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621 - Chapter 1630

1816 Chapters

제1621화

주승엽은 잠시 멍해졌다.이런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듯, 한동안 멍한 눈으로 윤하경을 바라봤다.윤하경은 그런 주승엽의 맑은 눈을 보다가, 괜히 자기 생각을 너무 세게 말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윤하경은 손을 들어 코끝을 살짝 문지르며 말했다.“승엽 씨 성격에 그런 일까지 할 사람은 아니란 건 저도 알아요. 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예요. 누가 잘못했는지는 분명한데, 잘못한 사람이 책임져야지 승엽 씨가 모든 걸 다 끌어안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윤하경 눈에는 주승엽이 아직도 깊은 죄책감을 안고 있는 게 뻔히 보였다.아마도 친어머니의 죽음 때문일 것이다.겉으로는 화려한 재벌 가문이라도, 한 꺼풀만 벗겨 보면 안을 들여다보면 속은 하나같이 추하고 엉망진창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주씨 가문이라고 해서 다를 리 없었고 윤하경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주승엽은 윤하경의 말을 듣고 한동안 그 자리에 굳어 선 채,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이렇게 많은 세월 동안 주승엽은 어머니의 죽음을 줄곧 자신의 탓으로만 돌려 왔다.그날 이지아를 집에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그날 그 방문을 열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어머니는 살아 계셨을 거라고 여겼다.주승엽은 이를 악물고 턱을 굳게 다물었다.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어깨가 축 처져 보였다.윤하경은 주승엽이 지금 많이 힘들다는 걸 느끼고, 잠시 말없이 서 있다가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다른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말아요. 승엽 씨는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는 것 같아요.”윤하경이 보기에는 주승엽은 아마 어릴 때부터 철저히 보호받으며 자란 사람일 것이다.이런 재벌 가문의 한가운데서 자라면서도 주승엽처럼 착한 성정을 유지하는 사람은 드물었다.돈과 권력이 모든 것 위에 있는 자리에서 자라다 보면, 다른 사람을 벌레처럼 여기는 게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었다.그런데도 주승엽은 그 사건이 터진 뒤 도망치듯 집을 떠나 스스로를 벌했고, 아버지가 병들어 쓰러진 지금조차, 친아들에게 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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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화

“승엽아.”주승엽의 손을 붙잡은 이지아의 눈빛에는 집착이 가득했다.윤하경은 그 모습을 힐끔 보기만 하고 곧장 시선을 거두었다.‘대단하네. 주 회장님이 아직 세상 떠나지도 않았는데, 승엽 씨한테 이렇게 들이대다니. 도대체 누구를 또 해치려는 건지 모르겠네.’그래도 다행인 점이 하나 있었다.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집안 일을 잘 아는 가사도우미 몇 명과, 윤하경, 주승엽, 그리고 이지아뿐이었다.아마도 주승엽이 집을 나가 있는 동안, 이지아는 가사도우미들을 이미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두었을 것이다.그래서 이런 짓을 해도 소문이 주민성 귀까지 들어갈 일은 없다고 믿는 눈치였다.‘그러니 저렇게 뻔뻔하게 굴 수밖에 없겠지.’주승엽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늘 온화하던 눈빛에는 한순간 싸늘한 기운이 번졌다.“제발... 자기 신분이나 좀 지키세요.”주승엽은 딱 잘라 말하고는 이지아의 손을 뿌리쳤다.그러고는 윤하경 쪽으로 걸어가 윤하경이 앉을 의자를 직접 당겨 주었다.이지아의 굳어 버린 표정은 애써 외면했다.손님까지 모두 자리에 앉았을 즈음, 가사도우미들이 나머지 요리를 차례대로 내왔다.크고 작은 접시들이 식탁 위를 금세 가득 채웠다.이지아는 숨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키더니, 태연한 얼굴로 식탁 쪽으로 걸어와 자리에 앉았다.조금 전 있었던 일은 없었던 일인 양, 부드러운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승엽아, 다 네가 좋아하던 것들로 준비했어.”그리고 옆에 놓인 수프 냄비를 가리켰다.“이 국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푹 끓였어. 한번 먹어 봐.”이지아는 직접 일어나 조심스레 국 한 그릇을 떠서 주승엽 앞으로 내밀었다.그러나 주승엽은 국그릇을 그대로 받아 들더니, 자연스럽게 윤하경 쪽으로 밀어 주었다.“하경 씨, 드세요.”주승엽의 목소리는 놀랄 만큼 부드럽고 살가웠고 조금 전에 이지아에게 내뱉던 말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이지아의 얼굴이 잠깐 굳어졌지만 이내 억지로 표정을 다잡고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내가 참 깜빡했네. 하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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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3화

