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Bab 871 - Bab 880

979 Bab

제871화

강현우의 키스는 언제나처럼 강렬하고 거침없었지만 오늘은 그 안에 기쁨과 안도감이 담겨 있었다.상황만 보면 참 우스운 장면이었다. 핏빛이 가득한 현장 한가운데에서 두 사람 사이에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온기가 퍼지고 있었다.윤하경은 그 뜨거운 입맞춤에 숨이 막힐 듯하다가 겨우 떨어지자마자 가장 먼저 물었다.“현우 씨, 어떻게 살아 있죠?”강현우는 장난스럽게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왜?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아니에요!”윤하경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강현우 품에 파고들었다. 며칠 동안 강현우가 사라졌다는 소식, 혹시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듣고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잠들 수 없었지만 지금 그의 품에 안긴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편안했다.강현우는 조심스럽게 윤하경의 등을 토닥였고 차가운 듯 보였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하지만 곧 시선이 바닥에 널브러진 강현석을 스치자 눈빛이 다시 차가워졌다.그때 윤하경이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저... 어떡하죠? 저 사람이 죽은 것 같아요. 제가... 제가 강현석 씨를...”윤하경은 말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려다봤더니 손끝마다 선명한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강현우는 그런 윤하경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마침 뭔가 말하려던 순간, 바닥에 쓰러진 강현석이 살짝 움직였고 강현우는 장난스럽게 눈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봐, 아직 안 죽었잖아.”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지원이 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왔다.“대표님! 괜찮으세요?”강현우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바닥에 널브러진 강현석을 턱짓으로 가리켰다.“이 일 정리해. 오늘 하루 종일 윤하경은 병원에 있었던 거로 해.”피를 나눈 형제임에도 강현우의 눈에는 조금의 연민도 담겨 있지 않았고 말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강현우의 뜻을 바로 알아챈 우지원은 얼떨떨한 얼굴로 윤하경을 바라봤다.“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형수님!”우지원은 그동안 줄곧 윤하경을 ‘사모님’이라고 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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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윤하경은 온몸에 강현석의 피가 그대로 묻어 있는 게 너무나 불쾌하게 느껴졌다.아직도 몸 곳곳에서 그가 남긴 흔적과 역한 기운이 남아 있는 것만 같아 어떻게든 씻어내고 싶었다.강현우는 그런 윤하경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씻고 와. 괜찮아, 내가 여기 있으니까 더는 아무 일도 안 생길 거야.”그는 조심스럽게 윤하경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머릿결을 손끝으로 느꼈다.그 온기에 조금 안심이 된 듯, 윤하경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사실 아까는 정신이 너무 없어서 두려움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야 상황이 조금씩 정리되면서 온몸에 한기가 밀려왔다. 생각해 보면 단순히 동물이나 작은 생명체가 아니라 진짜 사람을, 그것도 자신 손으로 다치게 했다는 사실이 마음을 붙잡았다. 아무리 자신이 강하게 살아왔다고 해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너무나 당황스럽고 무서웠다.강현우는 그런 윤하경의 표정을 읽은 듯 조용히 허리를 굽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리고 강현석 아직 안 죽었잖아. 너무 겁먹지 마.”그는 장난스럽게 말을 덧붙이며 조수석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차를 몰았다.임시로 머물고 있던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강현우는 윤하경의 손을 이끌어 곧장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따뜻한 물줄기가 윤하경의 몸에 남은 피와 지저분함을 조금씩 씻어내려 갔다.강현우는 별다른 말 없이 천천히, 조심스럽게 윤하경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냈다. 늘 장난기나 욕망이 섞여 있던 눈빛도 오늘만큼은 오롯이 진지함과 걱정뿐이었다.윤하경의 옷을 다 벗기고 나서야 강현우는 그녀의 하얀 손바닥에 여러 개의 상처가 나 있는 걸 발견했다. 깊고 얕은 상처가 얼룩져 있어서 보는 사람조차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강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손 언제 다친 거야? 어디서 이렇게 다쳤어?”윤하경은 그제야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뒤늦게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별일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냥, 제가 조금 실수해서...”강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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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여보세요.”강현우가 전화를 받자 우지원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대표님, 일이 좀 생겼습니다. 