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061 - Chapter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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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돈을 받은 남자는 사람들을 데리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윤하경은 막 따라가려던 설경진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죽고 싶어?”설경진은 외형만 봐도 상태가 심각했다. 옷에 가려 보이지 않는 상처들도 많았지만 이마와 입술 끝에선 피가 줄줄 흘렀고 얼굴만 봐도 피범벅이었으며 눈을 마주치기도 무서울 정도였다.원래도 따라잡지 못했을 설경진은 윤하경에게 끌리듯 중심을 잃고 휘청댔다. 하마터면 바닥에 고꾸라질 뻔한 순간, 윤하경이 재빨리 그를 붙잡아 세웠다.“누나, 저 진짜 물건 훔친 거 아니에요.”“응, 알아. 나도 네 말 믿어.”그런데 설경진이 이를 악물며 되묻는다.“그럼 왜 돈을 줬어요? 게다가 40만이면... 저 두 달은 살 수 있어요.”그 말을 들은 윤하경은 순간 멈칫했다.‘40만? 두 달?’그녀는 자신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런 순진한 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부유한 집에서 자랐지만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고아원 봉사를 다닌 적도 있었다. 그곳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 그녀도 안다. 설경진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는 정말 간신히 버텨가며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한참 말이 없던 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네가 방금 쓰러지기 직전이었어. 더 맞았으면 사람 하나 죽었을지도 몰라.”그녀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덧붙였다.“병원 갈래?”그 말을 들은 설경진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아니요. 저는... 괜찮아요.”그는 얼굴을 붉히며 약간 민망한 듯 말했다.“심하게 다친 건 아니니까요. 오늘 일, 정말 감사합니다. 나중에 돈 벌면... 꼭 40만 갚을게요.”그렇게 말하고는 절뚝거리며 돌아서 걸어가려 했다.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윤하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만약 설경진이 자신에게 일부러 접근한 거라면 지금은 오히려 더 다가오려 할 타이밍일 텐데 말이다.‘설마, 내가 괜히 의심한 걸까?’윤하경은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발걸음을 옮겨 절뚝이는 설경진 곁으로 다가갔다.“잠깐만.”“네?” 설경진이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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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설경진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잠시 망설이다가 주소를 불렀다.그가 사는 곳은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 허름한 달동네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골목 안쪽이었다. 윤하경은 안까지 들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택시 안에서 낡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건물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묘한 빛이 스쳤다.설경진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여기예요.”“그래.” 윤하경은 짧게 대답하고는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택시 기사에게 돌아가자고 했다.택시는 유턴해 골목을 빠져나갔고 설경진은 그 자리에 한동안 멍하니 서서 그녀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다가 결국 절뚝이며 계단을 올랐다.그때, 골목 끝에서 할머니 한 분이 그를 발견하고 다가왔다.“경진아, 오늘은 어쩌다 이렇게 늦었니.”지팡이에 의지한 채 다가오며 인상을 찌푸렸다.“할머니.”설경진이 다급히 다가가 할머니를 부축했다.“기다리지 마시라니까요. 나오시면 위험하잖아요.”“위험은 무슨...”할머니는 중얼거리며 가까이 다가왔는데 그제야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설경진 얼굴의 상처가 선명히 보였다.“얘, 얼굴이 이게 뭐야?”설경진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괜찮아요. 일하다가 실수로 다쳤어요. 이미 병원도 다녀왔고요.”할머니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다 내 탓이다. 네가 이 나이에 벌써 밖에서 고생하다니....”“그만하세요.”설경진은 단호하게 말을 막았다.“저 괜찮아요. 스스로 벌어먹는 거 나쁜 일 아니에요.”그렇게 말하며 설경진은 할머니를 부축해 낡은 계단을 올랐다. 3층에 도착해 문을 열자 허름한 실내가 드러났다. 가구라고 해봐야 오래된 탁자 하나, 바닥은 군데군데 갈라져 있었고 살림살이는 최소한이었다....한편, 윤하경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강현우는 여전히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긴 다리를 꼰 채 앉은 그는 조용했지만 뿜어내는 분위기는 싸늘했다.윤하경은 그를 흘깃 보고는 아무 말 없이 계단을 올라가려 했다.“이 시간까지 어디 갔다 왔어?”