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121 - Chapter 1130

1183 Chapters

제1121화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나오니 어느새 밤 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윤하경은 침대에 몸을 누이자 머리가 묵직하게 느껴지며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집 안의 또 다른 누군가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백지유는 1층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서도 자꾸만 윤하경의 모습만 떠올랐다. 며칠 동안 이 별장에서 지내며 어떻게든 강현우에게 다가가 보려 했지만 매번 시도할 때마다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어쩌면 언젠가는 내 마음이 닿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윤하경을 직접 마주한 순간 왠지 모를 깊은 좌절감에 휩싸였다.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이제 정말 강현우와는 인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쓸쓸한 생각만 자꾸 맴돌았다....새벽 3시, 강현우가 조용히 별장에 돌아왔다. 집 안은 온통 고요했고 강현우는 계단을 오르며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 공부하고 회사 일까지 다시 배우느라 매일 밤늦게까지 바빴지만 다행히 머리가 빨리 돌아가 위기 속에서도 무사히 사내 경영을 넘기고 있었다.2층에 올라 방문을 열고 불을 켜지 않은 채 익숙하게 침실을 지나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강현우는 하얀색 목욕가운만 걸친 채,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수건으로 닦았다. 선명한 복근 위에는 아직도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그는 조용히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 누웠다. 윤하경은 작은 체구로 침대 한쪽에 몸을 꼭 움츠리고 자고 있어서 이불 속에 들어온 강현우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강현우도 아무 의심 없이 그대로 이불을 덮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이불 속에 있던 윤하경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강현우 역시 당황해서 반사적으로 그녀를 확 끌어안았고 순간적으로 그녀 위에 몸을 얹게 되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낮게 속삭였다.“너 누구야?”방 안은 어둡고 희미한 불빛만이 가만히 드리워져 있었다. 강현우는 눈앞의 사람이 누군지 분간할 수 없어, 잠시 당황했다.윤하경은 강현우의 목소리를 듣고 순간 얼어붙었다.‘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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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이불 위에서 느껴지던 무게가 갑자기 사라졌다. 강현우가 자리를 뜨자 윤하경의 몸에서 그의 뜨거운 체온까지 함께 사라진 것만 같았다.이상하게도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분명히 이 집에 오기 전에는 이미 마음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강현우를 마주하니 자신도 모르게 여러 생각이 스치고 있었다.강현우는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침대 옆 스탠드 조명을 켜고 윤하경을 바라보았다. 낯익은 저음,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미묘한 거리감은 무심코 그녀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언제 왔어?”강현우의 목소리는 익숙하지만 예전과는 조금 다른 어색함이 묻어 있었다.윤하경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희미한 불빛 아래로 그를 바라봤다.“오늘 저녁에 도착했어요. 우리 사이 정리하려고.”윤하경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고 얇은 슬립을 매만지며 자세를 바로잡았다.“현우 씨가 여기로 다시 올 줄은 몰랐어요.”강현우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민진혁이 나를 이 집으로 데려왔어.”윤하경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잃어버린 기억 탓에 네가 예전 집들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지.’그녀는 한 번 더 입술을 눌렀다.“현우 씨가 돌아왔으니까 저는 나가서 잘게요.”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현우가 바로 말을 끊었다.“아니야, 그냥 네가 여기서 자. 난 서재에서 잘 테니까.”짧게 대답한 뒤, 강현우는 가운을 정돈하고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윤하경이 그를 붙잡았다.“잠깐만. 내일 시간 좀 낼 수 있어요? 우리 이야기 좀 합시다.”강현우는 순간 망설였다. 얼마 전부터 민진혁도 그리고 어머니인 한선아도 윤하경이 이혼하자고 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윤하경이 말하는 ‘이야기’라는 것도 결국 그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 어떤 일에도 침착하던 자신이 이 순간만큼은 이유 없이 불쾌해졌다.