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Bab 1681 - Bab 1690

1780 Bab

제1681화

그다음 보름 동안 김단은 약왕곡 장서각 곁의 정사재 한 칸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큰 서안 위에는 몇 권의 고적과 수고가 펼쳐져 있었고, 주변에는 곡독과 연관 있을 만한 약왕곡 소장 전적들이 참고와 대조를 위해 수북이 쌓였다. 그녀는 거의 먹고 자는 일도 잊었고, 밤낮의 구분이 사라졌다. 유등과 초는 갈아도 또 갈았고, 숙희가 들인 밥상은 데우면 식고, 식으면 물려갔다. 세상은 빽빽하고 뒤틀린 문자와 기호만 남았다.그녀는 심월이 남긴 수고의 주석을 풀어야 했다. 고적의 오래되고 난삽한 문장을 이해해야 했고, 수많은 기록 속에서 진위를 가리며 흉험한 곡술 사이로 동명고의 잔해에 관한 한 줄을 찾아 그 해법까지 도출해야 했다. 이는 만길 벼랑 위에서 줄을 걷는 일과 같았다. 해석 하나만 그르쳐도 낭떠러지였다.동명고의 해법을 찾기 전에 그녀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혈독충에 대한 주석이었다. 혈독충은 곡혈을 탐한다. 몸에 들면 사람의 정기를 빨아 노화를 재촉한다… 그 한 줄을 읽는 순간 가슴 한편에서 서늘함이 서서히 번졌다.그날 식지 끝을 찌르고 스친 것이 바로 그것임을 그녀는 알았다. 심월은 소한을 부려 그녀가 곡혈을 지닌 사실을 알아냈고, 그래서 그 책들 위에 일부러 그녀만을 겨냥한 귀물을 심어 두었다. 남이 집었더라면 무사했을 터였다. 오직 김단만이 혈독충에 들렸다.늙음을 재촉한다는 것인가. 김단의 입매가 무력한 웃음으로 살짝 꺾였다. 심월의 보복이었다. 온 머리를 뒤덮은 그 백발의 보복.허.하지만 심월아, 나는 너를 해한 적이 없다. 어찌하여 번번이 나를 괴롭히느냐.그녀는 오래 미움에 머물지 않았다. 자신보다 더 걱정되는 이는 최지습이었다. 곧장 다음 장을 넘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숙희가 또 거의 손도 대지 않은 밥상을 들고 들어왔다. 서안에 엎드린 채 눈썹을 굳게 모으고 핏기마저 사라진 김단을 보던 숙희의 시선이 우연히 그녀의 귓머리를 스쳤다. 낮고도 놀란 숨이 새어 나왔다.“아씨! 머리카락이요…!”검푸른 숱 사이로 언제 스며들었는지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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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2화

한편 약왕곡 서쪽, 사람 드문 뜰에서 소한은 막 한 세트의 권법을 마쳤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햇빛에 번들거렸다.그때 약동이 약그릇을 들고 살금살금 다가왔다.“소 장군, 약 드실 시간입니다.”소한은 땀을 훔친 뒤 약동에게 걸어가 그릇을 받아들었다. 단숨에 들이켰다. 쓰디쓴 약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 위장을 훑자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그이는 어떠하오.”목소리는 모래를 문댄 듯 쉬어 있었고, 낱말마다 거칠게 갈렸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물음이었다. 약동은 그 ‘그이’가 누구인지 곧장 알아들었다.“대군자께서는 여전히 그대로이십니다. 약왕곡의 주인 그이는… 요사이 의서를 몇 권 찾으셔서 줄곧 들여다보고 계십니다.”김단.소한의 심장이 불시에 조여들었다. 촘촘한 통증이 가슴속으로 번졌다. 그날, 심월이 남긴 글을 본 뒤로 김단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 명을 내릴 때는 주저가 없었고, 눈빛에는 서늘한 날이 섞였다. 분명 심월이 그녀를 크게 건드려 놓았다.“며칠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다 보지 못하였단 말이오.”그가 중얼거리자 약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심이 얼굴에 또렷했다.“방금 숙희가 공양을 내오셨는데, 눈이 벌겋더군요. 약왕곡의 주인어른께서 며칠째 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나서질 않으셨답니다. 머리카락도 하얀 것이 제법 늘었다고….”그 말을 듣는 순간 소한의 가슴께가 덜컥 내려앉았다. 사술과 독은 본디 김단의 장기가 아니었다. 하물며 심월이 남긴 글에는 그 사술이 풀리지 않는다 적혀 있었지 않은가.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소한은 김단이 머무는 뜰 쪽을 바라보았다. 짙은 근심이 미간에 내려앉았다.향 한 자락이 거의 다 탈 무렵, 소한은 김단의 뜰 앞에 이르렀다. 안쪽은 고요했다. 쓸고 닦는 이 하나 보이지 않았다. 짙은 밤색의 문은 굳게 닫혀 있어 이곳에 과연 사람이 드나드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소한의 가슴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문가로 다가서려 했다. 그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유령처럼 소리 없이 내려 그의 앞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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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3화

