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의 모든 챕터: 챕터 1661 - 챕터 1670

1780 챕터

제1661화

모 선생의 몸은 심하게 떨렸고, 한 걸음 한 걸음을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마치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등은 곧게 펴져 있었고,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가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오는 길 내내, 그는 약왕곡 제자들이 고통스럽게 신음하며 쓰러져 있는 참혹한 모습과,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독 안개를 보았다. 그의 눈 속에 이글거리는 가슴 아픈 분노는 더욱 강하게 타올랐고, 몸의 떨림도 더욱 심해졌다.김단이 모 선생을 부축하여 심월을 가둬 둔 청심원으로 한 걸음 들어섰을 때, 심월은 눈을 감은 채 회복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입가에는 세상일에 무관심한 듯 냉담한 기색마저 느껴졌다.영칠은 그녀의 옆에 서서 장검으로 심월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그의 분노는 철가면으로도 가려지지 않았다.부축을 하며 들어오는 김단과 그를 노려보는 모 선생을 보자, 그의 얼굴 가득하던 냉담함도 약간의 틈이 생겼다. 묘한 놀라움과 함께... 죄책감이 스쳐 지나갔다.모 선생은 김단의 부축을 뿌리치고, 온 힘을 다해 몸을 바로 세웠다. 그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 손을 휘둘러 심월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짝!”그다지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야심한 밤인지라 유난히 맑고 크게 울려 퍼졌다.심월의 얼굴이 옆으로 살짝 돌아갔다.모 선생의 가슴은 격하게 오르내렸다.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풀무질하듯 힘에 겨웠다. 목소리는 쉬고 갈라졌지만 땅을 울리는 듯한 힘이 있었고, 피눈물을 토하 듯 분통함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내리꽂았다.“심월! 자네가... 자네가 한 짓을 보시게! 자네가 이 약왕곡을 어찌 만들었는지 보란 말이오! 자네 손에 의해 산 송장이 된 제자들! 그 자들은... 그 자들은 자네를 존경하고 공경하여, 선생이라 불렀던 자들이오! 약왕곡을 구하고 백성들을 살리려던 그 마음은...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오?! 역대 곡주님들의 피와 땀이 어린 노력을... 이렇게 수포로 만들 것이오?!”“독으로 사람을 조종하고, 비밀리에 이런 사악한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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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2화

청심원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바람이 대나무 끝을 스치며 내는 사각거리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김단과 영칠이 모 선생을 부축해 나갔지만, 공기 중에는 여전히 그 한 서린 원망이 울려 남아 있는 듯했다. 여기에 멀리서 고통받고 있던 제자들이 간헐적으로 내는 신음 소리가 섞여, 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망이 쳐진 듯 분위기를 무겁게 눌렀다.심월은 눈을 감고 그 소리들을 애써 무시하려 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그 소리들은 오히려 더욱 생생해져 파도처럼 밀려들었고, 그의 귓가에 끊임없이 메아리쳤다.그 애달픈 울음소리, 절망적인 구원 요청이 마치 바로 옆, 자신의 방 문 앞에서 들려오는 듯했으며, 이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한 원망처럼 느껴졌다.그의 미간은 더욱 깊게 찌푸려졌고, 이마에는 가느다란 식은땀이 맺혔다. 손톱은 손바닥에 깊숙이 박혔다.바로 그때, “끽”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살짝 열렸다.맑고 깨끗한 아침 햇살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방 안의 음침함을 물렸다. 심월은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고, 창밖이 어느새 환하게 밝아졌음을 깨달았다. “심 선생님! 제가 죽을 끓여왔습니다!”들어온 이는 약왕곡의 어린 약동인 아구였다.그는 고아로, 올해 겨우 열두 살이었다. 심월이 선대 곡주 심묵을 따라 함께 떠돌던 시절 데려온 아이였다.아구는 타고난 재능이 없어 약재를 전부 익히는 데 몇 년이 걸렸다. 그리고 지난 몇 년 간 약왕곡에서 잔심부름을 해왔다.그는 찬합을 들고 들어와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놓았다.뚜껑을 열자, 따뜻하고 구수한 쌀 향이 천천히 퍼져 나와 심월의 코를 스쳤고, 이에 심월은 저도 모르게 배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아구는 그 소리를 듣고 순박한 웃음을 지었다. “선생님께서 배고프실 줄 알았습니다.”그는 맑은 죽 한 그릇을 들어,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한 숟가락 떠서 입가에 대고 살짝 불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심월의 입으로 가져갔다.그러나 심월은 입을 열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아구의 손에 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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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3화

