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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741 - チャプター 1750

1776 チャプター

제1741화

극심한 통증이 밀려오자 김단은 순간 낮게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웅크렸다.식은땀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와 옷깃을 흠뻑 적셨고, 아랫입술을 사정없이 깨물어 피맛이 느껴지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이 극한의 고통 속에서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모 선생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녀를 지켜보았다.두 손을 살짝 들어 올린 채, 언제든 나서서 그녀의 심맥을 지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런데 곧, 살을 태우던 듯한 통증은 서서히 사라지고,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감각으로 서서히 대체되기 시작했다.광폭하던 내공은 마치 완전히 길들여진 용처럼, 이미 뚫리고 넓어지며 단단해진 경맥을 따라 쉼 없이 질주했다.내공이 스쳐 지나가는 자리마다 따스하고 생기로 가득 찬 안온함이 번져 갔다.오감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민해졌다.마치 모든 것을 손 안에 쥘 수 있을 것 같은 전례 없는 힘이 온몸과 가슴속을 가득 채워, 당장이라도 하늘을 향해 길게 포효하고 싶다는 충동이 치밀어 올랐다.숨결이 서서히 고르게 가라앉고, 창백하던 얼굴이 다시 붉은 기를 되찾더니, 살갗 위로 은근한 윤기가 돌기 시작하자 그제야 모 선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눈빛에는 깊은 안도와 기쁨이 서려 있었다.그는 밀실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 둔 암격을 열어, 한 권의 고서를 조심스레 꺼냈다.빛바랜 장정에 모서리는 해져 있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짙은 빛 짐승 가죽으로 단단히 싸인 책이었다.모 선생은 그 책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무게를 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뒤 엄숙하게 김단의 손에 건넸다.김단은 고개를 숙여 책을 내려다보았다.표지에는 오래되고 흉측한 느낌의 주홍빛 글씨로 식원비전 이라는 네 글자가 깊게 새겨져 있었다.김단의 가슴이 세차게 내려앉았다.“이건…”이름만 보아도, 결코 정파에서 쓰이는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이것은 남이 고생하여 닦아 온 공력을 빨아들여 제 것으로 삼는 금지된 비술입니다.”모 선생의 목소리는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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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2화

이튿날 정오 무렵, 뜨거운 햇살이 옅은 구름을 뚫고 내려와 약왕곡 뜰의 돌바닥을 은근히 달구고 있었다.어젯밤 비가 내렸던 듯, 아직 남아 있던 습기가 한낮의 열기에 완전히 증발하며 흙과 풀잎이 뜨거워질 때만 나는 특유의 냄새가 공기 속에 번졌다.밀실 문이 거의 들리지도 않는 작은 소리를 내며 천천히 옆으로 미끄러지듯 열렸다.김단이 한 걸음 내딛어 처마 아래 그늘에 섰다.바깥의 밝은 빛에 눈이 부셔 그녀는 가늘게 눈을 찌푸리고 한동안 밖을 바라보았다.밤새 한숨도 자지 않았건만 그녀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오히려 잘 고른 양지비옥 같은 피부 위로 은은한 윤기가 감돌았다.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눈빛이었다.예전에는 찬물 고인 연못처럼 차갑기만 하던 그 눈동자가 지금은 한층 더 깊어져, 시선이 스칠 때마다 속에 감춰 둔 빛이 어렴풋이 번뜩이는 듯했다.잔잔한 표정 아래 측정할 수 없는 힘이 잠겨 있는 느낌이었다.걸음걸이도 겉보기에는 전과 다름없이 가볍고 유연했다.하지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 아래가 단단히 뿌리내린 것처럼 안정돼, 조용한 산과 같은 묵직한 기운이 따라붙었다.뜰 한가운데에는 이미 수레와 말이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무거운 상자와 궤짝 몇 개가 말수레 뒤편에 단단히 실려 있었고,수레를 끄는 좋은 말들은 콧김을 거칠게 뿜어 내며 앞발로 바닥을 가볍게 긁고 있었다.최지습은 먹빛이 도는 남빛 비단옷을 걸치고 수레 곁에 서서 두 손을 뒤로 깍지 낀 채 서 있었다.햇살이 그의 옷깃에 수놓인 어두운 무늬 위로 흘러 내렸다.영칠은 뜰가에 서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 기둥에 몸을 기대 두 팔을 가슴 앞으로 모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얽힌 가지 사이로 스며든 햇빛이 그의 얼굴에 얼룩진 그림자를 드리웠다.숙희는 마지막으로 안장과 짐끈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매듭 하나까지 차근히 확인하는 손놀림 속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근심이 눈썹 사이에 스쳐 지나갔다.정성껏 뽑은 제자 몇 명이 뜰 주변에 서 있었다.그들 모두의 표정은 삼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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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3화

