세차게 움켜잡힌 듯했다.문을 등진 채 동경 앞에 앉은 목몽설은 진흙상처럼 미동도 없었다. 살갗이 시릴 만큼 얇은 소백 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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