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보자고 한 거 뭔가 부탁할 일 있는 거지?”윤하경은 돌려 말하지 않고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소지연은 그 말을 듣고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고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으로 유리잔 테두리를 계속 맴돌며 생각에 잠겨 있는 듯 보였다.윤하경은 소지연을 오래 알아 왔기에 이런 모습만 봐도 뭔가 큰 고민이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마음이 복잡한 상황임도 눈치챘다.그래서 성급하게 재촉하지 않고 소파에 기대 조용히 기다려주었다.한참이 흐른 뒤, 소지연은 겨우 마음을 정한 듯 고개를 들어 윤하경을 바라봤다.“하경아, 나랑 같이 병원 좀 가줄 수 있어?”“병원? 왜? 어디 아픈 거야?”윤하경은 갑자기 긴장해서 소지연을 위아래로 살폈다.소지연의 얼굴에 또 한 번 망설임이 스쳤고 입술을 가만히 깨물었다. 무슨 말을 꺼내려던 바로 그때, 근처에서 썩 유쾌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이게 누구야?”“곧 임씨 가문으로 시집가는 딸 아니야?”“결혼도 얼마 안 남았는데 한가하게 커피 마시고 있을 시간은 있네?”“그래, 곧 남편 병시중 들며 살아야 할 텐데 앞으로는 이렇게 못 나돌아다닐 거야.”윤하경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돌아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 두 명이 서 있었다.그중 한 명이 바로 소지연의 계모, 이옥연이었다. 이옥연 옆에는 온몸에 명품 로고를 두르고 입이 뾰족하게 나온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 여자는 지금 소지연을 향해 대놓고 비웃으며 만족스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윤하경은 그런 광경을 보고 눈썹을 살짝 올렸다.소지연은 얼굴이 순식간에 굳더니 윤하경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하경아, 우리 그냥 가자.”하지만 윤하경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카운터 쪽을 향해 말했다.“저기요, 입구에 ‘반려동물 출입 금지’라고 쓰여 있던데요?”직원은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손님, 저희 가게에는 애완동물 데려온 분 없는데요?”윤하경은 고개로 이옥연과 그 옆 여자를 가리켰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