강현우는 조용히 이를 꽉 깨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윤하경을 바라봤다.“내일은 바빠서 안 될 것 같아. 다음에 이야기하자.”그렇게 말하고 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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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계단에 멈춰 서 있던 윤하경이 살짝 움직이자 식탁에 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그녀를 돌아보았다. 강현우는 윤하경을 힐끗 한 번 바라봤을 뿐,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 마치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라기보다는 그저 남처럼 보였다.윤하경도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생각해 보니 이제 강현우는 기억을 잃은 상태라 자신과 특별히 가까울 리 없었다.윤하경이 아무 말 없이 서 있는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백지유였다. 백지유는 윤하경을 보고 어색하게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돌아오신 줄 깜빡했네요. 여기 와서 앉으세요. 제가 부엌에서 그릇이랑 수저 가져올게요.”그러자 옆에 있던 집사가 얼른 나서서 냉랭하게 말했다.“백지유 씨, 그냥 앉으세요. 손님이신데 이런 건 저희가 하면 됩니다.”백지유는 입술을 한 번 깨물고는 머쓱하게 자리에 앉았다. 순간 자신의 행동이 괜히 주인 노릇을 하려는 것처럼 비쳤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녀는 슬쩍 강현우를 바라봤지만 강현우는 여전히 아무 표정 없이 밥만 먹고 있었다.윤하경은 백지유의 그런 분위기를 금세 알아차렸다. 그래서 먼저 다가가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백지유 씨, 듣자 하니 현우 씨를 구해주셨다면서요?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백지유 씨가 아니었으면 저는 아마 평생 죄책감 속에 살았을 거예요.”말을 하다가 한순간 익숙하게 “현우”라고 부르려다 금방 “현우 씨”로 고쳐 불렀다. 강현우가 잠깐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윤하경은 백지유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혹시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저한테 얘기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힘껏 도와드릴게요.”이런 말은 단순히 강현우 때문만은 아니었다. 백지유가 강현우를 구해준 덕분에 윤하경은 평생 풀지 못할 뻔한 마음의 빚을 덜 수 있었다. 만약 강현우가 그때 세상을 떠났다면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야기가 끝나자 윤하경은 다시 강현우 쪽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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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윤하경 사모님, 사실 저희 대표님이...”“더는 말하지 않아도 돼요.”그동안 윤하경은 힘든 시간을 보내며 원래도 작았던 얼굴이 더욱 수척해져 있었다.그런 모습을 하고 짓는 미소에는 어딘가 힘겨운 기색이 묻어났다.“저 먼저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그렇게 말하고 윤하경은 조용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바닥을 울리는 하이힐 소리가 규칙적으로 멀어지고 민진혁은 그 가느다란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식탁에는 백지유와 강현우가 여전히 말 한마디 없이 마주 앉아 있었다.민진혁은 그 광경을 보고 바로 눈치를 챘다. 혹시 윤하경이 이 모습을 보고 기분이 상한 건 아닐까, 순간 자신이 괜히 백지유를 이 집에 머물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백지유는 밥그릇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지만 도무지 밥이 입으로 넘어가지 않았다.처음에는 윤하경과 자신이 서로 경쟁자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보니 윤하경은 아예 자신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알고 보니 혼자만 착각했다.“대표님, 어제 부탁하신 보고서는 이미 임원진들이 정리해서 넘겼습니다. 이제 곧 회의 시간이 다 됐는데요, 어떻게 할까요?”강현우는 잠깐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식사를 마친 뒤, 곧장 위층으로 옷을 갈아입으러 올라갔다.계단을 오르던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백지유를 한 번 바라봤다.“계속 서울에 있을 거야,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갈 거야?”이제까지 강현우는 백지유의 정체를 다 파악하고 있었다. 백지유도 더는 거짓말하지 않고 자신이 강현우를 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그래서 강현우는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으니 함부로 할 수 없었고 혹시라도 이 사실이 알려지면 오히려 자신의 명성만 나빠질 것을 알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냥 이 집에 머물게 했던 것뿐이었다.