아구는 고개를 숙이고 수줍으면서도 속이 깊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곡주님께서는 바쁘시잖습니까! 어젯밤 상황이 워낙 긴박하기도 했고, 곡주님께서는 자신의 희생으로 많은 이들을 구하셨습니다. 그 후에도 밤새도록 눈도 못 붙이시고 해독약을 달이느라 얼굴이 하얗게 질릴 만큼 지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런 사소한 일로 번거롭게 해 드릴 수 있겠습니까?”심월은 어젯밤 김단의 모습을 떠올렸다. 확실히 안색이 창백했고, 손바닥에 피가 묻어 있는 것으로 보아 상황이 심각했음이 분명했다.아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그가 생각에 잠겨 있던 와중, 아구가 다시 목소리를 낮추었다. 어투에는 약간의 망설임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일이 생겼는데, 심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심월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말해 보아라. 상관없다.”아구가 좀 더 가까이 다가와 목소리를 더욱 낮췄다. “오늘 아침 날이 밝기도 전에, 영칠 도령께서 호위무사들을 여럿 데리고 약왕곡 밖에서 초석과 유황 같은 것들을 잔뜩 실어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심월의 심장이 순간 덜컥 내려앉았다.아구는 그의 안색을 살피며 더욱 불안해했다. “심 선생님... 혹 곡주님께서 정말로 뒷산을 폭파시키시려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산속의 약재 연못은 어찌 되는 것입니까?”이 한마디는 심월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가슴 뛰게 했다.초석이라니?유황이라니?정말 그녀가 약재 연못을 망가뜨리려는 것일까?‘아니, 그럴 리 없다!’그녀가 약왕곡 사람들을 그토록 필사적으로 구해냈는데, 어찌 약왕곡을 망가뜨릴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돌이켜보니, 약왕곡의 사람들과 약왕곡의 재산 사이에는 필연적인 연관이 없는 듯했다.그녀는 이미 장서각까지 불태웠는데, 약재 연못이라면...그는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더욱 촘촘히 맺혔다.그러나 그의 시선은 아구의 얼굴에 머물렀다. 마치 마지막까지 진실된 답을 찾으려는 듯, 그는 아구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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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4화

아구가 김단에게 소식을 전하러 왔을 때, 김단은 최지습의 약을 갈아주고 있었다.아구의 말을 듣고, 그녀의 손동작은 매우 미세하게 멈칫했다. 그녀는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알겠다.”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평온하고 동요가 없었기에, 당장 약을 갈아주는 일이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아구는 그 모습을 보고 눈치 빠르게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발소리가 완전히 멀어지자, 옆을 지키고 있던 숙희는 참지 못하고 곧장 김단의 곁에 가까이 다가섰다. 그녀의 얼굴에는 고비를 넘겼다는 기쁨과 김단에 대한 경외가 가득했다. 그녀는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했다. “아씨,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아실 수 있습니까? 아구에게 평범한 흰죽 한 그릇을 가져다주게 한 것만으로, 정말 그 분의 맘을 바꿀 수 있는 것입니까?”그녀는 그토록 고집스럽고 광적으로 보이던 자가 어떻게 죽 한 그릇에 무너질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김단은 마지막 남은 연고를 최지습의 상처에 꼼꼼하게 발랐다. 그녀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지만, 입가에는 아주 옅은 미소가 스쳤다. 그녀는 곧바로 대답해 주지 않았다. 새 붕대를 꼼꼼하게 감싸 모든 치료를 마친 후에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손을 씻으며 입을 열었는데, 그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평온함이 담겨 있었다.“왜냐하면 심월은 본질적으로 흉악무도한 악인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녀는 몸을 돌려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마치 건물을 넘어 심월이 있는 곳을 바라보는 듯했다.“어젯밤 독 연기는 겉보기에 흉포하고 무서웠고,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지. 하지만 자세히 되짚어 보면, 정말로 그것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느냐?” 그녀는 나지막이 물었고, 숙희가 대답할 틈도 없이 말을 이었다. “또 이전에도, 그 자가 약왕곡의 모든 이들의 정신을 조종할 때 사용한 수법은 분명 음독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넋이 나간 사람처럼 되었을 것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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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5화