보호가 필요하던 어린 나무가 하룻밤 사이에 가지를 뻗고 잎을 틔워, 스스로 비바람을 맞을 힘을 갖게 된 것과도 같았다.숙희는 영칠의 그 애매한 웃음을 보고 저도 모르게 고운 눈썹을 찌푸렸다.“영칠, 지금이 어떤 때인데 아직도 그렇게 웃고만 계십니까.”그 말에 영칠은 잠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물었다.“왜 그러시오.”숙희의 얼굴에는 온통 근심이 어려 있었다.“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 험합니다.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정신을 더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씨께 털끝만큼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전날 밤 들려온 비명 소리를 떠올리기만 해도 그녀의 가슴은 아직도 서늘해졌다.더구나 지금까지 김단 곁을 따르며 목숨을 노리는 일을 겪은 것만 해도 이미 수차례였다.그래서 이렇게 한양으로 돌아갈 길에 오르려 하니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해 도무지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왠지 모르게 좋지 않은 일이 또 닥칠 것만 같았다.그때 영칠이 목 깊은 곳에서 낮은 웃음을 하나 흘렸다.두 팔을 끼고 있던 자세를 가볍게 고쳐 잡은 그는 시선을 슬쩍 김단 쪽으로 보내고는 숙희를 향해 느긋하게 말했다.“걱정은 좀 내려놓으셔도 되오. 약왕곡의 주인께서는 이제… 어쩌면 더는 누구의 보호도 필요 없을지 모르겠소.”숙희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김단을 한 번 돌아보았다가 다시 영칠을 향해 캐물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씨께서…?”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김단이 의술과 독에는 밝지만 몸을 쓰는 무공은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을.그러나 영칠은 어깨만 가볍게 한 번 으쓱하고는 다시 눈을 감아 버렸다.더 말할 뜻이 없다는 태도였다.남겨진 것은 숙희의 가시지 않는 의문뿐이었다.김단은 그들의 대화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듣고 있었다.영칠의 예리함이야,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이 정도의 고수라면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숨길 수 없다는 것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굳이 설명할 때가 아니었다.그녀는 숙희 곁으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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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4화

