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음성에 옷깃을 매만지던 두 사람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김단을 보자 숙희와 고지운이 동시에 짧은 흐느낌을 터뜨리며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와 안겼다.“아씨!”“단이!”셋이 그대로 껴안겼고, 두 작은 울보의 눈물은 순식간에 쏟아졌다.“단이, 드디어 찾았소, 흐흐…”“아씨, 너무 보고 싶었어요, 흐흐…”"단이, 어찌 혼자 황도에 와서도 우리에겐 말 한마디 없었소? 걱정이 살을 깎는 줄 알았소, 흐흐흐…"“아씨가 혹여 숙희를 버리신 건가요, 흐흐흐…”김단의 가슴은 시고도 따뜻해졌다. 두 팔로 그들을 꽉 껴안고 한 손은 숙희의 등을 다독이며, 다른 손은 고지운의 상투를 어루만졌다. 목이 메인 다정한 음성이 흘렀다.“저도 두 분이 무척 그리웠습니다. 그런데 두 분은 어찌 갑자기 황도로 오셨습니까. 차림새는 또 왜 이 모양이십니까?”그녀는 팔을 조금 풀고, 남루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남장 차림을 꼼꼼히 훑어보았다. 반가움보다 근심이 먼저 치밀어 올라 눈매가 날카로워지더니 고지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소하는 어디 있습니까. 어찌 그대가 이렇게 달려오도록 그냥 두었단 말입니까?”조선 한양에서 황도까지는 천산만리요, 노정이 험하다. 소하가 어찌 돌궐 공주인 고지운과, 무예가 서툰 어린 숙희 둘만 길에 오르게 내버려둘 수 있단 말인가.이 말을 듣자마자 고지운의 얼굴에 곧바로 주눅 든 기색이 스치고 눈빛이 흔들렸다. 김단과 눈을 맞추지 못했다.김단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문득 모든 사정을 알아챈 듯 눈이 커지고 목소리도 높아졌다.“그대… 설마 몰래 빠져나오신 것입니까?”고지운은 곧장 답하지 않고 마치 심지에 불이 붙은 듯 김단을 홱 놓아주더니 손등으로 눈물을 거칠게 훔치고 크게 선포하였다.“나는 그와 화리하겠소!”“뭐라 하셨습니까?”김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사연을 묻기도 전에 곁의 숙희가 급히 말을 가로막고 발을 동동 굴렀다.“아이고, 공주 전하! 소인이 벌써 수없이 아뢰었지요. 전하와 예종원군의 혼사는 두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