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471 - Chapter 1480

1736 Chapters

제1471화

“이상이 없다니?”장미자가 차갑게 웃었다.“아프지 않으면 둘이 그렇게 오래 지냈는데 왜 아무런 소식도 없어?”그 말에 유호천의 미간이 더 깊게 찌푸려졌다. 그는 무심코 소지연을 돌아봤고, 잠깐 스친 눈빛 속에서 어두워지는 기색을 읽었다. 유호천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는 소지연과 거리를 두어 한쪽으로 비켜섰다.“엄마, 다시 말하지만 아이 문제는 나하고 지연이 일이에요. 엄마가 끼어들 일이 아닙니다. 심심하시면 아버지랑 여행이나 다녀오세요.”지난번 일을 겪고 난 뒤라 유호천은 부모와 소지연 사이 문제를 어떻게 선을 그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때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게 할 생각은 없었다.멀찍이 서서 통화를 듣던 소지연은 방금 전까지 뒤틀려 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걸 느꼈다.하지만 장미자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신의 호의를 이렇게까지 단칼에 거절할 줄은 몰랐던 터라, 잠시 얼어붙었다가 곧바로 목소리를 높였다.“유호천, 너 지금 제정신이야?”“지연이가 임신을 안 하면 우리 집안은 자식이 너 하나 뿐인데, 설마 우리 집안의 대를 끊겠다는 거야?”유호천이 자리를 옮겼어도 장미자의 날 선 고함은 전화 너머로 또렷하게 들렸다.유호천은 잠깐 침묵했다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버지, 어머니는 아직 젊으세요. 노력하시면 우리 집안에 제 동생 하나 더 보태실 수도 있죠. 그게 어렵다면 요즘은 의술도 발전되었는데... 도움을 받으셔도 되고요.”“어쨌든 지연이와 저의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합니다. 더는 관여하지 마세요.”유호천은 도리있게 또박또박 막힘 없이 말했다.수화기 너머의 장미자는 한동안 말문이 막혀 버렸고 한참 뒤에야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유호천, 너 지금!”장미자가 끝까지 말을 뱉지도 못한 채, 핸드폰에서는 통화가 뚝 끊기는 소리만 들렸다.그 순간, 저택에는 장미자의 날카로운 고함이 메아리쳤다.바깥에서 늘 나서며 여왕 같은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집안 식구들은 서로 눈치만 보다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한편.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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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2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소지연의 곁에는 이미 유호천이 없었다.유씨 가문에도 회사가 따로 있어 요즘은 유한수 회장이 많은 일을 유호천에게 맡기고 있었다.소지연이 막 깨어 휴대전화를 집어 들자, 유호천이 남겨 둔 메시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날 기다려. 같이 집에 가자.”소지연은 유호천이 혼자 자신을 장미자와 상대하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라는 걸 바로 알았다. 잠시 망설이던 소지연은 혼자 시댁으로 돌아가려던 생각을 접었다.그 생각이 스치자마자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장미자였다.소지연은 화면 위에서 손가락을 잠깐 멈추더니 전화받았다.“지연아, 지금 당장 집으로 와.”장미자의 명령 같은 목소리였다.그러자 소지연이 미간을 살짝 좁혔더니 잠시 뜸을 들인 뒤 말했다.“어머님,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지금은 어렵습니다.”“넌 날 뭐로 보니? 내가 하는 말은 하나도 안 듣겠다는 거야?”장미자의 목소리가 한층 가팔라졌다.“정말로 급한 일이 있어요. 퇴근하는 대로 바로 가겠습니다.”소지연은 더는 말다툼을 이어 가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마음에 담아 두지 않으려 했지만, 상황이 이러니 소지연은 머리가 지끈거렸고 한숨을 내쉬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세수를 마치고 나오니, 유호천이 미리 보내온 옷이 도착해 있었다. 옷매무새를 정돈해 1층으로 내려가는데 호텔 앞에 유씨 가문 차량이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소지연은 가슴이 순간 쿵 내려앉았다. 장미자가 행선지를 알아낸 모양이었다.문 앞에 다가가기도 전에, 그림자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이 앞으로 나왔다.“부인께서 사모님을 모시고 오라 하셨습니다.”말은 모신다고 했지만 사실상 강제로 끌고 가려는 분위기였다. 거절의 여지가 없다는 기세였다.소지연은 잠깐 생각을 고르고는 짧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러더니 길가에 대기하고 있는 차에 올랐다.지금은 소지연의 말이 통할 때가 아니었다. 물러설 곳이 없다면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차에 앉자마자 소지연은 유호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어머니가 호텔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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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3화

