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는 눈썹을 아주 살짝 움직였다.말없이 배지훈 옆에서 술병을 빼앗아 들더니, 병째로 꿀꺽꿀꺽 비워 버렸다.“컥, 컥!”목을 타고 내려가는 술 때문에 거친 기침이 터지자, 배지훈은 후다닥 술병을 빼앗았다.“물이 아니라 술이라고. 넌 아직도 몸이 회복 중인데 이걸 그렇게 들이부어? 지금은 많이 마시면 안 돼.”하지만 말이 끝나고 보니, 병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배지훈이 얼굴을 찌푸린 채 술병을 내려놓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마셔서 뭐가 달라져. 내 말 좀 들어.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평생 후회할 거다.”강현우가 비웃음을 흘렸다.“후회? 그건 네가 자초한 일이지.”말문이 막힌 배지훈이 눈살을 찌푸리자, 강현우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늘 매끈하게 넘기던 머리는 이마로 흐트러져 있었고 눈빛에는 피로가 내려앉아 있었다. 강현우는 연기를 깊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뿜으며 낮게 말했다.“오늘 누가 널 여기로 보냈든 상관없어. 방금 네가 한 소리는 못 들은 걸로 하자. 그래야 계속 친구로 지내지.”강현우의 말투에는 담담한 체념이 묻어났다.그러자 배지훈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내가 친구니까 온 거야. 지금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냐?”강현우는 대답 대신 담배를 잠깐 멈칫 들고 있다가, 입꼬리를 씁쓸하게 올렸다.“친구라.. 나 같은 몸을 가진 사람을 친구로 두고 싶겠어?”배지훈의 눈가가 더 붉어졌다.“그게 무슨 뜻이야?”강현우가 비스듬히 눈썹을 치켜세웠다.“그것도 못 알아들으면 바보지. 이 정도면 충분히 말했잖아.”배지훈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고 바닥의 빈 병을 움켜쥐어 내던졌다.쨍그랑!떨리는 손끝이 강현우를 가리켰다.“좋아. 지금 한 말을 그대로 기억해.”배지훈은 더 흥분된 말투로 쏘아붙였다. 술기운으로 벌겋게 오른 두 눈이 강현우를 곧장 꿰뚫을 것만 같았다.“지금 그 말은 무슨 뜻이야?”강현우가 느리게 눈길을 올리더니, 비꼬듯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역시 미련하네. 이 정도면 충분히 알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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