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661 - Chapter 670

1466 Chapters

제661화

강현우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윤하경을 본 순간, 눈빛이 스치듯 흔들렸다.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놀랄 만큼 아름다웠다.상황을 눈치챈 점원이 조용히 물러나며 커튼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강현우의 시선은 유독 강한 소유욕을 품고 있었고 윤하경은 그 눈빛을 피하듯 자연스레 고개를 돌렸다.“예뻐요?”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던 윤하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물론 결혼식 당일, 이 드레스를 입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녀 자신도 마음에 들었다.그 순간, 강현우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윤하경을 벽에 밀치고 입을 맞췄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들이닥친 입맞춤은 여전히 그의 방식대로, 거침없고 일방적이었다. 피하려 해도 소용없었고 윤하경은 잠시 고민한 끝에 오히려 조용히 순응했다.둘 사이에 길고도 깊은 키스가 이어졌고 강현우가 천천히 그녀를 놓아줬을 때 그의 눈가에는 알 수 없는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그 시선에는 그녀가 오늘따라 말을 잘 들은 것에 대한 만족감이 묻어났다.강현우는 윤하경의 살짝 부어오른 입술을 내려다보며 그 위에 맺힌 투명한 흔적을 본 순간,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그러고는 낮게 웃으며 물었다.“오늘따라 왜 이렇게 순하냐?”윤하경은 속으론 불안했지만 겉으론 웃음을 띠며 강현우의 목을 감싸안았다.“현우 씨가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제가 눈치 없게 굴 순 없잖아요?”“그 말이 진심이면 좋겠네.”강현우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진심이에요. 백 퍼센트!”윤하경은 웃으며 대답했다.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오래 바라보더니 낮게 웃었다.“그러길 바란다.”그 말은 마치 경고처럼 들렸고 윤하경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철렁 내려앉았다.‘혹시 뭔가 눈치챈 걸까?’그녀는 조용히 강현우의 눈을 들여다봤다. 그 안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고 싶었지만 헛된 시도였다.강현우 같은 사람은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기에 윤하경은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웨딩드레스 피팅을 마친 후, 두 사람은 근처에서 식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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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하지만 윤하경은 애써 표정을 감췄다.“그럴 리가요.”말은 진심처럼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이 스쳤고 강현우가 알아차릴까 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핸드폰을 산 후 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강현우는 곧바로 서재로 들어가고 윤하경은 침실로 향했다. 아마 임신 때문인지 요즘 들어 몸이 자꾸 무겁고 나른했다.간단히 샤워를 마친 윤하경은 그대로 침대에 누웠고 잠들기 전 소지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어떻게 됐어? 계약은?][매수자 나왔어. 이틀 안에 계약 가능할 듯.][근데 조건이 하나 있어. 네가 계약서에 사인해야 한대.][? 그냥 너한테 위임하면 안 돼?]소지연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대답했다.[알겠어. 다시 한번 얘기해 볼게.]지난번 실수를 떠올리며 윤하경은 대화를 끝내자마자 메시지를 전부 삭제했다.강현우가 방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 창가로 들어오는 노을빛이 방 안에 스며들고 그 빛 아래 잠든 윤하경의 모습은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하지만 강현우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고 그 시선은 여전히 알 수 없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윤하경은 저녁이 되어서야 잠에서 깼고 배가 고프지 않았다면 아마 아침까지도 그대로 자고 있었을 것이다.1층으로 내려오자, 이미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고 집사가 웃으며 다가왔다.“하경 씨, 식사 준비 다 됐어요. 대표님께서 깨어나시면 함께 먹겠다고 하셔서요. 지금 부르러 갈게요.”“네.”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집사가 자리를 비우자, 그녀는 문득 입술을 꾹 다물더니 묘한 죄책감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렸다.‘이틀 남았어.’강현우가 아래로 내려왔을 땐, 윤하경이 먼저 밥을 담아 그에게 내밀고 있었다. 그러자 강현우가 눈을 살짝 치켜뜨고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이유 없이 잘해주는 사람은... 수상한 법이지.”“...”역시나 강현우는 늘 정곡을 찌른다. 