소한은 수많은 전장을 겪으며 적의 흔적을 좇는 법만큼은 몸에 밴 사람이었다.하지만 영칠은 머뭇거렸다. 암위는 약왕곡에 속한다. 그들을 소한에게 붙이려면 먼저 김단의 허락이 있어야 했다. 게다가 요즘 김단은 방문을 굳게 닫고 나오지 않았다. 앞서 내린 명으로 암위조차 곁을 지키지 못했다. 영칠 본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쉽게 결을 내릴 수 없었다.“송구하오나, 이 일은 제가 함부로……”말이 끝나기도 전에 낮게 눌러 깔린 소한의 목소리가 그를 끊었다.“단이가 지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책만 들여다보오. 언제까지 그럴 작정이오? 끝내 최지습을 구할 방책을 찾지 못한다면 그다음은 어찌하겠소?”그 말에 영칠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도 생각하지 않은 바가 아니었다. 김단 또한 모를 리 없었다. 다만 모두가 입을 다물 뿐이었다. 지금으로선 그 길밖에 없어 보였으니.심월은 약왕곡을 떠난 뒤로 종적을 감추었다. 그러나 소한이 정말로 그를 찾아낸다면, 분명 또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었다.여전히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소한의 어조가 무심히나마 더 무거워졌다. 그는 영칠을 곧추 바라보며 또렷이 말했다.“그 자를 찾아 붙잡는 것이오. 그러면… 입을 열게 할 수도 있을 것이오. 해독법을.”영칠은 소한의 눈빛을 한동안 받아 보았다. 짧은 저울질 끝에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소 장군께서는 몇 사람을 원하십니까.”소한의 눈에 빛이 번졌다.“열이면 족하오. 적으면 정예가 되오. 주변 지형에 익숙한 자들로 하시오.”“알겠습니다.”영칠이 고개를 끄덕였다.“사람은 제가 꾸리겠습니다. 반 시진 뒤, 약왕곡 어귀에 모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들은 전적으로 소 장군의 지휘를 따를 것입니다.”“은혜를 입었소.”소한은 주먹을 모아 깊이 예를 갖추었다. 군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굳게 닫힌 방문을 오래 바라보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기운을 안으로 전하듯. 이윽고 뒤돌아섰다. 성큼성큼 발걸음이 멀어졌다. 등짐은 결연했고, 전장의 장수답게 번개 같은 기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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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4화

