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631 - Chapter 1640

1653 Chapters

제1631화

집사가 위층에서 내려와 주승엽 앞에 다가와 보고했다.“도련님, 부인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도련님 말씀하신 일은 부인님이 한 게 아니라고 하십니다.”주승엽이 이를 꽉 물었다.“데려와요.”“회장님 쪽은...”집사가 망설이자, 주승엽이 눈만 스치듯 올려다봤다. 그 한 번의 시선에 집사의 등골이 서늘해졌다.“알겠습니다. 바로 모셔 오겠습니다.”주씨 가문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눈치가 누구보다 빨랐다.주민성의 몸 상태가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 걸 뻔히 보고 있는 이상, 앞으로 이 집안에서 누가 더 큰 목소리로 말할 수 있을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집사도 역시 주민성의 오랜 심복이었지만, 결국 자기 앞날부터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더더욱 주승엽의 심기를 거스를 생각은 없었다.집사는 재빨리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 지시대로 움직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숨도 제대로 못 쉴 만큼 쇠약해진 이지아가 사람들 손에 이끌려 계단을 내려왔다.그리고 주승엽 앞에 끌려와 섰다.“말해요.”주승엽은 아까보다는 한결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드러운 건 아니었다.차갑게 눈을 고정한 채 물었다.“윤하경 씨를 대체 어디에 숨겨 둔 겁니까?”이지아의 얼굴은 금세 핏기가 가셔 잿빛이 돌았다.그럼에도 입가에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분명히 말했잖아.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이지아 씨, 저도 인내심에 한계가 있습니다.”윤하경은 해성에서 자취를 감췄다.주승엽은 지금 이 시기에 일부러 윤하경을 데려갈 만한 사람은 이지아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게다가 어제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이지아가 윤하경에게 드러내 보인 적대감은 눈에 보일 정도로 노골적이었다.“하하...”이지아는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더니 다시 주승엽을 똑바로 바라봤다.“승엽아, 결국 네 눈에는 내가 그런 인간으로만 보이는 거구나.”“맞아요.”이지아는 비틀거리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충혈된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맞아. 난 윤하경 죽이고 싶었어.”“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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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2화

이지아가 아무리 소리쳐도 주승엽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그저 제자리에서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싸늘한 눈빛만 이지아에게 꽂고 서 있었다. 누구도 함부로 다가설 수 없을 듯한 분위기였다.같은 시각, 윤하경은 넓디넓은 방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주위를 둘러싼 시설은 하나같이 고급스럽고, 얼핏 보아도 값비싸 보였다.윤하경은 다시 한 번 짜증 섞인 눈으로 뒤에 서 있는 사람을 흘겨보며 말했다.“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예요?”어제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갑자기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들이닥쳐 여객기 옆에 대기 중이던 개인 전용기에 윤하경을 그대로 태워 버렸다.윤하경은 미처 대비할 틈도 없었고, 곁에 누가 함께 있던 것도 아니라 반항할 여지도 거의 없었다.윤하경은 처음에 자신이 납치를 당한 줄 알았다.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어두컴컴한 지하실에 갇히는 대신 호화로운 인테리어의 별장으로 곧장 끌려왔다.윤하경은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몰랐다. 다만 비행기를 타고 세 시간은 넘게 날아왔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다.옆에 있던 사람들은 내내 입을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도와달라고 전화라도 해 보려다 휴대전화를 꺼내 들자, 그마저도 바로 빼앗겼다.“돌려줘!”윤하경은 화를 내며 휴대전화를 가져간 남자를 노려보았다.그 남자는 오히려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윤하경 씨, 우선 진정하십시오. 저희 주인님께서 손님으로 모셔 오라고 하셔서 모신 겁니다. 뵙고 난 뒤에는 누구에게든 마음껏 전화하셔도 됩니다.”윤하경은 더 화가 치밀었다.“주인이 누군데요?”“직접 뵙고 나면 아시게 됩니다.”거기까지 말하더니 남자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그저 뒤에 서서 발치만 똑바로 바라볼 뿐, 윤하경이 뭐라고 해도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윤하경은 결국 욕까지 해 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남자는 심지어 기내에 음악까지 틀어 버렸다.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윤하경의 고함을 덮어 버렸고 남자는 더 이상 윤하경이 뭐라고 하든 못 들은 척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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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3화

