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051 - Chapter 1060

1188 Chapters

제1051화

어둠 속, 강현우의 눈동자에 깊은 어둠이 일렁였다.“시작은 네가 했어.”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윤하경의 턱을 잡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깊은 잠에 빠져 있던 윤하경은 입술에 닿은 익숙하고 따뜻한 감촉에 눈을 떴다.숨결을 파고드는 그의 향이 온몸을 감싸듯 스며들었다.“응...”윤하경은 작은 신음을 흘리며 흐릿한 시야로 그를 바라봤다.“피곤해요...”그녀는 그의 어깨를 살짝 밀며 나른하게 투덜거렸다.하지만 이미 불이 붙은 강현우가 멈출 리 없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조용히 얼굴을 감싸 쥐고 단호하게 말했다.“정신 차려.”윤하경은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만 껌뻑였다. 그는 언제나 이 일에 있어서 그녀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고 그가 유도하는 방식에 쉽게 무너지는 자신을 어쩔 수 없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그날 밤, 윤하경은 더 이상 졸릴 틈도 없이, 그가 이끄는 대로 휩쓸리고 말았다.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그녀는 그를 살짝 밀치며 숨을 고르고 말했다.“맞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강현우는 대답 대신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따끔한 통증이 전해졌고 윤하경은 숨을 들이켰다.“딴생각하면 벌받아야지.”그는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그녀 귓가에 속삭였고 그 말은 묘하게 온몸을 간질이게 했다.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뭔가 말하려다 결국 입을 닫았다. 하지만 강현우는 그 이후로 그녀가 딴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방 안의 온도는 금세 후끈 달아올랐고 두 사람 사이에는 말없이 흘러가는 짙은 감정과 열기가 맴돌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모든 것이 끝났을 때, 윤하경은 눈꺼풀이 무거워졌지만 여전히 잠들지 못했다. 아직 말하지 못한 부탁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강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욕가운을 걸쳤고 막 욕실로 향하려던 그 순간 윤하경이 그의 허리를 슬며시 끌어안았다.그는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아직도 부족해?”“...”윤하경은 그의 그런 농담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잇지 못했지만 그의 목덜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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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다음 날, 윤하경은 원래 사설탐정을 통해 소지연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었다.하지만 아직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채,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화면을 보니 발신자는 강현우였다. 그녀는 잠시 손가락을 머뭇거리다 통화를 받았다.“바빠?”낮고 깊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흘러들었다.윤하경은 입술을 삐죽이며 짧게 대답했다.“아니요.”강현우의 말투에는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전날 밤 그가 소지연에 관한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윤하경 마음속에는 은근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 강현우가 그런 부탁을 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윤하경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단칼에 거절당하고 나니 괜히 마음이 허전했다.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 순간, 그녀는 자신이 지금 강현우에게 너무 의지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화기 너머 강현우가 비웃는 듯한 낮은 웃음소리를 흘렸다.“회사로 와. 할 말이 있어.”윤하경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그녀는 꺼진 화면을 잠시 바라보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강한 그룹으로 향했다. 예전에 몇 번 와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낯선 얼굴들이 많았다.총괄실 앞에 도착했을 때, 강현우의 비서진은 전부 새로 바뀌어 있었지만 그녀를 알아보는 데는 한눈이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미리 말씀 주셨습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높고 얇은 힐 굽 소리를 남기며 비서의 뒤를 따랐다.강현우의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그는 창가에 서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대표님, 사모님 오셨습니다.”비서가 알리자 강현우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고는 전화기 속에 말했다.