윤하경은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삐죽 내밀고 그의 손에서 밥그릇을 빼앗았다.“그럼 먹지 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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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강현우은 긴 손가락으로 능숙하게 윤하경의 속옷 훅을 풀었다.“네 몸 중에 내가 안 본 데가 어디 있다고 그래?”윤하경은 말이 막혀 입을 다물었다.강현우는 피식 웃더니 손끝에 힘을 실어 마지막 남은 얇은 천 조각마저 가볍게 떼어내 버렸고 이내 손을 뻗어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따뜻한 수증기가 순식간에 퍼지며 윤하경의 몸을 감쌌다고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서 있었다.“무슨 생각해?”강현우의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순간 멍하니 서 있던 윤하경은 가볍게 헛기침하며 얼굴에 스며든 부끄러움을 억눌렀다.‘어차피 이틀 남았다.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보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핑계를 댔다.“그냥... 요즘 한빛 그룹 쪽 상황이 어떤지 궁금해서요.”꽤 그럴듯한 대답이었다. 그날 강현우와 함께 윤수철을 마지막으로 본 뒤로는 아무런 소식도 들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 후로 줄곧 갇혀 있었기에 외부 소식을 알 방법조차 없었다.강현우는 짧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또 가엾게 느껴지냐?”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따뜻한 수증기 속, 하얀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았지만 눈빛만은 단단했다.“아니요, 후회 안 해요.”그녀는 원래 비굴하게 살기보단 떳떳하게 무너지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다.처음에는 어머니의 회사를 지키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저, 윤수철과 함께 무너지고 싶을 뿐이었다. 그가 자신을 망치려 든 이상, 같이 끝장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었다.강현우는 그녀 눈동자에 담긴 묘한 적의를 읽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넘겨주며 말했다.“물었을 땐 제대로 아프긴 하더라.”잠시 말을 멈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네 아버지, ICU에 며칠째 누워 있다. 가볼래?”“...”윤하경은 예상 못 한 말에 순간 멍해졌다. 그렇게 쉽게 무너질 사람이었나, 싶었지만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임수연이 외도하고 윤하연과 함께 교도소에 들어간 사건만으로도 윤수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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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뭔데요?”윤하경은 반사적으로 강현우를 올려다보며 묻더니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이 사람, 역시나 단 한 푼도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네.’윤하경은 잠시 망설였다. 강현우가 이렇게 조건을 내걸 때면 대개 뒤끝이 있는 법이었다. 왠지 이번에도 그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이제 남은 시간은 단 이틀이다. 지금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입술을 꽉 다물고 잠깐 이를 악문 윤하경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말해봐요.”그녀의 조심스러운 태도에 강현우는 얇은 입꼬리를 천천히 말아 올렸다.“뭐 그렇게 긴장해. 내가 사람 잡아먹을 것처럼.”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도, 어느새 슬쩍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올렸다. 그러고는 힘을 살짝 주자, 윤하경의 작고 가벼운 몸이 자연스럽게 그의 무릎 위에 앉게 되었다.자세가 너무나도 묘해서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피하며 살짝 앞으로 숙였지만 강현우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고정해 버려 도망칠 틈조차 없었다.그의 시선이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그녀를 훑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그 눈동자 속에 서서히 차오르는 욕망이 뚜렷하게 드러났다.그리고 이내, 저음의 짙은 목소리가 윤하경의 귓가를 간지럽히듯 파고들었다.“자꾸 그렇게 움직이면... 나도 어쩔 수 없을지도 몰라.”입꼬리를 올린 그의 미소는 부드럽지만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윤하경은 살짝 입술을 다물고 그 불편한 감각을 억누르며 화제를 돌렸다.“조건부터 말해요. 뭔데요?”강현우는 고개를 살짝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조명에 드러난 그의 얼굴은 마치 조각처럼 뚜렷했고 한층 더 매혹적으로 느껴졌다.“나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랑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떤 조건을 주고받은 거야?”