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651 - Chapter 1660

1816 Chapters

제1651화

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꼭 다물었다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식탁으로 와서 자리에 앉았다.아무래도 피는 못 속이는 것 같았다. 어제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윤하민이 강현우는 자기 아빠가 아니라고 못을 박아 놓고도, 행동 하나하나는 자꾸만 강현우 쪽으로 기울었다.지금도 마찬가지였다.손을 씻고 돌아온 윤하민은 아무렇지 않게 강현우 옆자리에 쏙 붙어 앉았다. 윤하경은 혼자 마주 보고 앉아, 두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나쁜 아저씨, 저거 먹고 싶어요.”윤하민이 탁자 위에 놓인 튀김 빵을 가리키자 강현우는 말없이 하나 집어 그릇에 담아 주었다.“새우도요.”윤하민의 요구는 하나 둘 끝도 없이 이어졌지만, 윤하경이 슬쩍 눈썹을 치켜세워 강현우 쪽을 봐도, 강현우 얼굴에는 조금도 귀찮아하는 기색이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끝내주는 인내심으로 윤하민이 시키는 대로 다 해 주고 있을 뿐이었다.강현우는 길고 단정한 손가락으로 능숙하게 새우 껍질을 벗겨 윤하민의 작은 그릇에 옮겼다. 보통은 조금 투박해 보일 수 있는 동작인데도, 강현우가 하고 있자니 괜히 눈길이 갔다. 마치 새우를 까는 것이 아니라 정교한 예술품을 다루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세련된 손놀림이었다.윤하경은 저도 모르게 다시 한번 눈썹을 올렸다. 밖에서 강현우를 두고 수단이 잔인하다느니, 상대를 가차 없이 몰아붙인다느니 수군대던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면, 아마 턱이 빠지도록 놀라지 않을까 싶었다.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윤하경의 접시에 새우 딤섬 하나가 불쑥 내려앉았다.곧 강현우의 짧은 한마디가 들렸다.“자, 너도 먹어.”윤하경의 손이 잠깐 멈췄다.사실 오늘 강현우가 가져온 아침 메뉴는 전부 윤하경이 좋아하는 것들뿐이었다. 윤하경은 한눈에 알아봤다.그래서 더더욱, 강현우가 자기 접시 위에까지 음식을 올려 주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윤하경은 그 딤섬을 한 번 힐끗 바라보더니,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고맙지만 저 배불러요.”이혼한 남편이 집어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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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2화

“어머, 이게 누구야, 윤하경 씨 아니에요?”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윤하경은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짧은 단발에 화장을 잔뜩 한 여자가 서서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 웃음은 어딘가 악의가 잔뜩 섞인 웃음이었다.윤하경은 얼굴이 어딘가 낯익다고 느끼면서도, 어디서 본 사람인지 당장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곧바로 고개를 돌려 모른 척했다.‘이상한 사람도 많네... 일일이 다 상대해 주다 보면 내가 먼저 미치겠네.’하지만 윤하경이 상대하지 않는다고 해서, 여자는 물러나지 않았다. 말을 건 여자는 윤하경이 반응이 없자 코웃음을 치며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윤하경 씨, 그래도 한 번은 봤던 사이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무시해야 해요?”윤하경은 옆으로 고개만 살짝 돌려 여자를 흘끗 보았다. 괜히 시비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짧게 대답했다.“아, 네. 안녕하세요.”한마디만 툭 던지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강현우와 윤하민을 찾았다. 그런데 잠깐 사이에 둘이 어디로 뛰어갔는지, 아무리 봐도 보이질 않았다.윤하경이 일어나서 찾아 나가려는 순간, 옆에 서 있던 여자가 이번에는 대놓고 앞을 막아섰다.“나 지금 말하고 있잖아요. 그 태도는 뭐예요?”윤하경은 짜증이 올라와 눈살을 구기며 물었다.“근데 누구시죠? 저랑 그렇게 잘 아는 사이였나요?”“아...”여자는 윤하경의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얼굴이 굳어졌다.“저 박소희예요. 이제 기억나겠어요?”‘박소희?’자기소개를 듣고 나서야 윤하경은 눈앞의 여자가 누구인지 떠올렸다. 바로 예전에 강현우의 소개팅 상대였다.기억을 더듬으며 얼굴을 다시 한 번 찬찬히 훑어본 윤하경은, 4년 만에 흔적 하나 남지 않게 바뀐 외모를 보고 고개를 조금 갸웃했다.“아, 소희 씨였군요.”윤하경이 담담하게 말했다.“요즘은 의학 기술이 워낙 좋긴 하죠. 예전이랑 하나도 안 닮아서, 정말 못 알아봤어요.”박소희는 원래 귀엽고 동글동글한 인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유행하는 전형적인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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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3화