일행은 뇌망이 상처를 꽤차고 있는 허름한 여인숙에 도착했다.뇌망이 머무는 방 앞에는 청람문 제자 몇 명만이 성문처럼 서 있었다.김단 일행을 보자 그들 모두 눈을 크게 뜨며 흠칫 놀랐다.눈동자 깊숙한 곳에는 감추지 못한 두려움이 스쳤다.그날 영칠이 어떻게 그들의 문주를 쓰러뜨렸는지 그들 역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싸움이 붙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에게는 반격할 틈조차 없으리라는 것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공기가 순식간에 팽팽해졌다.그러나 김단의 태도는 끝까지 부드러웠다.그녀는 나직한 목소리로 이곳에 온 이유를 먼저 밝혔다.“저는 뇌망 문주의 상처를 보러 왔습니다.”그 말을 듣자 청람문 제자들은 동시에 긴 숨을 하나 내쉬었다.그들은 문주에게 미리 알리겠다는 생각도 잊은 채 서둘러 방 문을 열어 주었다.그 모습에 오히려 김단이 잠시 놀랄 정도였다.그래도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작게 인사를 건넸다.“수고했습니다.”그리 말한 뒤, 발걸음을 거두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방 안에는 짙은 약 냄새가 가득 배어 있었다.거구의 뇌망은 침상 위에 축 늘어진 채 누워 있었다.안색은 밀랍처럼 누렇게 뜨고, 평소 울퉁불퉁하던 근육마저 힘이 빠진 듯 느슨해 보였다.가슴을 감은 흰 붕대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핏빛이 은근히 배어나와 있었고, 숨소리는 거칠고도 버거웠다.김단 일행이 방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자, 뇌망의 방울 같은 두 눈이 번쩍 뜨였다.순간적으로 놀라움과 분노가 스쳐 지나갔고, 입이 먼저 움직여 당장이라도 밖에 선 제자들을 불러 어찌 사람을 이렇게 들여보내느냐고 호통을 칠 뻔했다.그러나 곧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스쳤다.정작 자신조차 김단의 호위 한 사람을 이기지 못했는데, 밖에 선 그 제자들이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지금 이 모양 이 꼴로 문 앞을 지키고 서 있는 것만 해도 문주인 자신에게 최대한의 체면을 세워 주고 있는 셈이었다.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커다란 좌절감과 부끄러움이 한꺼번에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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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5화

치료는 한 자루 향이 다 타 버릴 때까지 이어졌다.김단의 이마가 은근히 젖어들었지만 숨결은 처음과 다름없이 고르고 안정돼 있었다.그녀는 천천히 침을 거두어 바늘통에 꽂고는 얼굴색이 눈에 띄게 좋아진 뇌망을 바라보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상처는 이제 큰 걱정 없습니다. 반 달만 조용히 요양하시면 예전처럼 돌아오실 수 있을 것입니다.”뇌망은 멍하니 김단을 바라보았다.입술이 몇 번이고 달싹였으나 가슴속에서 뒤엉키는 감정들이 쉽게 말이 되지 못했다.고마움도 있었고, 고개를 들기 어려운 부끄러움도 있었다.처지에 대한 울분과.눈앞의 어린 약왕곡의 주인이 지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실력에 대한 경외심까지, 온갖 마음이 한데 뒤섞여 끓어올랐다.끝내 수많은 말은 단 하나의 동작으로 모아졌다.그는 두 손을 모아 가슴 앞에서 깊이 들어 올리며 무겁고도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약왕곡의 주인. 오늘 받은 은혜를 내 평생 가슴에 새기겠습니다.”김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을 뿐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몸을 돌려 조용히 방을 나섰다.머무르던 여인숙으로 돌아왔을 때 뒷문이 부드럽게 닫히며 마을 거리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한꺼번에 차단되었다.서쪽 하늘로 기운 해의 빛이 창살을 비스듬히 뚫고 들어와 방 안 마룻바닥 위에 군데군데 얼룩진 빛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그 사이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먼지들이 느리게 떠다녔다.김단은 최지습과 영칠, 숙희에게 창가 쪽 배나무 원탁 곁으로 함께 앉으라고 손짓했다.직접 화로 위에 올려 두었던 자사호를 들어 따스하게 데운 차를 사람마다 잔에 나누어 따랐다.피어오르는 뜨거운 김과 함께 은은한 찻내가 번져 나오며 방 안 가라앉아 있던 무거운 기운을 조금씩 밀어냈다.잠시 잔을 내려놓은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청람문 안은 이제 거의 완전히 그 부문주 손아귀에 들어간 듯합니다.”차잔을 들고 있던 최지습의 손이 아주 조금 멈칫했다.그는 시선을 들어 차분한 눈빛으로 김단을 바라보며 더 말을 이으라는 듯 고개를 살짝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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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6화