지금 바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강현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윤하경의 손에 붕대를 마무리하면서 간결하게 말했다.“말해.”우지원은 숨을 고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강현석이 강씨 가문 사람들에게 끌려갔어요.”강현우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자 우지원이 한 박자 쉬고 덧붙였다.“아마 누군가가 소문을 흘린 것 같아요. 그리고 그쪽에서 이미 알아챈 것 같습니다. 형수님이 강현석을 다치게 한 걸 말이죠.”여기까지 듣고 강현우는 붕대를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할아버지 쪽 사람들이 데려간 거야?”“네, 맞아요.”강현우는 어금니를 살짝 깨물고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알겠어.”그렇게만 짧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전화가 끊기자 우지원은 한동안 멍하니 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두 번쯤 더 불러봤다.“여보세요? 대표님.”그리고 속으로는 점점 더 걱정이 커졌다.만약 강호석이 윤하경이 강현석을 다치게 한 걸 알게 되면 윤하경은 정말 위험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집안싸움이 치열하다 해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손자며느리에게까지 봐줄 리는 없을 테니까.그런 생각이 들어 우지원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하지만 우지원의 이런 불안과 달리, 강현우는 오히려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여유로워 보였다. 그런데 아까 우지원이 한 말은 윤하경의 귀에도 고스란히 들려왔다.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술을 다물었다가 또박또박 말했다.“이 일, 제가 한 거예요. 제가 한 일은 제가 책임질게요. 그래도 후회는 안 해요.”이제서야 마음을 다잡은 듯, 그녀의 목소리도 전보다 훨씬 또렷해졌다.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봤다.“그래? 어떻게 책임질 건데?”그는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장난스럽게 물었다.윤하경은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들고 또렷이 말했다.“현우 씨 할아버지가 어떻게 하시든,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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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강현우!”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강호석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묻어 있었다.“네가 누굴 상대로 하는지 잊지 마라. 내가 아직 살아 있는 한, 이 집안에서 내 말이 법이다!”이미 나이가 들 만큼 들었지만 강호석의 목소리는 여전히 위엄이 실려 있었다.수십 년간 재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인물다운, 단번에 분위기를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세도 강현우 앞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강현우는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강현석, 저는 예전부터 그 자식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었어요.”입에 담기는 거친 말과 달리, 강현우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하며 묘하게 여운이 있었고 조금도 동요나 두려움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전화기 너머의 강호석은 분에 겨워 이를 악물고 갑자기 가슴을 움켜쥔 채 뒤로 휘청했지만 다행히 옆에 있던 집사가 재빨리 부축했다.“강현우, 너... 너...!”“제가 뭘요?”강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저는 아무 탈 없이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오히려 그 쓸모없는 놈이 반쯤 죽게 생겼죠. 그런 사람 죽으면 오히려 축하 파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강현우는 언제나 상대를 약 올리는 데 능했다.전화기 너머에서 쿵 는 소리가 들려오자 혹시 강호석이 정말 분해서 쓰러진 게 아닌가 싶어 순간 눈썹을 올렸다.하지만 곧 강호석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내가 당장 널 회사에서 내쫓아 버릴 수도 있다는 거 넌 모르는 모양이구나!”최후의 수단처럼 던진 강호석의 말에 강현우는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었다.“할아버지, 요즘 누가 우리 회사 최대 주주인지 한 번 알아보시는 게 어때요?”강호석은 순간 미간을 좁히며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스쳤다.“무슨 소리냐?”강현우는 일부러 여유를 잔뜩 담아 말했다.“할아버지야말로 모르는 게 없으시잖아요? 직접 확인해 보세요.”그렇게 말한 뒤, 강현우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강씨 저택.강호석은 꺼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고 입술을 굳게 깨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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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왜냐고?”강호석은 콧방귀를 뀌며 냉랭하게 말했다.“네 아들한테 직접 물어봐! 지금 그 자식이 자기 형제의 목숨까지 노리고 있어. 우리 강씨 집안에 이런 괴물이 있을 자리는 없어.”한선아는 가슴이 철렁하며 고개를 들어 강호석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아버님, 무슨 말씀이세요?”“무슨 말이냐고? 강현우가 강현석을 죽이려 했다고!”“말도 안 됩니다!”순간 목소리가 커진 걸 자각한 한선아는 곧 진정하고 예전의 단정하고 품위 있는 태도를 되찾았다.“아버님, 이건 분명 오해가 있으신 거예요.”