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엽은 잠시 멍해졌다.이런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듯, 한동안 멍한 눈으로 윤하경을 바라봤다.윤하경은 그런 주승엽의 맑은 눈을 보다가, 괜히 자기 생각을 너무 세게 말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윤하경은 손을 들어 코끝을 살짝 문지르며 말했다.“승엽 씨 성격에 그런 일까지 할 사람은 아니란 건 저도 알아요. 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예요. 누가 잘못했는지는 분명한데, 잘못한 사람이 책임져야지 승엽 씨가 모든 걸 다 끌어안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윤하경 눈에는 주승엽이 아직도 깊은 죄책감을 안고 있는 게 뻔히 보였다.아마도 친어머니의 죽음 때문일 것이다.겉으로는 화려한 재벌 가문이라도, 한 꺼풀만 벗겨 보면 안을 들여다보면 속은 하나같이 추하고 엉망진창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주씨 가문이라고 해서 다를 리 없었고 윤하경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주승엽은 윤하경의 말을 듣고 한동안 그 자리에 굳어 선 채,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이렇게 많은 세월 동안 주승엽은 어머니의 죽음을 줄곧 자신의 탓으로만 돌려 왔다.그날 이지아를 집에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그날 그 방문을 열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어머니는 살아 계셨을 거라고 여겼다.주승엽은 이를 악물고 턱을 굳게 다물었다.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어깨가 축 처져 보였다.윤하경은 주승엽이 지금 많이 힘들다는 걸 느끼고, 잠시 말없이 서 있다가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다른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말아요. 승엽 씨는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는 것 같아요.”윤하경이 보기에는 주승엽은 아마 어릴 때부터 철저히 보호받으며 자란 사람일 것이다.이런 재벌 가문의 한가운데서 자라면서도 주승엽처럼 착한 성정을 유지하는 사람은 드물었다.돈과 권력이 모든 것 위에 있는 자리에서 자라다 보면, 다른 사람을 벌레처럼 여기는 게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었다.그런데도 주승엽은 그 사건이 터진 뒤 도망치듯 집을 떠나 스스로를 벌했고, 아버지가 병들어 쓰러진 지금조차, 친아들에게 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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