강현우는 아침 일찍 나가고 밤늦게야 돌아오는 생활이 계속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집에서 백지유와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고 그녀의 존재마저 잊고 지낼 정도였다.하지만 오늘 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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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백지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술을 꽉 깨물었다.민진혁은 그런 백지유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한 걸음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너무 속상해하지 마. 우리 대표님 그래도 너한텐 꽤 잘해준 거야. 다른 사람이었으면 바로 내쫓으라고 했을 텐데 넌 그래도 여기까지 머물게 해줬잖아.”백지유가 눈을 붉히며 민진혁을 바라봤다.“정말...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에요?”민진혁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무섭다 못해, 진짜 한 번 틀어지면 그냥 무자비하지. 예전에 대표님한테 붙으려다 제대로 혼난 사람들 한둘 아니야.”한두 마디 잘못했다가 인생 꼬일 수도 있다는 말투에 백지유는 또 움찔했다.민진혁은 그런 백지유의 눈치를 보다 나지막이 말했다.“어쨌든, 네가 대표님한테 바라는 게 있으면 잘 생각해 봐. 대표님, 은인한텐 꽤 통이 크거든. 잠깐 회사에 다녀와야 하니까, 곧 와서 너도 새로 머물 곳 안내해 줄게.”백지유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한편, 윤하경은 별장을 나와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막상 나와보니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잠시 고민하던 끝에 기사에게 예전 윤씨 저택 주소를 불러줬다. 기분 좋은 기억만 있는 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릴 때 엄마와 함께 보냈던 따뜻한 순간들이 떠오르고는 했다.도착한 집은 이미 사람이 오랫동안 드나들지 않아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봄이 오니 마당 한가득 예전에 심어둔 꽃들과 함께 잡초도 힘차게 자라났다.누가 손을 대지 않으니 늘 그렇듯 화려한 꽃보다 잡초가 훨씬 더 억세고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윤하경은 한참 동안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텅 빈 집 안은 온통 먼지투성이였다. 윤하경은 일단 의자 하나만 닦아내어 앉은 뒤, 마당을 내다보며 오랜 생각에 잠겼다.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일어나 청소 도구를 챙겼다. 하루 종일 집안 곳곳을 치우고 힘들면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청소를 이어갔다.결국 마당의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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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그래, 나 보자고 한 거 뭔가 부탁할 일 있는 거지?”윤하경은 돌려 말하지 않고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소지연은 그 말을 듣고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고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으로 유리잔 테두리를 계속 맴돌며 생각에 잠겨 있는 듯 보였다.윤하경은 소지연을 오래 알아 왔기에 이런 모습만 봐도 뭔가 큰 고민이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마음이 복잡한 상황임도 눈치챘다.그래서 성급하게 재촉하지 않고 소파에 기대 조용히 기다려주었다.한참이 흐른 뒤, 소지연은 겨우 마음을 정한 듯 고개를 들어 윤하경을 바라봤다.“하경아, 나랑 같이 병원 좀 가줄 수 있어?”“병원? 왜? 어디 아픈 거야?”윤하경은 갑자기 긴장해서 소지연을 위아래로 살폈다.소지연의 얼굴에 또 한 번 망설임이 스쳤고 입술을 가만히 깨물었다. 무슨 말을 꺼내려던 바로 그때, 근처에서 썩 유쾌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이게 누구야?”“곧 임씨 가문으로 시집가는 딸 아니야?”“결혼도 얼마 안 남았는데 한가하게 커피 마시고 있을 시간은 있네?”“그래, 곧 남편 병시중 들며 살아야 할 텐데 앞으로는 이렇게 못 나돌아다닐 거야.”윤하경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돌아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 두 명이 서 있었다.그중 한 명이 바로 소지연의 계모, 이옥연이었다. 이옥연 옆에는 온몸에 명품 로고를 두르고 입이 뾰족하게 나온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 여자는 지금 소지연을 향해 대놓고 비웃으며 만족스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윤하경은 그런 광경을 보고 눈썹을 살짝 올렸다.소지연은 얼굴이 순식간에 굳더니 윤하경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하경아, 우리 그냥 가자.”하지만 윤하경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카운터 쪽을 향해 말했다.“저기요, 입구에 ‘반려동물 출입 금지’라고 쓰여 있던데요?”직원은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손님, 저희 가게에는 애완동물 데려온 분 없는데요?”