이마를 짚던 강현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윤하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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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내가?”강현우는 윤하경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지금 누가 누구한테 뭐라 할 처지야? 할 말 있는 건 나 아닌가?”윤하경은 그를 바라보던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히며 고개를 돌렸다.“더 이상 할 얘기 없어요.”그러고는 다시 이불을 덮고 몸을 돌려 등을 돌렸다.그런데 그다음 순간, 강현우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목덜미를 가볍게 잡아 돌렸다.“오늘 어떤 남자애 집까지 데려다줬다며?”“맞아요.”윤하경은 눈을 뜨고 강현우를 똑바로 바라봤다.“그게 어쨌다고요? 제가 사람 도와주는 것도 안 돼요?”그녀의 눈빛은 당돌했고 말투에는 노골적인 반발심이 실려 있었다. 신인아가 그에게 집요하게 연락하는 건 괜찮고 자신이 누굴 돕는 건 문제란 말인가.물론 그 뒷말은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했지만 그녀의 표정과 말투에는 이미 모든 감정이 드러나 있었다.강현우는 눈을 좁히며 그녀를 지켜봤다.“대체 왜 이렇게 날 세워?”그는 이해 못 하겠다는 듯 목소리를 낮췄다.“아무 이유 없어요.”윤하경은 대답했지만 그 어조만큼은 도무지 ‘괜찮다’는 말로 들리지 않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현우는 입꼬리를 조금 올렸고 흥미롭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윤하경은 시선을 피한 채 고개를 돌렸다. 강현우의 자리에서 보면 그녀의 옆얼굴과 꼭 다문 입술, 그리고 길게 떨리는 속눈썹이 보였다.속눈썹이 파르르 떨릴수록, 그녀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 모습은 어딘가 새침하고 앙칼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쉽게 부서질 것처럼 여렸다.작은 고양이가 화가 나서 털을 세운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건드리고 싶게 만들 뿐, 전혀 위협이 되진 않았다.강현우는 그녀 앞에 앉아 턱을 들어 그녀의 턱선을 집어 들었다.“왜 화났는지 말해.”윤하경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제가 어떻게 감히 현우 씨한테 화를 내겠어요.”그 말에 강현우는 오히려 입꼬리가 올라가며 눈빛도 함께 가늘어졌다. 도무지 화를 낼 기색은 없고 오히려 더 장난스러워진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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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이마에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에 윤하경은 놀란 듯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바라봤다. 뭔가 말을 하려다 말고 결국은 고개를 돌려 눈을 감고 다시 눕는다.그런데 강현우는 마치 일부러 장난을 치듯, 일부러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다시 액셀을 밟고를 반복했으며 운전 실력 좋은 사람답지 않게, 차는 요동치며 흔들렸다.차 안은 마치 유아용 흔들 차처럼 출렁거렸고 윤하경은 더 이상 자는 척을 할 수도 없었다.윤하경은 결국 눈을 번쩍 뜨고는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노려보았다.“유치하게 이럴 거예요?”강현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비스듬히 눈길을 줬다.“그래.”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현우는 액셀을 깊게 밟았고 차는 갑자기 미친 듯이 속도를 내며 튀어 나갔다.급격한 핸들 조작과 함께 고속도로로 진입한 차는 마치 통제 불능의 야생마처럼 달렸다.윤하경은 예전에 교통사고를 겪은 적이 있어 겁이 많았다. 순간 두려움이 밀려와 손으로 안전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놀란 눈으로 강현우를 돌아봤다.딱 그때, 강현우의 입꼬리에 걸린 장난기 어린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속도 좀 줄여요.”윤하경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너무 빨라요, 위험하다고요.”하지만 강현우는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 대답 대신 짧게 말했다.“그럼 날 설득해 봐.”“...”윤하경은 그를 노려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강현우는 또다시 속도를 높였다.그가 이런 식으로 행동한 게 처음은 아니었다. 이건 그의 못된 장난, 고약한 취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장난에 응답해 주고 싶지 않았다.윤하경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았다.몸이 앞으로 쏠리는 감각 속도가 올랐다는 불안감은 그대로 느껴졌지만 지금은 절대 져주고 싶지 않았다.강현우는 그 반응에도 별다른 표정 없이 여유롭게 운전대를 툭툭 두드렸다.차창 밖 가로등 불빛이 스치듯 지나가며 그의 얼굴을 어둡게 또 밝게 번갈아 비췄다.한참 뒤, 강현우는 슬쩍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눈을 꼭 감고 조용히 참는 모습에 결국 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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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신인아는 순간 말을 잃었다. 