박소희가 손을 막 치켜들려던 순간, 누군가가 손목을 꽉 움켜잡았다.“악!”박소희는 손목이 비틀리듯 아파 비명을 질렀다. 옆을 홱 돌아보니, 승마복 차림의 강현우가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몇 년이 지난 지금도, 결혼식장에서 윤하경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모든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던 그날 강현우의 눈빛이 생생했다. 그때 박소희는 강현우의 눈빛 속에서 진짜 살기를 처음으로 느꼈다.지금도 마찬가지였다.강현우는 조금도 봐 주는 기색이 없었다.“놔. 당장 놓으라고!”박소희가 필사적으로 손을 빼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강현우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박소희, 지난번에 당한 게 아직도 모자라는가 봐?”그 말에 박소희의 입술이 새하얗게 질렸다.“아, 아니... 너랑 윤하경 씨는 이미 이혼한 거 아니었어요?”“넌 참 할 일이 없나 보네.”강현우의 목소리가 한층 더 차가워졌다.“내가 하경이랑 이혼을 했든 안 했든, 그게 여기서 네가 설치는 이유야?”박소희는 강현우가 근처에 있는 줄도 몰랐다. 만약에 알았더라면, 박소희는 차라리 백번을 죽는 게 낫지 여길 찾아와 윤하경에게 시비를 걸 생각은 못 했을 것이다.“저, 저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인사나 좀 하려고...”박소희는 기가 막혀도 일단 자세부터 낮췄다.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얼추 감을 잡았다.‘떠도는 이혼 소문이랑은 전혀 다르네.’경성의 사교계에서는 모두 윤하경이 강현우가 아프게 되자마자 그를 버리고 떠났다고 떠들어댔다.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몰랐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강현우가 지금도 윤하경을 남들하고는 다르게 대하고 있었다.‘강현우가 마음만 먹으면 나 하나쯤은 윤하경을 위해서라도 얼마든지 밟아 버릴 수 있겠네.’박소희가 고개를 숙이자 강현우가 마침내 손을 놓았다. 대신 말투는 여전히 매서웠다.“잘못했다면 사과부터 해.”강현우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때 윤하민이 성큼 다가와 윤하경의 허리를 꼭 끌어안더니, 눈을 부릅뜨고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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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4화

강현우의 날카로운 시선이 대놓고 윤하경 쪽으로 향했다.윤하경은 못 본 척 창가를 흘깃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두 사람은 계속 놀아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요.”윤하민이 신나게 웃고 있는 이상, 윤하경은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 때문에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강현우는 그런 윤하경을 깊게 한 번 바라보고는, 윤하민을 안은 채 그대로 돌아섰다.그러면서도 고개를 돌릴 때 다시 한번 윤하경을 훑어보는 눈빛에는 묘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당장이라도 윤하경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듯한 시선이었다.하지만 이제의 윤하경은 더 이상 예전처럼 무방비한 아이가 아니었다.가장 약한 부분은 단단히 숨겨 두고, 아무에게도 보여 줄 생각이 없었다.아마도 방금 같은 일이 또 벌어질까 싶어 더더욱 경계하는 눈빛이었다.강현우와 윤하민이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조용히 윤하경 뒤에 서는 기척이 느껴졌다.뒤돌아본 윤하경은 얼굴을 한 번 살펴보았다. 그 남자는 강현우의 보디가드였다.잠시 고민하다가 윤하경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못 본 척 넘기기로 했다.다행히 그 뒤로는 별다른 소란도 없었다.윤하민이 더는 놀 힘도 없을 만큼 신나게 뛰어다니다가, 결국 강현우 품 안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강현우는 곤히 잠든 윤하민을 안고 윤하경 쪽으로 다가왔다.강현우의 가슴에 기대 깊이 잠들어 있는 윤하민을 보자, 윤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윤하경은 두 팔을 뻗어 조심스레 아이를 안아 오려고 했다.“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까, 저는 하민이 데리고 먼저 들어갈게요.”윤하경의 말투는 예의 바르지만, 거리에 선을 그어 둔 것처럼 차분하고 냉담했다.그 말이 끝나자, 강현우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그러나 윤하경이 윤하민을 품에 안기도 전에, 강현우는 그 손길을 애써 무시하듯 윤하민을 품에 안은 채, 그대로 몸을 돌려 출구 쪽으로 걸어 나갔다.마치 더 이상 윤하경이 자신한테 하는 거절의 말을 듣기 싫다는 사람처럼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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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5화

