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에서 내려온 유호천은 바로 이런 장면을 보았다.그러나 유호천은 그저 장미자를 무심하게 한 번 쳐다볼 뿐, 곧바로 자리를 뜨려 했다.장미자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유호천을 불러 세웠다.“어디 가는 거야?”유호천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장미자를 한 번 바라봤다.입은 열지 않았지만,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장미자는 그 눈빛에 잠시 얼어붙었고, 가슴 한편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죽고 싶어요.”유호천은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하지만 지연이가 당한 상처랑, 뱃속에 있는 아이를 생각하면... 저는 죽을 용기도 없어요. 저를 이 지경까지 몰아넣으니 만족해요?”유호천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지만, 장미자가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고통은 아까 유한수에게 호통을 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깊게 파고들었다.장미자는 갑자기 앞으로 달려가 유호천을 껴안았다.“호천아, 엄마 놀라게 하지 마. 엄마가 이제는 간섭 안 할게, 응?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허허...”차가운 웃음소리가 장미자의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장미자가 멈칫하며 고개를 들어 올리자, 멍하니 굳어 버린 유호천의 눈동자가 보였다.“소용없어요. 이제는 아무 소용 없어요.”유호천은 고개를 저으며 돌아서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걸어 나갔다.장미자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서, 유호천이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리고 마침내 그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왜... 왜 이렇게 된 거야. 분명히 나는 다 너희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한 건데...”장미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장미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 모든 일을 다 유호천을 위해, 유씨 가문을 위해서 했는데, 왜 하나같이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소지연... 그래, 소지연!”울음을 한 차례 쏟아낸 뒤, 장미자는 갑자기 소지연의 이름을 되뇌더니 이를 악문 채 중얼거렸다.“다 걔 탓이야. 전부 그 여자 때문이야. 이 모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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