“호천아, 지금 뭐 하는 거니?”장미자는 유호천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 잔뜩 화난 눈빛으로 서 있는 유호천의 굳은 얼굴이 보기 싫을 정도였다.“아까도 말했듯이 지연이는 검사받을 필요가 없습니다.”유호천은 차갑게 장미자를 바라보며 낮고 냉기가 도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이런 식으로 하시면 정말 불쾌합니다.”“넌 정말...”장미자는 이를 악물고 유호천을 노려봤다.“나는 그저 지연이의 몸 상태를 한 번 확인하자고 한 것뿐이야. 그런데 네가 왜 이렇게 펄펄 뛰는 거니.”“지연이는 제 아내입니다. 건강검진이 필요하면 제가 마련하든, 지연이가 스스로 정하든 우리 둘이 결정할 일이지, 어머니가 걱정하실 일이 아닙니다.”“유호천!”장미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한참을 보다가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우리가 너하고 지연이의 결혼을 허락해 줬더니, 이게 네 아버지와 나에게 보답하는 방식이니?”장미자는 곧장 고개를 돌려 소지연을 겨냥했다.“그리고 지연이, 넌 도대체 내 아들에게 무슨 약을 먹였니? 윤하경하고 네가 친구라더니 정말 다 한통속이구나. 너는 우리 아들을, 윤하경은 강현우를 손바닥 위에서 놀게 만들다니.”지금까지 조용히 서 있던 소지연이 입을 열었다. 방금까지 그만하자고 두 사람을 말리려고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저를 뭐라고 하시든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 친구까지 깎아내리지 마세요.”장미자가 더 말을 보태려던 순간, 소지연이 돌아섰다.“하실 말씀은 두 분끼리 하세요.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소지연이 막 걸음을 떼자 유호천이 손목을 붙잡았다.“어머니랑 이제 더 이야기할 건 없습니다.”유호천은 소지연의 눈을 깊게 바라봤다.“가자.”그 말과 함께 뒤에서 유호천은 소란을 피우는 장미자를 아예 무시하고, 소지연의 손을 끌고 곧장 병원을 나섰다.장미자는 화가 나서 뒤에서 발을 굴렀지만 둘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그때 검사 결과의 일부가 나왔다. 의사가 결과지를 들고나와 장미자 앞에 멈춰 섰다. 얼핏 보니 의사의 표정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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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4화

소지연은 생각을 거두고 살짝 미소 지었다.손끝으로 유호천의 손바닥을 간질이며 말했다.“아니야. 난 괜찮아.”“어머님의 마음도 이해해. 무엇보다 아까 네가 그렇게 단호하게 내 편을 들어줬잖아. 난 그걸로 충분해.”소지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윤하경과 강현우 사이가 쉽지 않은 것처럼, 소지연과 유호천이 지금 이렇게 함께 있는 일도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로, 소지연에게는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이 더는 없었다.지금 이 순간, 윤하경을 빼면 유호천이 소지연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소지연은 남자 없이는 못 사는 식으로 의지하는 여자가 아니었다.하지만 이미 유호천과 함께하기로 했다면 이 관계를 제대로 가꾸어야 했다.사소한 문제가 생겨도 절대 도망치는 일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유호천은 소지연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보고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조금 전 장미자의 모습을 떠올리자,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럼... 우리 이사해서 따로 살자.”소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미자와 한집에 살지 않는 편이 확실히 분쟁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사실 결혼할 때 유씨 가문에서는 두 사람을 위해 수백 평이 되는 대형 평층 아파트를 마련해 두었다.하지만 결혼 후 장미자가 가족이라면 같이 살아야 집이 북적여서 좋다며 두 사람을 설득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유씨 가문 저택에서 지냈다.유호천도 돌이켜 보니 따로 사는 편이 맞다고 생각했다.소지연은 그렇게 말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다.“나는 괜찮아. 하지만 어머님이 허락하실까?”운전대를 잡은 유호천은 앞을 똑바로 보며 입술을 다졌다.“그런 일은 신경 쓰지 마. 나한테 맡겨.”소지연은 미소를 지었다가 문득 뭔가 생각나서 말을 이었다.“맞다. 오늘 시간 괜찮으면 할머니 뵈러 가자.”정현숙은 요양원에 계셨다.유호천과 소지연이 결혼하기 전부터 건강이 점점 나빠졌고 그때 할머니의 유일한 소원은 손자의 결혼식을 보는 일이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결혼한 뒤로는 오히려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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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5화