그 말에 윤하경은 순간 숨이 턱 막혔고 몸이 딱 굳으며 본능적으로 시선을 내렸다가 조심스레 그를 올려다봤다.‘혹시 뭔가 알아챈 건가?’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등줄기로 차가운 땀이 흘렀다.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녀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강현우의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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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강현우의 그 말에 윤하경은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긴장이 풀리더니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로,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다.“그럼요. 감히 그럴 리가요.”‘애초에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었어.’그녀는 몸을 살짝 돌려 강현우의 무릎에서 슬그머니 내려왔다.다음 날 아침, 약속대로 강현우는 직접 차를 몰아 윤하경을 본가로 데려다주었다.조용히 차 안에서 창밖을 보던 윤하경은 조심스레 그를 바라봤다.“여긴 제가 혼자 다녀올게요. 금방 내려올 거예요.”강현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윤하경은 그의 반응에 더는 말하지 않고 차 문을 열고 내렸다.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거실 청소를 하고 있던 유 집사가 그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눈으로 달려왔다.“하경 씨! 그동안 어디 가 계셨던 거예요? 회장님 말씀으론 곧 결혼하신다던데... 정말이에요?”만나자마자 쏟아지듯 퍼붓는 말에 윤하경은 대답하지 않고 되레 차분하게 물었다.“지금 집에는... 집사님 말고는 아무도 없어요?”유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회장님은 병원에 계시고요. 저는 가끔 들러서 집 좀 살피는 정도예요. 혹시 회장님 병문안 가실래요? 지금 상태가 좀...”“저는... 안 갈 거예요.”윤하경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유 집사는 그 이유를 굳이 물을 필요도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참... 인생이 왜 이리 험하대요.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그녀의 얼굴에는 묘한 씁쓸함이 어렸다. 오랜 세월 윤씨 가문에서 함께 지내온 만큼, 이 집에 대한 애정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몰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그녀에게도 씁쓸한 일이었다.“하경 씨, 이 집... 예전에는 참 좋았는데요. 이렇게 산산조각 날 줄은 정말 몰랐어요.”윤하경은 쓴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이미 오래전에 끝났어요. 그 여자가 발을 들여놓았을 때부터, 여긴 더 이상 제 집이 아니었죠.”그녀는 더는 이 얘기를 길게 하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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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위선자는 왜 꼭 진심인 척을 할까? 윤하경은 속으로 이를 악물며 조심스레 금고를 열었다. 예상대로, 며칠 전 윤수철이 꺼냈던 그 나무 상자가 그 안에 들어 있었다.잠시 멈칫하던 그녀는 손을 뻗어 상자를 꺼냈고 곁에 있던 유 집사는 순간 놀란 얼굴로 말했다.“이 상자... 사모님 거예요.”윤하경은 고개를 돌려 유 집사를 바라보았다.“알고 계셨군요?”“당연하죠. 사모님 돌아가신 뒤로 이 상자는 보이지도 않았어요. 유품 정리할 때도 없었고요.”윤하경은 상자를 책상 위에 올려 조심스레 열었다. 맨 위에는 며칠 전 윤수철이 자신에게 보여줬던 그 계약서들이 놓여 있었고 겉보기에는 별다를 것 없는 서류들이었다.그녀는 그것들을 꺼내어 옆으로 놓고 상자 바닥을 살폈다.그 아래에는 사진 몇 장이 들어 있었고 전부 다, 엄마와 어떤 남자의 투 샷이었다.사진 속 엄마는 눈부시게 웃고 있었다. 아마도 그 시절, 지금의 윤하경 또래였을 것이다. 햇살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이 인상 깊었지만 옆의 남자는 얼굴이 모두 긁혀 있어 알아볼 수 없었다.고의로 훼손된 흔적이었고 키나 옷차림으로 미루어 봐선 남자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누군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혹시 윤수철일까?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던 윤하경은 생각에 잠겼다. 그 순간, 유 집사가 사진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어휴, 사모님도 참 불쌍하죠... 사모님만 살아 계셨어도 하경 씨가 이렇게 고생하진 않았을 텐데...”늘 듣던 말이었고 윤하경은 감정에 휘둘릴 여유가 없었다. 유 집사를 잠깐 바라보다가, 결심한 듯 서류를 건넸다.“이거, 잘 챙겨주세요. 은행 금고에 넣어뒀으면 해요.”유 집사는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윤하경은 다시 한번 당부하듯 말했다.“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금고 명의도 제 이름으로 안 할 거예요. 조금 있다가 명의자 이름을 따로 보내드릴게요.”