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뭔가 깊이 생각하는 듯했다.강현우가 한참을 침묵하자 하석호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가 더는 말을 섞지 않고 곧바로 윤하경이 있는 병실로 걸음을 옮겼다.하석호가 자리를 비우자 민진혁이 다가와 난감한 표정으로 강현우를 바라봤다.“대표님, 정말 기억이 다 사라지신 겁니까?”강현우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되물었다.“넌 누구야?”강현우가 자기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민진혁은 적잖이 상처를 받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대표님, 저 정말 대표님 곁에 가장 오래 있었던 사람이에요.”“흥, 그건 내가 더 오래됐지.”민진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능청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곧 우지원이 다가와, 강현우 앞에 서서 진지하게 말했다.“형, 저 사람 말 듣지 마. 내가 형의 진짜 오른팔이야.”민진혁은 우지원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도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강현우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들이 분명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이란 걸 짐작했다. 그래도 타고난 경계심 탓에 완전히 신뢰를 보내진 않았다.우지원은 슬쩍 민진혁을 노려봤다.“형님 찾으러 오면서 왜 나한텐 말도 안 하고 혼자 왔어? 설마 형님 기억 잃은 사이에 내 자리 뺏으려고 그런 거 아니야?”민진혁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는 다시 강현우를 바라봤다.“대표님, 요즘 한동안 경성에 얼굴도 안 비치셔서 많은 사람들이 별별 소문을 내고 있어요. 회사도 온통 뒤숭숭하고 주가도 출렁이고... 사모님도 거의 혼자 힘으로 버티고 계십니다. 지금이라도 함께 돌아가셔야 하지 않을까요?”그동안 민진혁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처음에는 강현우 실종 소식을 가까스로 감췄지만 시간이 흐르며 회사 안팎으로 소문이 퍼졌고 주가와 투자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이상, 강현우의 실종을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었다.내막을 아는 건 민진혁과 한선아, 그리고 소수의 몇 사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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