윤하경이 방금 한 말은 누가 들어도 속뜻이 뻔했다.눈치만 조금 있어도, 이지아를 정면으로 겨냥한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이지아 뒤에 서 있던 가사도우미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입술을 꼭 깨물다가 끝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지아가 홱 돌아보며 노려보았다.“당장 나가.”이지아는 나오는 욕을 겨우 참았다.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는 마침 주승엽이 윤하경을 향해 다정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그래요.”주승엽이 말했다.“하경 씨가 좋아한다면 당연히 챙겨 드려야죠.”이지아는 손에 쥔 수저를 부러뜨릴 기세로 움켜쥐었고 윤하경을 향한 시선은 얼음장처럼 점점 더 차가워졌다.윤하경은 속으로 이지아가 참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아마 일부러 내 앞에서 지난 일을 들먹이며, 둘 사이에 있던 일을 못 견디게 만들고 싶겠지. 보통 여자들, 특히 이런 사교계 사람들은 이런 얘기 들으면 곧바로 질려서 뒤로 물러날 테니까.’이지아는 그래야 다시 자기 차례가 온다고 믿는 모양이었다.정말 생각 잘도 굴리는구나 싶어, 윤하경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이지아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정작 자신은 주승엽과 이지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어차피 주승엽과 진짜로 결혼할 것도 아니니까.윤하경이 슬쩍 눈을 들었을 때, 마침 이지아가 이를 악물고 있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곧이어 이지아가 다시 고개를 들고 태도를 고쳐 잡은 듯 윤하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윤하경, 기뻐하기에는 좀 이른 것 같아. 회장님께서는 하경 씨가 이혼한 데다 아이까지 데리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계시잖아?”이지아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회장님은 원래 아주 보수적인 분이야. 그런 며느리는 집 문턱도 못 넘게 하시겠지?”이지아의 말속에는 노골적인 차별이 섞여 있었다.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들어 이지아를 바라보았다.한 손으로 살짝 입가를 가리곤, 조용히 웃음이 새어 나왔다.“뭐가 그렇게 웃기죠?”이지아가 얼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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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4화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윤하경은 그냥 묵묵히 자기 밥만 먹고 있었다.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해성까지 날아와 이제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점심을 먹는 참이라, 애초에 배도 고팠다. 해성 쪽 음식은 간이 세지도 않고 담백해서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는 딱 좋았다.주승엽이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마침 윤하경은 마지막 국물 한 숟갈까지 싹 떠먹은 참이었다.시선이 자기 쪽으로 꽂히는 게 느껴지자, 윤하경이 고개를 들어 웃으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 제가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요?”주승엽은 고개를 저었다. 긴 속눈썹이 아래로 살짝 드리워지더니, 낮게 물었다.“제가 아까... 너무 심했나요?”윤하경은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불쑥 웃음이 터졌다.“왜 웃어요?”당황한 주승엽이 고개를 기울였다.“승엽 씨 어머니는 정말 많이 다정한 분이셨던 것 같아요.”윤하경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너무 다정해서 주승엽처럼 지나치게 온화한 성격의 아들을 키워 낸 사람이었다.그렇게까지 이지아에게 당하고도 주승엽은 이 집을 떠나버리기만 했지, 남아서 복수하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아마 주승엽은 그때 정말 이지아를 미치도록 사랑했을지도 몰랐다.자기 어머니를 죽게 만든 여자임에도 끝내 미련을 놓지 못했다.하지만 그런 일이 자기 앞에서 벌어졌다면 윤하경은 절대로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물론 당시 구체적인 정황을 다 아는 것도 아니니 섣불리 단정 짓지는 않았다.다만 방금 한 말이 주승엽의 어딘가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듯, 그의 얼굴빛이 살짝 달라졌다.잠시 먼 곳을 보는 듯한 눈빛이 되었다.“주승엽 씨.”윤하경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진지한 눈빛으로 주승엽을 바라봤다.“혹시 그런 생각은 해 본 적 없어요? 승엽 씨의 이런 좋은 성격이랑 온화함이, 정작 승엽 씨를 상처 주는 사람들한테는, 상처를 줄 명분만 더 얹어 준 건 아닐까요? 그 외에는... 딱히 한 일이 없는 것 같지 않아요?”그러자 주승엽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수축했다.윤하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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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5화

