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1341 - Chapter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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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1화

마침 문이 밀려 열렸다.김단이 약 한 그릇을 받쳐 들고 들어왔다.우문호가 깨어난 것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고 담담히 다가왔다.“전하, 깨어나셨사옵니까? 이 약은 하루 더 복용하셔야 원기가 굳어지옵니다.”그녀가 약사발을 내밀었다.우문호는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약은 씁쓸했으나 바싹 마른 목을 적셔 주었다.사발을 내려놓고 그는 김단을 보며 말했다.“수고가 많았소, 김 낭자.”김단은 미소를 띠더니 이내 말했다.“어젯밤 전하께서 열에 들뜨시어 정신이 아득해지시며 잠말을 조금 하셨사옵니다.”우문호의 미간이 스르르 가라앉았다.그의 비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혹 어젯밤 입에 담아선 안 될 말을 했다면 벌써 눈빛에 살기가 어려 들었다.이때 김단의 목소리가 천천히 이어졌다.“제가 황도에 온 지 오래지 아니하오나 몽설과 몇 차례 마주하고 보니 아이가 참으로 순진하옵니다. 목씨 집안 이 대에는 여식이 오직 그 아이 하나뿐이라 지극히 보호만 받고 자라 세상사 이해와 얽힘을 알지 못하고, 작은 풍파도 견디기 어려울 듯하옵니다. 전하는 분별하시는 분이시니, 어떤 사람과 어떤 마음은 차라리 일찍 미련을 끊어 주심이 옳사옵니다. 공연히 남도 다치고 전하께서까지 상하지 않도록 하심이 좋을 것이옵니다.”우문호의 눈빛에서 살기는 가셨으나, 고개를 들어 김단을 보지는 않았다.지난밤의 흐릿한 기억 조각이 밀려왔고, 무심결에 내뱉은 그 한마디 몽설이 아직 귓가에 맴돌았다.아마도 열에 들떠 정신이 흐려졌던 것이리라.숲속에서 잠깐 스친 그 온기가 마음의 발을 한 자락 걷게 했을 뿐이다.그러나 자신과 목씨 집안은 하늘을 함께 이지 못할 원수요, 자신과 목몽설 사이에는 결코 건널 수 없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김단의 말이 옳다. 갖지 말아야 할 망념은 이참에 뿌리째 꺾어 깊숙이 묻어야 한다.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니, 눈동자는 고요한 심연처럼 가라앉아 있었다.“수고를 끼쳤소, 김 낭자.”목소리에는 한 겹의 거리감이 비쳤다.그는 몸을 기대어 한숨을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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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2화

심월은 여전히 먼지 한 점 묻지 않은 월백 장의를 걸쳤다. 옷자락이 스칠 때마다 맑은 빛이 도는 듯하여, 사람 자체가 더욱 온화한 옥처럼 보였다.그의 시선이 먼저 김단에게 가 닿았고, 입가에 얕고도 안심시키는 미소를 머금은 뒤에야 침상 위의 우문호로 돌아가, 태연히 몸을 굽혀 예를 올렸다.“둘째 황자 전하를 배알하옵니다.”우문호의 눈매는 매처럼 예리하여, 심월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심공자, 오시기가 제법 느닷없으시군요.”수년 전 약왕곡의 주인 심묵이 황도에 들른 적이 있었으니, 우문호는 심월을 알아보았고 그가 심묵의 유일한 적전 제자란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어제 막 영칠이 나타나 김단을 지켜냈고, 오늘 곧장 심월이 뒤이어 왔다. 이 우연은 지나치게 의도적이지 않은가.우문호의 마음속엔 의혹이 구름처럼 가득했다.심월은 그 예리한 가늠을 전혀 느끼지 못한 사람처럼,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한가로이 말을 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어젯밤 화등이 찬란하여 황도의 경치가 드물게 좋더이다. 그래서 영칠을 데리고 거리를 한 바퀴 거닐었지요. 뜻밖에도 변을 마주쳤으나, 다행히 영칠이 재빠르게 대처했습니다.”그는 말을 잠시 멈추고는, 시선을 자연스레 김단에게로 돌리며 알맞은 온기의 걱정을 얹었다.“단이, 다치신 데 없으십니까?”김단은 눈매를 가늘게 휘며 고개를 저었다.옆에서 우문호는 그 익숙하고도 다정한 기운을 놓치지 않았다. 검미가 살짝 일그려졌다.“심공자와 김 낭자는… 구면이었소?”“구면 정도가 아니지요.” 심월의 눈길이 다시 김단에게 내려앉았다. 그 눈빛의 너그러움과 온기가 넘칠 듯했다.“우리 스승님이 생전에 단이에게 의술을 몇 가지 일러 주셨습니다. 그러니 단이의 반 스승은 스승님이시고, 저는 자연히 단이의 사형 격이지요.”우문호의 칼 같은 시선이, 담담하고 따스한 심월의 얼굴과 파문 하나 없는 김단의 얼굴 사이를 오갔다.김단이 약왕곡의 지보인 구요현망침을 지닌 이상, 약왕곡과의 인연이 깊다는 것은 그도 익히 아는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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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3화

