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보자 김단은 그 자리에서 정신이 멍해졌다.그녀는 심월이 이런 수까지 남겨두었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심장이 무언가에게 움켜잡힌 듯, 간헐적으로 통증이 밀려왔다.김단은 목울대를 힘겹게 움직이더니, 이내 두 번째 장을 펼쳐 보았다...“만일 제가 소한의 독을 해독하지 않았다면, 어미 독은 제게 남아 있었을 겁니다. 평양원군의 몸이 차츰 회복될 무렵, 이 연결 고리를 통해 그 자를 깨어나게 할 수 있었겠지요. 당장 완쾌시키지는 못할지라도, 그리할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허나 이제 어미 독과 새끼 독이 모두 제 몸속에서 결합하여 소멸했으니, 평양원군의 심장 맥에 박힌 그 새끼 독 잔해는 뿌리 없는 부평초와 같이 다시는 움직일 수 없을 겁니다.”“다시 말해, 최지습은 영원히 다시 깨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이 판은 결국 제가 반수 이겼습니다. 심월, 드림.”김단의 떨리는 손에서 서신이 나풀거리며 미끄러져, 차가운 바닥에 소리 없이 떨어졌다.그녀는 순식간에 모든 기력이 빠져나간 듯,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얗게 질렸다. 비틀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옆의 책장을 붙잡고서야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귓가에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렸고,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무너지는 듯했다.그럴 수가... 그럴 수가! 그의 마지막 그 눈빛은 착각이 아니었던 것이다!그것은 목적을 달성한 후의 보인 냉소, 복수 후의 쾌감이었던 것이다!그는 애초부터 이토록 악랄한 복선을 깔아 두었던 것이다!그는 이미 계산해 두었다. 독을 해독하든, 해독하지 않든, 절대 자신이 패배하지 않을 방도를 말이다!독을 해독하면 소한이 살고, 최지습은 ‘죽는다’.해독하지 않으면 최지습은 살고, 소한이 ‘죽는다’.이 판은 애초부터 막다른 길이었고, 심월은 처음부터 질 수 없는 싸움이었던 것이다!“푸웁!” 충격이 심장에까지 치민 듯, 김단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피는 그녀 앞 바닥에 흩뿌려져, 붉은 매화처럼 번졌다.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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