“아가씨, 저희 주인님을 한 번 뵙고 나면 더는 화가 안 나실 겁니다.”윤하경은 싸늘한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표정을 굳혔다.하지만 사방이 온통 경호원들뿐이어서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잠시 후, 짧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 사람 한 번만 보고 나면, 바로 저를 보내 주는 거죠?”중년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당연하지요.”윤하경은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결국 남자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남자는 윤하경을 데리고 넓은 별장 복도를 지나가다가 양쪽으로 열리는 커다란 침실 문 앞에서 멈춰 섰다.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회장님, 아가씨를 모셔 왔습니다.”“들어와.”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윤하경은 무의식적으로 몸이 굳어졌다.어딘가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분명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데 정확히 어디서였는지는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더 생각할 틈도 없이, 중년 남자가 손을 뻗어 문을 활짝 밀어 열었다.순간, 넓은 침실이 눈앞에 펼쳐졌고 정면에는 유럽식 대형 침대가 놓여 있었다.그리고 그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남자, 윤하경은 분명히 아는 얼굴이었다.“뭐야... 왜, 왜 당신이에요?”윤하경은 놀란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침대 위의 남자는 예전에 모성에서 마주쳤던 바로 그 사람, 문세호였다.몇 년 사이 문세호는 예전보다 훨씬 더 늙어 보였다. 머리카락은 거의 희끗해졌고 침대에 기대앉은 채 윤하경을 바라보는 눈에는 엷은 웃음이 떠 있었다.그 웃음 속에는 윤하경이 알아보고 싶지 않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잠깐의 놀라움이 지나가자, 윤하경의 표정은 곧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문세호 씨, 사람을 이런 식으로 끌고 오는 건 좀 심한 거 아니에요? 어쨌든 우리는 예전에 얼굴 한 번은 본 사이잖아요. 볼 일이 있으면 초대장 한 장 보내면 될 일을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만드세요?”속에 쌓인 분노가 치밀어 올라, 상대가 누군지 따질 겨를도 없이 윤하경은 그대로 쏟아냈다.하지만 문세호는 그런 말도 다 들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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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4화

문세호가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말했다.“보면 알 거야.”윤하경은 곧바로 서류를 펼치지 못하고, 봉투를 쥔 손가락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 문세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문득 전에 하석호가 해 주었던 말들이 떠올랐다.문세호와 윤하경의 엄마는 예전에 연인 사이였던 것 같았다.“얼른 봐.”윤하경이 망설이자 문세호는 웃으며 한마디 보탰다.“보고 나면 내가 왜 너를 여기까지 부른 건지 알게 될 거야.”윤하경은 어금니를 살짝 악물었다.한참이나 침묵하다가 마침내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서류를 내려다보며 마지막 장을 넘겼다.그리고 굵게 인쇄된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문세호와 윤하경 사이에 친자 관계가 성립할 가능성 99.99%.]그 한 줄에 윤하경은 그대로 굳어 버렸고 머리에 벼락이라도 떨어진 것 같았다.주변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고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 버렸다.지금까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세상이 통째로 뒤집히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 채, 한참 뒤에야 겨우 고개를 들어 문세호를 바라봤다.“문세호 씨, 이 친자 감정서... 진짜예요?”“물론이지.”문세호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네가 보기에는 내가 거짓말을 할 사람 같으냐?”윤하경은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지금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오가는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 소식은 윤하경에게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온몸이 터져 버릴 것처럼 멍해져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문세호는 그런 윤하경이 보고서를 이리저리 뒤집어 보며 다시 확인하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그 모습은 마치 이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그래도 문세호는 전혀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그저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은 예전부터 조금 의심하기는 했어. 그래서 네 어머니가 너를 낳았을 당시의 기록을 사람 시켜 찾아보게 했지. 날짜로 따져 보면, 네가 내 아이일 가능성이 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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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5화