하늘을 가리는 고목이 겹겹이 우거지고 굵은 덩굴이 괴뱀처럼 늘어졌다. 바닥에는 낙엽이 두텁게 썩어 쌓여 발이 푹신하게 잠겼고, 눅진한 비릿내가 은근히 올라왔다. 공기엔 풀과 나무의 부패한 냄새에 옅은 장기가 섞여 있었다.바람이 잎을 스치는 소리와 암위들이 극도로 낮춘 발소리만이 고요를 갈랐다.그때 소한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 주먹을 쥐었다. 뒤따르던 암위들이 즉시 멈춰 섰다. 숨결까지 낮추고 사방을 매서운 눈으로 훑었다.소한은 몸을 낮추어 땅을 들여다보았다. 겉으로는 새 흔적이 없었다. 그는 신중히 겉층의 비교적 새 낙엽 몇 장을 한편으로 치웠다. 아래로는 더 짙은 빛의 다진 흙이 드러났다.손끝으로 흙 한층을 긁어 보았다. 한 꼬집 콕 집어 코끝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이틀 안에 누가 지났소.”그가 가까이 다가온 한 암위에게 낮게 일렀다.“걸음은 가볍되 기운을 억눌렀고, 몸집은 가벼운 편이 아니오. 장정이오. 그리고 여기서 잠시 멈췄다가… 발끝이 저쪽을 가리켰지.”소한의 손끝이 숲속의 길 아닌 길을 짚었다. 암위의 눈빛에 감복이 번졌다. 거의 구분되지 않을 미세한 자취가 소한의 눈에는 길잡이 표식처럼 선명했다.대오가 다시 소리 없이 움직였다. 소한의 판단을 따라 자취를 좇았다.한 시각가량 흘렀을 때, 소한이 다시 멈춰 섰다.“돌고 있소.”그가 굳은 미간으로 사방을 휩쓸었다. 어제와 오늘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똑같은 풍경이었다.“일부러 가장 험하고, 흔적을 지우기 쉬운 길만 골랐소. 이 숲 지세에 익숙함이 보통이 아니오.”곁의 한 암위가 낮게 거들었다.“예. 심 선생이 저희보다 먼저 약왕곡에 와 있었고, 전 주인과 함께 약을 캐러 산에 드나든 일이 잦았습니다. 이 일대는 분명 저쪽이 더 익숙합니다.”다른 암위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소 장군, 불신해서가 아니옵니다만 약왕곡 주변 산줄기는 서로 이어져 끝이 없습니다. 그때도 저희가 약왕곡의 주인을 모시고 심 선생의 은신처를 찾느라 보름을 썼사온데, 지금은 더욱 찾기 어렵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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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5화

부엽이 어지럽게 뒤엉켜 다른 곳보다 불룩하게 솟아 있었다. 누군가가 흔적을 가리려 일부러 긁어모아 덮어둔 모양새였다.소한은 그 부엽을 조심스레 쓸어냈다. 아래 드러난 흙바닥에는 미끄러지며 긁힌 자국이 길게 남아 있었다. 자국 곁에는 손바닥을 꾹 누른 얕은 압흔이 하나. 다섯 손가락 윤곽이 흐릿했으나 가늘고 작았다. 성인 남자의 크기가 아니었다.곧이어 손바닥 자국 앞쪽,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절반만 남은 발자국이 하나 더 눈에 띄었다. 방금 전 심월의 흔적보다 훨씬 작고 얕았다. 아구의 것이다.발자국의 하중은 분명 가벼웠고, 착지 때 힘이 풀려 앞코가 질질 끌린 흔적까지 남았다. 주인이 그때 허약하거나 중심이 무너진 상태였다는 뜻이다.모든 조각이 소한의 머릿속에서 한순간에 맞물렸다. 아구가 이 지점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본능적으로 손을 짚으며 땅에 눌러 자국을 남겼다. 넘어지며 곁가지에 몸을 부딪쳐 가시가 옷을 찢고 살을 스쳤다. 그래서 저 검붉은 점들이 생겼다. 곧 심월이 아이를 부축해 일으키고 이 부엽을 긁어와 흔적을 덮었다.“이쪽이다.”소한이 낮게 일갈했다. 숲은 고요했으나 그 한마디에 암위들이 재빨리 모여들었다. 발자국을 확인한 모두가 심월이 아구를 이끌고 간 방향을 단번에 짐작했다.소한은 일어나 그 방향으로 눈을 들어 멀리 살폈다. 허나 나무가 빽빽하여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짧게 물었다.“앞은 어디요.”“아마 벼랑산일 겁니다.”암위 하나가 조심스레 답했고, 다른 이들도 차례로 고개를 끄덕였다.“벼랑산?”소한의 미간이 접혔다.“높이는.”“이 근방 둘째로 높은 산입니다. 절벽이 빽빽하고 오르기 매우 까다롭습니다. 한눈만 팔아도 낭떠러지로 곧장 굴러떨어집니다.”그 말을 듣는 사이, 소한의 마음속에는 이미 하나의 결론이 내려졌다.“그자가 약왕곡을 엿보려면, 시야가 트이면서도 스스로를 숨길 높은 자리를 택할 수밖에 없다. 너희 말대로 벼랑산은 험하나, 약왕곡을 굽어보기에 더없이 알맞다. 심월이 아구를 데리고 그리로 올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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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6화

