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경은 영문을 몰라 눈만 깜빡였다.‘갑자기 왜 얼굴이 붉어졌지?’잠시 후에야 윤하경은 곧 이유를 알았다.백지유가 고개를 떨군 채 머쓱하게 말했다.“민진혁 씨가... 저한테 청혼했어요. 그래서 강현우 대표님이 빨리 회복하시면, 진혁 씨가 늘 대표님 곁을 지키는 자리에서 다른 직무로 옮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러면 저도 더 많이 진혁 씨와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요.”“아, 그래서 그랬군요.”윤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현우 씨가 빨리 회복되면, 진혁 씨가 예전 직무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현우 씨께 말씀드려 볼게요.”“그리고... 가능하면 장기 휴가도 좀 주시면 더 좋고요.”백지유가 웃으며 덧붙였다.“그렇게 되면 좋겠죠.”윤하경도 미소를 보였다.잠깐 기뻐하던 백지유가 다시 머뭇거렸다.“그런데 하경 씨, 제 할아버지가 오셔도 꼭 나으리란 보장은 없잖아요. 혹시 그럴 경우에는...”사실 그게 백지유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었다.의술에는 자신이 있지만, 병이라는 게 실력만으로 반드시 낫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괜히 덤볐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강현우와 윤하경 원망을 할까 봐 마음이 켕겼다.윤하경은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요즘 강현우 곁의 의사들은 죄다 서양의학 쪽이었다. 그래도 수천 년 내려온 한의학이 아직도 존재하는 이유는 쓸모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전에 강현우의 몸을 낫게 해준 것도 백지유의 할아버지였다.‘이번에도 혹시...’윤하경은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잠시 뒤, 윤하경이 고개를 들어 백지유를 바라봤다.“마음은 잘 알겠어요. 지금 바로 전용기 준비해서 할아버지를 경성으로 모실게요. 결과가 어떻든, 이 은혜는 잊지 않겠어요.”백지유에게 사심이 조금 섞였다는 걸 알면서도, 이건 윤하경이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그럼에도 이런 때에 이런 말을 꺼냈다는 건, 결국 강현우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다는 뜻이었다.그러자 백지유의 미소가 한층 진지해졌다.“하경 씨, 별말씀을요. 사실은 저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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