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441 - Chapter 1450

1736 Chapters

제1441화

강현우의 목소리가 꽤 컸다.그러자 윤하경의 손가락이 스치듯 오므라들었다. 그래도 윤하경은 지금의 강현우가 하는 말과 행동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화를 내지 않고 조용히 걸어가 병상 앞에 섰다.“지금 마음이 뒤숭숭한 건 알아요. 그래도 기분이 나쁘다고 밥까지 굶을 수는 없어요.”윤하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포레스트의 셰프에게 해산물 죽과 담백한 반찬 몇 가지를 주문했다. 잠시 뒤 음식이 도착하자 윤하경은 하나씩 정갈하게 밥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 순간, 강현우가 손을 홱 내저어 모두 바닥으로 쓸어 떨어뜨렸다.와장창!갓 정리한 바닥이 순식간에 다시 한번 엉망이 됐다.윤하경은 잠깐 굳어 서서 바닥의 음식들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병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길게 흘렀다. 한참 뒤에야 윤하경은 간병인에게 전화를 걸어 정리를 부탁하고, 다시 저녁을 주문했다.강현우는 침대에 기대앉아 그 모든 과정을 담담히 보다가 굵은 미간을 더 깊게 찌푸렸다.“귀찮아 죽겠어. 내가 먹기 싫다고 말했잖아!”그러자 윤하경이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먹기 싫으면 뭐요? 밥 안 먹으면 나아져요?”강현우가 짧게 비웃었다.“그래. 먹든 말든 달라질 거 없어. 어차피 안 나아질 거야.”그제야 윤하경은 방금 한 말이 강현우의 마음을 찔렀다는 걸 깨달았다. 강현우가 유난히 나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앞으로 못 걸을 수도 있다는 말은 쉽사리 받아들이기란 누구에게도 벅찬 존재였다. 하물며 늘 완벽했던 강현우에게는 더더욱 가혹한 일이었다.윤하경은 스스로 입술을 세게 깨물었고 너무 힘을 준 탓인지 붉던 입술이 금세 희어졌다.잠시 후 윤하경이 천천히 다가가 침대 앞에 서서 내려다보듯 강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요. 지금은 아픈 게 맞아요. 그렇지만 그것도 치료하면 되는 거예요. 우리가 끝까지 협조하면 되잖아요. 확률이 삼십 퍼센트면 어떤데요?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 보자고요. 결국에 노력하면 되는 거잖아요.”강현우가
Read more

제1442화

우지원이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자마자 윤하경이 차에 오르는 게 보였다.우지원은 잽싸게 달려가 원래 운전기사를 내리게 하고 운전석에 앉았다.그러자 윤하경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위에서 현우 씨 곁을 지켜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여기 내려와서 뭐 하는 거죠?”우지원은 어색하게 웃었다.“형님 말입니다. 형수님이 혼자 가는 거 불안하다고... 저더러 직접 모셔 드리래요. 이제 형님의 마음을 아시겠죠?”윤하경은 코웃음을 쳤다.“마음? 그랬으면 아까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겠죠.”표정을 본 우지원이 헛기침하면서 달랬다.“형수님은 모르시겠지만, 형님은 예전에 성격이 진짜 까칠했어요. 형수님을 만나고 나서야 조금씩 부드러워진 거예요.”윤하경은 짧게 웃자 우지원이 말을 이어갔다.“두 분은 서로 얼마나 아끼는지 제가 제일 잘 알아요. 다만 형님은... 자존심이 좀 세서 그렇죠.”“됐어요.”윤하경은 우지원의 말을 끊고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저도 현우 씨가 왜 그러는지 알아요. 그래서 화 안 났어요.”그 말을 듣자 우지원도 그제야 안도했다.그런데 이어서 윤하경이 낮게 말했다.“그래도 이번 일은 제 책임이 커요. 제가 오건우랑 엮이지만 않았어도 현우 씨가 이렇게까지...”“그게 왜 형수님 탓이에요.”우지원이 바로 윤하경의 말을 잘랐다.“문제는 오건우죠. 그 인간이 이상한 짓을 한 거예요. 형수님은 지금 아이만 생각하시고, 다른 건 괜히 고민하지 마세요.”우지원이 부드럽게 덧붙였다.“형님이 기분 좀 풀리면 두 분 같이 바람 쐬고 오세요. 이런 복잡한 일들은, 그때 전부 털어버리자고요.”“알겠어요.”우지원이 말을 맺으며 차를 세우고 고개를 돌렸다.“도착했습니다.”병원에서 별장까지는 멀지 않았다.윤하경은 짧게 대답하고 차에서 내렸다. 현관 쪽으로 걸음을 떼다 말고, 무언가 떠올랐는지 다시 차가 세워진 곳으로 몸을 돌렸다.“참.”윤하경이 우지원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병원에 돌아가서 현우 씨 좀 잘 챙겨 주세요.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저
Read more