그녀가 홱 돌아서며 눈을 반짝여 별빛처럼 심월을 곧장 바라보았다. 목소리에는 누를 수 없는 들뜸이 어렸다.“사형은 어찌하여 홀연히 황도에 오셨습니까?”그는 그녀가 모든 경계를 거둔 뒤 드러내는 본모습을 보자, 눈빛에도 봄바람 같은 미소가 번졌다. 심월은 천천히 걸어와 자리에 앉아 다관을 들어 스스로 청차를 따랐다가 고개를 들었다. 침착한 시선이 김단에게 고정되었다.“그대께서 홀로 떠난 뒤로 줄곧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대께서 사방이 용호의 소굴 같은 황도의 소용돌이 속에 홀몸으로 서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는 잠시 말을 거두었다가, 부드럽되 바위 같은 확고함을 담아 이었다.“약왕곡의 일이 번다하지만 맡길 만한 장로 몇 분이 계시니 근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대께서 예전에 말씀하셨지요. 그대는 스승께서 제게 남겨 주신 유일한 식구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거듭 헤아려 보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끝내 뒤를 따랐습니다.”목소리를 한결 낮추었으나 말마디는 또렷했다.“그저 그대의 짐을 조금이나마 나누려 할 뿐입니다. 비록 어둠에 몸을 숨기더라도 온전히 지켜 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한 줄 한 줄이 김단의 가슴팍에 묵직히 내려앉았다. 콧등이 시큰해지고, 오래 잊고 지냈던 뜨거운 온기가 사방으로 번져 사지백해를 가득 채웠다. 그녀는 그가 온화한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목이 메어 수많은 말이 한 줄로 엉겨 붙은 끝에 의지 어린 낮은 부름만 흘려냈다.“사형……”“감동하셨습니까?” 심월이 붉어진 눈가를 보고 미소 지으며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었다. 알 듯 말 듯한 너른 정이 눈매에 스쳤다.“그렇다면 지금, 사형께서 덜어 주실 근심이 무엇이겠습니까?”김단은 마음을 다잡고 심월 맞은편에 앉아 단정히 말했다.“사형도 아시다시피, 제가 황도에 온 까닭은 호랑이군과 소한의 자취를 찾기 위함입니다. 허나 지금껏 호랑이군은 소식이 묘연하고, 최지습은…”그를 입에 올리자 김단의 고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가, 곧근히 근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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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4화

“자옥정초입니까?” 김단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약왕곡의 방대한 전적을 샅샅이 뒤져 세상 기이한 영초에 두루 통달했다고 자부했으나, 어느 약전에서도 이 이름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저는 어찌 한 번도 들은 바가 없었습니까?”심월의 시선이 그녀의 혼란스러운 얼굴을 스치고 창밖 뜰 깊은 곳에 머물렀다. 낮게 내려앉은 목소리는 귓속말 같았다. “그 물건은 이제 범상한 초목이 아닙니다. 세간에서는 영생초라 부릅니다. 전설로는 끊어진 경맥을 잇고 흩어진 혼을 모아 죽은 이를 다시 살린다 합니다. 그 지극함이 세상에 용납되지도 않고 하늘의 시샘을 받기도 하여 천백 년을 지나며 이미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오늘날에는 겨우 두 포기만 남아 있습니다.”그가 잠시 말을 거두었다. 마치 말을 골라 무게를 재는 듯, 또한 그녀가 이 소식을 견뎌낼 수 있을지 살피는 듯했다.“자옥정초의 귀함이 그러하니 사부께서는 그 어떤 책에도 이를 적지 않으셨습니다. 설령 기록이 있었더라도 모두 없애고 새로 엮으셨습니다. 그대께서는 한때 영약천에 몸을 담그셨으니 자옥정초가 얼마나 지극한지 알고 계실 것입니다.”“영약천입니까?” 김단이 나직이 놀라 숨을 삼켰다. “그것이 자옥정초와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말을 잇다가 문득 무엇을 떠올린 듯 심월을 바라보았다. “혹시 자옥정초가 영약천의 아래에 있다는 말씀이십니까?”심월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숨은 이치를 꿰뚫는 듯한 냉정이 목소리에 배었다. “영약천이 죽은 자를 살리고 백골에 살을 붙이며 경맥을 잇는 신효를 지닌 까닭은, 그 근원이 샘바닥의 그 한 포기 자옥정초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곧 영약천의 심장이라 할 만합니다.”김단의 머릿속이 웅웅 울렸다.“그렇다면 나머지 한 포기는요?” 그녀는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다급함을 띤 채 물었다.심월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잠시 머물더니 느릿하게 대답이 흘렀다. “목씨 가문입니다.”목씨 가문.김단의 심장이 세차게 떨렸다.심묵이 말하길,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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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5화