은침이 몸에 들어가자 소한의 몸이 격하게 떨렸고, 목구멍에서는 극심한 고통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마에는 순식간에 식은땀이 흘렀다.피부 아래의 꿈틀거림은 더욱 격해졌다. 마치 무언가에 의해 방해를 받은 듯했다.심월은 주저할 틈도 없이 손가락에 기운을 모아, 은침을 통해 소한의 몸 안으로 천천히 주입했다.이 과정 내내 심월은 온 정신을 집중했다. 이마에는 핏줄이 솟았고, 땀이 관자놀이를 따라 끊임없이 흘러내렸으며, 안색은 점점 창백해졌다.시간은 끝없이 길게 느껴졌다.그때 갑자기 소한이 크게 입을 벌렸다. 몸은 심하게 경련을 일으켰으나, 아무것도 토해내지 못했다.대신 장침이 찔린 그의 심장 쪽 부위가 미세하게 부풀어 올랐다. 이윽고 소름 끼치도록 작은 혹을 만들었고, 부풀어 오른 무언가가 침을 따라 매우 느리게, 조금씩 바깥쪽으로 이동했다!무언가가 소한의 몸속에서 강제로 나온 것이다!심월의 눈빛은 극도로 긴장하고 비장해졌다.그는 재빨리 비어 있는 백옥 잔을 들어, 은침 끝에 조심스럽게 받쳤다.부풀어 무언가가 피부 표면에 다다르자, 검붉은색의 끈적한 핏방울이 배어 나와 백옥 잔에 떨어지며 가벼운 "탁" 소리를 냈다.뒤이어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길이가 반 치 정도 되는 작은 벌레 한 마리가 침구멍을 뚫고 기어 나와, 백옥 잔 속의 핏방울에 떨어졌다. 벌레는 미친 듯이 꿈틀거리며 몸을 뒤척였고,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다!이것이 바로 만악의 근원인 새끼 독이었다!하지만 제대로 볼 새도 없이, 새끼 독은 마치 심월과 보이지 않는 연결이라도 되어 있는 듯, 잔을 든 심월의 손을 타고 손등으로 기어갔다. 그러고는 다른 이들이 반응할 틈도 없이, 가는 침처럼 심월의 피부를 찌르고 들어갔다!그 속도가 너무 빨라 피할 틈조차 없었다!“크윽!” 심월이 신음하며 몸을 떨었다!“심월!” 영칠이 깜짝 놀라 곧장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김단도 눈빛이 흔들렸고, 자신도 모르게 소매 속 단도에 손을 얹었다.하지만 심월이 재빨리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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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6화

김단은 곧바로 두 시종에게 심월을 부축하여 휴식을 취하게 하라고 하였다. 그러고 몸을 돌려 아구에게 명령했다. “가서 안신탕 한 사발을 달여 오거라.”아구는 “예.”하고 대답한 후, 곧바로 움직였다.김단은 그 뒤를 따라 심월의 방으로 돌아가, 아구가 조심스럽게 한 숟가락씩 탕약을 심월의 입에 먹이는 것을 지켜보았다.그가 탕약을 완전히 마시고, 호흡이 점차 평온해져 깊은 잠에 빠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의 긴장감도 비로소 조금 풀렸다.영칠은 소리 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골짜기 너머로 약간의 서늘함이 느껴지는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까닭 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하고 서글프게 만들었다.영칠의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고요하던 정원에 천천히 울려 퍼졌다. “해독의 대가가 이토록 참혹하다니... 자업자득인 셈이오.”김단의 발걸음이 미세하게 멈칫했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계속 앞으로 걸었고, 그림자가 뒤로 길게 늘어졌다.정원 다리 중앙에 다다르자, 그녀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그녀의 눈빛에는 혼란과 갈등이 어려 있었다.“왜 그리하였을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평온했다. 영칠에게 묻는 듯했고, 스스로에게 되묻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자는 처음부터 그렇게 할 경우 어찌 될 것인지 분명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이 길을 고집하였던 것일까요?”구할 수 있는 대상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을까?정말... 이토록 큰 희생이 필요했단 말인가?영칠은 그 말에 순간 놀랐다가, 이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그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 역시 답을 줄 수 없었다.정원 안에는 미풍이 나뭇가지를 스치는 소리만이 남았다.오랜 침묵 끝에, 김단이 다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확실함이 섞여 있었다. “설마... 정말 제가 틀렸던 것일까요? 제가 사람들을 구하지 말았어야 했던 겁니까?”영칠은 격하게 고개를 들었고,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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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7화