“뭐 하는 거예요?”윤하경이 얼굴을 찌푸리며 돌아서더니 손을 빼려고 했다.하지만 강현우의 손힘이 너무 세서, 몇 번이나 손목을 빼내려 해도 오히려 아플 정도로 꽉 잡혀 빠지지 않았다.“윤하경.”강현우의 깊고 어두운 눈빛이 그대로 윤하경을 붙들었다.그 눈빛에는 어딘가 상처받은 기색까지 비치는 것 같았다.그래도 그건 윤하경 입장에서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윤하경은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었다.그때 강현우가 낮게 말했다.“우리 사이에 다시는 미래가 없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나를 밀어낼 필요가 있어? 하민이까지 있는데...”그 말에 윤하경은 오히려 더 화가 났다.“그 얘길 저한테 할 필요는 없어요. 현우 씨가 하민이랑 지내는 건 제가 막은 적 없잖아요. 그리고 강 대표님, 이미 선 넘으셨어요.”윤하경이 고개를 숙여 자기 손목을 내려다봤다.지금쯤은 그 자리에 벌써 빨간 자국이 도드라졌을 거라고 확신했다.강현우의 눈썹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윤하경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밀어내는 태도가 점점 더 거슬렸다.강현우는 무슨 말이라도 더 하고 싶었지만, 윤하경 눈동자에 짜증이 번져 가는 걸 보자 결국 손을 놓았다.그 뒤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손이 풀리자 윤하경은 더 지체하지 않았다.마치 무언가에서 도망치듯 하이힐을 신고 성큼성큼 별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런데 몇 걸음 가지도 못해, 강현우는 문 쪽에서 짧은 비명과 둔탁한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악!”누군가 미처 치우지 않은 작은 돌멩이가 현관 앞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하늘은 이미 캄캄했고, 윤하경은 발밑이 잘 보이지 않았다.하이힐 굽이 딱 그 돌을 밟는 순간, 윤하경의 발목이 그대로 꺾이고 말았다.옆에 문틀이 없었다면, 윤하경은 그대로 바닥에 나자빠졌을 것이다.발목에서 올라오는 묵직한 통증에 이를 악물고 버티자, 이마에는 금세 땀이 맺혔다.“무슨 일이야?”등 뒤에서 강현우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냥 가세요.”윤하경은 대꾸했지만 말만 들어도 숨을 참으며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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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6화

윤하경은 말없이 입술만 꾹 다물었다.‘설마 내가 지금 강현우 같은 사람더러 나가라고 협박이라도 하겠다는 거야?’강현우는 어이없고 답답한 기색이 섞인 윤하경의 눈빛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낮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 웃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하경이 번쩍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노려봤다.윤하경은 마치 으르렁거리는 새끼 고양이 같았다. 눈썹은 사납게 치켜 올라가 있는데, 정작 발톱 한 번도 못 세울 것 같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표정이었다.강현우는 전혀 겁먹지 않고, 오히려 미세하게 한쪽 눈썹을 올리더니 윤하경을 번쩍 안은 채 곧장 2층으로 향했다.“안방이 어디야?”그러자 윤하경이 눈살을 찌푸렸다.“저를 아무 데나 내려주시면 돼요.”강현우는 그 말을 아예 못 들은 사람처럼 다시 물었다.“네 방이 어딘데?”윤하경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대충 옆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저기요.”바로 옆에 있었고, 몇 걸음만 가면 되었다.강현우는 방 안으로 들어가 윤하경을 침대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폭신한 매트리스가 쑥 꺼지며 몸이 살짝 파묻혔다.“이제 가셔도 돼요.”윤하경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강현우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방을 나가자마자 복도에 있던 가사도우미를 불러 세웠다.“약상자는 어디 있어요?”윤하경에게 물어봤자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잘 아는 사람처럼, 강현우는 애초에 직접 묻지도 않았다.“강 대표님, 잠시만요.”가사도우미는 서둘러 내려갔다가, 기본 상비약이 들어 있는 약상자를 들고 다시 올라왔다.강현우는 약상자를 받아서 윤하경 앞에 쪼그려 앉았다.그리고 부은 발목을 살펴보았다.잠깐 사이인데도 발목은 이미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안쪽이 어디까지 다친 건지, 인대가 늘어난 건지, 뼈까지 문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강현우는 긴 손가락으로 윤하경의 발목 주변을 가볍게 눌러 보았다.“아파?”윤하경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강현우 씨, 이따가 제가 가정 의사 불러서...”“아악!”말이 끝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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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7화

