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경은 집사에게 몇 마디 당부를 마치고 곧장 다른 방으로 향했다. 몸이 지친 건지 마음이 무너진 건지, 윤하경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런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병원에 남겨 둔 강현우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윤하경은 새하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밤이 훌쩍 지나서야 버티지 못하고 마른 눈꺼풀을 감았다.눈을 감는 순간 악몽이 시작됐다. 꿈속에서 강현우의 몸은 이미 회복되어 있었고, 강현우가 윤하경을 꽉 안아 주었다. 윤하경도 두 팔을 들어 그의 품에 안기려는 찰나, 강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오건우로 바뀌었다. 오건우가 윤하경의 어깨를 움켜쥐고 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꿈속이라도 윤하경은 그 얼굴이 너무 선명해서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아!”윤하경이 비명과 함께 벌떡 일어나 앉았다.“가까이 오지 마. 오지 말라고!”허공을 더듬는 손이 허우적거렸다. 눈을 크게 뜨고서야 여기가 집이라는 게 느껴졌고 곁에는 오건우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하지만 곁에는 강현우도 없었다. 윤하경은 가쁜 숨을 길게 몰아쉬며 한참을 앉아 있다가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다.그 순간, 윤하경은 강현우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사무치게 밀려왔다.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괜찮았다. 윤하경은 더 미루지 않고 침대에서 내려와 얼른 씻었다. 최근에는 병원 생활이 편하다고 느낄 만큼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집이 주는 안락함과는 달랐다. 잠깐 망설이다가 옷을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갔다.“사모님, 아침 준비되었습니다.”현관 쪽으로 내려오자 집사가 반갑게 다가왔다.“지금 나가실 건가요?”식탁 위에 차려진 아침을 흘깃 본 윤하경은 잠시 생각을 고르고 집사를 바라보았다.“집에서 먹지 않을게요. 대신 아침을 포장해 주세요. 병원에 가서 현우 씨랑 같이 먹을게요.”“알겠습니다.”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부지런히 준비에 들어갔다.잠시 뒤, 집사가 두 개의 음식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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