윤하경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코끝을 가볍게 문질렀다.‘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윤하경은 속으로 딱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낼 필요는 없었다.게다가 이런 일들이라고 해서 윤하경에게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었다. 재벌 가문 치고 집안 사정 깨끗한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다만 아들의 여자를 가로채서 아내까지 죽게 만든 일은 아무래도 세상에 알려지면 너무 추잡하고 낯 뜨거운 이야기였다.주민성이 쓴웃음을 지어 보이자, 주름이 가득한 얼굴이 더 축 늘어진 듯했다.“이 녀석이 그동안 나를 얼마나 미워하고 있었는지 나도 알아. 그래도 승엽이는 너무 마음이 약한 아이야. 주씨 가문처럼 큰 집안에 아들이라고는 승엽이 하나뿐인데 성격이 저렇게 유순하니... 내가 떠나고 나면 과연 주씨 가문을 지켜 낼 수 있을지 걱정이야. 회사야 사람을 써서 굴릴 수 있다지만 정작 주인이 마음을 단단히 먹지 못하면 언제든 남의 손에 휘둘리기 쉽지. 그러다 보면 이 재산도 언젠가는 남 좋은 일만 시키게 될 거고.”윤하경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곧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남겨질 외아들을 걱정하는 말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면 죽은 뒤까지 계산하고 산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그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가 갔지만, 윤하경은 굳이 위로나 공감을 보태지는 않았다.잠시 후, 주민성의 시선이 윤하경 쪽으로 옮겨졌다.“보니 하경 씨는 생각이 단단한 아이 같더군. 승엽이 곁에 하경 씨 같은 사람이 있어 준다면 내가 죽고 나서도 우리 주씨 가문이 남의 손에 넘어갈까 봐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아.”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주민성을 바라봤다.“회장님께서 모르시는 게 하나 있어요. 저는... 한 번 결혼했다가 이혼한 사람입니다.”죽음을 앞둔 사람 앞에서, 지킬 수 없는 약속을 쉽게 하는 건 윤하경의 방식이 아니었다.애초에 지금 이 관계도, 주승엽과 짜서 맞춘 약혼자 행세일 뿐이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 봐야 모두 허공에 흩어지는 말뿐이라면 차라리 주민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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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6화

이제 윤하경은 주승엽과 자신이 애초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가슴이 설레는 타입도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몇 년 동안 겨우 찾아온 이 평온한 삶을 다시 이런저런 싸움과 스캔들 속으로 던져 넣고 싶지도 않았다.주승엽과 이지아, 그 둘만 봐도 미래가 뻔히 그려졌다. 그것만으로도 물러서기에는 충분한 이유였다.생각이 복잡하게 뒤엉킨 채 한동안 말이 없던 윤하경은 마침내 고개를 들어 잔잔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주승엽 씨, 우리는... 친구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윤하경이 잠시 말을 고르다가 덧붙였다.“앞으로 이런 말은 더 이상 하지 말아 주세요.”그 말을 남기고 윤하경은 완전히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깔끔하고도 단호한 뒷모습만이 주승엽의 눈앞에 남았다.본능처럼 뻗은 주승엽의 손은 끝내 허공에서 멈춰 섰다.주승엽은 결국 한 발짝도 따라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그 뒤편에서 선글라스를 낀 검은 양복 차림의 경호원이 주승엽이 한참이나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모습을 힐끗 확인하더니 휴대전화를 꺼냈다.“대표님, 윤하경 씨가 벌써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주씨 가문 저택.주승엽이 공항에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두 시간쯤이 흐른 뒤였다.주민성은 미리 사람을 보내 대문 앞에서 기다리게 했고, 주승엽이 도착하자마자 곧장 자신의 방으로 부르라고 지시했다.침대 곁에 선 주승엽은 몇 년 사이에 딴사람처럼 늙어 버린 주민성을 바라보며 잠시 눈빛을 떼지 못했다.“너랑 윤하경 씨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아버지가 보신 그대로예요.”지금 이 이야기를 길게 풀어 놓을 마음은 없었다.“다른 볼일이 없으시면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주 회장이 다시 그를 불러 세웠다.“잠깐만. 콜록, 콜록...”주승엽은 뒤돌아보며 무언가 말하려다 격하게 기침을 쏟아 내는 주민성의 모습을 보자 입술을 다물고 말았다.그러더니 더 말없이 방을 나섰다.주승엽은 문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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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7화