윤하경은 몸을 살짝 뒤로 뺐다.그러자 발목이 욱신거렸다.무심코 다친 쪽에 힘이 살짝 들어가는 순간,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켰다.그래도 아까보다는 훨씬 나았다.강현우는 방을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침대 옆에 서서 윤하경을 내려다봤다.다친 사람이라고 만만하게 보는 건지, 아니면 딱 이 상황이 마음에 드는 건지, 커다란 그림자가 갑자기 윤하경 쪽으로 다가왔다.강현우는 거의 반칙에 가까울 정도로 잘생긴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물었다.“나랑 주승엽... 누가 더 잘생겼어?”뜬금없는 질문에 윤하경은 멍하게 눈을 깜빡였다.“그걸 왜 물어요?”“누가 더 잘생겼냐고.”강현우는 대답을 듣기 전에는 절대 안 물러날 기세였다.두 사람의 거리는 너무 가까웠다.윤하경이 조금만 눈을 움직여도, 치켜 올라간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는 것까지 강현우 눈에 다 들어올 정도였다.윤하경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들어 강현우의 어깨를 밀었다.“강현우 씨, 그만 좀 잘난 척해요.”윤하경은 말하면서도 슬쩍 문 쪽을 흘깃 봤다.혹시라도 윤하민이 갑자기 들어와서 이 장면을 보기라도 하면, 그때는 진짜 오해를 풀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았다.하지만 윤하경의 힘은 약했고, 강현우는 덩치까지 컸다.결국 아무리 밀어도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오히려 더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서로의 숨소리가 뒤엉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숨결이 부딪힐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몇 년 동안 다른 남자와는 아예 인연 없이 살아온 탓일까.강현우 몸에서 익숙하게 풍기는 묵직한 향수 냄새가 윤하경의 오래전 기억을 건드렸다.그 순간, 윤하경은 심장이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쿵, 쿵, 쿵...”마치 금방이라도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말이다.“강현우 씨, 진짜 너무하네요!”윤하경은 결국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좀 떨어져 줄래요? 안 그러면 내일 바로 하민이 데리고 여기서 나가 버릴 거예요.”그 말에 강현우가 마침내 멈췄다.아쉬운 듯 눈빛이 스쳤지만, 결국 몸을 곧게 세우며 한 발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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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8화

강현우는 끝내 떠나지 않았다.윤하경이 발을 다친 터라, 방숙희는 음식을 따로 2층으로 올려 보냈고, 강현우는 윤하민만 데리고 아래층 식탁으로 내려가 밥을 먹었다.식탁에 마주 앉자, 강현우가 살짝 고개를 돌려 윤하민을 보더니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커다란 새우를 하나 까서 그릇에 올려 줬다.“하민아, 너는 나하고 주승엽 아저씨 중에 누가 더 좋아?”윤하민은 한참을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더니, 새우를 입에 쏙 넣고 꼭꼭 씹다가 결론을 내렸다.“둘 다 좋아요. 주승엽 아저씨도 좋고, 나쁜 아저씨도 좋아요.”대답은 또렷했지만 강현우가 듣고 싶던 답은 아니었다.강현우는 얼굴을 조금 굳히고 질문을 바꿨다.“그럼 나중에 주승엽 아저씨가 네 아빠가 되는 건 어때?”강현우는 말을 마치고 헛기침을 한 번 했다.윤하민은 다시 고개를 기울여 한참을 고민하더니 말했다.“잘 모르겠어요. 엄마가 좋다고 하면... 저는 괜찮아요.”그 말을 듣는 순간, 강현우는 손에 들고 있던 새우를 으깰 뻔했다.결국 강현우는 더 이상 빙빙 돌려 묻지 않기로 했다.“그럼 너 생각에 나랑 너랑 네 엄마, 우리 셋이서 앞으로 쭉 같이 사는 건 별로일까?”이번에는 윤하민도 강현우가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만들려고 한다는 걸 눈치챘다.그래서 히죽 웃으면서 물었다.“나쁜 아저씨, 엄마 다시 꼬시고 싶은 거예요? 엄마랑 다시 같이 살고 싶어요?”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손을 닦기 위해 냅킨을 집어 들었다. 움직임 하나까지도 괜히 근사해 보였다.“그게 그렇게 나빠?”윤하민은 잠깐 생각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엄마가 좋다고 해야 좋은 거예요.”강현우는 또 한 번 말문이 막혔다.눈앞의 윤하민 눈에 번뜩이는 영리한 눈빛이 윤하경과 너무 닮아 있었다.이 나이 때부터 하는 말이 하나하나 빈틈이 없었다.“알겠어.”강현우는 낮게 대답하고는 더 이상 그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았다.식사를 마치고 강현우가 돌아간 뒤, 윤하민은 그날 강현우가 선물해 준 커다란 인형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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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9화

