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개가 왜 내가 예상한 거랑 다르지?”소지연이 무심코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 윤하경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조용히 흘렀다.“지연아, 아마도... 나랑 현우 씨의 인연은 정말 여기까지인가 봐.”윤하경의 말끝에 담긴 허탈함은 또렷했다.밤낮으로 기다려 겨우 마주한 사람인데, 변명 한마디 없이 또 떠나가 버렸으니 누구라도 버티기 어려웠다.거꾸로 생각하면 강현우가 윤하경을 자기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했다.윤하경이 그렇게 느끼는 게 무리는 아니었다.소지연이 가볍게 한숨을 쉬고 다독이려는 찰나,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사모님, 여사님께서 내려와 식사하시랍니다.”소지연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하경아, 시어머님이 밥 먹자고 부르셔. 일단 다녀올게. 끝나면 바로 전화할게.” “응.”윤하경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대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전화를 놓은 소지연이 문을 열자, 미소 가득한 가정부가 공손히 말했다.“사모님, 여사님께서 말하시기를 집으로 손님이 오셨으니 내려와서 함께 자리 지켜 달라고 하셨어요. 실례가 되지 않게요.”“알겠어요.”계단을 한참 내려가기도 전에, 거실 쪽에서 맑게 울리는 장미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아유, 아연이는 참 말도 예쁘게 하네.”“아니에요. 아주머니야말로 지난번 뵐 때보다 오늘은 더 어려 보이세요.”거실에 들어서자 장미자가 한 여자의 손을 꼭 잡고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소지연을 본 장미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지만 형식적으로 소개했다.“내 친구의 딸이야. 이름은 주아연이라고 해. 온 가족이 해외에 살고 있어. 이번에 잠깐 들어와서 우리 집에 머물기로 했어.”장미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아연을 돌아봤다.“이쪽은 호천의 아내야. 지연 언니라고 불러.”주아연이 소지연을 힐끗 보더니 밝게 일어나 인사했다.“지연 언니, 안녕하세요.”소지연도 담담히 고개를 숙였다.“아연 씨, 안녕하세요.”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 유호천이 밖에서 들어왔다.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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