그 시각, 약 서른 리 떨어진 또 다른 작은 고을.고을 안 그나마 번듯한 여인숙인 낙래여인숙 대청에는 이미 몇 석의 등잔불이 하나둘 밝혀져 있었다.희미한 불빛이 낡은 나무 탁자 몇 개만 간신히 비추고, 공기 속에는 밥 짓는 냄새와 술내, 그리고 나그네들이 흘리고 온 먼지 냄새가 뒤섞여 떠돌았다.소한은 대청 맨 구석의 한 탁자에 혼자 앉아 간단한 안주 몇 접시와 술 한 병을 앞에 두고 있었다.그날 밤 김단과 이야기를 나눈 뒤, 이튿날 새벽이 밝자마자 약왕곡을 떠났고, 마침 이 작은 고을에 들러 발길을 멈춘 것이다.애초에는 잠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며 복잡하게 엉킨 생각들을 정리해 보려 했다.김단과 오래된 오해를 풀고 화해하니 가슴속 묵은 응어리가 풀리는 듯 후련하면서도,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허전함이 미묘하게 남아 있었다.바로 그때, 여인숙 대문 쪽에서 왁자지껄한 발소리와 떠드는 소리가 한데 뒤엉켜 들려왔다.소한은 눈살을 거의 티 나지 않게 좁히며 고개를 들었다.천응채, 칠살회, 청람문의 무리들이 얼굴에 잔뜩 그늘을 드리운 채 먼지투성이로 문을 들어서며 세 명의 문주를 에워싼 채 줄줄이 대청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막 고을에 닿은 모양인지 온몸에는 아직 길바닥 먼지가 묻어 있었고, 그보다 더 짙게 풍기는 것은 눌러 담은 분노와 살기였다.여인숙 가게 관리자와 심부름꾼은 한눈에 보아도 쉬이 건드려선 안 될 강호 무리임을 알아보고 몸을 잔뜩 움츠린 채 다가가 조심스레 맞아 들였다.그러나 세 문주는 술과 밥에는 마음이 없는 듯 몇 마디 낮은 소리로 말을 주고받더니, 심부름꾼의 안내를 받아 곧장 이층 객방으로 올라가 버렸다.대신 이삼십 명 남짓 되는 문하 제자들만 대청에 남겨 두었다.제자들은 떠들썩하게 중간의 가장 큰 탁자들부터 죄다 차지하더니 가게 사람들에게 얼른 술과 안주를 내오라며 소리를 높여 재촉해 댔다.소한이 앉아 있는 구석 자리는 원래도 어둑하고 한적한 데다가, 그가 일부러 기척까지 죽이고 있으니 잠시 동안은 누구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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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7화

소한은 그림자 속에 앉아 얼굴을 물빛처럼 굳힌 채, 손에 쥔 술잔을 거의 부숴 버릴 듯 힘을 주고 있었다.순간 등골에서부터 서늘한 한기가 치밀어 올라 머리끝까지 번져 가니, 온몸의 피가 죄다 식어 버린 듯했다.감히 이런 수를 쓰다니.약재 연못을 빼앗으려는 것도 아니고, 단이를 가두어 산 채로 사람 형상의 해독약으로 쓰겠다니.들끓는 분노와 거대한 근심이 뒤섞여 용암처럼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며 휘몰아쳤다.지금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자리의 그 속셈 고약한 자들을 모조리 베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다.그러나 남아 있던 이성의 끈이 그를 필사적으로 붙들어 매었다.이때 움직이면 풀숲의 새를 놀라게 할 뿐, 숨어 있는 적들만 더욱 경계하게 만들 것이다.한양로에 막 나설 단이에게도 도리어 해가 될 뿐이었다.소한은 억지로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한 번, 두 번.끓어오르던 기혈을 억눌러 가라앉혔다.대신 그의 눈빛은 살을 에는 한기를 머금은 칼날처럼 점점 더 매서워졌다.그는 아무 소리 없이 술잔을 내려놓고 품 속에서 작은 쪽은전을 하나 꺼내 탁자 위에 살짝 올려두었다.그리고는 병풍과 기둥이 드리운 그늘을 타고 도깨비처럼 소리 없이 자리에서 빠져나갔다.누구 하나 눈치 챈 자가 없었다.이 일대는 아직 약왕곡의 세력이 미치는 구역이라 할 만한 곳.소한은 이 부근 어딘가에 분명 약왕곡에서 심어 둔 암초가 있으리라 여겼다.그는 골목을 빠르게 걸으며 거리의 가게들을 매서운 눈길로 훑어보았다.마침내, 언뜻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약재방 하나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간판은 해묵어 빛이 바랬으나 가게 앞은 뜻밖에도 단정히 정리되어 있었다.안은 희미한 등불만 켜져 있어 누런 불빛 아래, 계산대 뒤편에서 가게 관리자가 홀로 주판을 튕기고 있었다.소한은 곧장 말을 꺼내지 않고 천천히 계산대 앞으로 다가가 진열된 약재를 둘러보는 체하며, 손가락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계산대 위에 재빨리 암문을 그려 넣었다.원래는 나른하던 가게 관리자의 시선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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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8화

