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671 - Chapter 680

769 Chapters

제671화

“저번 일... 신인아가 한 짓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강현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막 눈을 감으려던 윤하경은 눈을 번쩍 떴다. 그가 정말 물어본 건지, 아니면 자신을 떠보려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잠시 고민하던 윤하경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인아는 그냥 어린애잖아요. 몸도 제대로 못 움직이는데 뭘 의심해요.”신인아는 강현우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였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된 마당에 쓸데없이 말다툼이나 감정싸움을 하고 싶진 않았다.윤하경은 강현우의 팔 아래로 몸을 돌려, 그와 마주 보고는 그의 목덜미에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그 행동에 강현우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 그는 목젖을 천천히 움직이고 고개를 숙여 윤하경을 바라봤다.윤하경은 그런 강현우를 보며 태연하게 말했다.“자요. 진짜 피곤해요.”아마도 그녀는 정말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말을 마치자마자 눈을 감았고 이내 잔잔하고 고른 숨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강현우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한참 만에 낮게 웃으며 말했다.“넌 그 작은 생명한테 고마워해야 해.”하지만 윤하경은 정말로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마침내, 결혼식 당일이 되었다.이른 아침, 윤하경은 강현우에게 강제로 침대에서 끌려 나왔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흐느적거리며 투덜댔다.“조금만 더 자면 안 돼요...?”요즘 그녀는 이상하게 피곤했다.혹시 임신 때문일까? 몸을 침대에 붙이면 떨어지질 않았다.강현우는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아직 감기지 않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드물게도 한껏 부드러워진 시선을 보냈다.“결혼식 끝나면 실컷 자.”‘결혼식’이라는 단어에 윤하경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결혼식?”“설마, 잊은 건 아니지?”윤하경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설마요.”졸음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고 윤하경은 일어나며 말했다.“그럼 샤워하러 갈게요.”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방 안 분위기는 확 바뀌어 있었다.침구에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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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소지연은 윤하경의 표정을 보더니 살짝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왜 그래? 내가 들러리 서는 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윤하경은 생각을 걷어내며 조용히 웃어 보였다.“그럴 리가 있겠어.”다만 웃음에는 다소 진심이 실리지 않았고 윤하경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소지연에게 웃으며 말한 뒤, 윤하경은 곧장 화장실로 향했고 문을 닫고 안에 들어선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에 쥐고 있던 쪽지를 펼쳤다.적혀 있던 글귀를 읽는 순간, 윤하경은 이를 악물었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 쪽지를 변기 안에 넣고 물을 내려버렸다.강현우가 자신을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기에 윤하경은 친정집에는 들르지도 못한 채 바로 이 별장에서 결혼식장으로 향하게 되었다.강현우가 방으로 들어섰을 때, 윤하경은 화장대 앞에 앉아 멍하니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가 문을 열자,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눈치껏 조용히 자리를 비웠다.강현우는 이미 정장을 갖춰 입고 있었다. 어두운 톤의 맞춤 슈트에 단정히 정리된 머리까지, 평소에도 잘생겼던 얼굴이 오늘따라 더 다르게 느껴졌다.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눈매 때문일까.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윤하경의 어깨를 가볍게 잡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의 머리 위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곧 결혼식이야. 기분은 어때?”윤하경은 치맛자락을 꼭 쥔 손에 힘을 줬다가 살짝 풀며 거울 속 강현우에게 미소 지었다.“당연히... 좋죠.”하지만 그 미소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거울 너머 윤하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녀를 의자에서 끌어 올려 벽으로 몰아붙이더니 단숨에 그녀의 붉은 입술을 덮쳤다.입맞춤은 전혀 예고 없이, 거칠고도 뜨겁게 쏟아졌다. 