‘부득이한 사정이라니...’윤하경은 그 말을 속으로 한 번 떠올리더니 살짝 고개를 떨구었다.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눈빛에서 이미 모든 흔들림이 사라졌었다.“그때 사정이 어땠는지는 듣지 않아도 돼요. 어차피 제가 똑같이 느껴 줄 수는 없으니까요. 당신은 제가 윤씨 가문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고, 우리 엄마가 사람들한테 어떻게 죽임을 당했는지도 모르잖아요.”‘그때 문세호가 엄마 편을 끝까지 들어 줬다면,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을까. 나도 윤씨 가문에서 그런 차별을 겪지 않았을 거고, 엄마도 그렇게 비참하게 죽지 않았을 거야.’윤하경은 더 이상 그때 일을 들추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지금의 삶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그래서 윤하경은 돌아서며 가볍게 웃었다.“그럼 이만 실례할게요.”말을 끝내고 막 걸음을 떼려는 순간, 문밖에서 경호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장님, 큰일입니다!”“강현우가 사람들 데리고 들이닥쳤습니다!”강현우라는 이름이 나오자, 윤하경의 발걸음이 턱 멈췄다. 윤하경은 믿기지 않는 듯 방 안으로 들이닥친 경호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뭐라고 했어요? 누가 들어왔다고요?”경호원이 잠시 멈칫하다가 대답했다.“강현우요. 강한 그룹의 그 강현우 대표 말입니다.”혹시 모를까 봐 일부러 덧붙여 정체를 설명해 주었다.윤하경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곧장 밖으로 나가려 했다.하지만 문세호가 윤하경을 불러 세웠다.“잠깐.”윤하경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아직도 할 말이 남았어요?”문세호는 빙긋이 웃으며 이정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아가씨를 위층으로 모셔. 마침 나도 강 대표와 할 이야기가 좀 있어.”이정한은 곧바로 눈빛을 반짝이며 다가왔다.“아가씨,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윤하경은 눈가에 떠오른 짜증을 숨기지 않았지만, 그 표정까지 이정한의 눈에는 다 들어왔다. 이정한은 다만 빙긋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회장님 허락 없이는 이 안에서 함부로 나가실 수 없습니다.”“회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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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6화

이 말은 마치 강현우의 급소를 정확히 찌른 것 같았다.그러자 잘생긴 강현우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지더니 문세호를 노려보며 낮게 물었다.“문 회장님, 정말 이렇게까지 서로 난처하게 만들고 싶습니까?”문세호는 가볍게 웃었고 강현우의 경고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말했다.“아직 대답 안 했잖아요.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어떤 신분으로 저보고 사람을 내놓으라고 하는 겁니까?”톤만 놓고 보면 싸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세상사 이야기나 나누는 사람 같았다.그러나 온몸에서 풍기는 쌀쌀한 기운은 여전히 상대를 쉽게 넘겨짚지 못하게 만들었다.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그 순간, 문세호의 목소리가 다시 방 안을 가로질렀다.“괜히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자칫하면 강 대표님도 윤하경도 여기서 한 발짝도 못 나갈 수 있으니까요.”문세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조금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세월의 흔적이 잘 드러나지 않는 얼굴 위로 처음으로 노골적인 경고가 떠올랐다.강현우는 이를 악물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 충동적인 선택은 포기했다.“윤하경을 풀어 주세요. 일단 조건을 제시하시죠.”강현우는 남 앞에서 이렇게까지 물러서는 일은 거의 없었다.지금도 자세를 낮추는 쪽은 강현우였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싸늘해서, 마치 부탁이 아니라 명령처럼 들렸다.문세호는 흥이 난 듯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훑어보더니 눈가에 장난스러운 빛을 띠고 말했다.“강 대표님의 말씀을 들어 보니, 가진 걸 전부라도 내놓을 기세네요. 다 털어서 윤하경이랑 바꾸겠다는 뜻입니까?”강현우는 버럭 화를 내지는 않고 오히려 피식 웃었다.“문 회장님은 욕심이 참 많으시네요. 그렇다고 제 회사 전체를 감당할 배짱이 있으신가요?”“그건 강 대표님이 신경 쓸 일은 아닙니다.”문세호는 순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묵직했다.“윤하경을 데려가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성의를 보여야지요.”강현우의 눈빛이 한순간 더 깊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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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7화