유 집사는 더 의아한 눈치를 보였지만 오랜 신뢰 탓에 아무런 질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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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등 뒤에서 불쑥 들려온 강현우의 목소리에 윤하경은 깜짝 놀라 고개를 홱 돌렸고 순간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옥 장신구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일은 다 끝났어요?”강현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조용하던 방 안에 핸드폰 진동 소리가 울렸다.워낙 가까이 있어서 진동만으로도 윤하경은 그 소리가 누구에게서 온 건지 직감적으로 눈길을 돌렸다.‘신인아?’윤하경은 순간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지만 바로 시선을 떨구며 감정을 숨겼다.그녀는 지난번 쇼핑몰에서 자신이 납치됐던 일이 십중팔구 신인아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기묘한 타이밍이었고 장소도 그녀가 고른 곳이었다. 그 모든 게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에 윤하경은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신인아가 강현우에게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특별한 존재였고 강현우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걸 느낄 수 있었다.그래서 윤하경은 단 한 번도 강현우 앞에서 신인아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고 강현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건 일종의 암묵적인 합의였다.강현우가 그토록 똑똑한 사람인데 신인아를 의심하지 않았을 리 없었지만 그가 묻지 않는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입장을 정했다는 의미였다.그렇다면 윤하경 역시 더 말할 필요는 없었다.강현우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가까이 있어서 윤하경도 희미하게 전화기 너머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신인아의 숨소리는 거칠었고 울먹이면서도 어딘가 고통스러워 보였고 뭔가 심상치 않았다.전화기 너머에서 뭐라고 말했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다음 순간 강현우의 얼굴이 굳어졌다.“금방 갈게. 무서워하지 마.”그는 서둘러 전화를 끊고 윤하경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미소를 띠며 말했다.“괜찮아요. 다녀오세요.”강현우는 잠시 주춤하다가 입을 열었다.“그쪽에 좀 일이 생겨서...”“알아요. 얼른 가세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그땐 늦어요.”윤하경의 이해심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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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신인아는 흐릿하게 눈을 떠 강현우를 바라보더니 힘이 쭉 빠진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현우 오빠... 저 사람들 잘못 아니에요. 제가 전화를 못 하게 했어요...”강현우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목에 감긴 붕대를 내려다봤다. 응급처치는 된 듯했지만 하얀 거즈 사이로 붉은 피가 여전히 스며 나오고 있었다.그는 이를 꽉 물며 조용히 몸을 돌리더니 그대로 신인아를 안고 차에 타자마자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병원으로.”민진혁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시동을 걸었다. 강현우는 신인아를 품에 안은 채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봤더니 이미 그녀는 기절한 상태였다.과다 출혈 탓인지, 아니면 정신적인 붕괴 때문인지 분간이 어려웠다.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신인아는 바로 처치실로 옮겨졌고 강현우는 복도에 서서 허리에 손을 얹은 채 한참 동안 그 불이 꺼지지 않는 문을 바라봤다.잠시 후, 민진혁이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상황 정리됐습니다. 하인들이랑 경호원 말로는... 신인아 양이 스스로 손목을 그었다고 합니다. 그때 마침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발견했을 땐 바닥에 피가 한가득이었답니다.”강현우의 눈빛이 더 짙게 가라앉았다.“요즘 상태가 많이 안 좋았어?”민진혁이 망설이다가 말했다.“며칠 동안 대표님이 안 오셔서... 계속 ‘현우 오빠가 나한테 화났어’라고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그러다 오늘, 이렇게...”강현우는 아무 말 없이 턱을 꾹 다물었고 그때 응급실 문이 열리며 의사가 나왔다.“대표님, 신인아 양은 고비는 넘겼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큰 수술을 받은 데다, 이번 출혈까지 겹쳐서 몸에 무리가 심합니다. 당분간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고 의사 너머로 밀려 나오는 신인아를 바라봤다.병실로 옮긴 뒤에도 그녀는 깨어나지 않았고 의사 말대로, 너무 많은 피를 흘려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강현우는 병실 한가운데 서서 그녀를 한참 내려다보다가 말없이 입을 열었다.