윤하경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의 슈트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머릿속이 텅 비어 산소가 모자라기 직전이었을 때, 강현우는 입술을 떼었다.입술 사이에는 은은한 실타래처럼 투명한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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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말을 마친 신인아는 싸늘한 눈빛으로 호영을 바라봤다.“오늘이 지나고도 윤하경이 살아 있는 꼴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아. 내 말... 알아들었지?”호영은 손끝이 떨리듯 움켜쥐어진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신인아가 원하는 건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윤하경의 목숨을 요구하고 있었다.그녀의 계획은 치밀했다. 결혼식 하객들로 북적이는 틈새를 파고들면 아무리 강씨 가문의 경호가 철저해도 허점은 생기게 마련이다.그 틈이 바로 가장 좋은 기회였지만 호영은 알고 있었다. 윤하경을 손에 넣는 순간, 자신의 운명도 함께 끝날 거라는 걸.강현우의 성격을 생각하면 오늘 호영이 살아서 빠져나가긴 힘들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호영은 고개를 들고 신인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네, 알겠습니다.”그리고 짧게 덧붙였다.“인아 씨... 제가 앞으로 곁에 없어도 부디 몸조심하고 아프지 마세요.”그 말을 끝으로 그는 벌떡 일어나 창문 쪽으로 몸을 날렸고 검은 그림자처럼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신인아는 그의 등 뒤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쓰레기 주제에... 내가 걱정할 이유도 없지.”...한편, 윤하경은 결혼식장에 도착하자마자 잠깐 발걸음을 멈췄다. 하객은 생각보다 적었고 대부분은 서로 얼굴을 아는 재계 인사들이었다.강씨 가문에서는 단 한 사람, 한선아만이 참석한 상태였다.한선아는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윤하경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들어오는 걸 보자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오더니 손목에서 팔찌를 풀어내 윤하경의 손에 쥐여주었다.“하경아, 이제 너랑 현우가 결혼했으니 나도 네 시어머니가 됐지. 이건 내 선물이야. 잘 받아.”윤하경은 시선을 내려 팔찌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강현우는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다가 슬쩍 한선아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을 감지한 한선아는 눈을 흘기듯 보더니 불만스러운 말투로 중얼거렸다.“뭘 그렇게 봐. 내가 네 마누라라도 잡아먹을까 봐?”강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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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옷 좀 갈아입을게요.”“이미 준비돼 있습니다.”남자가 또 하나의 봉투를 건넸고 윤하경은 그것을 열어보고 살짝 놀랐다.안에는 호텔 웨이터 복장이 들어 있었다.‘꽤 치밀한 준비를 했네...’옷을 건네준 남자는 곧장 방을 나갔고 윤하경은 그제야 옷을 갈아입었다. 거울 앞에 선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강현우의 지나치게 정제된 얼굴이 떠올랐다.“미안해.”처음부터 떠날 걸 알았으면서도, 막상 이 순간이 되니 윤하경은 괜히 울컥했다.윤하경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다가, 아직 아무런 변화도 없는 평평한 아랫배를 어루만지더니 이내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윤하경은 강현우와 결혼하는 건 많은 여자들의 꿈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집안 좋고 능력 있는 여자들조차 줄을 서서 그를 원해 왔지만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강현우의 무서운 면을 잘 알고 있었다.화장실 창문 바깥,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고 지금 이 주변에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한선아가 이미 모든 것을 계획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윤하경은 그녀답지 않게 치마를 걷고 창문을 넘어 나갔고 남자의 안내를 따라 굽이굽이 돌고 돌아 결국 ‘포레스트’ 예식장을 빠져나왔다.그러자 검은 차 한 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차량을 잠시 바라보던 윤하경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이제부터는 저 혼자 할게요. 더는 안 도와주셔도 됩니다.”그렇게 말하고 등을 돌리려 했지만 손목이 거칠게 붙잡혔다.“윤하경 씨, 그건 당신 마음대로 안 될 겁니다.”“무슨 뜻이죠?”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강제로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결혼식장.강현우는 단상에 서서 정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순간, 예식장 대문이 서서히 열렸고 그는 붉은 카펫 너머에 선 신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례적으로 눈빛을 부드럽게 했다.사회자의 멘트에 맞춰, 신부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면사포에 얼굴이 가려진 채 그녀는 조심스럽게 다가왔고 이제 강현우와의 거리는 불과 몇 걸음이었다.