그녀가 그를 죽도록 미워하게 되지 않겠는가?!그가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또 다른 더욱 끔찍한 기억이 머릿속을 휩쓸고 지나갔다.그는 자신의 손이 익숙한 듯 여러 독물을 섞어, 주저 없이 약을 달이는 솥에 넣는 장면을 '보았다'. 자줏빛 검은 독 연기가 솟아 나와 주변의 모든 것을 탐욕스럽게 집어삼키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가장 그를 경악하게 한 것은, 그가 자신의 두 손으로 김단의 가느다란 목을 숨 막히게 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점이다.그는 자신의 손아귀 아래에서 그녀의 연약한 목이 무력하게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질식으로 인해 점점 붉게 달아오르다 자줏빛으로 변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고, 늘 온화하고 빛을 내던 그녀의 두 눈이 고통과 충격으로 빛을 잃고, 마침내 절망으로 가득 차는 것을 보았다...“크윽!”소한은 무너지는 듯한 비명을 목에서 짜내듯 질렀다. 그는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망치에 맞은 듯 격하게 몸을 떨었다.그는 몸을 한껏 웅크리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손톱이 두피에 깊숙이 박혀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이 육체적인 고통만이, 그를 찢어발길 듯한 죄책감과 자기혐오로부터 조금이나마 상쇄시켜줄 수 있을 것 같았다!그가 어찌 그런 짓을 했을까? 어찌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으며, 또 어찌... 그녀에게 그리 대할 수 있단 말인가?!거대한 고통과 죄책감은 끈적한 진흙처럼 그를 끝없는 심연으로 끌어내렸고, 숨 막히는 압박감이 그를 겹겹이 휘감았다.그는 차라리 그 장검이 자신의 심장을 꿰뚫었기를 바랄 정도였다!바로 그때, 문밖 정원에서 아주 희미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김단의 나지막하고도 다소 지친 듯한 갈라진 목소리와 함께였다. 그녀는 숙희에게 무언가를 조용히 지시하고 있었다.소한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순간적으로 그녀를 어찌 대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그는 서둘러 다시 자리에 누워, 눈을 꼭 감고 아직 깨어나지 않은 척하였다.심장은 북처럼 요동쳤고, 그녀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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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8화

한편, 김단은 소한의 방을 떠난 후 곧바로 심월을 보러 갔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그는 마침 창가 평상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깨끗한 흰색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고, 안색은 독의 반동을 겪었을 때보다 상당히 좋아져 있었다.하얗게 센 머리만은 회복되지 못했지만, 그 외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였다.김단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심월은 손을 들어 차 한 잔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 “오셨군요.”그의 목소리는 매우 담담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는 듯했다.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친구가 될 수 없었다.김단은 그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차의 향이 피어오르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듯 고요한 기운을 풍겼다.그러나 그녀는 차를 마시지도, 말을 하지도 않았다.넓은 방은 침묵에 잠겼고, 맑은 차의 증기만이 공중으로 천천히 피어올랐다가 사라질 뿐이었다.한참 후, 심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손을 들어 늘어진 자신의 흰 머리카락 한 가닥을 쓸어 넘기더니, 입가에 어쩔 수 없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 머리카락은... 아무래도 다시 검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그의 어투에서는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는 듯했으며, 운명을 받아들인 듯 평정심이 담겨 있었다.김단은 그를 말없이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심월의 귀에 정확하게 전달되었다.“장서각은 실제로 불타지 않았습니다.”심월이 차를 들려던 손이 공중에서 멈춰 섰다. 그는 마치 누군가에 의해 꼼짝 못 하게 묶인 듯 온몸이 굳어버렸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김단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충격과 혼란으로 가득했다.김단은 그와 시선을 마주하며 계속해서 평온하게 말했다. “그날 하늘로 솟구치던 검은 연기는, 누각 밖에 쌓아 두었던 폐지와 오래된 마른 나뭇가지를 태운 것일 뿐입니다. 진짜 장서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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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9화

