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경이 말을 꺼내자, 방숙희는 표정이 잠깐 굳었다.“같이... 떠난다고요?”방숙희는 한참 만에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사모님은 지금 임신 중이시고, 거기다 아직...”윤하경이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대답만 해 주세요. 갈 건지, 말 건지.”원래는 강현우에게 석 달의 시간을 주자고 마음먹었지만, 오늘 문 하나 사이에 두고 선 순간, 윤하경은 그 생각이 얼마나 헛된 건지 뼈저리게 알았다. 어쩌면 강현우는 애초에 기다림 같은 걸 바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방숙희가 잠깐 멍하니 서서 생각에 잠겼다. 윤하경은 방숙희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짐작이 갔다.“걱정하지 마세요. 급여는 지금보다 20% 올려 드릴게요. 다만 저랑 같이 나가면, 당분간은 저를 혼자서 돌봐야 해서 일이 좀 많아질 거예요.”강씨 가문에서 일하는 건 많은 사람이 바라던 자리였고, 기준도 까다로웠다. 들어오기까지 쉽지 않았으니 떠나기 싫은 게 당연했다.윤하경은 이런 조건을 내걸고도 굳이 재촉하지 않았다.“원하지 않으시면 그만두셔도 돼요. 괜찮아요.”그렇게 말해 두고 윤하경은 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방숙희가 재빨리 윤하경을 붙잡았다. “사모님, 가겠습니다.”윤하경이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그래요.”“위층에 올라가 제 물건 좀 챙겨 주세요. 자주 쓰는 것만요. 나머지는 그냥 이곳에 두고요.”방숙희가 무슨 말을 하려다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 알겠습니다.”그러더니 윤하경을 지나 위층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윤하경은 한 번 더 별장을 돌아봤다.운명이란 참 우스웠다.별장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강현우와 여기서 원하는 삶을 시작하리라 믿었는데, 몇 날 며칠 살지도 못하고 또다시 짐을 싸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윤하경은 휴대폰을 열어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중개업체에 바로 연락해, 아이와 둘이 살기에 넉넉한 큰 평형 아파트를 당장 임차했다.오늘은 이미 늦었으니, 내일 아침 일찍 떠나기로 마음먹었다.윤하경은 원래도 자기 몸을 아끼는 편이었다.하물며 이제 뱃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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