“신랑은 신부의 손을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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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네가 박씨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알기나 해? 내가 이렇게까지 한 건 다 너를 위한 거야!“한선아는 급히 사람들을 불러 박소희를 데리고 나가려 했다.무대 아래, 소지연은 그 광경을 보고 충격에 빠져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그러다 문득, 윤하경의 이상했던 낌새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소지연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고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윤하경에게 메시지를 미친 듯이 보내기 시작했다.한편 무대 위에선 소란이 계속되고 있었다.강현우는 박소희의 손을 놓을 생각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점점 더 힘을 줘 조이고 있었다.숨이 막혀가던 박소희는 본능적으로 저항하며 버텼지만 강현우의 힘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피부가 점점 붉어지고 얼굴은 산소 부족으로 달아올랐다. 박소희는 그의 손목을 붙잡고 어떻게든 떼어내려 했지만 그 역시 허사였다.강현우는 침착하게 시계를 들여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4분 30초 남았군요. 과연, 박소희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그 말투는 평소처럼 차분했고 얼굴에는 오히려 웃음기가 떠올랐다.한선아는 박소희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을 보며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정신을 놓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지금 쓰러질 수는 없었다.박소희가 이 자리에서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박씨 가문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한선아는 이성을 잃기 직전에 겨우 입을 열었다.“알겠어! 하경이 어디 있는지 말해줄게. 그러니까 소희부터 놔!”모든 게 완벽히 짜인 시나리오였다. 윤하경이 사라지면 박소희가 그 자리를 대신해 식을 치르면 된다. 수많은 하객 앞에서 결혼식이 치러지고 나면 강현우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거라고 믿었지만 이 모든 게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한선아는 분노로 몸이 떨렸다. 주변을 둘러보자 아직도 몇 명의 하객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다들 나가 주세요.”배지훈과 유호천도 이 상황에서 더 이상 끼어들 수 없음을 알고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결국 무대 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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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강현우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만이 가득했다. 분노와 긴장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그는 표정을 감춘 채 다시 차분하게 물었다.“그래서... 지금 윤하경은 어디에 있어요?”한선아는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내가 이만큼 얘기했으면 됐지, 설마 아직도 그 애를 찾겠다는 거야?”“어머니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강현우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윤하경, 지금 어디 있어요?”한선아는 잠시 침묵했다가 냉소를 띠며 말했다.“몰라. 난 그 애를 식장에서 내보내기까지만 관여했을 뿐, 그 이후는 몰라.”강현우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한선아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한 한선아는 오히려 느긋하게 의자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진심이야. 내가 굳이 너한테 거짓말할 이유가 어디 있겠니. 못 믿겠으면 아까 소희한테 했던 것처럼 나도 목 조르든가. 어쨌든 네 엄마잖아.”그 말은 도도하고 우아했던 그녀의 평소 말투와는 완전히 달랐고 그만큼 상황이 무너졌다는 뜻이기도 했다.강현우는 아무 말 없이 한선아를 잠시 바라보다가 자리를 떴고 가는 길에 예쁘게 장식돼 있던 꽃장식을 걷어차 쓰러뜨렸다.한때 완벽하게 준비됐던 결혼식장은 이제 폐허처럼 어질러져 있었고 한선아는 아들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울컥한 감정을 삭이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진짜 정신이 나갔어... 도대체 그 윤하경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이 집사가 조심스럽게 맞장구쳤다.“그러게요, 사모님...”그러다 문득 박소희의 상태가 떠오른 듯, 이 집사가 물었다.“박소희 양은 괜찮을까요?”그제야 정신이 든 한선아는 고개를 돌려 쓰러져 있는 박소희를 바라봤고 깜짝 놀란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빨리 구급차 불러! 지금 당장!”한편, 결혼식장을 빠져나온 강현우는 붉은 얼굴로 분노를 억누르며 걸어 나왔다.