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영칠의 손끝이 차가운 문짝에 닿으려는 찰나, 등뒤에서 하늘을 덮는 살기가 폭발하였다.심월의 얼굴에 떠 있던 온화와 나태, 방금의 억지 타협까지도 그 순간 흉악한 독기에 산산조각 났다.소매 속에서 한 줄기 찬빛이 번뜩이더니, 매미 날개처럼 얇고 가는 단검 하나가 벼락같이 튀어나와 공기를 가르는 예리한 휘음과 함께, 지극히 기묘한 각도로 독사처럼 영칠의 무방비한 등의 급소를 향해 사납게 파고들었다.검날이 허공을 찢었으나 일으킨 것은 알아채기 어려운 미미한 쇳바람 한 오라기뿐이었다.그 끝이 미치려는 일순, 영칠이 홱 몸을 옆으로 틀어 돌았고, 치명적 한기가 그의 어깨끝 옷자락을 스치며 울부짖듯 지나가다 짧은 천이 찢기는 소리만 남겼다.영칠의 눈동자에는 서릿발이 응결하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심월을 꿰뚫어보며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심월, 나와 기어이 겨루겠다는 뜻이오?”심월은 싸늘히 웃었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단검이 다시 몰아쳤고, 나오는 수는 모조리 필살기였다.무학의 자질은 영칠에 미치지 못했으나, 조금 전 그가 한 말 하나만큼은 옳았다.그는 심씨였다.곧 심묵의 총애를 더 받았다는 뜻이요, 익힌 법 또한 남들보다 더 많다는 말이었다.그러나 타고난 기량만큼은 끝내 영칠이 위였다. 심월이 온힘을 다해도 영칠 앞에서 이득을 보지 못했다.십여 합이 흐른 뒤, 심월은 한 장격을 맞고 바닥에 나뒹굴었다.그가 다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영칠의 장검 끝이 이미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심월, 죽고 싶은 것이오?”영칠은 냉담히 내뱉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정으로도, 심월이 끝내 자신을 베려 들 줄은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바로 그때, 기이한 현기증이 예고도 없이 영칠의 머릿속을 맹렬히 덮쳤다.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바늘이 수없이 문득 꽂히는 듯, 시야 속 심월의 얼굴이 차츰 흐려지고 흔들리며 겹겹이 갈라졌다. 귓가에는 수많은 광포한 벌떼를 쑤셔 넣은 듯 윙윙 울렸다.그 알 수 없는 기운이 순식간에 사지백해의 힘을 쭉 빼앗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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