제1443화

윤하경은 집사에게 몇 마디 당부를 마치고 곧장 다른 방으로 향했다. 몸이 지친 건지 마음이 무너진 건지, 윤하경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런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병원에 남겨 둔 강현우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윤하경은 새하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밤이 훌쩍 지나서야 버티지 못하고 마른 눈꺼풀을 감았다.눈을 감는 순간 악몽이 시작됐다. 꿈속에서 강현우의 몸은 이미 회복되어 있었고, 강현우가 윤하경을 꽉 안아 주었다. 윤하경도 두 팔을 들어 그의 품에 안기려는 찰나, 강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오건우로 바뀌었다. 오건우가 윤하경의 어깨를 움켜쥐고 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꿈속이라도 윤하경은 그 얼굴이 너무 선명해서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아!”윤하경이 비명과 함께 벌떡 일어나 앉았다.“가까이 오지 마. 오지 말라고!”허공을 더듬는 손이 허우적거렸다. 눈을 크게 뜨고서야 여기가 집이라는 게 느껴졌고 곁에는 오건우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하지만 곁에는 강현우도 없었다. 윤하경은 가쁜 숨을 길게 몰아쉬며 한참을 앉아 있다가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다.그 순간, 윤하경은 강현우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사무치게 밀려왔다.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괜찮았다. 윤하경은 더 미루지 않고 침대에서 내려와 얼른 씻었다. 최근에는 병원 생활이 편하다고 느낄 만큼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집이 주는 안락함과는 달랐다. 잠깐 망설이다가 옷을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갔다.“사모님, 아침 준비되었습니다.”현관 쪽으로 내려오자 집사가 반갑게 다가왔다.“지금 나가실 건가요?”식탁 위에 차려진 아침을 흘깃 본 윤하경은 잠시 생각을 고르고 집사를 바라보았다.“집에서 먹지 않을게요. 대신 아침을 포장해 주세요. 병원에 가서 현우 씨랑 같이 먹을게요.”“알겠습니다.”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부지런히 준비에 들어갔다.잠시 뒤, 집사가 두 개의 음식 가방
Read more

제1444화

우지원은 입을 뗐다가 다시 다물었다.“말하기 싫으면 됐어요.”윤하경은 차갑게 눈을 굴리며 말했다.“비켜요.”우지원은 윤하경이 정말 화가 난 걸 알아채고 급히 손을 붙잡았다.“형수님, 잠깐만요. 형님이 요즘 마음이 많이 상해 있어서 혼자 좀 있고 싶대요. 그건... 잘 아시잖아요.”윤하경이 입술을 살짝 굳히더니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우지원이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형님이 말하기를 형수님은 당분간 태교에만 신경 쓰시래요.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바로 전화하시고요.”“지원 씨가 애 아빠예요?”윤하경이 비꼬듯 바라보자 우지원의 얼굴색이 변했다.“형수님, 그런 농담은 진짜 큰일 납니다.”우지원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아무튼 지금 형님 상태가 좋지 않으니, 좀만 이해해 주세요.”“그래요. 뭐든 내가 이해하면 되겠죠. 정작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는데.”윤하경이 씁쓸하게 웃었다. 밤새 악몽을 꾸고 아침도 굶은 터라 얼굴빛까지 더 하얘져 있었다.그 말만 남기고 윤하경은 병실을 떠났다. 힘 빠진 뒷모습을 보며 우지원이 미간을 좁히더니, 끝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발길을 돌렸다.병원을 나온 우지원은 곧장 남산 별장으로 향했다.도착했을 때 강현우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손의 두꺼운 붕대는 풀렸고 간단한 거즈만 감긴 상태였다. 강현우는 통유리창 앞에 멈춰 서서 바깥을 바라보았다.한여름의 햇빛 아래 초록 잎사귀가 바람에 살랑이며 잔물결처럼 출렁거렸다. 보기에는 한없이 평화로운 풍경이었지만, 강현우의 눈길에는 그것을 담을 여유가 없었다. 깊게 가라앉은 시선은 창밖 어딘가를 향해 있었지만, 초점은 허공을 맴돌 뿐이었다.똑똑!노크 소리가 들리자 강현우가 낮게 말했다.“들어와.”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지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형님.”우지원은 강현우의 뒤로 돌아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형님 말씀을 형수님께 그대로 전했습니다.”공허하던 강현우의 눈빛이 그제야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하지만 우지원의 말이 끝난 뒤 한동안 방 안은 고
Read more