“응, 알겠어.”그렇게 짧게 말한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앉아.”그는 턱짓으로 소파를 가리키며 앉으라는 신호를 주고 곧장 책상 쪽으로 돌아가 서류 하나를 들고 그녀에게 내밀었다.“이게 뭐예요?”윤하경은 순간 멈칫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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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주씨 저택에 갈 거예요. 소지연 데리고 나올 거고요.”윤하경의 말은 단호했다. 눈앞에서 소지연이 그런 사람에게 떠밀리듯 시집가는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강현우는 이마를 주무르듯 손을 들어 콧등을 눌렀다.“네가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윤하경은 입술을 꽉 물며 돌아섰다.“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잖아요. 그냥 보고만 있으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아서요. 지연이랑 저는 정말 친한 친구예요. 그런 친구가,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억지로 시집가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으면... 저는 그건 못 하겠어요.”소지연이 스스로 불행한 길로 들어서는 걸 지켜만 본다면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 강현우는 다소 격해진 그녀의 표정을 보며 살짝 눈썹을 올렸다.“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 결혼 이야기 나왔다고 다들 너만큼만 급한 줄 알아?”윤하경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봤다.“누가 저보다 더 급한데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누가 결혼한다고?”들어선 사람을 본 순간, 윤하경은 강현우가 말한 ‘급한 사람’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다.벌써 20일이 훌쩍 지났지만 유호천의 상태는 여전히 말이 아니었다. 초췌한 얼굴, 깔끔하던 머리는 정리도 안 되어 있었고 빛나던 도련님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었다.윤하경은 잠시 시선을 피하며 말없이 입술을 다물었다.강현우는 가볍게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앉아.”유호천은 인상을 찌푸린 채 묻는다.“아까 분명 소지연 얘기 나왔던 것 같은데... 누가 결혼을 한다고?”강현우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소지연이 결혼할 거래.”그 말투는 너무 무심했다.“뭐라고?”유호천의 목소리는 사무실을 울렸다.너무 큰 소리에 비서실 직원들까지 문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었다.그는 황급히 윤하경을 바라봤다.“진짜야?”“직접 봐.”강현우는 고개로 소파 위 서류를 가리켰다.유호천은 망설이지 않고 걸음을 옮겨 서류를 들춰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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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여기... 사람 있어요.”윤하경이 조심스럽게 속삭였다.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대꾸했다.“사람 있으면... 더 짜릿하지 않아?”윤하경은 충격에 말문이 막혔다. 그가 뱉은 황당한 말에 반박하려는 순간, 강현우가 그녀의 뒤통수를 감싸더니 그대로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입술이 닿는 순간,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윤하경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법적으로는 부부가 맞지만 이 순간만큼은 마치 몰래 사랑을 나누는 사람처럼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강현우가 말하던 ‘보상’이라는 건, 역시 쉽지 않았다. 이래서 조건을 잘 따져봐야 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이러다 비서실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완전히 창피한데...!’윤하경은 속으로 이를 악물며 생각했다.그 시각, 비서실 사람들 몇몇은 사무실 유리창 너머로 슬쩍 안쪽을 엿보고 있었다.“헐... 두 분 진짜 너무 다정하신 거 아니에요?”한 여직원이 작게 소리를 지르며 설렘에 발을 구른다.“완전 부럽다...”다른 직원은 얼굴을 괜히 손으로 괴고 한숨을 내쉰다.하지만 곧 누군가 리모컨을 눌렀고 강현우 사무실의 유리 벽은 순식간에 불투명하게 바뀌었다.“볼 거 못 볼 거 가리지 마. 괜히 말 잘못해서 밥줄 끊기지 말고.”비서실 실장 황민현이 경고하자, 직원들은 비로소 조용해졌다.그 사이, 사무실 안.윤하경은 이제 정말 큰일 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강현우는 어느 순간 입술을 떼고 물러났다.“응?”그녀는 그가 더는 움직이지 않자,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이제 끝난 거예요?”그 말을 뱉자마자 윤하경은 자신을 한 대 때리고 싶어졌다.‘아니 그걸 왜 물어보는 건데!’강현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비웃듯 웃었다.“왜? 부족했어?”그 말과 함께 손이 그녀의 허리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더니 단단히 안으로 들어갔고 거친 손길에 윤하경의 몸이 절로 움찔했다.“그럼... 계속할까?”