“신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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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현우 오빠, 혹시... 지난번 하경 언니 일로 화났어요? 왜 이렇게 오래 안 왔어요?”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신인아는 강현우가 자신을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걸 똑똑히 느끼고 있었다.강현우는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사람을 보내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제야 신인아는 자신이 지난번에 너무 어리석었다는 걸 깨달았다.윤하경을 어떻게 해보지도 못했는데 오히려 자신만 손해를 봤고 이대로 가다간 정말 강현우에게 의심받을 수도 있었다.그런 일이 벌어지게 둘 순 없었기에 신인아는 결국 오늘 이 일을 꾸며낼 수밖에 없었다.손목을 긋는 순간은 정말 아팠지만 지금 이렇게 강현우가 곁에 있는 걸 보면 그 모든 고통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껴졌다.강현우는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그래서 네 몸을 해치는 거야? 신인아,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어조는 차가웠지만 눈에 담긴 걱정만큼은 거짓이 아니었다.신인아는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죄송해요, 오빠. 그냥... 용서를 받고 싶었어요. 그날, 제가 아니었으면 하경 언니가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그만해.” 강현우가 이를 악물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말투는 조금 누그러졌다.“이미 지난 일이야. 다시는 그런 멍청한 짓 하지 마.”신인아는 눈가가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고 힘겹게 몸을 움직여 그의 허리를 조심스레 안았다.“알겠어요, 오빠. 다시는 안 그럴게요.”신인아는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올려다보았고 천장 형광등 불빛 아래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창백하고 힘없이 보였다.“그럼... 오늘 밤은 여기 있어 주면 안 돼요? 저 혼자 있으면 무서워서요...”강현우가 시계를 힐끗 보더니 바로 대답하지 않자 신인아는 그의 허리를 놓으며 쓸쓸하게 웃었다.“아, 맞다. 오빠는 곧 결혼하셔야 하잖아요. 괜찮아요. 얼른 가보세요. 하경 언니가 그동안 집에 갇혀 지내셨다던데... 아마 무척 불안하실 거예요.”“잠깐.”강현우가 말을 끊더니 신인아를 매섭게 째려봤다.“네가 어떻게 알았지? 하경이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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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민진혁은 문밖에 서 있다가 강현우가 발걸음을 옮기자 곧바로 따라붙었고 강현우는 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신인아가 요즘 누구랑 접촉하는지 확실하게 조사해.”운전대를 잡고 있던 민진혁의 손에 잠깐 힘이 들어갔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대표님.”강현우가 다시 별장으로 돌아온 건 한밤중을 한참 넘긴 시간이었고 윤하경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강현우가 없으니 윤하경은 오히려 더 평온하고 달콤한 잠을 자고 있었고 방 안 온도도 딱 적당했다.윤하경의 자는 자세는 꽤 자유분방했다. 작은 몸이 침대 위에서 대자로 뻗어 있었고 이불도 덮지 않은 채 속옷을 드러내고 있었다. 강현우는 흥미로운 듯 눈썹을 살짝 올리고는 다가가 장난스럽게 윤하경의 코를 집었다.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에 윤하경은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가 눈을 떴다.그러자 눈앞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머리맡 위로 드리워져 있었고 갑작스레 놀란 그녀가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강현우가 스탠드 조명을 켰다.은은한 불빛이 방 안을 비추며 그녀는 겨우 상황을 파악했고 강현우임을 알아보고는 마음을 놓으며 그를 째려봤다.“지금... 저 놀라서 숨 멎는 줄 알았어요!”막 잠에서 깬 윤하경의 목소리는 어딘가 투정 섞인 불만이 묻어났고 아직 정신이 덜 든 상태라 말투도 퉁명스러웠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평소보다 더 생기 있었다.강현우는 가볍게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없을 땐 이렇게 잘 자는구나. 그럼 아예 안 들어왔어야 했나?”“말 되는 소리 좀 하세요.”드디어 정신이 돌아온 윤하경은 자신의 상태를 보고 움찔했고 이불을 끌어 올려 몸을 가리고는 강현우를 바라봤다.“근데 왜 이제 왔어요? 인아는요? 괜찮아요?”그냥 툭 던진 말이었지만 강현우는 흘긋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그럭저럭.”말을 마친 그는 욕실로 들어갔다. 윤하경이 시계를 보니 새벽 세 시 반이었고 이 시간에 강현우가 돌아온 걸 보니 신인아의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는 걸 의미했다.혼자 있을 때처럼 빠르게 샤워를 마친 강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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