윤하경은 고개로 이옥연과 그 옆 여자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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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이옥연은 그동안 주명화와 함께 지내면서 상류층 사회의 구석구석을 조금이나마 익혀왔다. 살림이 넉넉해진 뒤로는 주변에 아부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그래서 남 앞에서 무시당하는 일을 도무지 참지 못했다.지금 이렇게 윤하경이 자신을 대놓고 면박 주자 참을 수 없어 앞으로 성큼 다가와 노려보며 말했다.“하경 씨,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 것 아니에요? 우리끼리 잠깐 이야기한 것뿐인데 이렇게 힘 믿고 남을 누르는 게 강씨 가문답다는 건가요?”그녀 목소리는 일부러 더 커졌고 ‘강씨 가문’이라는 이름에 주위 사람들까지 이목을 집중시켰다. 누군가는 슬그머니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이옥연은 억울한 척 울먹이며 평소 집에서 주명화에게 쓰던 ‘착한 며느리 연기’를 그대로 펼쳤다.“저희 같은 평범한 집안 사람들은 원래 무시당하는 거 알아요.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사람을 깔보는 건 아니지 않나요?”윤하경은 그녀가 손등으로 눈물까지 훔치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당당하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소지연을 깎아내리게 두는 걸 보면 평소 집에서는 더 심하게 대했으리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착한 척’은 윤하경에게 통하지 않았다.그녀는 카운터 쪽 직원을 불렀다.“저기요, 혹시 휴지 좀 더 주실 수 있을까요? 여기서 누가 너무 연기를 실감 나게 해서 눈물 닦으라고요.”노골적인 비꼼에 카페 안 곳곳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이옥연은 얼굴이 일그러져 윤하경을 손가락질했다.“너...!”윤하경은 코웃음을 치며 받아쳤다.“제가 뭐요? 말이 잘 안 나오면 치료를 좀 받으세요. 진료비가 부족하면 제가 도와줄 수도 있고.”이옥연은 치를 떨다 뭔가 생각이 난 듯, 비웃으며 말했다.“하경 씨 그렇게 남한테 상처 주는 말이나 하고 다니면 복이 달아나요. 그래서 그런가? 요즘 강씨 집안에서 도련님이랑 이혼한다는 소문이 벌써 돌던데요?”그 말에 윤하경의 얼굴에 잠시 놀람이 스쳤다. 두 사람의 이혼 이야기는 아직 공개된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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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도대체 누가 우리 집에서 하경이를 쫓아낸다고 소문냈다는 거죠?”카페 안에 조용한 정적이 흘렀고 입구 쪽에서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모두가 놀란 눈으로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키 크고 차가운 눈빛을 가진 강현우가 보였다.강현우의 시선이 곧장 이옥연에게 꽂혔다. 이옥연은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지만 오늘의 강현우는 훨씬 더 위압적이었다. 그 차가운 눈빛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 들었다.강현우는 곧장 윤하경 곁으로 걸어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 고개를 숙여 낮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말했다.“봐, 잠깐만 한눈판 사이에 누가 우리 하경이 괴롭히고 있었네. 내가 곁에 있으라고 했잖아.”윤하경은 놀란 눈으로 강현우를 바라봤다. 그 순간, 그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다정함에 마치 예전의 강현우가 돌아온 것만 같았다.이옥연은 강현우의 말을 듣고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상황을 주도한다고 생각했지만 한순간에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살짝 뒷걸음치며 자리를 뜨려는데 강현우가 차갑게 그녀를 바라봤다.“제가 평소에 너무 만만해 보여서 그런가요? 누구든 내 아내한테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우리가 이혼을 하든 말든, 그쪽이 결정할 일인가요?”강현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깃든 냉기 때문에 이옥연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이옥연은 억지로 웃으며 어색하게 말했다.“아, 아니에요, 대표님. 제가 괜히 소문만 듣고 착각해서... 다른 뜻은 전혀 없었습니다.”이옥연은 속으로는 불안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만약 오늘 일로 주명화의 회사까지 문제가 생기면 자기도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까. 강현우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이옥연을 흘긋 바라봤다. 그러고는 멀리 서 있던 민진혁에게 손짓했다.“네, 대표님.”강현우가 조용히 말했다.“이 사람 집까지 데려다주고 오늘 있었던 일 꼭 전해줘. 만약 집에서도 못 말리면 우리 회사로 보내. 내가 직접 가르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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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윤하경의 조심스러운 말투에 강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오늘 시간 돼?”