그는 능청스럽게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속삭였고 손놀림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윤하경은 얼른 그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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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밖으로 나서자 주명화는 꾀죄죄한 몰골의 유호천을 발견했다.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주명화의 시선은 점점 차가워졌다. 이전에는 그래도 점잖은 인상을 풍기던 그였지만 지금은 온몸에서 번듯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주명화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어디서 굴러먹다 온 양아치냐?”유호천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소지연 불러줘요.”“내 딸이 너 같은 놈이 원한다고 만나줄 수 있는 사람이냐?” 주명화는 비웃듯 말했다. “네가 뭔데?”유호천은 고개를 들고 주명화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싸늘한 기운이 담긴 눈빛이 그대로 꽂혔다.“당신 딸?”그는 비웃듯 낮게 말했다.“그 애한테 아버지가 있었는지는 처음 듣네요.”주명화는 이를 악물었다. “지연이를 불러달라고요.”주명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들어 집 안의 경호원들을 향해 지시했다.“저 버릇없는 놈 끌어내. 당장 쫓아내고 다시는 이 집 근처 얼씬도 못 하게 해.”유호천은 그제야 주명화에게 무슨 말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 이를 악물고 곧장 안으로 뛰어들었다.주명화가 속한 집안은 대단한 배경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집에 있던 경호원도 몇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소지연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임시로 데려온 사람들이었다.유호천은 예전에 배운 주먹질을 총동원해 경호원 몇 명을 밀쳐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도 상처를 입지 않을 수는 없었다.소지연은 위층 방 안에 서 있었다. 아래층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소란에 몸이 굳었다.입술을 꾹 다문 그녀의 손가락은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소지연! 어디 있어! 나와!”유호천의 목소리는 크지 않은 저택 안을 가득 채웠다.한편, 늦잠을 자던 주아진은 소란에 잠에서 깼고 문을 열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누구야! 지금 몇 시인데 이렇게 시끄럽게...”하지만 유호천을 보는 순간, 그의 싸늘한 눈빛에 위축되어 그다음 말이 목구멍에서 멎었다.유호천은 잠시 주아진을 바라보다가 그녀가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강현우가 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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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소지연이 결혼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유호천의 머릿속은 마치 폭탄이 터진 듯 멍해졌다.“허.”소지연이 냉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그래서 어쩌라고? 네가 베푸는 그런 걸 내가 꼭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그녀의 눈빛은 싸늘했고 시선 끝에는 노골적인 조롱이 담겨 있었다.“유호천, 우리 관계는 이미 끝났어. 그러니까 이제 내 일에 참견하지 마.”유호천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지연아, 제발 그만해. 이러지 마.”그러나 소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나 지금 제정신이야.”그녀는 유호천을 지나 막 도착한 주명화와 이옥연을 바라보며 입가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내가 뭘 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그 말에 유호천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어갔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힘이 들어간 손에 뼈가 으스러질 듯 압박이 느껴졌지만 소지연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설마... 너 진심으로 그 임씨네 집안, 그 장애인한테 시집가려는 거야?”“장애인이면 어때서?”소지연은 비웃듯 되받아쳤다.“내가 누구랑 결혼하든, 그건 내 인생이야. 너하고는 아무 상관 없잖아?”그녀의 시선이 그의 손목으로 내려갔다.“유호천 씨, 지금 무단침입하신 거 아세요? 명백한 불법이에요.”소지연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감정 하나 섞이지 않은 듯 담담했다. 입가에 얹힌 비웃음은 더욱 선명해져, 마치 유호천의 오만함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했다.유호천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낮게 말했다.“지금 뭐라고 했어?”“말했잖아요.”소지연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유호천 씨는 지금 개인 주택에 불법 침입 중이에요.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 부를 거예요.”