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에 그녀는 마침내 모든 것을 꿰뚫어 보았다.목씨 가문의 이른바 경세의 보장, 대대로 목숨을 갈아 지켜 왔다는 그 비밀은, 요망서가 임종에 이르러 마지막 심력으로 꾸며 놓은 철저한 기만에 지나지 않았다.애초에 나라의 곳간에 견줄 재보 따위는 없었다. 있는 것은 네 벽 가득, 글자마다 피눈물이 서리고 문장마다 독이 서린 통렬한 고발뿐이었다.요망서는 단 한마디, ‘보장’이라는 말로 목씨 가문의 후예들을 수치의 기둥에 단단히 묶어 두었다. 그 말에 그들은 기꺼이 피와 생명을 바쳤고, 앞선 이의 뒤를 이어 차례차례 이 함정으로 걸어 들어오게 된 것이다그 순간 김단은 백 년의 세월을 꿰뚫어 보듯 환영을 보았다. 삶의 끝자락에서 가장 믿던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집안을 빼앗기고, 만성의 독에 잠식된 한 여인이 부서진 몸을 이끌고 참혹한 고통을 견디며 마지막 한 줄기 힘을 짜내어 이 냉엄한 석벽에 글자를 새기는 장면이었다.그 얼굴에는 끝없는 고통과 극에 달한 쾌락이 뒤섞여, 일그러진 표정이었다.분명 그녀는 그 광경을 상상했으리라. 목씨 후예들이 무수한 핏줄을 잃어 가며, 보장을 향한 가장 뜨거운 꿈을 품고 이 석문을 열었다가, 선조의 죄적과 자신의 백 년 희생이 조롱으로 전락하는 순간을. 그 찰나, 지옥으로 추락하듯 무너져 내리는 낯빛을.바로 지금 김단의 뒤편에 선 목설원이 그러한 것처럼.김단은 더없이 무거운 몸짓으로 돌아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두 손으로 냉혹한 석벽을 미친 듯이 파헤치고 있었고, 손톱은 바위 틈에 박힐 듯 날카로웠다. 너무도 힘이 실린 손마디는 섬뜩할 만큼 푸르스름하게 질려 있었다.늘 세상사를 우습게 여기던 고운 얼굴은 이 순간 사귀처럼 일그러졌고, 풍류를 담던 눈매에는 오로지 새빨간 혈광만이 치올라, 끝없는 절망과 치욕, 그리고 산산이 짓밟힌 광기가 소용돌이쳤다.결국 요망서는 해냈다.목씨 가문 대대로의 자긍이던 수호와 희생을, 하늘에 사무치는 우스개로 바꾸어 놓았다.목씨 자손들로 하여금, 가장 가까운 혈육의 뜨거운 피로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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