암위들 또한 그 사실을 보고, 뒤늦은 두려움이 등골을 훑고 지나갔다.스무 날도 더 전에 약왕곡을 떠난 자가, 실은 내내 이곳에서 약왕곡을 지켜보고 있었다니.이 절벽마루에서 먼 시야를 내다보면 약왕곡이 한눈에 들어왔다.어느 뜰에 몇 사람이 드나드는지까지 분간될 만큼 훤했다.그 말은 곧, 그들이 예전 장무연으로 대대적으로 움직여 심월의 은신처를 찾을 때,심월은 아구를 데리고 바로 여기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뜻이었다.오늘 그들이 약왕곡을 나와 그의 자취를 좇았을 때도,그는 아마 이미 내려다보며 알고 있었을 것이다.어찌 그리 오랫동안 뒤쫓고도 그림자 하나 못 본지, 이제야 합이 맞았다.소한의 얼굴빛이 한층 어두워졌다.“오늘로는 더 얻을 것이 없겠구나. 돌아간다.”적은 숨어 있고 그들은 드러나 있다.형세가 불리했다. 더 찾아도 실익이 없었다.명령이 떨어지자 일행은 약왕곡으로 발을 돌렸다.약왕곡에 닿았을 때, 해는 이미 서녘으로 기울어 있었다.소한은 산바람과 먼지를 온몸에 묻힌 채, 곧장 김단의 뜰로 향했다.문어귀에는 영칠이 말 없는 석상처럼 서 있었다.그는 그들이 돌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묻는 눈길을 보냈다.“어찌되었사옵니까?”가면 너머로 새는 목소리에, 미세한 급박이 서려 있었다.소한이 고개를 저었다.“머무른 절벽마루를 찾았소.적잖은 날을 버틴 자리이었소.약왕곡의 움직임을 모조리 내려다보였소.”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눈가에 짙은 아쉬움을 스쳤다.“그대들이 앞서 장무연을 뒤질 때의 모든 동정도,오늘 우리가 약왕곡을 나선 순간도,아마 그의 눈 아래 있었을 것이오.심월은 여우 같고 숨는 법을 꿰뚫었소.적은 숨어 있고 우리는 드러난 형국이니, 더 쫓아도 허사이오.”영칠은 그 말을 듣고 굳은 얼굴을 가면 아래로 감추었다.그와 심월은 약왕곡에서 함께 자라 가까웠다.그러나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가 이토록 마음이 깊고 꾀가 많을 줄은.은혜를 헤아리지 않고, 원한은 끝까지 갚는다.약왕곡의 주인은 그를 모욕한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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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7화

김단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했고, 입술엔 피기 하나 없었다. 손만 스쳐도 부서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그러나 소한이 가장 놀란 것은 따로 있었다.김단의 머리카락이 거의 전부 희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겨울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이 아직 먹 자국이 마르지 않은 바닥과 그녀의 뺨가에 차갑게 흩어져 있었다. 그 탓에 그녀의 안색은 더없이 수척해 보였다.그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선뜻 다가가 손을 대기가 두려웠다.곧 뒤따라 들어온 영칠도 그 광경을 보고 숨을 거세게 들이켰다. 동공이 움찔 수축하며 믿기지 않는 듯 굳어 섰고, 무의식중에 낮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약왕곡의 주인… 어찌 이런 일이 있습니까…”이건 과로로 기혈을 지나치게 소모한 정도로 보이지 않았다.약왕곡의 주인의 이 새하얀 머리… 심월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그래, 심월이었다. 분명 그가 한 짓이었다. 그의 보복이었다.“그 자식…”영칠의 어금니 사이로 새는 낮은 목소리는 분노와 살기가 가득했다.“가서 베어 버리겠습니다.”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내달렸다.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해 소한의 짧은 음성이 그를 붙들었다.“멈추오.”영칠의 발끝이 잠시 굳었으나,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소한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차분히 말을 이었다.“심월은 속이 너무 깊소.성급히 달려가면 그의 술수에만 걸려들 것이오.그리되면 도리어 단이에게 폐가 되오.”그 말을 듣고서야 영칠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그도 안다. 소한의 말이 옳다는 것을.다만 꽉 쥔 두 주먹이 좀처럼 펴지지 않을 뿐이었다.소한의 가슴이 보이지 않는 손에 세차게 움켜쥐어진 듯 조여 왔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그는 굳은 얼굴로 끝내 앞으로 다가가, 차가운 바닥에 누운 김단을 조심스레 안아 올렸다. 안쪽 방의 침상으로 빠르게 옮기며 낮게 명했다.“문 단단히 걸어 두시오.오늘 본 일은 한 글자도 밖으로 새어 나가선 아니되오.지금 그녀의 상태를 누구에게도 알리지 마시오.”“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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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8화