유호천은 이를 악물고 턱을 꽉 깨물었다. 얼굴에는 차디찬 분노가 가득했고 눈빛은 위험할 정도로 매서웠다.그러나 소지연은 고개를 들고 단호하고 흔들림 없는 눈으로 그를 똑바로 마주했다.한동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던 유호천은 결국 손을 놓고 그녀를 가리키며 씹어뱉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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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문 열어.”주명화가 낮게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그러자 소지연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저 좀 쉬고 싶어요. 피곤해서요. 무슨 일인지는... 나중에 제가 기분 괜찮아지면 얘기하죠.”자신이 어른이라 생각하며 군림하던 주명화는 소지연의 이런 반응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가 문을 열지 않자, 그는 손을 들어 문을 쿵쿵 두드리기 시작했다.“소지연, 문 열어! 안 들려? 지금 당장 안 열면 사람 시켜서 문짝을 통째로 떼어버릴 거야!”방 안의 소지연은 세차게 울리는 문소리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한참이 지나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소지연, 조금만 더 참아. 곧... 끝날 거야.’그녀는 눈을 감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감정을 억눌렀다. 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문을 열었다.“무슨 일이세요?”그 무심한 얼굴을 본 주명화는 얼굴을 굳힌 채 물었다.“방금 그 남자, 누구야. 나한테 설명 좀 해줘야 하지 않겠어?”“설명이요?” 소지연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입꼬리를 비튼 채 냉소를 흘렸다.“당신이 뭔데 저한테 설명을 요구하죠? 예전에 엄마 몰래 바람나서 이옥연이랑 도망쳤을 때 저한테 무슨 설명이라도 하셨어요?”그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주명화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그는 임씨 가문 쪽과의 혼인을 성사하기 위해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금이야말로 할 말을 다 해둘 타이밍이었다. 나중에 더는 이용 가치가 없을 때가 되면 그는 절대 참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때쯤에는, 참든 말든 상관없었다.소지연의 말에 주명화는 말문이 막혔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차갑게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우리 서로 의미 없는 말은 줄이죠. 약속한 건 제대로 지켜주세요. 저도 제 몫은 확실히 할 테니까.”소지연은 마지막으로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더니 주명화가 아무 말 꺼내기도 전에 쾅 하고 문을 닫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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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조금 전 강현우의 겉옷을 받아 들면서 휴대폰까지 챙기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윤하경은 옷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아래층으로 가져다주려 했다.그런데 그 순간, 무심코 휴대폰 화면을 흘끗 본 그녀는 거기 뜬 발신자 이름을 보고 몸을 굳혔다.[인아]그 짧은 두 글자가 그녀의 몸을 찌릿하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윤하경은 그대로 얼어붙은 채 한동안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자동으로 화면이 꺼지고 나서야 겨우 시선을 돌렸다.과거 신인아가 자신에게 했던 그 모든 짓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채웠고 윤하경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강현우와 신인아,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는 거였다. 그 사실에 입술을 다문 윤하경의 가슴이 조용히 저렸다.‘모를 리 없을 텐데. 강현우는 분명 그 일들을 알고 있을 텐데...’다시 한 번,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예상대로, 또다시 신인아였다.윤하경은 떨리는 시선을 화면에 잠시 고정한 채 망설이다가 결국 손가락을 움직여 통화를 받았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 신인아의 목소리가 먼저 흘러나왔다.“여보세요, 현우 오빠...”무슨 일이 있었는지, 목소리는 약해져 있었고 뭔가를 꾹 참고 있는 듯 들렸다.“오빠... 나 너무 아파. 죽을 것 같아...”신인아는 흐느끼며 말했고 그 목소리는 꼭 구조 요청 같았다.윤하경은 잠시 말이 없었지만 상대는 개의치 않았다.신인아는 더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오빠, 나 하경 언니한테 했던 짓들... 용서받을 수 없는 거 알아. 언니를 죽일 뻔한 것도 알아. 그래도... 나 정말 죽을 것 같아. 딱 한 번만 한 번만 얼굴 보여주면 안 돼? 전화 무시하지 말고 다른 사람 시켜서 내쫓지도 말아 줘. 제발...”그 말끝에는 그녀가 구토하는 듯한 소리까지 흘러나왔다.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 상황이 진심인지 연기인지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목소리만 들으면 누구라도 측은해질 법했다. 