곧 말하자면, 호랑이군의 자들이 과연 황도에 닿았다는 뜻이었다.김단은 고개를 숙여 종이 위의 문양을 세세히 살폈다.이전에 열번째 도령이 일러 준 대로라면, 이 암문이 가리키는 것은 한 곳의 처소일 터.짧은 가로획이 모두 일곱.김단의 미간이 지며 낮게 물었다. “황도 안에 일곱과 연관된 곳이 있습니까?”“있사옵니다.” 영칠이 침음성으로 응했다. “성교의 칠리정이옵니다.”“채비하시오.” 김단은 깊숙이 숨을 들이켜며 결연히 말했다. “밤이 들면 저를 따라 칠리정으로 가시오.”“네.”자시의 경점 소리가 황도의 적막한 골목을 타고 구슬프게 퍼졌다가, 두터운 밤빛에 삼켜져 흔적을 감추었다.성문에는 벌써 빗장이 굳게 걸렸고, 거대한 그림자는 웅크린 야수처럼 잠복해 있었다.영칠의 완력은 기이하여, 김단을 거느리고 참새처럼 가볍게 몸을 띄워 몇 번 오르내리더니 수 장 높이의 성벽을 너머갔다.성교의 밤은 성안보다도 더욱 황량하고 휑했다.관도는 흐린 달빛 아래 잿빛 죽은 뱀처럼 멀리로 길게 뻗어 있었다.양편에는 끝 모를 들과 황구름이 어둑한 윤곽을 출렁이며 이어지고, 때때로 정체 모를 밤올빼미의 울음이 서늘하게 갈라져 검은 어둠을 꿰뚫고, 허허로운 벌판에 사람 가슴을 덜컥이게 하는 메아리를 일으켰다.칠리정은 그 관도 곁 성긴 포플러 숲 한 자락에 외로이 서 있었다.오래전에 버려진 옛 정자, 벗겨진 붉은 칠의 기둥 네 짝이 해진 지붕을 떠받들고, 찬 달빛 아래 비틀린 괴상한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마치 마른 뼈를 드러낸 거대한 짐승이 웅크리고 앉은 듯하였다. 정자 귀퉁이에 매달린 낡은 동령은 밤바람에 이따금 흔들려, 낮고 막힌 덜컹 소리를 내었으니, 막 숨을 거두는 자의 탄식과도 같았다.김단은 망토를 더 단단히 여미고, 정자 기둥의 그늘 깊숙이 몸을 감추었다. 공기는 칼처럼 차가웠고, 흙과 썩은 낙엽의 비릿한 내음이 스며 있었다.시간은 적막 속을 더디게 기어가, 매 순간이 한 세기처럼 길었다.그녀는 귀를 곤두세워 밤바람 속 미미한 흔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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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6화