“당신이 분명 그랬잖아요. 앞으로 주씨 가문에 제 자리가 있다고. 그런데 이제 와서 저를 쫓아내겠다고요?”이지아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외쳤다.“아무튼 저는 안 나가요. 절대로요.”하지만 주민성은 그저 담담하게 이지아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늘 애정이 가득하던 눈빛이었지만, 지금은 싸늘하기만 했다. 이지아가 한참 동안 소리를 질러대고 나서야, 주민성은 비웃음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내가 죽으면, 네가 승엽이랑 아직도 미래가 있을 거라고 믿는 거냐?”그 말에 이지아는 몸이 굳어졌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주민성은 자기 말이 정확히 급소를 찌른 걸 아는 듯, 코웃음을 쳤다.“지아야, 너 때문에 승엽의 친어머니가 죽었어. 넌 지금 내 아내고... 내가 죽으면 그런 너를 승엽이가 다시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해?”이지아는 이를 악물었다.“그래서 뭐 어떻다는 거예요? 제가 그동안 당신 옆에서 온갖 수모를 참아 온 이유가 바로 그거였어요. 다 그 자리를 얻으려고 버틴 거라고요.”이지아가 눈을 치켜올렸다.“처음에 그 여자가 우리 사이를 반대하지 않았으면 그런 일도 없었겠죠.”이지아는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처음부터 제가 그 여자를 죽이려고 했던 것도 아니에요. 그 여자는 스스로...”“그만해. 입 다물어!”주민성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이지아의 말을 끊었다. 더는 한마디도 이어가게 두고 싶지 않았다.“허허.”이지아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번졌다. 침대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 주민성을 내려다봤다.“왜요? 왜 그만하라는 거죠? 당신의 그 사랑하던 아내 욕하는 말은 조금도 못 듣겠다는 거죠?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가면 안 될 만큼 추한 짓을 해 온 건 사실인 데도요?”이지아의 시선에는 거친 조롱이 가득했다.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제야 주민성이 늙어 버린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그때 일은... 다시 꺼내지 마.”이지아는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침대 앞에 서서 주민성을 내려다보았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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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8화

주승엽은 잠깐 멈칫했다.아직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뒤에서 뜨겁고 부드러운 살결이 주승엽의 등에 붙었다.“승엽아...”놀란 주승엽이 고개를 홱 돌리자,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이지아와 눈이 마주쳤다.“아...”주승엽은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뒤로 물러섰다. 눈앞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이지아의 모습이 들어오자 정신이 번쩍 들며 즉시 그녀를 밀쳐내고 욕실 문으로 향했다.하지만 문고리를 잡아 돌린 순간, 문이 이미 안쪽에서 잠겨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밖에서만 열 수 있게 잠가 둔 모양이었다.그 사이 이지아가 또다시 달려와 주승엽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둘의 젖은 피부가 그대로 포개지자 주승엽은 머리가 더 심하게 멍해지는 걸 느꼈다. 머릿속에서는 단 하나의 목소리만 간신히 떠올랐다.‘절대... 이지아와는 아무 일도 있어서는 안 돼.’“승엽아, 제발 날 밀어내지 마. 응? 승엽아...”이지아의 목소리는 끈적하게 달라붙었다.지금의 주승엽에게 그 목소리는 함정인 줄 뻔히 알면서도 덥석 물어버리게 만드는 미끼 같았다.주승엽은 남은 마지막 이성으로 이를 악물며 이지아를 강하게 밀어냈다.“나한테서 떨어져... 하, 으...”세게 밀쳐진 이지아는 몇 걸음이나 휘청거리다가 세면대를 붙잡고서야 겨우 몸을 가누었다.그럼에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까지 붉어진 주승엽의 눈과 점점 무너져 가는 표정을 보고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승엽아...”이지아는 맨발로 살금살금 다가오며 허리를 굽혀 주승엽의 눈을 들여다보았다.“우리 사이는... 원래 이러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었어? 예전에도 수없이 했던 일인데 이제 와서 왜 그렇게 날 필사적으로 거부해?”주승엽은 거의 부서지도록 이를 악물었다. 충혈된 눈으로 이지아를 노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너... 설마... 나한테... 약을 탄 거냐.”“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이지아는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욕실 안에는 뜨거운 물줄기에서 피어오른 수증기가 가득했고 살짝 흐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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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9화