제1445화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낮이었다.함께 들어온 도우미가 윤하경의 안색을 보더니 조심스레 말했다.“사모님, 우선 뭐라도 조금 드시죠. 얼굴빛이 너무 안 좋으세요.”굳이 말하지 않아도 윤하경은 알고 있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이불 속에 파묻혀 잠들기만 하고 싶었다.“괜찮아요.”윤하경이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하자 도우미는 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덧붙였다.“지금 벌써 점심시간인데 하나도 못 드셨어요. 사모님이야 건너뛸 수 있어도, 배 속 아기는...”동정과 걱정이 섞인 시선이 그대로 전해졌다. 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거절하려다가 갑자기 아랫배가 꼬집히듯 아파져 와서 본능적으로 손으로 배를 받치다가 결국에 말을 삼켰다.“방으로 가져와 주세요.”그 말을 하고 나니 기운이 쭉 빠진 윤하경은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로 올라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우미가 작은 밥상을 들고 들어왔다.“사모님, 조금만 드세요.”윤하경은 짧게 대답하고 작은 밥상 앞에 앉았고 숟가락을 들어 기계처럼 천천히 입에 옮겼다. 기운 없는 윤하경의 손놀림에는 생기가 전혀 없어 보였다. 도우미는 옆에서 발만 동동 굴렀고 마음이 아파 자리를 뜨지도 못했다.윤하경은 겨우 몇 숟갈 뜨고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치워요.”“조금만 더 드시면 안 될까요?”도우미가 한 걸음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주제넘은 말이지만... 지금은 아기가 제일 중요해요. 영양이라도 모자라면...”“됐어요.”윤하경은 도우미의 말을 가로막고 고개를 돌렸다.“그만하고 나가 주세요.”도우미는 더 붙일 말이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밥상을 정리해 들고 뒤돌아섰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윤하경 쪽을 힐끔 보더니, 문을 닫지 않은 채 서성거렸다.침대에 기대 누운 윤하경이 문이 닫히지 않은 걸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왜요?”“아니에요.”도우미가 낮게 말했다.“혹시 드시고 싶은 거 있으시면 말씀만 하세요. 바로 해 드릴게요.”“아무거나요.”윤하경이 하얀 천장을 올려다보
Read more

제1446화

집에서부터 보내 온 메시지였다. 도우미가 보낸 글에는 윤하경이 거의 먹지 않고, 얼굴빛도 말이 아니라고 적혀 있었다.강현우는 그 짤막한 문장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 늘 사소한 기척에도 민감한 강현우였지만, 한참이나 뒤에 서 있던 우지원의 존재조차 눈치채지 못했다.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우지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형님, 차라리 집에 가서 요양하시죠. 여기 계셔도 형수님 걱정만 하시잖아요. 몸에 더 안 좋아요.”우지원의 말은 진심이었지만, 끝나기가 무섭게 강현우가 차갑게 눈길을 들었다.“말이 너무 많아. 입 좀 다물어.”그러자 우지원이 이를 살짝 깨물더니, 결국 못 참고 쏟아냈다.“형님, 인제 그만 고집 좀 접으세요. 형수님이랑 여기까지 오는데 무슨 일을 겪었는지 제가 다 봤잖아요. 이제 겨우 함께 사실 날만 남았는데... 이렇게 틀어져서 집으로 안 돌아가시고, 형수님도 안 만나면 그동안의 고생이 다 허사가 되는 거 아닙니까.”그 말에 강현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한참이나 우지원을 바라보았으나 더 이상 독한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휠체어를 살짝 밀어 통유리 앞까지 다가갔다.경성은 평야이고, 남산은 관광지였다. 앞자락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뒤편은 사유지라 몹시 조용했다. 푸른 숲 위로 여름 햇살이 비추었고, 바람이 스치면 잎사귀마다 잔물결이 번졌다. 몸을 요양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풍경이었다.하지만 강현우의 눈은 그 아름다움을 담지 못한 채, 초점 없이 멍하니 먼 곳만 향했다.우지원은 강현우의 기분이 바닥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우지원은 방금 자신이 말을 너무 세게 했나 싶어 잠깐 후회가 밀려왔지만, 당사자는 늘 상황을 제대로 못 보듯이,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을 해야 한다고 자신을 다잡았다.“형님, 형수님은 지금 아이까지 가졌어요. 다른 건 몰라도 이대로 가도 괜찮겠어요?”그러자 강현우는 자조 섞인 웃음을 한 번 흘리더니 무의식적으로 두 다리에 손을 올렸다. 그곳에는 이미 감각이 없었다. 사실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여도 아팠
Read more

