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조용하네.”...윤하경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강 대표님 나중에 알면 화내지 않으실까요?”그러자 한 여자가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화내긴 왜 화를 내. 윤하경이 결혼하기 싫다고 한 거, 걔도 이미 다 알고 있었어. 애를 없애려는 것도 현우가 그냥 모른 척하기로 했는데 뭘 화낼 게 있어? 그나저나 너, 얼른 사람 좀 치워. 보기만 해도 재수 없어.”그 말이 끝나자,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윤하경의 몸을 수술대에서 거칠게 끌어올렸다. 정신이 흐릿한 탓에 힘도 없고 저항도 할 수 없었고 이내 그녀는 한 차 안에 실려 내던져졌다.그리고 계속해서 귓가를 울리는 건 조금 전 한선아가 말한 그 한마디였다.‘강현우가 안다고? 아이를 없애려는 사실을? 그걸 허락했다고?’윤하경은 떨리는 손으로 아직 평평한 자신의 아랫배를 살짝 눌러봤다. 마취가 덜 풀린 탓에 감각은 없었지만 묘한 통증이 가슴을 찔렀고 눈물이 이유도 없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얼마간 침묵한 뒤, 윤하경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그래, 강현우. 난 도망치고 넌 내 아이를 빼앗아 갔어. 이걸로 우린 정말 끝났어. 서로 빚진 거 없지.”그 말을 끝내자, 마비됐던 몸에 조금씩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복부에서 시작된 통증이 점점 또렷해졌다. 그녀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조용히 창밖을 바라봤다.‘깨끗하게 이 도시를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우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윤하경은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그러자 기사는 룸미러로 그녀를 힐끔 보며 대답했다.“곧 아시게 될 겁니다, 윤하경 씨.”윤하경은 더는 묻지 않고 고개를 떨군 채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그러던 중, 갑작스레 차량이 심하게 흔들렸다.운전기사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그 뒤를 따라오던 차가 거의 자폭하듯 그들의 차를 들이받았고 거듭된 충돌 끝에 차량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됐다.윤하경은 간신히 문을 열고 빠져나오려 했지만 바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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