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들고 강호석을 똑바로 바라봤다.“예전에 현석이가 현우를 죽이려고 했던 건 기억 안 나세요? 그리고 이번에 현우가 실종된 것도 누가 꾸민 일인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고요.”말할수록 한선아의 목소리는 침착해졌고 눈빛도 점점 날카로워졌다.“아버님께서 손자들을 차별하셔서는 안 되죠.”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호석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한선아에게 집어던졌다. 한선아는 미처 피하지 못해, 찻잔이 스치며 뺨에 선명한 상처가 남았다.얼굴을 감싸 쥐고 잠시 이를 악물던 한선아는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당장 내 방으로 들어가 문 닫고 반성이나 해라. 다 네가 그런 엄마라서 현우가 저런 짓을 하는 거 아니냐. 나가!”마지막 나가라는 외침은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이런 대가문에서는 체면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평소라면 강호석도 절제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강현우가 정말 그의 인내심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듯했다.한선아는 굴욕감에 떨리는 손으로 차분하게 일어나,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저는 현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아버님께서 벌을 내리신다면 현석이가 한 짓도 함께 벌하셔야 합니다.”그렇게 말하며 침착하게 강호석을 마주 봤고 강호석이 다시 뭔가를 집어 던지려는 듯하자, 재빨리 한마디 덧붙였다.“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한선아는 등을 돌려 조용히 방을 나왔다. 복도를 걸으며 한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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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윤하경은 눈을 꼭 감은 채 한 손만 욕실 안으로 내밀었다.“여기... 핸드폰.”현우 씨의 폰을 건네주며 문밖에서 머뭇거리고 있었지만 그 순간 안에서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채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그대로 젖은 품에 안기고 말았다.강현우의 몸은 늘 그렇듯 탄탄했고 피부는 밝게 흰 편은 아니지만 단단하게 다져져 있었다.윤하경의 얼굴이 딱 강현우의 복근에 닿았는데 따뜻하고 축축한 감촉이 느껴져서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졌다.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한 윤하경이 눈을 뜨자, 강현우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숙여보니 허리에 수건만 두르고 있는 강현우의 모습이 보였다.강현우의 농담 섞인 시선을 마주하고서야 윤하경도 뒤늦게 상황을 깨달았다.“여기 핸드폰이요.”윤하경은 약간 화난 듯 입을 삐죽이며 폰을 건네주고 고개를 숙였는데 그새 전화는 이미 끊어져 있었다. 강현우는 전화를 받아들고 통화 기록을 확인하다가 아직 다시 걸기도 전에 전화가 또 걸려 왔다.그는 화면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통화를 받았다.“야, 이 망할 놈아! 이제야 전화를 받는 거냐?”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한선아의 목소리가 욕실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공간이 울려서 윤하경도 그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윤하경은 얼른 나가려 했지만 강현우가 다시 손목을 붙잡아 잡아끌었다.“왜요?”강현우는 별 감정 없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그런데 방금 움직였던 손목의 상처가 다시 욱신거리며 아파왔고 윤하경은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그 소리를 듣고 한선아는 바로 눈치를 챘고 잠시 말을 멈추더니 물었다.“지금 누구랑 같이 있니?”강현우는 윤하경의 손에 감겨 있던 붕대에서 다시 피가 배어 나오는 걸 보고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않아서 병원에 다시 가야 할 것 같아요.”하지만 한선아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목소리만 한층 더 높였다.“현우야, 내가 지금 누구랑 있냐고 묻잖아!”“엄마 며느리이자 제 아내요.”강현우는 무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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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강현우는 전화를 끊고 옷방으로 들어가 아무렇게나 옷을 집어 입었다.그 위에 검은색 롱코트를 걸쳤는데 잘 빠진 몸에 딱 맞는 코트가 그의 분위기를 한층 더 깊고 세련되게 만들어줬다.윤하경은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강현우를 바라봤다.사실 평소에도 외모를 꽤 보는 편이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 눈길이 갔다.강현우가 고개를 돌려 윤하경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걸 보더니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다가왔다.그러고는 장난스럽게 손끝으로 그녀의 코끝을 톡 건드렸다.“뭐가 그렇게 신기해? 그렇게 보고 싶으면 아예 다 벗고 보여줄까?”강현우가 익숙하게 한쪽 눈썹을 올렸다.이 사람은 정말, 언제나 할 말을 가리지 않는다.윤하경은 순간 귀까지 빨개졌고 헛기침을 하며 슬쩍 시선을 피했다.“누가 보고 싶대요. 난 별로 안 궁금한데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은 점점 더 붉어졌다.강현우는 피식 웃더니 갑자기 자신의 코트 안으로 윤하경을 끌어당겼다. 갓 씻고 나온 상쾌한 향기와 은은한 남자의 냄새가 어우러져,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는 윤하경을 품에 꼭 안고서 마치 작은 고양이라도 들고 있듯이 아래를 내려다봤다.