하지만 소한이 비록 소식을 내보냈다 한들 가슴속 심장은 여전히 높이 매달린 듯 내려앉을 줄을 몰랐다.보이지 않는 손에 꽉 틀어쥐어진 것만 같았다.알 수 없는 일들이, 아직도 너무 많았다.저들이 언제 손을 쓸지, 어디에서 손을 쓸지, 어떻게 손을 쓸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적은 어둠에 숨어 있고, 이쪽은 훤히 드러난 형세.김단 쪽에서 미리 대비를 한다 한들, 과연 그때까지 손쓸 겨를이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소한의 마음속에 문득 대담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가만 따져 보면, 꼭 적만이 어둠 속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적어도, 자신 역시 지금은 어두운 곳에 있었다.마음속에 갈피를 잡자 소한의 눈빛에는 싸늘한 결의가 스며들었다.그는 제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약왕곡의 암위들이 하던 방식을 흉내 내 낙래여인숙 가장 그늘진 모퉁이로 기척 없이 몸을 숨겼다.숨을 죽인 채, 모든 감각을 이층에만 온전히 쏟아부었다.일층 대청에는 이미 제자들도 흩어져 주변은 물 빠진 연못처럼 고요해졌다.자신의 심장 소리마저 유난히 시끄럽게 들릴 지경이었다.마침내, 아주 미세한 옷자락 스치는 소리 뒤로 천응채 채주의, 일부러 낮춘 듯한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토막토막 귀에 들어왔다.“……가서 우리 쪽 사람들하고, 칠살회랑 청람문에서 뽑아 올린 고수들 전부 내 방으로 데려와라. 기억해라, 단 한 사람도 눈치 채게 해서는 안 된다.”소한의 눈에서 한 줄기 냉기가 번쩍 하고 튀었다.이제야 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 제일 안쪽 방에서 천응채의 한 제자가 모습을 드러냈다.그의 손에는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으니, 명단을 적어 놓고 그 이름들을 차례로 부르러 가는 것이 분명했다.그 제자가 뒷마당 쪽으로 발길을 돌리자 소한은 몸을 번뜩이며 은신처를 이탈했다.고양이보다 가벼운 걸음, 미풍보다 옅은 기운.그의 형체는 그림자조차 없는 그림자처럼 기둥과 벽 사이 어둠을 타고 흘러 조용히 그 제자의 뒤를 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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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9화

