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의 손에는 책 한 권을 들고 있었는데 아마 거실 책장에서 꺼낸 듯했다.꼴이 딱, 이곳을 자기 집처럼 여기는 모양새였다. 윤하경은 입술을 지그시 다물고 다가가 한가롭게 앉아 있는 강현우를 바라봤다.“현우 씨, 이제 깨어나셨으니 제 집에서 나가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윤하경의 시선이 강현우가 반쯤 마신 커피잔을 스쳤다. 강현우는 고개를 들어 윤하경을 한번 훑어보고는 손가락으로 빗발이 쏟아지는 현관 밖을 가리켰다.“비가 이렇게 오는데 나가라고?”그러고는 낮게 덧붙였다.“게다가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 설명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설명...이요?”윤하경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응.”강현우는 짧게 대답하며 무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었다.“정신 차려보니 여기였어. 내가 널 의심할 만하지 않냐? 날 납치한 거 아니야?”“납치?”윤하경은 황당해서 웃음까지 나왔다.“제가 왜 현우 씨를 납치해요?”“그건 나도 모르지.”강현우는 책장을 넘기며 비웃었다.“혹시 내 얼굴에 반해서 이혼하기 싫으니까 이런 쇼를 벌인 건가?”“...”아침부터 이렇게 뻔뻔한 사람을 본 건 처음이었다.윤하경은 살짝 미간을 좁히더니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녀는 한 걸음 다가서서 강현우를 내려다봤다.“혹시... 기억 돌아온 거예요?”강현우의 손끝이 책장을 넘기다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윤하경을 바라봤다.“그건... 네가 맞혀봐.”윤하경은 무언가 말하려다, 문득 입술을 다물었다. 사실 강현우가 기억을 잃었든 아니든, 이젠 자기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다.어젯밤 강현우를 비 맞지 않게 끌어들인 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호의’였다.강현우가 어떤 상태든, 윤하경은 그와 맞설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잠시만 망설이다, 곧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경비실이죠? 우리 집에 불법 침입자가 있어요. 빨리 와서 데려가 주세요...”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몸이 갑자기 공중에 뜨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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