“여보세요? 주승엽입니다.”전화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듣자마자, 주승엽은 바로 강현우라는 걸 알아챘다. 주승엽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강현우 씨? 무슨 일로 전화했습니까?”“윤하경은 어디 갔어요?”강현우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 당장이라도 전화를 타고 넘어와 주승엽을 쥐어뜯을 것 같은 살기가 스며 있었다.주승엽은 잠시 멍해졌다.“어제 오후에 제가 공항까지 직접 데려다줬어요. 이쯤이면 집으로 돌아갔을 텐데, 왜요?”“아직 집에 안 돌아왔어요.”“뭐라고요?”주승엽이 얼이 빠진 채 되묻는 순간, 거의 튀어 오르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제야 몸에 한 올의 옷도 걸치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잠깐 멈춰 서자 어젯밤의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들며 머릿속이 뒤엉켰다.‘어젯밤 일들은...’머릿속이 엉망이 되었는데도 전화기 속 강현우의 목소리는 계속 쏟아졌다.“주승엽 씨, 윤하경한테 무슨 짓 한 거예요? 휴대폰은 아예 꺼져 있고, 하민이가 보낸 메시지도 하나도 안 읽어요.”그제야 주승엽은 정신이 번쩍 들며 생각이 현실로 끌려 내려왔다. 주승엽의 표정도 서서히 굳어졌다.“어제 분명 제가 직접 공항까지 데려다줬어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집에 못 갔을 이유가 없어요.”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가, 강현우의 냉소 섞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주승엽 씨, 저한테 거짓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지금 바로 해성으로 갈 겁니다. 하경한테 이상한 짓을 조금이라도 했다면...”“아니라고 했잖습니까!”주승엽은 이를 꽉 물고 말을 잘랐다.그런데 바로 그때, 다른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온몸이 굳어지며 소름이 돋았다. 강현우가 아직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상관도 하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리고 허둥지둥 침대에서 내려와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옷을 급히 걸쳐 입었다.같은 시각, 경성.끊긴 통화 화면을 내려다보던 강현우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강현우는 어금니를 세게 물고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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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0화

주승엽이 자신이 머무는 별장에서 나왔을 때, 얼굴은 한껏 굳어 있었다.눈치 빠른 가사도우미들과 직원들은 주승엽의 기색을 보자마자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그때 그중 한 사람이 얼른 빠져나가려다 주승엽의 낮은 목소리에 붙들렸다.“잠깐만요. 이지아는 어디 있어요?”주승엽이 이름을 바로 부르자, 가사도우미는 놀라 뒤돌아보며 더듬거렸다.“모, 몰라요. 아마... 방에 계시겠죠.”이지아는 주민성과 같은 동에 살지 않았다.하지만 주승엽은 그 방은 물론, 이지아가 살고 있는 그 건물 자체도 평소에는 애써 피해다녔다.그러나 지금은 말이 달랐다.대답을 들은 순간, 주승엽은 시커멓게 굳은 얼굴로 곧장 건물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이지아의 방 앞에 이르렀을 때, 문은 닫혀 있었다.주승엽은 노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발을 들어 문을 걷어찼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안쪽으로 활짝 열렸다.방 안에서는 이지아가 옷을 막 갈아입고 있었다.문이 부서지는 소리에 깜짝 놀란 이지아는 반사적으로 옷자락을 더 꽉 움켜쥐었다.뒤를 돌아본 순간, 문가에 서 있는 주승엽과 눈이 마주쳤고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승엽아, 왔구나.”이지아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주승엽의 시선은 얼음처럼 차가웠다.주승엽은 한 걸음 한 걸음 이지아에게 다가가며 물었다.“윤하경은 어디 있어?”“뭐라고?”이지아는 그 물음에 멍해졌다.점점 가까워지는 주승엽을 올려다보다가 이지아는 눈에 어리둥절한 기색이 스쳤다.주승엽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았다.곧장 손을 뻗어 이지아의 가느다란 목을 꽉 움켜쥐었다.“묻잖아. 윤하경이 어디 있냐고.”주승엽의 서늘한 목소리가 한 글자 한 글자, 귀를 찌르듯 박혔다.그 순간, 이지아의 얼굴에 서서히 공포가 번졌다.이지아도 이번만큼은 정말 두려웠다.주승엽의 눈에서 처음 보는 살기가 또렷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지아는 지금의 주승엽은 어쩌면 정말로 자신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난... 몰라...”이지아는 겨우 손을 들어 주승엽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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