정현숙은 고개를 돌려 소지연의 손을 잡아 옆자리에 앉히며 웃었다.“우리 복덩이만 곁에 있으면 나는 정말 좋아.”정현숙은 연세가 꽤 있었지만 몸 관리를 잘해왔다. 하얗게 된 머리칼만 아니었으면 세월의 흔적을 거의 알아차리기 어려웠다.정현숙은 소지연의 손등을 토닥이며 들여다봤다.“너하고 호천이가 증손주까지 안겨 주면 더 좋을 텐데 말이야.”정현숙은 오늘 장미자가 벌인 일을 모르고 있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소지연과 유호천의 표정이 동시에 굳는 것을 보고 정현숙은 바로 눈치를 챘다.대가문의 안살림을 오래 맡아 온 사람답게 다른 사람의 기색을 읽는 데는 능했다.정현숙은 먼저 웃음으로 분위기를 풀었다.“에구, 이 늙은이가 말이 많았구나. 너희 젊은 사람들 일은 너희가 알아서 계획해. 내가 한 말은 마음에 담아 두지 마.”그 말을 듣자 소지연의 얼굴빛이 조금 누그러졌다.“할머니는 지금은 몸부터 추스르시는 게 제일 중요해요. 다른 생각은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마침 가정부가 과일을 가져왔다. 소지연은 접시를 받아서는 과일 하나를 골라 정현숙의 손에 건넸다.그때 유호천이 눈썹을 들어 올리더니 소지연을 자기 옆자리로 살짝 끌었다.소지연이 몸을 빼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유호천 무릎 위에 앉을 뻔했다.소지연은 흘기듯 눈짓을 보내며 낮은 목소리로 유호천을 나무랐다.“뭐 하는 거야?”유호천은 가볍게 웃고는 정현숙을 향해 또렷이 말했다.“할머니, 저하고 지연이는 스스로 생각이 있어요. 아이 문제는 우리 인생의 필수 항목은 아닙니다. 할머니는 건강만 잘 챙기세요.”정현숙은 굳이 더 묻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젊은 사람들은 생각이 분명한 게 제일 좋지. 생사 말고는 다 별일이 아니야.”유호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그럼... 할머니가 시간 되실 때, 어머니한테도 조금만 타일러 주세요.”정현숙은 살짝 눈을 흘겼다.“이놈아, 그 소리가 나올 줄 알았어.”정현숙은 집안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정현숙이 나서면 장미자도 어느 정도 함부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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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6화

소지연이 전화를 받자 윤하경의 목소리가 들렸다.“지연아, 지금 시간 되니?”“시간 있어. 말해.”잠깐 뜸을 들이던 윤하경이 말했다.“시간 되면... 같이 변호사 만나러 가 줄래?”이런 일은 원래 윤하경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택에서 나와 혼자 지내고 있었고 기사도 없었기에 직접 운전하기도 불편했다.그래서 소지연을 불렀다.소지연은 바로 대답했다.“알겠어. 잠깐만. 금방 데리러 갈게.”전화를 끊은 소지연은 욕실 쪽으로 걸어가 문가에서 말했다.“호천아, 나 잠깐 밖에 다녀올게.”샤워 중이던 유호천은 무슨 말인지 또렷이 듣지 못하고 이름만 들었다.유호천은 샤워기에서 비켜 나오며 허리에 하얀 수건 하나만 느슨히 둘렀다. 손에는 수건을 들어 머리의 물기를 닦고 있었다.“뭐라고?”정리된 허리선과 선명한 복근이 그대로 드러났다. 유혹하려는 의도가 너무도 노골적으로 드러났다.소지연이 이미 가방을 멘 것을 본 유호천은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렸다.“어디 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응. 하경이가 변호사 만나러 같이 가 달래.”“변호사?”유호천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일 때문인데?”“나도 몰라.”소지연은 신발을 신으며 말을 이었다.“저녁은 기다리지 말고 먼저 먹어. 아마 하경이랑 먹고 들어올 거야.”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목이 붙잡혔다.막 샤워를 마친 유호천의 몸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났다.“샤워까지 했는데 그냥 가겠다고?”유호천의 뜻은 너무 분명했다.소지연은 어이없다는 듯 숨을 골라 발끝으로 살짝 올라서서 유호천의 입가에 짧게 입을 맞췄다.그러고는 손바닥으로 유호천의 뺨을 톡 치며, 익숙할 정도로 능숙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집에서 얌전히 기다려. 금방 올게.”소지연은 윙크 한 번 남기고 방을 나섰고 탁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지금 소지연의 집은 도심 한복판이라 윤하경이 있는 곳과 가까웠고 차로 십여 분이면 갈 수 있었다.도착했을 때 윤하경은 이미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소지연은 차를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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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7화