윤하경이 시계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저 지금 시간이 괜찮은데요.”이 말은 곧 이혼 얘기를 하자는 뜻이라는 걸 강현우도 단번에 알아챘다.강현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참, 정리도 빠르네.”목소리에는 못마땅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윤하경은 살짝 고개를 숙인 채 차분하게 말했다.“그럼... 시간 되실 때 연락 주세요.”그렇게 말하고 옆에 있는 소지연을 바라봤는데 그제야 그녀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다. 소지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배를 움켜쥔 채 힘겹게 의자에 기대 있었다. 아까 이옥연과 실랑이하느라 소지연의 상태를 미처 보지 못했던 윤하경은 당황해서 급히 소지연의 얼굴을 두드리며 조심스럽게 불렀다.“지연아, 괜찮아? 어디 아픈 거야?”하지만 소지연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아까 그렇게 시끄러웠는데도 평소답지 않게 조용했던 것이다.윤하경은 더 지체할 수 없어서 얼른 소지연을 부축해 밖으로 나왔다. 택시를 잡으려는데 그 순간 검은색 승용차가 두 사람 앞에 멈춰 섰다.창문이 서서히 내려가자 강현우의 차가운 얼굴이 드러났다.“타.”강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윤하경은 잠시 망설였지만 소지연을 위해 망설일 틈이 없었다. 차 문을 열고 소지연을 조심스럽게 뒷좌석에 태웠다.운전석 쪽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가까운 병원으로 좀 데려다주실 수 있으세요?”강현우는 윤하경의 낯선, 공손한 말투에 백미러로 한 번 그녀를 바라봤다.기억에는 없지만 이런 거리감이 괜히 더 신경 쓰였다. 강현우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결국 아무 말 없이 액셀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십 분쯤 지나 검은 승용차가 병원 응급실 앞에 멈춰 섰다. 강현우가 먼저 차에서 내리더니 바로 간호사 두 명을 불러 소지연을 들것에 눕혀 옮기게 했다.“감사합니다.”윤하경은 조급한 마음에 인사말만 남기고 급히 소지연이 실려 가는 침대 곁을 따라갔다. 강현우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이내 천천히 뒤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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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의사는 잠시 한숨을 쉬고 말했다."안에 계신 분은 지금 긴급 수술이 필요합니다. 자궁외임신 때문에 난관이 파열됐어요. 지금 바로 수술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수술을 하면 앞으로 임신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혹시 남편이 있다면 남편이 오셔서 동의해 주셨으면 해요."의사는 윤하경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로 서명하실 수 있겠어요?""네?"윤하경은 얼떨떨해서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아까 카페에서 소지연이 자신에게 병원에 같이 가달라고 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구나 하고 뒤늦게 깨달았다.윤하경은 손끝이 떨리는 걸 숨길 수 없었다."네, 제가 서명할게요. 그런데 꼭 지연이 목숨만은... 제발 꼭 살려주세요."의사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수술 동의서를 내밀었다. 윤하경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사인을 하고 다시 의사에게 건네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선생님, 정말... 꼭 좀 살려주세요. 부탁드려요.""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의사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수술실로 다시 들어갔다. 윤하경은 문 앞에 서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자궁외임신이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그 심각성만큼은 알고 있었다. 자칫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는 일이다.윤하경은 손이 멈추지 않고 떨려서 결국 벤치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쌌다.그때, 강현우가 조용히 다가와 앞에 섰다. 잠시 묵묵히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윤하경이 깜짝 놀라 그를 올려다봤다."아직 안 가셨어요?"말을 꺼내고 보니 자신 목소리도 떨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윤하경은 한숨을 내쉰 뒤 다시 입을 열었다."혹시... 담배 있으세요? 한 개비만 주세요."정말 오랜만에 담배를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뭔가로 진정이라도 하고 싶었다.강현우는 말없이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건넸고 라이터도 함께 내밀었다. 하지만 윤하경은 몇 번이나 라이터를 켜보려 했지만 손이 너무 떨려 도무지 불이 붙지 않았다.강현우가 그런 윤하경을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슬며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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