소한은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성큼성큼 대열을 따라붙었다.방금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린 자는 거의 없었다.방 안은 문이 반쯤만 닫혀 있었고 그 틈으로 흔들리는 촛불과 억눌린 사람들의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소한은 맨 뒤쪽에 섞여 옆몸을 비집고 들어가자 곧 십여 줄기 시선이 날카롭거나 음침한 기운을 담아 희미하게 자기 쪽을 훑고 지나가는 걸 느꼈다.그러나 그는 조금도 들뜬 기색을 보이지 않은 채 마침 칠살회 회주가 나무라듯 한마디 내질렀다.“왜 그렇게 늦었느냐.”누가 들어도 그를 겨냥한 말이었다.소한은 여전히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손을 들어 코를 비비며 분장한 얼굴을 가리는 동작을 하나 더 얹고 나서야 밑을 향해 낮게 답했다.“아까 배가 좀 뒤틀려 뒷간에 들렀다 돌아왔습니다.”“게으른 놈일수록 똥은 또 많지.”어디선가 툭 뱉듯 욕설이 흘러나왔다.가득한 것은 업신여김뿐이었다.천응채 채주는 그 일로 더 캐묻지 않고 금세 시선을 다른 이들에게로 돌렸다.소한은 본능적으로 한 발짝 옆쪽 그늘 쪽으로 물러서며 머리를 숙이고 눈을 내리깔아 자신의 기척을 바닥까지 낮췄다.마치 벽 모서리에 스며든 한 줄기 어둠에 불과한 듯 몸을 웅크리면서도 방 안의 구석구석을 비추는 마음속 거울은 더없이 맑았다.천응채 채주, 칠살회 회주 그리고 청람문 부문주 진사원까지 지금 모두가 방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촛불이 그들의 얼굴 위에서 출렁이며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드리우니 표정들은 한층 더 음험하고 기괴해 보였다.“…명심해라. 첫째 목표는 김단을 산 채로 붙잡는 일이다. 틀림없이 해내야 한다.”천응채 채주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어김없는 권위를 품고 있었다.“손발은 깨끗하고 재빠르게 놀려라. 겉으론 산적이 길을 막고 약탈하는 것처럼 꾸미고 우리 쪽으로 닿을 수 있는 흔적은 티끌만큼도 남기지 마라.”산적이 길을 막는 수라니.소한은 약왕곡에서 한양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머릿속으로 쭉 훑어 내려가며 저들이 어디에서 손을 쓸지 단박에 떠올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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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0화

모두가 방을 빠져나간 뒤, 소한은 뒷간에 다녀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슬그머니 무리에서 벗어났다.뒤뜰로 돌아가, 아까 기절시켰던 칠살회 제자의 시신을 손보아 처리한 뒤에야 다시 여인숙으로 발길을 돌렸다.밤빛은 짙어 갈수록 더 깊어졌고, 온 세상이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여인숙은 마치 몸을 웅크린 거대한 짐승처럼 어둠 속에 잠복해 있었고, 다만 처마 밑 풍경이 가끔 바람에 울려 퍼지며 응고된 흑암을 잘게 베어낼 뿐이었다.소한은 벽에 들러붙은 그림자처럼 밤빛과 완벽하게 하나가 되었다.그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여인숙의 마지막 등불이 꺼질 때까지, 심지어 밤을 지키던 이의 발소리마저 점점 뜸해지다가 끝내 사라질 때까지.몇몇 방에서 흘러나오는 고른 코고는 소리만이 사람이 있다는 기척을 대신할 뿐이었다.그의 목표는 복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가장 널찍한 그 방.진사원의 거처였다.이 진사원이라는 자, 속셈이 이토록 악독하다니.단이를 사로잡기 위해서라면 역병까지 일으켜 죄 없는 백성들의 목숨을 제물로 삼으려 하다니.이런 자를 그대로 두고 간다는 건 두고두고 큰 화를 키우는 일이나 다름없었다.시간은 조금씩, 조금씩 모래알 흘러가듯 새어 나갔다.소한은 내력을 통해 감각을 곤두세워 방 안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를 가늠했다.호흡이 길고도 고르게 이어지는 것으로 미루어 안에 있는 자가 이미 깊은 잠에 빠졌음을 확인했다.기회가 왔다.그는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는 유령처럼 소리 없이 창 아래로 미끄러졌다.손가락 끝에 서늘한 내력을 실어 살며시 창빗장에 대고 힘을 실었다.내력이 살짝 뻗어나가자, 겉보기엔 단단해 보이던 나무빗장이 안쪽에서부터 조용히 미끄러져 열렸고, 그 과정에서 단 한 줄기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몸 하나 겨우 드나들 틈새만큼 창을 비스듬히 밀어 연 뒤, 소한은 한 줄기 푸른 연기처럼 실내로 스며들었다.그의 발끝이 마룻바닥을 딛는 순간까지, 방 안은 여전히 숨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방 안에는 옅은 단향이 그윽이 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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