“도령님! 도, 도령님의 손이…”김단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청난 충격에 그녀는 거의 몸을 가눌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달려가 그를 부축하려 했다. “오지… 오지 마시오!” 경씨는 순간 왼손을 번쩍 들었다. 위태롭고 쉬어 있는 목소리는 마치 성대가 사포에 긁힌 것 같았다. “낭, 낭자, 핏자국이… 더러우니… 조심하시오…” 그는 애써 위로의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상처애서 느껴지는 고통에 격하게 기침을 해댔고 몸은 휘청거렸다.김단은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곧장 경씨의 곁으로 달려가 무거운 그의 몸을 힘껏 부축했다.그의 몸을 만지자 차갑고 끈적이는 감촉이 느껴졌다. 전부 그의 피였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상처를 확인하려 했지만, 괜히 상처 부위를 건드릴까 봐 두려워 애써 그를 부축했다. 그녀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어찌된 일입니까? 도령님! 누가 도령님을 이렇게 만든 것입니까?!”경씨는 정자 기둥에 기대어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들이쉴 때마다 들려오는 숨소리는 죽어가는 풀 한포기가 흔들리는 것처럼 가냘펐고, 그의 얼굴에서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이 느껴졌다.“목… 목씨 가문….” 그는 죽을 힘을 다해 네 글자를 쥐어짜냈다. 그의 눈은 뼛속까지 사무치는 증오심과 살기를 뿜어냈다. “금지 구역… 그 호랑이 소굴은… 생각보다… 훨씬 더 흉험하오…”그는 힘겹게 침을 삼켰다. 목울대가 움직이며 힘을 쥐어 짜내는 듯했다.“내… 내가 대군을 찾지 못했소… 되려… 그 자들을 자극시켰소…”김단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즉시 나지막이 소리쳤다. “영칠!”밤의 어둠 아래, 영칠이 소리 없이 나타나 김단의 곁에 섰다.경씨는 흠칫 놀랐다. “이… 이 자는…”김단은 경씨에게 대답할 틈도 없이 영칠에게 말했다. “환생단을 가져오셨습니까?”환생단은 약왕곡의 중상 치료 약으로, 과다출혈로 인해 피가 부족한 사람의 혈기를 빠르게 회복시켜 주었다.영칠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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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7화

“도령님,”그녀의 목소리는 비정상적으로 침착했다. 무서울 정도로 차분했지만, 의미심장한 눈빛 속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제 말을 들으십시오. 지금부터 가장 은밀한 곳을 찾아 숨으시고, 상처를 잘 관리하십시오. 목씨 가문의 일은 제게 맡기십시오.”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날카로운 그녀의 눈빛이 눈물을 뚫고 경씨에게 향했다. “제가 직접 조사할 것입니다. 도령님의 팔, 호랑이 군 도령님들의 몫까지… 저 김단이 하나하나 전부 깨끗하게 되갚아 줄 것입니다!”약 가루의 독한 냄새가 짙은 피 냄새와 뒤섞여 좁은 정자 안에 퍼졌다.경씨는 앳되지만 결의로 가득 찬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입술을 몇 차례 들썩이던 그는 끝내 못 이기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달빛 아래 김단의 모습은 차가운 옥돌 같았다. 그 눈 속에 타오르는 증오와 결의는 어떤 말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었다.경씨를 일으켜 세운 뒤, 그가 비틀거리며 깊은 숲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뒤, 김단은 차가운 밤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후, 영칠의 호위를 받으며 조용히 둘째 황자 저택으로 돌아갔다.어느덧 새벽녘이 밝았다. 하늘은 짙은 푸른 빛을 띄고 있었고, 저택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멀리 복도에서 순찰중인 호위병들의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발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그녀는 익숙하게 저택 서쪽 가장 외진 구석으로 돌아가 담을 넘으려 했다. 그 순간,“철컥.”아주 미세한 소리가 고요한 새벽에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 마치 구슬이 쟁반에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김단은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움직이려던 몸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그 순간 섬뜩한 노란 불빛이 커다란 나무 뒤에서 튀어나오며 어둠을 밝혔다. 흔들리는 불빛이 검은색 비단 신발을 비추자, 신발 위에는 금실로 복잡하게 수놓인 비단뱀 무늬가 싸늘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김단은 순간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꽉 쥐어진 것 같았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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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8화

이렇게 된 이상, 피할 수가 없었다.김단은 똑바로 서서 우문호를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옅은 조소가 걸려 있었다. “깊은 늦은 밤에, 황자님께서는 침전에서 편히 쉬지 않으시고 굳이 이곳까지 달려와 저를 막아서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우문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허약해 보이는 얼굴에 번진 미소가 더욱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방금 막 암살을 당할 뻔했으니, 당연히 조심해야하지 않겠소?”“하?” 김단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혹 전하께서는 제가 이 일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시는 겁니까?”“낭자께 오해를 샀군.” 우문호는 옅게 웃었다. “나는 그저 낭자의 안위가 걱정될 뿐이오.”김단은 그의 탐색하는 듯한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입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흔들리는 등불 그림자 아래, 그 미소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전하께서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저… 목씨 가문의 금지 구역에 관한 일을 확인하러 간 것뿐입니다.”“목씨 가문?” 우문호는 아주 미세하게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의 여유롭던 자세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의 미세한 변화를 보였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멩이가 던져진 것 같았다.등을 든 그의 손에 아주 미세하게 힘이 들어갔고, 등불 그림자가 흔들리며 그의 얼굴에 더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다.김단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최지습이 금지 구역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은 전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이 말을 하며 김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둘째 황자 쪽에서는 줄곧 목씨 가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최지습의 실종과 같이 큰일을 우문호가 모를 리 없었다.역시나 우문호는 놀란 기색이 전혀 없었다.김단은 말을 이었다. “저는 도대체 그 분이 목씨 가문의 어떤 엄청난 것을 건드린 것인지… 반드시 알아내야만 합니다.”“그러하오?” 우문호의 목소리다 한층 더 낮아졌다. 그의 기분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마치 그의 눈 깊은 곳에서는 어두운 소용돌이가 소리 없이 회전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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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9화