서류 첫 장에는 굵은 글씨로 이혼 협의서가 적혀 있었다.그리고 갑과 을에는 각각 윤하경과 강현우의 이름이 또렷하게 올라가 있었다.소지연이 눈썹을 찌푸렸다.“하경아, 정말 이렇게 하기로 마음먹은 거야?”윤하경은 입술을 다문 채 소지연의 손에서 서류를 받아 천천히 넘겼다.“결심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현우 씨가 나를 만나려 하지도 않고, 아이도 외면하는데... 원한다면 그대로 자유를 돌려줘야지.”“그런데...”소지연이 망설이며 말했다.“현우 씨의 다리는 좋아지고 있잖아. 호천이가 그러는데 치료받고 나서 예전보다 많이 회복됐대.”윤하경의 손끝이 잠시 멎었다가, 낮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래? 그래도 연락 한번 없었어. 말 한마디도 없어.”윤하경은 변호사가 내민 펜을 받아 들고 서류 하단에 윤하경이라는 이름을 단호하게 서명했다.그리고 소지연을 바라보며 힘없이 웃었다.“그러니까... 이게 현우 씨가 바라는 거겠지.”결연한 표정이었지만 소지연의 가슴은 묵직하게 가라앉았다.윤하경이 서류를 변호사에게 건넸다.“감사합니다. 제 서명은 끝났고요. 나머지는 진행해 주세요. 현우 씨에게 보내고, 서명하면 가정법원 일정도 잡아 주세요.”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때 윤하경이 의자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의 협의서를 다시 내려다보았다.바로 그 순간, 뱃속에서 아기가 톡 하고 발로 찼다.윤하경은 깜짝 놀라며 본능적으로 불룩한 아랫배를 쓰다듬었다.변호사가 서류를 정리해 떠나려는 찰나, 윤하경이 낮게 불렀다.“잠깐만요.”윤하경은 협의서를 가볍게 집어 들었다.“제가... 한 번만 더 꼼꼼히 읽어 볼게요.”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윤하경은 마음이 돌처럼 굳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서 이혼 절차가 굴러가려 하자, 강현우가 이 서류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결말일까?’빈틈 하나 없던 결심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변호사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면 천천히 검토하시고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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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8화

“흥미가 없다고?”그 말이 떨어지자 유호천의 얼굴에 금세 불쾌한 기색이 번졌다.집에서 두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소지연한테서 돌아온 대답이 지금은 흥미가 없다니 유호천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유호천은 이를 악물고 손끝으로 소지연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냉랭하게 말했다.“잠깐 나갔다 오더니 벌써 마음이 식었네. 혹시 하경이 만나러 간 게 아니고, 다른 남자를 만난 거야?”“뭐라고?”농담이라는 걸 알면서도 소지연은 유호천의 손을 툭 쳐내고 낮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소지연은 기운이 빠진 채 소파에 힘없이 앉았다. 유호천의 잔에 남아 있던 레드와인을 조금 따라 한 모금 삼켰다.표정을 살피던 유호천은 가운 자락 아래 길게 뻗은 다리로 성큼 다가와 소지연의 곁에 몸을 숙였다. 그러더니 소지연의 코끝을 톡 건드리며 부드럽게 물었다.“무슨 일인데? 말해 봐. 나갔다 오더니 표정이 왜 이래. 누가 널 괴롭혔어?”소지연은 유호천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에 담긴 애정을 읽고는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사람을 사랑하는 눈빛은 숨길 수가 없었다.유호천의 눈에서 소지연을 향한 마음이 보이듯, 윤하경의 눈에서도 강현우를 향한 마음이 보였다.만약 윤하경의 마음이 정말로 식었거나, 강현우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했다면 소지연은 누구보다 먼저 이혼을 권고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두 사람의 마음은 여전히 서로를 향해 있었다.소지연이 입술을 살짝 눌렀다가 말했다.“오늘 하경이가 사람 좀 같이 만나 달라길래 따라갔거든. 우리가 누구를 만났는지 맞혀 볼래?”유호천의 시선이 소지연의 입술에 잠깐 머물렀다. 목젖이 끄덕 한 번 움직이고서야 물었다.“누구를 만났는데?”“변호사. 이혼 전문 변호사를 만났어.”“변호사라...”키스할까 말까 생각하느라 한 박자 늦게 반응한 유호천은, 2초쯤 지나서야 벼락이라도 맞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이혼 변호사? 하경이가 형이랑 이혼한다고?”놀란 나머지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소지연은 커진 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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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9화

