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인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투덜거리며 돌아섰다.“진찰도 못 하게 하려면 나를 왜 불렀어?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그냥 돌아갈게.”백중인은 나이가 많았기에 백지유가 거듭 부탁하지 않았다면 조용히 지내던 삶을 절대 벗어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백 선생님이 발길을 돌리자, 민진혁이 다급히 앞을 막아섰다.“선생님, 잠깐만요.”“지금 바로 강 대표님께 준비하라고 전하겠습니다. 먼저 방으로 모시고 씻고 쉬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사람들을 불러 정리부터 맡기자, 백중인이 짧게 대답했다.“서둘러. 환자는 기다릴 시간이 없어. 한 시간이라도 일찍 손을 대면 그만큼 희망이 생기는 법이야.”민진혁은 대가 교수들 앞에서처럼 밀어붙이지 못하고 허리를 더 낮췄다.“지당한 말씀입니다. 역시 백 선생님이십니다.”그러자 백중인이 흘깃 쳐다보며 코웃음을 쳤다.“아부는 소용없어. 말만 번지르르하니 우리 지유를 네게 맡기려니 마음이 영 편치가 않구나.”그 말에 민진혁의 이마에 다시 땀이 맺혔다. 백지유가 가볍게 웃으며 눈빛으로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내더니 백중인을 모시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민진혁은 두 사람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한참 서 있다가, 이마의 땀을 훔치고 몸을 돌렸다.재활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강현우가 여전히 담배를 물고 앉아 있었다. 바닥에는 꺼진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방금 밖에서 오가던 말을 들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짧은 사이에 담배를 꽤 자주 피운 게 분명했다.민진혁이 헛기침하더니 조심스레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대표님, 백 선생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시간 끌지 말고 바로 맥부터 보시겠답니다.”강현우의 눈꼬리가 미세하게 흔들렸고 본능적으로 거절하려다 입을 다물었다.요 며칠, 해외 일류라는 전문의들이 앞에서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놓고, 뒤로는 한숨만 쉬며 어렵겠다고 하던 회의 영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게 사람을 어디까지 무너뜨리는지, 그는 지금 몸으로 겪는 중이었다.‘세계 최고의 의사들도 고개를 젓는 판에,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시골 의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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