방금 전까지 환하게 웃고 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언니 언니가 왜 여기에 계세요...?”윤하경 역시 신인아를 보자 적잖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본 기억 속의 신인아는 건강하고 또렷한 인상이었는데 지금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는 마치 병색이 짙게 내려앉은 사람처럼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아무 말 없이 신인아를 바라보다, 잠시 시선을 내렸다.이불 속으로 감춰져 있던 신인아의 손은 꽉 쥔 채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통증조차 느끼지 못한 듯했다.신인아에게 윤하경은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감정의 대상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윤하경은 분명한 ‘경쟁자’였다.지금 윤하경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 방 안에 들어서자 그 존재만으로도 자신이 얼마나 초라해지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윤하경이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 자신은 마치 우스꽝스러운 광대가 된 듯했다.신인아는 이를 악물었다. 왜 자신이 아니라 윤하경이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자신은 몸을 상하게 해야 겨우 강현우의 눈길을 받을 수 있는데 윤하경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눈길을 받을 수 있는지.왜 그래야만 하는지, 신인아는 속으로 울부짖었지만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윤하경은 신인아의 반응에 잠시 말을 멈췄고 시선을 돌려 강현우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에 쌓여 있던 원망이 순간 사라지듯 사그라졌다.처음에는 신인아가 일부러 강현우 앞에서 아픈 척하며 동정을 유도하려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녀는 정말로 약해져 있었다.지금의 신인아는 말 그대로 눈을 감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쇠약해 보였다.예전에는 그저 귀엽게만 느껴졌던 얼굴도 이제는 창백하고 초췌하게 변해, 안쓰러움이 들 정도였다.윤하경은 누구에게나 쉽게 연민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었다. 신인아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그 어떤 연민도 가질 이유가 없었지만 지금 이 모습은 마음을 찌릿하게 했다. 잠시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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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형수님이랑 단둘이 얘기해도 될까요?”신인아의 말에 강현우는 곧바로 눈썹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무슨 말을 나랑 같이 있으면 못 하겠다는 건데?”그가 자신을 경계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자 신인아의 얼굴에는 억울한 기색이 어렸다. 그녀는 힘없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오빠, 지금의 제가... 형수님께 무슨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녀는 이불 밖으로 손을 힘겹게 내밀며 지금 자신의 상태를 보여주듯 손바닥을 펼쳤다.실제로 지금의 신인아는 무력해 보였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식사든 잠이든 심지어 화장실조차도 타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상태였다.강현우는 가늘게 눈을 좁히며 신인아를 바라보았다.신인아는 작게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예전에는 제가 형수님한테 정말 미안한 짓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직접 사과하고 싶었어요. 단둘이서요.”윤하경은 잠깐 신인아를 바라보다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졌다.그러고는 조용히 강현우의 손등을 두드렸다.“잠깐 얘기 좀 할게요.”강현우는 망설이다가 짧게 대답했다.“5분이야.”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윤하경은 오늘 강현우가 굳이 자신을 여기에 데려온 이유를 알고 있었다.어제 자신이 신인아의 전화를 받은 것을 강현우가 알게 되었고 그래서 직접 보여주려는 듯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었다.강현우는 원래 말로 풀어 설명하거나 사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오늘 이렇게 행동한 것 자체가 윤하경에 대한 무언의 해명이라는 걸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윤하경은 강현우가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고개를 돌려 신인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제 말해. 무슨 얘기를 하려고 부른 거야?”그녀는 침대 위에 거의 사람 같지 않은 몰골로 누워 있는 신인아를 바라보며 문득 궁금해졌다.도대체 무슨 병이길래 이 지경이 된 건지. 