제1447화

우지원이 나가고 나서도 강현우는 한참 동안 창밖만 멍하니 바라봤다....병원에서 돌아온 뒤, 윤하경은 이틀 내내 방에 틀어박혀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사흘째 되던 날, 소지연이 찾아와 침대에 축 늘어진 채 누워 있는 윤하경을 보자 얼굴부터 굳었다. 집사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온 소지연은 큰 소리로 윤하경을 부르려다가 깊이 잠든 그녀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린 채 뚜벅뚜벅 창가로 걸어갔다. 그리고 암막 커튼을 확 열어젖혔다.갑자기 쏟아져 들어온 빛에 눈이 찌릿해진 윤하경이 눈을 비비며 웅얼거렸다.“누구야...”투덜거리며 눈을 뜬 윤하경은 허리에 손을 얹고 서 있는 소지연과 눈이 마주쳤다. 소지연의 얼굴에는 노골적인 분노가 번져 있었다. 잠결에 놀란 윤하경은 괜히 기세가 꺾여 이불 속으로 몸을 살짝 물리다가 곰곰 생각해 보니 최근에 소지연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일을 하진 않았다는 게 떠올랐다. 윤하경은 헛기침하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왜? 무슨 일이야?”소지연이 콧소리를 내며 차갑게 물었다.“며칠째 방에서 꼼짝도 안 했다며? 아래층에도 안 내려갔다고?”그 말에 윤하경이 멈칫하며 문 쪽을 바라보자, 집사가 다급히 손을 저었다.“사모님, 아까 지연 씨가 물어봐서... 대충 말씀드렸습니다.”소지연이 툭 내뱉었다.“딴 사람 보지 마. 내가 너한테 묻잖아.”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고 집사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 집사가 문을 닫고 나가자, 널찍한 안방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소지연은 한동안 윤하경을 뚫어지게 바라봤고 윤하경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한참 지나서야 소지연이 길게 한숨을 쉬며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강현우가... 또 사라졌다는 얘기 들었어?”“또 그랬어?”윤하경이 씁쓸하게 웃었다.“그렇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지난번에는 어쩔 수 없이 사라진 거였고, 이번엔... 강현우가 스스로 택한 거야.”이틀이 지나면서 윤하경은 어느 정도 분노가 가라앉았고, 말투도 차분해졌다.소지연은 미간을 찌푸
Read more

제1448화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소지연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윤하경을 바라봤다.그러자 치약을 짜던 윤하경의 손이 잠깐 멈추더니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뭘 어쩌겠어.”소지연은 또 한숨을 쉬었다. 오늘 들어와서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였다.“하경아, 마음이 이렇게 힘들면 목적지 하나 정해서 나랑 잠깐 떠날래? 바람 좀 쐬고 오자.”윤하경은 칫솔을 들어 거울 속 소지연을 향해 한 번 웃고, 이를 닦고 나서야 말했다.“됐어. 조금만 더 두고 보자.”윤하경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강현우가 자기의 뜻을 분명히 알려 줘야 했다.소지연은 더는 몰아붙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다른 건 관심 없어. 난 네가 괜찮은지가 제일 중요해.”소지연이 다가와 윤하경을 살짝 안으며 말했다.“하경아, 어떤 일이 있어도 난 네 편이야. 정말로 현우 씨가 끝내 나타나지 않더라도 아이는 내가 같이 키울게.”“어차피 난 네 아이의 대모잖아.”소지연의 말투에는 일부러 힘을 북돋우려는 장난기가 묻어 있었다.윤하경은 소지연이 자신을 웃게 하려는 걸 알았다. 쓸데없는 걱정을 더 얹고 싶지 않아 소지연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알겠어. 지연아, 고마워. 난 정말 괜찮아. 걱정하지 마.”소지연은 토닥이던 손을 멈추고 눈살을 찡그리며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거짓말.”윤하경은 소지연을 살짝 떼어내고 정면으로 눈을 마주쳤다.“아니야. 정말 괜찮아. 현우 씨에 대해서는...”한 박자 숨을 고르고 이어 말했다.“현우 씨가 정말 나를 만나고 싶지 않다면... 거기까지인 거겠지. 아이는 내가 키울 거야. 네 말대로 말이야. 현우 씨가 평생 찾지 못할 곳에서 사는 방법도 있고...”윤하경은 원래 한번 무너지면 눌러앉는 사람이 아니었다.윤하경은 강현우와의 일만큼은 분명한 답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소지연은 그런 윤하경의 표정이 아까보다 훨씬 나아진 걸 보고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좋아. 그 말은 네가 한 거다?”“그래. 내가 했
Read more