김단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이튿날 한낮이었다.의식은 깊은 바다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듯 더디고 고단했다.희미한 백광이 먼저 번져 보였고, 한참을 지나서야 시야가 서서히 초점을 찾았다.먼저 들어온 것은 익숙한 침상 위 휘장이었다.침상 곁 의자에는 눈이 밤톨처럼 부어오른 숙희가 앉아 있었다. 울음을 꾹 참는지 어깨가 자꾸 떨렸다.“아… 아씨! 깨어나셨군요!”숙희는 그녀의 눈꺼풀이 움직이는 것을 보자마자 거의 달려들 듯 몸을 숙였다.울음 섞인 기쁨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소리는 최대한 낮췄다.“정말 간 떨어질 뻔했어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김단은 입술을 열었으나 목이 메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가볍게 고개만 저었다.몸을 조금 움직이자, 수레에 짓이겨진 듯 온몸이 욱신거렸다.특히 머리가 먹먹하게 쿡쿡 아려, 지난밤 기력이 모조리 빠져나갔음을 떠올리게 했다.숙희는 곧 눈치를 채고, 미지근하게 덥혀 둔 맑은 물을 가져왔다.그녀의 등허리를 조심스레 받쳐 일으킨 뒤, 한 모금 한 모금 입술에 대 주었다.따뜻한 물이 메말랐던 목을 적시자 비로소 숨이 조금 놓였다.김단의 시선이 방 안을 천천히 훑어보았다.내실과 바깥 사이 문턱에 영칠이 서 있었다.그녀가 깬 것을 알아차리자 그는 멀찍이서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철면이 표정을 가렸으나, 살짝 기울인 고개와 굳게 다문 턱선에서 그의 동요된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나… 얼마나 잤지?”목소리는 쉰 숨처럼 가늘고 약했다.“하룻밤하고 낮까지, 꼬박 주무셨어요, 아씨.”숙희가 목이 메어 대답했다.“갑자기 쓰러지셔서 정말…”그때 소식을 들은 모 선생이 제자의 부축을 받으며 지팡이를 짚고 급히 찾아왔다.모 선생은 김단이 눈을 뜬 것을 보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다행입니다. 정신이 드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그러나 침가로 가까이 다가서자, 베갯가에 흩어진 새하얀 머리칼이 눈을 찌를 만큼 선했다.그의 눈에 순식간에 쓰라린 연민이 차올랐다. 목소리마저 떨렸다.“심월… 그자가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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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9화

