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지고, 세상은 고요해졌다.김단, 숙희, 그리고 고지운 세 사람은 넓은 조각 침상에 나란히 누웠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에게는 나눠야 할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숙희는 자신이 김단으로 위장한 경 씨와 함께 도망치다가 추격자들을 만났을 때 얼마나 용감하게 싸웠는지를 과장된 어조로 말했고, 그 모습에 김단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고지운은 소하가 죽을 위기에 처했던 날들을 이야기하며, 예종원군 일가가 포위되었을 때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그리고 소하가 깨어난 뒤로 며칠 간 계속해서 입궁하여 임금과 함께 반란을 진압할 방법에 대해 논의했던 일들을 들려주었다.하지만 김단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녀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느꼈다.김단 또한 자신이 약왕곡에 간 후 겪었던 일들과 심목과 요망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내용이 너무 어두워서 인지, 한참을 재잘거리던 두 사람은 어느덧 조용해졌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둠 속에서 고지운이 몸을 뒤척여 김단을 마주 보았다. 이국적인 매력이 담긴 그녀의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어려 있었고, 목소리는 나지막하면서도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낭자, 그 금지 구역은… 대체 어떤 곳이었소? 보물 말고 또 다른 무언가가 있었소?”김단은 천장을 바라본 채 똑바로 누워, 휘장 위로 비치는 희미한 그림자를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금지 구역에서의 기억은 마치 낙인처럼 그녀의 머릿속에 새겨져 있었다. 차가운 돌기둥, 긴 통로, 기이한 제단, 그리고… 그녀는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했다. 목소리는 아주 나지막했지만, 깊은 무게감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고, 정적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유난히 또렷하게 들려왔다. “…하나의 석실이 더 있었습니다. 아주 넓고, 텅 비어 있었죠… 그리고 아주 차가웠습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다음 말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 안에는… 작은… 시신들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시신이라니요?” 숙희는 깜짝 놀라 숨을 들이마셨고, 무의식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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