방 안은 다시 침묵에 잠겼으나, 이전의 긴장감 대신 모든 것이 일단락된 뒤의 묘한 평온함이 감돌았다.오랜 시간이 흐른 뒤, 김단은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아무렇지 않은 척 나지막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심 선생께서는 아구가... 사실 계집아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푸읍! 컥! 커헉커헉!”심월은 그 말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격한 기침을 터뜨렸다. 하마터면 막 삼킨 차를 뿜어낼 뻔했다.그는 눈을 크게 치켜뜨고 김단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극도의 충격과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마치 천지개벽할 이야기를 들은 듯했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아구가... 계집이라니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이윽고 그의 머릿속에는 그 마르고, 말수 없고, 늘 고개를 숙이고 있으며, 추레한 옷을 입은 아구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토록 야위고, 눈에 띄지도 않으며, 목소리마저 남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거칠었는데... 어찌 여자일 수 있단 말인가?김단은 보기 드문 그의 추태를 보더니 나지막이 웃어 보였다. 그녀의 말에는 옅은 감회가 담겨 있었다. “아이가 스스로 잘 감추기도 하였고, 마음씀씀이도 섬세한 편입니다. 선생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아이와 수년 동안 함께 먹고 지낸 다른 약동들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모두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그리 작고 연약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을 뿐입니다.”심월의 미간은 크게 찌푸려졌고, 얼굴에는 노골적인 불신과 심지어 당혹감마저 드러났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당황한 어투로 말했다. “전... 전 정말로 몰랐습니다. 만약 그때 그 아이가 여자아이인 줄 알았다면, 결코 나서서 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약왕곡으로 데려올 리도 없었을 것입니다.”약왕곡에 특별한 규율이 있었던 것은 아니나, 안에는 온통 사내들뿐이니, 함부로 여자아이를 들였다가는 필시 번거로운 일이 생기기 마련일 것이다.김단은 그의 말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으며 그저 그를 조용히 응시하였다. 그녀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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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0화

심월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은 잠시 정적에 빠졌다.김단은 눈앞의 찻잔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제가 아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심 선생을 따르는 것보다 저를 따르는 것이 도리어 더 좋을 듯싶었으니까요.”아무래도 같은 여인이고, 숙희도 곁에 있어 그녀를 보살피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기 때문이다.심월은 다소 놀랐다. 그는 김단이 아구를 남게 하기 싫어 이 이야기를 자신에게 꺼낸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김단은 이미 아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김단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구가 심 선생의 곁에 남아 시중을 들고 싶다 하더군요. 약왕곡 안의 제자들 중에도 선생을 걱정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합니다.”그 말을 듣고 심월은 고개를 숙이고 희미하게 웃을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시 이틀이 지났다.약왕곡 뒷산.자연적으로 형성된 온천 약재 연못에서는 따뜻한 흰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공기 중에는 짙고 기묘한 약초 향이 가득했는데, 그 안에는 수십 가지의 진귀한 약재들이 담겨 있었다. 이곳은 바로 약왕곡의 가장 귀한 약대 연못이었다.최지습은 연못 물속에 고요히 누워 있었고, 머리는 연못가에 덧대어 둔 부드러운 베개에 기대어 있었다.따뜻한 약물이 그의 넓은 가슴을 덮었고, 어깨와 함께 여전히 창백하나 수려한 얼굴만을 밖으로 드러냈다.그는 두 눈을 굳게 감고 있었고, 긴 속눈썹이 눈 아래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호흡은 평온하고 길어, 마치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다만 가슴에 흉터처럼 남은 희미한 분홍빛 흔적만이 과거의 위험했던 상황을 나타낼 뿐이었다.김단은 연못가에 앉아 따뜻한 약물을 면포에 묻혀 그의 뺨과 목덜미를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닦아주었다.그녀의 시선은 시종일관 최지습의 얼굴에 머물렀고, 눈빛에는 끝없는 걱정과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약재 연못의 효능은 비범하여 그의 경맥을 크게 보양하고 외상 회복을 촉진할 것이다. 그녀는 이 신령한 샘이 기적을 가져와, 그가 하루빨리 눈을 뜨기를 밤낮으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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