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저희 주인님을 한 번 뵙고 나면 더는 화가 안 나실 겁니다.”윤하경은 싸늘한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표정을 굳혔다.하지만 사방이 온통 경호원들뿐이어서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잠시 후, 짧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 사람 한 번만 보고 나면, 바로 저를 보내 주는 거죠?”중년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당연하지요.”윤하경은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결국 남자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남자는 윤하경을 데리고 넓은 별장 복도를 지나가다가 양쪽으로 열리는 커다란 침실 문 앞에서 멈춰 섰다.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회장님, 아가씨를 모셔 왔습니다.”“들어와.”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윤하경은 무의식적으로 몸이 굳어졌다.어딘가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분명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데 정확히 어디서였는지는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더 생각할 틈도 없이, 중년 남자가 손을 뻗어 문을 활짝 밀어 열었다.순간, 넓은 침실이 눈앞에 펼쳐졌고 정면에는 유럽식 대형 침대가 놓여 있었다.그리고 그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남자, 윤하경은 분명히 아는 얼굴이었다.“뭐야... 왜, 왜 당신이에요?”윤하경은 놀란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침대 위의 남자는 예전에 모성에서 마주쳤던 바로 그 사람, 문세호였다.몇 년 사이 문세호는 예전보다 훨씬 더 늙어 보였다. 머리카락은 거의 희끗해졌고 침대에 기대앉은 채 윤하경을 바라보는 눈에는 엷은 웃음이 떠 있었다.그 웃음 속에는 윤하경이 알아보고 싶지 않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잠깐의 놀라움이 지나가자, 윤하경의 표정은 곧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문세호 씨, 사람을 이런 식으로 끌고 오는 건 좀 심한 거 아니에요? 어쨌든 우리는 예전에 얼굴 한 번은 본 사이잖아요. 볼 일이 있으면 초대장 한 장 보내면 될 일을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만드세요?”속에 쌓인 분노가 치밀어 올라, 상대가 누군지 따질 겨를도 없이 윤하경은 그대로 쏟아냈다.하지만 문세호는 그런 말도 다 들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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