그 앞에는 벤틀리에 기댄 배지훈이 기다리고 있었다.“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강현우는 대답 없이 그를 바라다가 문을 열고 뒷좌석에 올라탔고 운전석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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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이제야 조용하네.”...윤하경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강 대표님 나중에 알면 화내지 않으실까요?”그러자 한 여자가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화내긴 왜 화를 내. 윤하경이 결혼하기 싫다고 한 거, 걔도 이미 다 알고 있었어. 애를 없애려는 것도 현우가 그냥 모른 척하기로 했는데 뭘 화낼 게 있어? 그나저나 너, 얼른 사람 좀 치워. 보기만 해도 재수 없어.”그 말이 끝나자,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윤하경의 몸을 수술대에서 거칠게 끌어올렸다. 정신이 흐릿한 탓에 힘도 없고 저항도 할 수 없었고 이내 그녀는 한 차 안에 실려 내던져졌다.그리고 계속해서 귓가를 울리는 건 조금 전 한선아가 말한 그 한마디였다.‘강현우가 안다고? 아이를 없애려는 사실을? 그걸 허락했다고?’윤하경은 떨리는 손으로 아직 평평한 자신의 아랫배를 살짝 눌러봤다. 마취가 덜 풀린 탓에 감각은 없었지만 묘한 통증이 가슴을 찔렀고 눈물이 이유도 없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얼마간 침묵한 뒤, 윤하경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그래, 강현우. 난 도망치고 넌 내 아이를 빼앗아 갔어. 이걸로 우린 정말 끝났어. 서로 빚진 거 없지.”그 말을 끝내자, 마비됐던 몸에 조금씩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복부에서 시작된 통증이 점점 또렷해졌다. 그녀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조용히 창밖을 바라봤다.‘깨끗하게 이 도시를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우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윤하경은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그러자 기사는 룸미러로 그녀를 힐끔 보며 대답했다.“곧 아시게 될 겁니다, 윤하경 씨.”윤하경은 더는 묻지 않고 고개를 떨군 채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그러던 중, 갑작스레 차량이 심하게 흔들렸다.운전기사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그 뒤를 따라오던 차가 거의 자폭하듯 그들의 차를 들이받았고 거듭된 충돌 끝에 차량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됐다.윤하경은 간신히 문을 열고 빠져나오려 했지만 바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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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윤하경은 희미하게 시야가 흐려진 채 남자를 바라봤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떠올릴 여유조차 없었고 살아야 한다는 본능이 그녀를 움직였다. 윤하경은 가까스로 손을 뻗어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도, 도와주세요...”남자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곧바로 차 문을 열려고 애썼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문이 열리자, 그는 조심스럽게 윤하경을 차 밖으로 끌어냈다.“윤하경 씨, 괜찮으세요?”그녀는 입을 떼려 했지만 말은 채 나오지 않았고 남자가 먼저 말을 이었다.“일단 병원부터 가죠. 지금은 그게 먼저예요.”그는 윤하경을 안아 자신의 차에 태웠고 차에 타자마자 곧장 시동을 걸었다.그런데 그 순간, 뒤에서 폭발음이 울렸다. 윤하경은 힘겹게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고 불길에 휩싸인 차가 산산이 부서져 가는 모습을 보며 아찔한 감각이 온몸을 감쌌다.‘이건... 진짜로 날 없애려 했던 거였어.’윤하경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았고 하석호는 조용히 다시 핸들을 잡고 차를 몰았다.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윤하경은 겨우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석호 씨.”하석호가 룸미러로 그녀를 바라봤다. 조금 전보다는 얼굴에 생기가 돌아 있었기에 그는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말씀하세요. 하지만 너무 움직이지 마세요. 출혈이 심해요.”윤하경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혹시,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가능한 거라면요.”“절... 아무도 못 찾게 해주세요.”그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스스로도 이게 무리한 부탁이라는 걸 깨달았다. 고작 몇 번 본 사이인데 이런 부탁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무례했죠...”하지만 하석호는 아무 말 없이 운전대를 잡은 채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이내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외상 전문의 한 명, 지금 당장 내 개인 비행장으로 보내줘. 응, 빨리.”