강현우는 윤하경의 말을 듣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몇 시간 전.윤하경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강현우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윤하경의 이동 경로와 CCTV를 전부 뒤졌다. 겨우 실마리를 하나 잡았는데, 납치해 간 사람이 뜻밖에도 문세호였다.도무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인물이었기에 흔적을 찾자마자 강현우는 곧장 이곳으로 쳐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윤하경이 실제로 이곳에 있었다. 윤하경이 무사한 걸 확인한 순간, 강현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강현우의 말을 들은 윤하경은 마음이 복잡했다.윤하경은 강현우의 어깨 넘어로 문세호를 바라봤다.“문 회장님, 그만하면 됐어요. 이제 저를 보내 주시겠어요?”문세호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난 그저 이 남자가 정말 널 얼마나 신경 쓰는지, 진심이 어떤지 한 번 시험해 보고 싶었을 뿐이야. 지금까지 본 바로는... 나쁘지 않네.”여전히 온화한 미소였지만 조금 전처럼 사람을 압도하던 기세는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윤하경은 더 할 말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집에서 윤하민이 자기만 기다리고 있을 걸 생각하니 윤하경은 마음이 조급해졌다.윤하경은 몇 걸음 나가다가 문득 휴대전화가 떠올라, 바닥에 내팽개쳐진 이정한 쪽으로 다가갔다.“제 휴대전화 돌려주세요.”강현우에게 목을 조여졌던 탓에, 이정한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이정한은 몇 번 기침을 하고서야 겨우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건넸다. 윤하경은 그 꼴이 딱하고도 우스웠다.“쌤통이네요. 누가 같이 연기하래요.”윤하경이 투덜거리듯 말하자 이정한은 헛웃음을 터뜨렸다.“크흠... 하하. 아가씨,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윤하경은 이정한의 목에 선명하게 남은 손자국을 한번 흘겨보더니, 더 말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 윤하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루 밤낮이나 떨어져 있었으니 윤하민이 어떻게 버티고 있을지 걱정이었다.한편, 여전히 별장 응접실에 남아 있던 강현우는 방 안 풍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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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8화

문세호는 조용히 말했다.“지금은 하경이가 날 받아들이기 힘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문세호도 마음속으로는 윤하경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입장이 바뀌었다면 자신도 똑같이 반응했을 것이다....별장을 나선 윤하경은 바로 윤하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건 방숙희였다.윤하경이 무사하다는 말을 듣자 방숙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숙희는 지금 윤하민이 자고 있다고 말하려던 바로 그때, 마치 생각이라도 통한 듯 윤하민이 벌떡 일어나 방숙희의 손에서 전화를 낚아챘다.“여보세요. 엄마예요? 언제 와요?”윤하민의 작은 목소리는 여전히 말랑말랑했고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떨렸다. 휴대전화 너머인데도 윤하경은 윤하민의 얼굴을 꼭 끌어안고 볼을 꼬집어 주고 싶어졌다.윤하경은 살짝 웃으며 낮게 달랬다.“엄마는 아무 일도 없어. 일이 좀 생겨서 조금 늦어진 것뿐이야. 금방 갈 거야. 알겠지?”“그러니까 아주머니랑 밥도 잘 먹고 푹 자고 있어. 눈 뜨면 엄마가 옆에 있을 거야.”“엄마, 저를 속이면 안 돼요.”윤하민은 잔뜩 기가 죽은 목소리로, 또 버려질까 봐 두려운 듯 말했다.윤하경이 몇 번이고 다시 약속하고 나서야 윤하민은 겨우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고 나서야, 윤하경은 주승엽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잠시 망설인 끝에 윤하경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주승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하경 씨, 정말... 하경 씨 맞아요?”윤하경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네. 저예요.”윤하경의 목소리를 듣자 주승엽은 그제야 안도한 듯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물었다.“정말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는 없죠?”주승엽의 말투에는 꾸미지 않은 걱정이 묻어 있었다.윤하경은 가볍게 웃었다.“네. 저 정말 괜찮아요. 그냥 좀 정리할 일이 있어서... 걱정하지 마세요.”“그렇다면 다행이네요.”주승엽 쪽에서는 안도의 숨소리가 그대로 전해져 왔다.그때 윤하경은 문 쪽에서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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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9화

