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월은 여전히 먼지 한 점 묻지 않은 월백 장의를 걸쳤다. 옷자락이 스칠 때마다 맑은 빛이 도는 듯하여, 사람 자체가 더욱 온화한 옥처럼 보였다.그의 시선이 먼저 김단에게 가 닿았고, 입가에 얕고도 안심시키는 미소를 머금은 뒤에야 침상 위의 우문호로 돌아가, 태연히 몸을 굽혀 예를 올렸다.“둘째 황자 전하를 배알하옵니다.”우문호의 눈매는 매처럼 예리하여, 심월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심공자, 오시기가 제법 느닷없으시군요.”수년 전 약왕곡의 주인 심묵이 황도에 들른 적이 있었으니, 우문호는 심월을 알아보았고 그가 심묵의 유일한 적전 제자란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어제 막 영칠이 나타나 김단을 지켜냈고, 오늘 곧장 심월이 뒤이어 왔다. 이 우연은 지나치게 의도적이지 않은가.우문호의 마음속엔 의혹이 구름처럼 가득했다.심월은 그 예리한 가늠을 전혀 느끼지 못한 사람처럼,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한가로이 말을 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어젯밤 화등이 찬란하여 황도의 경치가 드물게 좋더이다. 그래서 영칠을 데리고 거리를 한 바퀴 거닐었지요. 뜻밖에도 변을 마주쳤으나, 다행히 영칠이 재빠르게 대처했습니다.”그는 말을 잠시 멈추고는, 시선을 자연스레 김단에게로 돌리며 알맞은 온기의 걱정을 얹었다.“단이, 다치신 데 없으십니까?”김단은 눈매를 가늘게 휘며 고개를 저었다.옆에서 우문호는 그 익숙하고도 다정한 기운을 놓치지 않았다. 검미가 살짝 일그려졌다.“심공자와 김 낭자는… 구면이었소?”“구면 정도가 아니지요.” 심월의 눈길이 다시 김단에게 내려앉았다. 그 눈빛의 너그러움과 온기가 넘칠 듯했다.“우리 스승님이 생전에 단이에게 의술을 몇 가지 일러 주셨습니다. 그러니 단이의 반 스승은 스승님이시고, 저는 자연히 단이의 사형 격이지요.”우문호의 칼 같은 시선이, 담담하고 따스한 심월의 얼굴과 파문 하나 없는 김단의 얼굴 사이를 오갔다.김단이 약왕곡의 지보인 구요현망침을 지닌 이상, 약왕곡과의 인연이 깊다는 것은 그도 익히 아는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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