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이른 아침, 동쪽 하늘이 막 밝아 오기 시작했을 때, 회백색의 얇은 안개가 베일처럼 산약왕곡에 감겨 있었고,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약왕곡 밖의 공기에는 흙의 습기, 풀의 싱그러움과 더불어 달콤하고 역겨우며 쇠 냄새가 섞인 짙은 피 냄새가 뒤섞여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김단의 명령에 따라, 약왕곡 안의 제자들은 어젯밤 기관진과 독진 속에 숨을 거둔 각 문파 제자들의 시신을 함정, 구덩이, 독가시 덤불 속에서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옮겨냈다.함부로 짓밟거나 더럽히는 일 없이, 그들은 깨끗한 천에 시냇물을 적셔 망자의 얼굴에 굳은 핏자국과 공포의 표정을 정성껏 닦아냈다. 쇠뇌 화살에 찢기거나, 독충에 뜯기거나, 뾰족한 가시에 긁힌 옷가지를 가능한 한 가지런히 정리하여, 생명을 잃은 육신들이 참혹하게 보이지 않도록 했다.차가운 시신들은 축축한 공터에 마치 사열을 기다리는 병사들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만, 그들은 결코 다시 일어설 수 없었다.창백한 얼굴은 회색빛 하늘을 향했고, 어젯밤의 처참한 상황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었다.새벽바람이 불어와 뜯겨진 옷자락을 휘날렸고, 더욱 쓸쓸하고 적막한 기운을 더했다. 피 냄새에 이끌린 몇 마리의 까마귀가 주위 마른 나무 위를 맴돌며 쉰 목소리로 듣기 싫게 ‘깍깍’거렸다.세 문파의 장문인들이 남은 병사들과 말을 이끌고 다시 약왕곡 앞에 왔을 때, 그들이 본 것은 바로 이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 끼치는 광경이었다.수십 구의 시신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고, 죽은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시신은 얼굴이 푸르스름하고 검었으며, 일곱 구멍에서 검은 피를 흘리고 있어 맹독에 중독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어떤 시신은 가슴에 강철 쇠뇌 화살이 박혀 있었는데, 화살 깃은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떤 시신은 온몸에 미세한 구멍이 가득했는데, 독침에 관통된 것이었다. 또 어떤 시신은 사지가 뒤틀려 극심한 고통을 겪은 듯했다...이들 모두 한때는 그들 문파가 심혈을 기울여 키운 제자들이었지만, 지금은 차가운, 경직된 껍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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