차에 올라탄 뒤에야 윤하경이 짧게 비명을 내지르더니, 짜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강현우를 노려봤다.“뭐 하는 거예요!”‘힘 자랑이라도 하겠다는 거야?’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강현우를 노려봤다. 그런 윤하경의 모습은 금세 털이 곤두선 작은 고양이 같았다.강현우가 몸을 숙여 차 안으로 타고 들어오자, 크고 탄탄한 몸이 뒷좌석 대부분을 순식간에 차지했다.원래 널찍하던 뒷좌석이 갑자기 답답해졌다.“하민이가 나보고 엄마를 꼭 직접 데려오라고 했어. 약속을 어길 순 없잖아.”윤하민을 들먹이자 윤하경은 말문이 막혔다.“저 혼자 힘으로도 집에 잘 돌아갈 수 있거든요.”“하지만 하민이는 나보고 엄마를 데리고 오라고 했거든. 말 바꾸는 아빠가 될 순 없지.”강현우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역시 윤하민은 강현우의 든든한 비장의 카드였다.그 말에 윤하경은 한순간에 반박할 말을 잃었다.그저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이를 악물면서도 강현우를 어찌할 방도는 없었다.한참 있다가야 윤하경은 입을 열었다.“모성까지 온 김에 외할아버지 산소에 들렀다가 가고 싶어요.”“나도 같이 갈게.”윤하경은 말없이 콧등을 살살 문지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반대로 강현우는 입꼬리를 올렸다. 딱 계획을 이뤄낸 사람의 흐뭇한 표정이었다.강현우가 웃으니 얼굴은 더 또렷하게 빛났다.특히 지금처럼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으니,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그 비주얼 때문에 운전기사는 눈이 부셔 앞을 보기도 힘들 지경이었다.“남산 묘원으로 가요.”강현우가 목적지를 말하자, 운전기사가 곧바로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윤하경은 강현우를 어찌할 도리가 없어 결국 그가 이끄는 대로 외할아버지 묘비 앞까지 함께 갔다.외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찾아온 지도 벌써 4년이 흘렀다.윤하경은 꽃 한 다발을 안고 묘비 앞에 서서 묻지도 않은 먼지를 정성스레 닦아 냈다.하석호가 이런 건 늘 꼼꼼히 챙기는 사람이라 애초에 묘비 위에 먼지가 쌓일 틈도 없었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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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0화

윤하경 쪽으로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자 강현우는 불쑥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10대 때나 겪을 법한 충동과 긴장이 이 타이밍에 치고 올라오자 강현우는 잠시 멈칫했다.키스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론도 못 내렸는데, 자고 있던 윤하경이 무슨 기척이라도 느낀 듯 눈을 번쩍 뜨고 강현우를 올려다봤다.눈을 뜨는 순간, 윤하경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뭐 하는 거예요.”윤하경이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강현우를 밀쳐 내려고 한 그때, 비행기가 갑자기 한 번 출렁거렸다.난기류를 만난 모양이었다.원래도 거리가 거의 붙을 듯 가까웠던 탓에, 기체가 흔들리는 방향으로 강현우의 몸이 쏠리며 그대로 윤하경 쪽으로 파고들었다.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강현우의 입술이 윤하경의 부드러운 입술에 딱 닿아 버렸다.그 순간, 윤하경이 놀라 눈을 크게 뜨는 게 강현우의 시야에 또렷하게 박혔다.그런데도 강현우는 오히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눈썹까지 치켜세웠고 쉽게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결국 윤하경이 손으로 강현우를 힘껏 밀어냈다.“강현우 씨, 진짜 왜 이래요. 미쳤어요?”평소에는 윤하민이 배울까 봐 웬만하면 입버릇 곱게 다스리던 윤하경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윤하경의 작은 얼굴은 화가 나서 오히려 핏기가 쫙 가신 듯 창백해 보였다.윤하경에게 밀려나던 강현우는 잠깐 전의 온기가 사라지자 묘하게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아까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강현우는 일부러 조금 떨어져 앉으며 태연한 척 말했다.“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났잖아.”비행기가 흔들렸다는 것쯤은 윤하경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강현우가 그렇게 코앞까지 들이밀지만 않았어도 입을 맞출 일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더 말을 섞기 싫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세수를 하고 거울을 들여다본 순간, 윤하경은 자기 얼굴이 완전히 붉어졌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그 순간, 윤하경의 심장도 제멋대로 요동치고 있었다.잠시 멍하니 거울 속 자신과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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