정말로 강현우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일부러 자기 몸을 이렇게 만든 거라면 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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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신인아가 머무는 별장을 나서자 윤하경은 무심결에 뒤를 돌아 그 건물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옆자리에 앉은 강현우를 흘끗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인아가 왜 저렇게 된 거예요?”강현우는 이마를 주무르며 짧게 대답했다.“긴 얘기야.”그 말투는 결국 얘기해줄 마음이 없다는 뜻이었다. 윤하경도 굳이 캐묻지 않고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지금은 밤이라 창밖에는 딱히 볼 풍경도 없었지만 희미하게 흔들리는 가로수 그림자만이 눈에 들어왔다.잠시 정적이 흐르던 중, 강현우가 앞을 바라보며 불쑥 입을 열었다.“이제 네 얘기를 좀 해봐야 하지 않겠어?”그 말에 윤하경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쿵 하고 내려앉았다. 놀란 듯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바라보며 괜히 기침을 한번 하더니 얼버무렸다.“나야 뭐 별일도 없는데...”그러자 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오늘 어떤 남자애 집에 데려다줬다며.”윤하경은 입을 꾹 다물었다.‘경호원들한테 들은 게 이 정도라니 말이 그렇게 전달됐구나.’그녀는 억울한 듯 정정했다.“남자애 아니고 그냥 어린애예요.”“키가 너보다 반은 더 크던데.”강현우는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바라보며 위험한 눈빛으로 물었다.“설마 요즘... 어린 남자 좋아하냐?”“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세요.”윤하경은 눈을 굴리며 투덜거렸다.“내가 현우 씨처럼 그런 줄 알아요?”“뭐?”강현우가 눈을 가늘게 뜨자 윤하경은 얼른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아니에요.”사실 신인아에 대해선 예전에는 꽤 신경 쓰였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방금 병실에서 봤던 신인아의 모습은 윤하경조차 조금 지나쳤다고 느낄 정도였다. 몸과 마음이 너무도 피폐해진 상태라 괜히 더는 건드릴 마음이 사라질 정도였다.그 순간, 강현우 옆에 놓인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을 확인한 그는 잠시 찡그렸지만 결국 통화를 받았다.운전 중이라 스피커폰을 켜고 짧게 말했다.“여보세요.”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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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윤하경은 성큼성큼 계단을 오르는 강현우를 따라 2층으로 향했다.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아까 본 그 모습 그대로 신인아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산소마스크가 그녀의 얼굴을 덮고 있었고 하얀 침대 시트에는 피가 여러 군데 번져 있었다. 그 장면은 보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섬뜩했다.“대체 무슨 일입니까?”강현우는 가족 주치의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물었다.“아까 우리가 나올 때만 해도 아무 문제 없지 않았습니까?”그의 목소리는 낮고 억눌려 있었지만 분노가 그 속에 또렷이 담겨 있었다.의사는 안경 너머로 식은땀을 흘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그게...”“말하세요!”강현우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자 의사는 놀라 움찔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 판단에는... 신인아 씨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중독된 것 같습니다.”“중독?”강현우는 이를 악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의사를 쏘아보았다.“지금, 누가 인아한테 독을 먹였다는 말입니까?”그 순간, 윤하경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강현우가 그렇게 묻자 의사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아주 짧게 스치듯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 시선은 짧고 빠르게 지나갔지만 분명했다.윤하경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일단 병원으로 옮기죠.”강현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침대로 다가가 신인아를 품에 안고 조심스럽게 걸어 나갔다. 윤하경은 말없이 따라 내려갔다.차에 도착하자 강현우는 신인아를 뒷좌석에 눕히고 운전석으로 향했다. 윤하경은 조용히 조수석에 앉았다.차 안은 무겁고 기묘한 침묵에 휩싸였다. 강현우는 묵묵히 전방을 응시한 채 운전했고 뒷좌석의 신인아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윤하경도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강현우는 차를 거의 최고 속도로 몰았다. 아무리 외곽이라도 겨우 20분 만에 근처 종합병원에 도착했다.차가 멈추자마자 그는 재빨리 내려 뒷좌석 문을 열고 신인아를 안은 채 병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의사! 의사!”