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몽설이 말을 이었다. 약간은 득의에 찬 기색이었다.“그래서 내가 빈소에서 그토록 노성을 높였던 것이오. 분명 그 자가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지. 당장 찾아낼 길이 없다면 차라리 그 계책을 역이용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소.”이에 최지습의 눈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목 낭자는 과연 단이의 예견대로 빙설처럼 영민하오.”목몽설은 조금 놀란 듯 반겼다.“당누이가 짐작했단 말이오? 다행이구려. 혹여 참으로 노하신 건 아닐까 마음이 놓이지 않았소.”그녀가 문득 무언가 떠올린 듯 했다.“잠깐.”목몽설이 재빨리 책상가로 가서 서랍을 열고, 조심스레 붓 한 자루를 꺼냈다. 평범한 호필로, 필대는 흔한 청죽이고 털끝은 다소 낡아 있었다.“금역 셋째 밀실에서 찾았소. 저 흉수는 금역에 들었던 까닭이, 무언가를 적으려 한 듯하더이다.”허나 셋째 밀실에 무엇이 있었던가.오직 석벽에 새긴 의서와, 요망서의 피눈물 어린 탄식뿐이었다.최지습은 그 붓을 받아 들었다. 차가운 필대를 손끝으로 어루만지는 그의 눈빛이 문득 칼날처럼 매섭고 냉혹해졌다.흩어졌던 실마리들이, 보이지 않는 한 올의 줄에 꿰이듯 순식간에 하나로 이어졌다.역용술, 독술, 약왕곡과 목씨 가문의 은밀한 내력을 꿰뚫고 있는 자…… 한 이름이 번개처럼 그의 가슴속에서 울려 터졌다.그는 번쩍 고개를 들어 목몽설을 바라보며, 전례 없이 무거운 경계의 빛을 눈에 담아 낮게 일렀다.“알겠소. 목 낭자, 부디 스스로도 조심하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도 쉽사리 믿지 마시오.”“명심하겠소.” 목몽설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몸을 지키고, 또한 진상을 밝힐 방도를 찾아보겠소. 그대들 역시… 조심하시오.”최지습은 더 말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깊이 한 번 바라보더니, 온몸을 밤빛에 녹여 들듯 소리 없이 물러나, 목씨 관저를 떠났다.의관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깊은 삼경이었다.최지습은 야경을 비켜 그림자처럼 김단의 방으로 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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