“사모님, 경호원 말로는 아침부터 집 앞에 낯선 사람이 서서 하민이만 지켜보고 있다네요.”“딱히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여쭤보고 쫓아내야 할지 결정하셔야 될 것 같아서요.”막 잠에서 깬 윤하경은 머리가 아직 멍한 상태로 인상을 찌푸렸다.“누군데요.”말을 하고 나서야 낯선 사람이라는 말이 귀에 남았다.윤하경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일단 지켜보기만 하라고 하세요. 우리 집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상관없지만, 한 발짝이라도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쫓아내세요.”“그리고 하민이 잘 챙겨요. 혼자 막 돌아다니게 두지 말고, 정원 안에서만 놀게 하고요. 알겠죠?”“네!”문 밖에서 방숙희의 대답이 들려왔고, 곧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 갔다.윤하경은 침대에서 한참을 더 뒹굴다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발목의 통증은 많이 가라앉았지만, 맨바닥에 딛는 순간 아직도 욱신거렸다.살짝 얼굴을 찌푸린 채 한쪽 발을 절뚝이며 욕실로 들어갔다가, 세수하고 편한 홈웨어로 갈아입고서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윤하민은 이미 아침을 먹은 뒤였고, 윤하경은 간단히 우유에 빵만 조금 먹고는 곧장 밖으로 나와 정원에서 뛰노는 윤하민을 바라봤다.며칠 전 강현우가 보내 준 작은 성 모양의 놀이터는 벌써 설치가 끝난 상태였다. 놀이공원만큼 화려하진 않아도, 윤하민이 놀기에는 충분했다.윤하경은 야외 의자에 몸을 기대고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했다.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잠시 뒤, 방숙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사모님, 저쪽에 그 사람 아직도 안 갔어요.”“어디요?”윤하경이 고개를 들어 그쪽을 바라봤다.아까 얘기를 들은 지 두 시간은 훌쩍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서 있다는 말이었다.‘설마 정말 수상한 사람은 아니겠지...’윤하경은 다시 눈살을 좁혔다.“경호원들 보내서 정중히 물어보라고 하세요. 진짜 수상한 사람이면 깔끔하게 돌려보내고요.”지시를 받은 방숙희가 서둘러 나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사모님, 그분이... 사모님을 아신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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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0화

윤하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불쑥 찾아온 문세호가 달가울 리 없었다.솔직히 말해, 윤하경이 바라는 건 딱 하나였다.지금처럼 서로 남처럼 지내며, 괜히 엮이지 않고 각자 편히 살아가는 것 뿐이었다.괜히 서로 삶에 끼어들지 않는 관계를 원했다.그런데 문세호는 굳이 막성에서 여기까지 쫓아왔다.윤하경이 입술을 가볍게 깨문 순간, 뒤쪽에서 가사도우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사모님, 그럼 경찰을 부를까요?”윤하경은 잠깐 멈칫하더니, 창가에서 몸을 돌려 나가며 말했다.“그냥 내버려 두세요.”문세호가 거기 있겠다는데 억지로 쫓아낼 생각까지는 없었다.다만 윤하경은 문세호가 이렇게까지 인내심 있게 오래 버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바람이 불든 비가 오든, 문세호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나타났다.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직접 다가와 말을 걸지는 않았다.겉으로만 보면 방해하지 않으려는 태도였다.하지만 누군가가 늘 뒤에서 자신과 아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윤하경의 신경을 계속 거슬리게 만들었다.결국, 윤하경이 윤하민을 데리고 식당 하나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을 때, 바로 그 뒤편 테이블에 문세호가 앉아 있는 걸 보자 윤하경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무엇보다 문제는 윤하민도 이미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엄마, 저 할아버지는 계속 우리 따라오는 것 같아요. 나쁜 사람 아니에요?”전과 같은 일이 몇 번 있다 보니, 윤하민도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생겼다.어린 나이지만, 주변을 살피는 눈이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윤하경은 그 말에 다시 미간을 좁히고, 손을 들어 윤하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아. 하민아. 엄마가 알아서 처리할게. 밥은 다 먹었지?”윤하경이 빈 접시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윤하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 먹었어요.”“그럼 아주머니랑 먼저 차에 가서 엄마를 기다릴래?”윤하경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부드럽고 다정했다.“네.”윤하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방숙희와 함께 식당을 나갔다.윤하경은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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