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윤하경은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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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의사는 잠시 눈썹을 찌푸리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마음의 준비는 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그 말을 끝으로 그는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 그 순간, 강현우가 갑자기 의자에 발을 세게 걷어차며 분노를 드러냈고 예상치 못한 행동에 윤하경은 깜짝 놀랐다.잠시 뒤 도착한 경찰이 강현우와 윤하경에게 간단히 몇 가지를 물었다.강현우는 귀찮다는 듯 짧게 대답만 하고는 민진혁에게 전화를 걸어 변호사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경찰은 조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의 지문을 채취해 갔다. 그 일은 그냥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한 시간 후, 경찰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젊은 경찰관 한 명이 윤하경 앞으로 다가와 신분증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윤하경 씨, 이번 중독 사건과 관련해 조사가 필요합니다. 경찰서에 동행해 주시겠습니까?”그 말에 윤하경은 이마를 찌푸리며 되물었다.“무슨 말씀이죠? 지금 저를... 의심하시는 건가요?”윤하경은 당황스러움과 억울함이 동시에 밀려왔다.‘내가 이 일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지?’그때 강현우가 그녀 앞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윤하경을 뒤로 감쌌고 차가운 눈빛으로 경찰을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일이든 변호사를 통해서 말씀하시죠.”하지만 경찰은 단호했다.“죄송합니다, 강 대표님.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한 참고인이 아니라...”그는 시선을 윤하경에게로 옮기고 또박또박 말했다.“우리는 피해자 신인아 씨의 물컵에서 독극물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컵에서 윤하경 씨의 지문이 나왔습니다.”“뭐라고요?”윤하경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강현우를 바라보았다.그런데 강현우가 윤하경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마치 무언가를 의심하는 듯했다.윤하경은 입술을 꼭 다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현우 씨, 지금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강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무거운 침묵과 날카로운 눈빛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시선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졌다.윤하경의 기분은 점점 밑바닥으로 가라앉았고 애써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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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그럼 오늘 신인아 씨를 만나러 간 건 어떤 이유였죠? 독약은 미리 준비한 겁니까?”“독약 같은 건 준비한 적도 없어요. 신인아를 보러 간 것도 강현우 씨가 갑자기 데려가서 간 거고요.”윤하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확인하시려면 강현우 씨께 물어보세요.”경찰은 눈살을 찌푸리며 낮게 말했다.“수사 방식에 대해 왈가왈부하실 권리는 없습니다. 본인 진술이나 제대로 해주시죠.”그러자 윤하경은 몸을 뒤로 젖히고는 차분히 말했다.“제 진술은 이미 끝났습니다. 딱 한 마디만 더 하죠. 저는 신인아에게 독을 탄 적 없습니다.”그러고는 단호하게 말을 덧붙였다.“혹시 더 묻고 싶은 게 있으시면 제 변호사 올 때까지 기다리세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윤하경은 눈을 감고 더 이상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사실, 집에서 부른 주치의가 ‘중독’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부터 윤하경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자신을 덫에 빠뜨릴 줄은 몰랐다.이런 상태로도 사람 하나를 매섭게 끌어내리는 계략을 세운 신인아를 생각하니 기가 막히면서도 한편으로는 감탄이 나왔다. 이 정도 머리와 수완이면 뭘 해도 성공할 수 있을 텐데 왜 그토록 자기를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집착한 걸까.윤하경은 이내 생각을 바꿨다. 신인아가 강현우에게 어떤 존재인지, 오늘 밤 그가 보인 반응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그 순간, 윤하경의 가슴 한가운데로 알 수 없는 시린 감정이 밀려들었다.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경찰은 윤하경이 이런 식으로 모든 걸 막아버리자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저기요, 당신 지금...”경찰관이 뭔가 더 말하려는 찰나, 문이 열리며 다른 경찰관이 고개를 내밀었다.“윤하경 씨, 변호사분 오셨습니다.”윤하경은 천천히 눈을 떴고 곧 경찰 뒤로 보이는 중년 남성을 알아보았다.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그 남자는 어디서 본 듯 익숙했다.잠시 생각하자 윤하경은 기억해 냈다. 예전에 강현우에게 서류를 전하러 갔을 때 마주친 그의 회사 소속 변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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