김단은 그의 시선을 결코 피하지 않았다.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우문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며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드러냈다.“흠…” 그의 입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고요한 새벽, 그 웃음 소리는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단이 낭자.” 그가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독사의 혀가 피부를 핥는 것 같았다. “낭자 늘… 나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군.”그는 등불을 들고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섰다.등불이 김단의 뺨에 거의 닿을 듯했다.“좋소.” 그가 낮은 숨소리와 함께 말했다.김단은 마침내 조금이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뻐할 틈도 없이, 우문호의 다음 말은 마치 독이 묻은 칼날처럼 그녀의 마음속에 막 피어오르던 희망을 베어냈다.“단…” 그는 일부러 말을 길게 늘였다. 김단의 눈에서 순간 반짝이던 희망을 감상하며, 그녀의 쇄골을 악의적으로, 천천히 문질렀다. 부드러운 피부 아래 뚜렷한 뼈의 윤곽을 느끼고 나서야 그는 태연하게 한 자 한 자 내뱉었다.“소한은 남겨야겠소.”소한을 남겨야겠다니!그 말은 마치 번개와 같이 순식간에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어붙게 했다. 몸속에 흐르던 피마저 멈춘 것 같았다.우문호는 그녀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살짝 고개를 기울인 채, 분노로 붉어진 그녀의 뺨을 태연히 바라보았다.“왜그러시오?” 그의 낮은 목소리에는 희롱이 섞여 있었다. 마치 독사가 쉿쉿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낭자… 내키지 않는 것이오?”물론 내키지 않았다!소한의 몸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그를 남겨둔다는 것은 그녀의 가장 큰 약점을 남기는 것이었고, 언제든지 그녀를 견제하고, 그녀가 복종할 수밖에 없게 만들 장치를 남기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녀가 목씨 가문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목씨 가문에게 빼앗긴 자옥정초를 찾지 못한다면, 소한의 어혈 치료가 어려워 질것이다!소한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만약 훗날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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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0화

심월의 말에 김단은 흠칫 놀랐다.우문호마저 다소 놀란 표정을 드러냈다.오직 심월만이 옅게 웃었다. “밤이 워낙 고요해서, 두 분의 대화를 다 듣게 되었습니다.”심월은 그들에게 자신이 일부러 엿들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김단 역시 그 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하지만 우문호는 마음속으로 경계심을 가졌다.그와 김단의 대화 소리는 크지 않았다. 밤이 깊고 고요하긴 했지만 소리가 멀리까지 전해질 리는 없었다.게다가 그는 주변에 사람이 있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다.이는 심월의 내공이 그보다 훨씬 위에 있다는 뜻이었다!만약 그가 남게 된다면…그가 생각에 잠긴 와중, 심월이 갑자기 우문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황자님은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제가 달갑지 않으십니까?”심월의 말에 김단은 그제야 우문호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순간 그녀의 마음이 동요했다.우문호는 심월을 꺼려하고 있었다.우문호는 옅게 웃었고, 방금의 표정을 일부러 숨기려는 듯 말했다. “심 선생,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선생이 남는다면 나야 물론 영광이지.”“하하하.” 심월은 소리 내어 웃으며 우문호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소인이 신세를 좀 지겠습니다.”이로써 이 일은 그렇게 결정되었다.우문호는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먼저 떠났다.그가 떠난 후에야 심월은 다시 김단을 보며 위로했다. “낭자는 낭자가 해야 할 일만 하십시오. 소 장군은 내가 돌보고 있겠습니다. 절대로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김단은 심월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찌 우문호가 오라버니를 조금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심월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약왕곡일 것입니다.”이 말을 듣자 김단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심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들어 김단의 이마를 살짝 짚었다. “언젠가 알게 될 것입니다. 약왕곡이 대체 어떤 곳인지.”심월의 이 모호한 말이 김단의 호기심을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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