윤하경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이런 식으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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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민진혁은 바로 강현우에게 위치를 전송했지만 뭔가 마음에 걸렸는지, 다시 한번 차량을 끌고 직접 뒤쫓아갔다.강현우가 민진혁이 보낸 주소에 도착했을 땐, 이미 그곳은 경찰들과 구조 인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사고 현장에는 출입을 통제하듯 인파가 빼곡히 서 있었다.차량 쪽으로 접근하기도 전에 경찰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죄송합니다, 이 앞은 통행이 어렵습니다. 우회 부탁드립니다.”하지만 강현우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를 본 경찰은 잠시 멈칫했다. 다른 사람들이야 몰라도, 경찰들은 이 차와 이 얼굴을 모를 수가 없었다.결국 아무도 더 이상 막지 않았고 강현우는 조용히 사고 차량이 놓인 곳으로 걸어갔다. 사방에 조명이 쏟아지는 그곳에는, 이미 새까맣게 불타버린 자동차 잔해만 남아 있었다.그 모습을 본 강현우의 눈빛이 살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때 민진혁이 황급히 다가왔다.“대표님, 여기 현장 정리는 거의 마무리됐습니다.”그는 손에 든 증거 봉투 하나를 꺼내 조심스레 건넸고 그 안에는 반지가 하나 들어 있었다.강현우는 한눈에 알아봤다. 매일 아침 윤하경이 손에 끼고 나가던, 바로 그 반지였다.오늘 아침에도 분명 손에 끼고 있었던 걸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그 말인즉, 이 차에 윤하경이 탔었다는 얘기였다.검게 그을린 자동차 잔해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강현우가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윤하경은?”마침 경찰 한 명이 다가왔고 그도 강현우를 알아보고는 약간 긴장한 듯 말을 걸었다.“대표님께서 여기까지 직접 오시다니...”강현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윤하경, 어디 있습니까?”경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현재 확인된 건, 차 안에서 한 남성의 유해가 발견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전신이 불에 타서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태고... 그리고...”그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이어 말했다.“현장에서 혈흔이 하나 발견됐습니다. 운전자의 것과는 다르며 현장 정황상 윤하경 씨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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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이 집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번에는 정말 일이 커졌어요.”“방금 전에 양세운이 다녀갔는데요, 윤하경을 데리고 나간 사람이 아직 돌아오질 않았대요. 이상해서 직접 찾아가 봤는데... 사고가 났더래요. 그런데 경찰들이 주변에 잔뜩 있어서 가까이도 못 갔대요.”한선아는 그 말을 듣자마자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뭐라고?”얼굴에 붙이고 있던 마스크 팩이 그 충격에 툭 떨어지자 그녀는 아예 그것을 집어 던졌다.“교통사고가 났다고? 많이 다쳤대?”이 집사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양세운 말로는 꽤 심각했대요. 차가 아예 전소됐고 멀리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현장에 시신도 있었대요.”한선아는 잠시 아무 말도 못 하고 섰다가, 다시 소파에 털썩 앉았다.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을 테이블에 내리찍듯 내려놓았고 오래도록 말이 없다가, 결국 낮게 코웃음을 쳤다.“윤하경이 죽었다면 그건 걔 팔자지. 난 원래 걔가 눈치껏 빠졌으면 살려둘 생각이었어.”그녀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그리고 내가 강현우 엄마야. 설마 걔 하나 때문에 현우가 나를 버리겠어?”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문이 벌컥 열렸다.어두운 복도에서 들어선 사람은 바로 강현우였다. 무표정한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한선아는 놀라 얼어붙었다.방금 전까지 했던 말들을 얼마나 들은 건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당황한 기색이 얼굴에 역력히 떠오르던 한선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현우야,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집에 있었던 거야?”강현우는 이를 악물고 조용히 그녀를 노려보다, 입꼬리를 비죽 들어 올렸다.어두운 조명 아래, 그 표정은 마치 지옥에서 기어나온 사람 같았다.한선아도 모르게 긴장해 침을 꿀꺽 삼켰고 뭔가 말을 해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지만 강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건 잘 들었습니다. 분명 제가 어머니한테 뭐라 할 순 없겠죠.”한선아는 그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현우아, 그게 아니라...”강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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