만약 이 전화를 강현우가 직접 들었다면 분명 흔들렸을 것이다.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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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내가 괜한 생각을 하는 걸까?’윤하경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무심한 웃음을 지었다.“방금...”그 순간, 강현우의 전화벨이 울렸다.강현우는 윤하경을 바라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지만 전화를 받을 생각은 없는 듯했다.그러나 윤하경은 더는 말을 잇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고 조용히 한마디만 건넸다.“전화... 울리네요.”강현우는 이마를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집었다. 그 순간, 윤하경의 시선이 무심코 스쳤고 예상했던 대로 화면에는 ‘신인아’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며 조용히 그의 곁을 떠나 욕실로 향했다.잠시 뒤, 침실 안에서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윤하경은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았다. 수돗물을 틀어 그의 목소리를 차단한 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현우가 욕실로 들어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무슨 생각 중이야?”거울 너머로 윤하경을 바라보며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걸 눈치챈 듯 물었다.윤하경은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지연이 생각 좀 했어요.”그럴듯한 핑계였다.“그래.”강현우는 짧게 대답하며 그녀의 귓불에 입 맞췄다.“잠깐 일이 생겨서 나갔다가 올게.”세면대 가장자리를 잡고 있던 윤하경의 손이 움찔거리며 힘이 들어갔다.“다시 올 건가요?”윤하경은 무심한 척 거울 속의 그를 바라보았다.거울에 비친 강현우의 얼굴은 여전히 냉정하고 완벽했다. 각지고 선명한 이목구비, 단단한 턱선까지. 보는 사람을 단숨에 압도할 만한 인상이었다.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썹을 찌푸리더니 짧게 말했다.“아마도.”그러고는 윤하경의 목덜미에 가볍게 입 맞추고 뒤돌아 문을 나섰다.윤하경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모든 힘이 빠져나간 듯, 몸이 축 처져버렸다.그날 밤, 강현우는 돌아오지 않았다. 윤하경도 한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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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윤하경은 답장하지 않고 조용히 휴대폰을 넣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았다.잠시 망설이다가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늦은 저녁을 먹고 가기로 마음을 정한 것이다.아직 강현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택시를 타고 도착한 야시장은 여느 때처럼 북적였고 사람들 사이로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참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공간에 있는 건.윤하경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코끝을 간질이는 익숙한 향기를 느꼈다. 다양한 먹거리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그녀는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노점 앞에 멈췄다. 그리고 따뜻한 소고기 국수를 하나 주문했다. 봄밤의 공기에는 아직 찬기가 조금 남아 있었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수가 눈앞에 놓이자 절로 입맛이 돌았다.한 그릇을 말끔히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길가 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처음에는 무심히 넘기려 했지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저 아니에요. 진짜로 안 훔쳤어요... 정말 제가 한 거 아니에요.”윤하경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다가가자 몇몇 사람들이 몰려 있는 가운데 한 소년이 맞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얼추 상황이 그려졌다. 소년이 근처 가게에서 뭔가를 훔쳤다는 혐의로 붙잡혔고 본인은 이를 부인하며 실랑이 끝에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것이었다.가만히 지켜보던 중, 소년이 고개를 들어 윤하경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구세주라도 본 듯 절박했고 두 눈이 간절하게 반짝였다.“하경 누나... 하경 누나, 제발 도와주세요. 저 진짜 안 훔쳤어요...”설경진의 얼굴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온몸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누나...”희미해져 가는 목소리에 윤하경은 결국 발걸음을 멈췄다.“다들, 뭐든 말로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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