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점에 네가 강현우랑 이혼이라도 하면 그걸 할아버지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아?”하석호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결과가 어떨지는... 너도 알잖아.”방금 전까지만 해도 느슨해졌던 윤하경의 손가락이 다시 움켜쥐듯 모였다.가늘고 차가운 손끝이 꼭 쥐어진 채로 떨렸다. 그 순간, 묘한 무력감이 마음 한가운데를 짓누르기 시작했다.“이렇게 보니까, 예전에 엄마가 윤수철 때문에 하씨 집안과 등을 졌던 건,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나 봐.”그녀가 허탈하게 웃자 하석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윤수철?”“너 혹시, 고모가 윤수철 때문에 집에서 나간 거라고 생각했어?”윤하경은 멈칫했다.“아니었어?”하석호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작게 한숨을 쉬며 코끝을 스치듯 손가락으로 문질렀다.“됐어, 어른들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지금 중요한 건 내가 방금 한 말이야. 그 부분, 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윤하경은 그의 말 속에 무언가 묘한 뉘앙스가 스며 있는 걸 느꼈다.‘그렇다면 예전에 엄마가 집을 나온 이유가 윤수철 때문이 아니었다는 걸까? 그럼 엄마가 말하던 평생을 걸었던 사랑은... 정말 윤수철이 아니었던 건가? 엄마는 이 모든 이야기를 한 번도 들려준 적이 없었는데 그렇다면 그때 엄마가 하씨 집안과 결별을 선택했던 진짜 이유는 도대체 누구 때문이었을까?’한편, 하석호는 윤하경의 복잡한 생각을 모른 채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그러니까, 너도 네 마음부터 확실히 정리해. 아니면 우선 할아버지한테는 비밀로 하든가.”그 말에 윤하경은 정신을 수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잘 생각해 볼게.”하지만 윤하경이 아직 어떻게 말을 꺼낼지조차 정리하지 못한 다음 날 아침, 그녀는 평소처럼 하병철을 뵈러 저택 응접실로 향했다가 뜻밖의 장면과 마주쳤다.강현우가 이미 하병철과 마주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 바둑돌을 손에 쥔 채 대국 중이었다.회사를 하석호에게 모두 넘긴 이후로, 하병철이 가장 즐기는 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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