잠시 세 사람 모두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말을 잇지 못했다.모 선생이 고개를 저었다.“약왕곡의 주인께서는 염려 마십시오. 심월이 감히 손을 댔다면 약왕곡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소식을 돌려 두었습니다. 그 자의 자취만 드러나면 끝까지 추적하겠습니다.”김단의 입끝이 옅게 올랐다.“지금은 심월을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그녀의 바람은 하나였다. 최지습이 하루라도 빨리 깨어나는 것.그 생각에 이른 김단이 모 선생을 보았다.“모 선생, 독초 몇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수고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모 선생이 곧바로 예를 올렸다.“분부만 내리십시오.”김단이 가까운 서안 쪽을 가리켰다.“목록은 종이에 적어 두었습니다. 그대로 마련해 오시면 됩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모 선생이 서안으로 가서 종이를 들어 대강 훑었다. 그 얼굴빛이 문득 굳었다. 그는 몸을 돌려 김단을 바라보았다.“약왕곡의 주인, 이 독초들로… 무엇을 하시려는 것입니까.”하나같이 치명적인 것들이었다.김단이 잔잔히 웃었다.“곡을 빚으려 합니다.”심월이 했던 일, 그녀도 할 수 있었다.그동안 심월이 남긴 고서들을 빠짐없이 읽었고, 동명고의 이치도 모조리 익혔다.심월의 말대로 새끼 독이 몸을 떠나면 어미 독만이 끌어낼 수 있다.하지만 한 가지가 빠졌다. 최지습의 몸에 남은 새끼 독은 불완전했다.내가 동명고를 만들어 새 새끼 독을 최지습의 몸에 들여보내면, 그 불완전한 자곡은 새로 든 새끼 독에게 잠식될 것이다.그때 어미 독으로 끌어내면 된다.숙희는 김단의 웃는 얼굴을 보더니 훌쩍 눈물을 훔치며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아씨, 혹시… 곡을 푸는 방법을 찾으신 겁니까?”그 말에 영칠과 모 선생도 흠칫했다. 두 사람의 눈빛에 다급함이 비쳤다.김단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찾았어.”영칠의 얼굴에서 긴장이 조금 풀렸다.모 선생은 기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좋습니다. 곧바로 준비하겠습니다.”말을 마치자 그는 서둘러 밖으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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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0화

소한은 심월이 높은 곳에서 동향을 살핀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더는 요란하게 수색하지 않았다.그는 소수의 인원을 데리고 은밀히 약왕곡을 빠져나왔다. 겉으로는 어제와 같은 방향을 더듬어 심월의 자취를 좇는 듯했다.그러나 숲속에 남은 흔적을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았다. 때로는 심월보다 한발 더 빨랐다.몇 차례나 심월이 그대로 들킬 뻔했다.아마 어제 김단이 쓰러진 일이 소한을 성급하게 만든 탓이겠지.심월은 그렇게 짐작했다. 더는 어찌할 수 없어 아구를 데리고 다른 길로 몸을 뺐다.뜻밖에도 그곳에는 이미 천라지망이 깔려 있었다.앞길을 가로막은 암위가 십여 명. 그제야 심월은 자신이 꾀에 걸렸음을 알아차렸다.“심 선생.”등뒤로 소한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짙은 조롱이 섞여 있었다.“그대가 산중에서 엿보는 것을 내가 알면서도 대비하지 않았을 것이라 여겼소?”아구가 겁먹은 얼굴로 심월의 등 뒤에 숨었다.“심 선생…”심월은 아구를 앞으로 끌어내 옆을 가리켰다.“저쪽에서 기다려.”아구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못했지만, 시키는 대로 물러섰다.심월은 소한을 향해 비웃음을 흘렸다.“그렇습니다. 소 장군께서는 본디 조선의 명장이셨지요. 다만 약왕곡의 암위가 언제부터 장군님의 병사가 되었습니까?”그는 날 선 시선을 암위들에게 돌렸다.“너희는 약왕곡이 쌓아 올린 가르침에 부끄럽지 않느냐.”“약왕곡을 욕되게 한 건 바로 너다.”암위 중 한 사람이 호통쳤다.“약왕곡의 주인께서 그대에게 무슨 죄를 지으셨다고, 어찌 그토록 거듭 몰아붙이느냐.”“심월, 너는 약왕곡의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그 말에 심월이 크게 웃었다.“내가 자격이 있느니 없느니, 너희가 정할 바가 아니다.”그가 말을 끊자마자 몸을 날렸다. 날카로운 기세가 소한을 향해 곧장 내리꽂혔다.소한의 미간이 어두워졌다. 막 돌격하려던 찰나, 심월이 소매 속에서 독분을 털어냈다.다행히 소한은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소매를 휘둘러 내력을 터뜨리자 가루의 대부분이 흩어졌다. 검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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