제1449화

진해리는 윤하경의 얼굴만 봐도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강현우가 사라졌다는 얘기는 밖으로 막아 둔다 해도, 같은 동네 같은 인맥 안에서 소문이 새어 나오는 건 막기 어려웠다. 그래도 진해리는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윤하경이 굳이 말을 꺼낼 생각이 없어 보이자 더 묻지 않았다.옆에서 소지연은 아기를 달래며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원래는 진해리가 윤하경을 좀 달래 주길 바랐는데, 진해리가 굳이 건드리지 않자 소지연이 먼저 아기를 다시 안겨 주며 웃었다.“아이고, 정말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네요.”진해리가 받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예쁘기도 예쁘지만... 수영이가 생기고 나서는 정말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거든요. 수영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 충분해요.”진수영을 내려다보는 진해리의 미소에는 말 그대로 만족감이 배어 있었다. 소지연은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았고, 자연히 시선이 윤하경에게로 갔다. 친구로서 소지연은 윤하경도 진해리처럼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한 사람 때문에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길 바랐다.그때 음식이 들어왔다. 잠시 조용해진 자리에서 윤하경이 접시를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왜 저를 그렇게 봐요? 먹어요.”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말투에 진해리와 소지연은 서로 눈을 맞추고 입을 다물었다. 위로를 건네자니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못 본 척 넘기기도 애매했다. 결국 진해리가 코끝을 한번 건드리며 도우미에게 아기를 건넸다.“수유 시간 됐죠? 아래로 내려가서 먹여 줘요.”“네.”도우미가 공손히 진수영을 안고 나갔다.그렇게 되니 금세 룸에는 세 사람만 남았다. 진해리와 소지연은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소지연이 유호천과 결혼한 뒤로는 같은 자리에 앉을 일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윤하경과의 인연 덕에 서서히 정면으로 마주 보며 마음을 트는 사이라, 지금 이런 정적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윤하경은 진해리와 소지연이 무슨 말을 해 주려는지 알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해 도무지 뭐라고 말할 수
Read more

제1450화

“아가야, 아빠한테 시간을 조금만 더 주자. 석 달... 석 달이 지나도 아빠가 혼자 살겠다고 하면 엄마가 널 데리고 떠날게.”강현우는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석 달이면 마음을 정리하기에 충분하고, 몸을 추스르기에도 모자라지 않았다. 윤하경에게도 그건 마지막 기한이었다. 강현우에게 자존심이 있듯 윤하경에게도 지켜야 할 선이 있었다.“이제 가요.”윤하경이 한동안 별장을 바라보다가 운전석 쪽에 말했다. 운전기사가 시동을 걸고 차를 돌렸다.그 시각, 별장 2층 통유리 창문 앞.휠체어에 앉은 강현우는 멀어지는 차를 가만히 바라볼 뿐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다만 허벅지 위로 떨어진 손이 꽉 쥐어지며 그의 마음을 드러냈다. 힘이 너무 들어가 손등에는 굵은 핏줄이 도드라졌다.강현우는 윤하경이 문을 열고 들어올 줄 알았다. 최소한 차에서 내려 한 번만이라도 모습을 보여 줄 거라 기대했다.뒤에 서 있던 우지원은 창문에 비친 반사광 때문에 강현우의 표정을 훤히 보았다. 그러다가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낮게 중얼거렸다.“그렇게 보고 싶으면 그냥 집에 가세요. 여기서 성질만 내면 뭐 해요.”강현우의 귀는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더 예민했다. 그 말을 듣자 우지원을 흘끗 보는데, 칼날 같은 시선이 스쳤다.그러자 우지원은 어깨를 으쓱했다.“민진혁은 어때?”강현우가 본론으로 돌아가 묻자, 우지원이 표정을 가다듬으며 말했다.“거의 다 회복했습니다. 그래도 퇴원까지는 며칠 더 걸리고 그 뒤에도 당분간은 푹 쉬는 게 좋다고 합니다.”잠시 생각을 모으던 강현우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그럼 당분간 너는 여기로 오지 마. 대신 하경이 쪽을 지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안전하지 않아.”강현우가 단호하게 말하자 우지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실소를 흘렸다.“형수님이 걱정되시는 거예요? 그럴 거면 형님이 직접 돌아가시면 되잖아요?”강현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계속 대들며 말해봐. 오늘 나랑 끝까지 가 보자는 거야?’우지원은 강현우의 생각을
Read more
PREV
1
...
143144145146147
...
17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