“네가 하경의 마음을 알아?”소지연은 싸늘하게 웃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둘이 함께한다는 건 서로 기대고 버티는 거야. 인생은 길어. 배우자로 선택했다면 영광도 수치도 함께 겪어야지. 무슨 일이든 같이 떠안아야 하지. 강현우가 지금 하는 짓은 하경이를 자기 삶의 일부로 여기지 않는 거랑 다를 바 없어. 정말로 하경이를 자기 인생의 일부로 생각한다면 숨지 말고 함께 이 고비를 넘어야 해.”윤하경의 가장 가까운 친구답게, 소지연은 잠깐의 생각만으로도 윤하경의 망설임과 서늘한 슬픔을 거의 짚어냈다. 만약 유호천이 그런 식으로 굴었다면, 소지연도 역시 아마 이별을 고민했을 것이다.유호천은 한바탕 호되게 들은 뒤 금세 기세가 꺾였다. 코를 문질러 올리며 중얼거렸다.“알잖아. 형은 자존심이 세서 자기가 가장 초라할 때 좋아하는 사람 앞에 절대 안 나타나.”“하지만 하경이는 강현우를 사랑해. 그래서 더 곁에 있고 싶고, 제일 힘든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 하지 않겠어?”유호천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 의기양양하던 표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입가에 옅은 미소만 걸었다. 그러다가 소지연을 끌어안았다.“둘 사이 문제로 우리가 이렇게 화를 낼 필요가 있을까? 옷 갈아입고 나가서 맛있는 거 먹자.”유호천이 말을 돌리는 걸 알아챘지만 소지연은 고개를 저었다.“됐어. 오늘은 왠지 그럴 마음이 없어.”소지연은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씻고 일찍 쉬기로 했다.유호천은 그 뒷모습을 보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 잠깐 생각에 잠긴 유호천은 휴대폰을 집어 들어 강현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고 짧은 문장이 전송됐다.재활 훈련 마지막 세트를 막 끝냈을 때였다. 옆 탁자 위 휴대폰이 울리자, 강현우는 민진혁이 건넨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고 화면을 들여다봤다. 화면에는 유호천이 보낸 문자 한 줄이 있었다.[형, 지연이 말로는 하경이가 변호사 만나서 이혼 준비한대.]짧은 문장 하나에, 땀으로 젖은 강현우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얼마나 오래 그 문장을 응시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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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0화

민진혁은 어쩔 수 없이 탕 온도를 몇도 더 올렸다.강현우가 지금 하는 짓은 거의 자해에 가까웠다. 민진혁은 곁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뜨거운 물에 데기라도 할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강현우는 눈을 감은 채 미동조차 없었다. 아파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자, 민진혁도 더 말도 붙이지 못했다.반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강현우가 천천히 눈을 떴다.민진혁은 재빨리 몸을 숙여 강현우를 부축했다.“백 선생님께서 침놓을 준비 다 하셨습니다.”강현우는 휠체어에 앉아 민진혁이 건네는 수건을 허리에 둘렀다. 다쳐서 몸을 마음껏 쓰지 못해도 체격은 여전히 단단했다. 며칠째 꾸준히 운동한 탓에 복근은 흐려지기는커녕 더 선명해 보였다. 아직 다 닦지 못한 물방울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려 피부 위로 번쩍번쩍 빛이 맺혔다.“변호사 불러 와.”민진혁이 잠깐 멈칫했다. 지금 이 타이밍에 변호사를 왜 찾는지 궁금했지만 강현우의 성격을 아는 만큼 쓸데없는 말을 보탤 수는 없었다.“알겠습니다.”민진혁은 강현우에게 짙은 색 홈웨어를 입혀 주고 치료실로 휠체어를 밀었다.방 안에는 쑥 향이 그윽했고 들어서자 한약재 냄새가 먼저 코끝을 스쳤다. 백중인은 한의학 책을 들여다보던 중이었는데, 강현우를 보자 책을 내려놓고 침대 쪽을 가볍게 가리켰다.“요즘은 어떻나?”돋보기를 걸친 백중인이 침을 집어 들었다. 가느다란 은빛 바늘이 피부에 닿는 동안에도 강현우는 입술을 질끈 다문 채 천장을 응시했다.대답이 없자 백중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러자 손끝에 힘이 조금 더 실렸고 그제야 강현우의 목구멍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으윽...”강현우가 숨을 들이마시며 낮게 신음을 흘렸다. 아픈 소리를 내고는 본인도 놀랐는지 팔로 몸을 지탱해 벌떡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더니 눈이 커진 채 백중인을 바라봤다.백중인은 그 반응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그동안 공들인 보람이 있구먼. 이제야 효과가 보이네.”옆에서 지켜보던 민진혁도 눈을 크게 떴다.“대표님, 발에... 감각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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