“가자.”“어디로요?”“병원.”강현우는 짧게 대답하고는 윤하경의 손을 잡아 밖으로 나섰다. 막 눈이 그친 경성의 거리는 하얗게 쌓인 눈으로 인해 밤인데도 온통 밝았다.차 안에서 윤하경은 차창 밖으로 스치는 겨울 풍경을 바라봤다. 강현우는 옆자리에 앉아 바쁘게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며 뭔가 일 처리를 하고 있었다.각진 옆모습과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평소의 냉철하고 무서운 분위기가 한층 옅어진 듯 느껴졌다.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분명 무섭고 힘들었지만 이상하게도 지금 곁에 강현우가 있는 것만으로 조금은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현우 씨, 이렇게 바쁜데 굳이 저까지 데리고 병원에 안 가도 돼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윤하경이 조심스레 말했다. 강현우는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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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강현우가 병동 입구에 다다르자 멀리서부터 입원실 앞을 지키는 경호원 몇 명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그들은 강현우가 가까이 오는 걸 보자마자 마치 적이라도 마주친 듯 곧바로 그의 동선을 가로막았고 한 명이 정중하고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강 대표님, 여기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강현우는 미묘하게 눈썹을 올리며 경호원을 바라봤다.“그래?”경호원은 난처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저희도 회장님 지시를 따르는 것뿐입니다. 오늘 대표님께서 들어가시면 회장님께 변명할 도리가 없습니다. 부디 사정 좀 봐주십시오.”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는 경호원들의 모습이 오히려 우스워 보였는지 강현우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가 손을 가볍게 들자, 병동 복도 저편에서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 둘이 빠르게 다가왔다.“대표님, 여기부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강현우는 더 이상 경호원들을 쳐다보지 않고 병실 쪽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그의 등에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절대적인 아우라가 느껴졌다.경호원들이 한 번 더 그를 막아보려 했으나 다음 순간 순식간에 힘에 밀려 한쪽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들은 강현우의 옷자락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벽 쪽으로 나가떨어졌다.강현우는 문손잡이를 조용히 잡고 문을 열었다. 들어가기 전, 바닥에 쓰러진 경호원들을 잠시 돌아봤고 그 시선에는 동정도 미련도 없었다.깊은 밤, 병실 안은 이미 대부분의 조명이 꺼져 있었고 오직 머리맡의 작은 스탠드만이 주황빛으로 방안을 채우고 있었다. 침대 위에 누워 있던 강현석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이미 잠을 설쳤는지 문이 열리자마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그리고 강현우를 본 순간 눈빛에 두려움이 가득했다.“오지 마... 제발 오지 마...”며칠 전의 사건 이후로 겨우 목숨만 건진 강현석은 이미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였다.오후 내내 이어진 응급실의 사투 끝에 가까스로 의식을 찾았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실리지 않았다.강현우는 키가 크고 곧은 다리로 침대 곁까지 다가섰고 내려다보는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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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강현석은 강현우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한 채, 자신이 오늘 여기서 죽게 될 것 같은 예감에 휩싸였다.“사람 살려... 누구 없어요!”공포에 질린 강현석이 침대 위에서 힘겹게 몸을 웅크리며 소리쳤지만 이미 병실은 외딴섬 같았다. 오후에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렸기에 온몸은 맥이 풀려 도망칠 힘도 남아 있지 않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상처가 도려내듯 아파왔다.하지만 그가 목이 터져라 소리쳐 봐도 병실 문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누구도 그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강현우는 침대 머리맡에 서서 마치 사냥감을 코너로 몰아넣은 사냥꾼처럼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 눈빛에는 약간의 흥미와 싸늘한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문이 살짝 열리고 용천수가 들어왔다.“대표님, 다 정리됐습니다.”강현우는 그를 힐끔 보며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여기 아직 하나 남았잖아.”그가 턱짓으로 침대에 반쯤 넋이 나가 누워 있는 강현석을 가리켰다.강현석은 벌벌 떨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현우야... 제발 날 살려줘. 우리 집 주식 다 줄게. 정말 다 줄게...”목숨이 위태로워지니 그동안 아끼던 모든 걸 순식간에 내놓을 기세였다.“부탁이야. 더는 너랑 싸우지 않을게. 이제 진짜 아무것도 안 건드릴게.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간절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였지만 강현우는 그런 강현석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웃기네. 너 오히려 이렇게까지 구걸하지 않았으면 그래도 한 번은 봐줬을 수도 있어. 근데 넌 정말 한심해. 이쯤 됐으면 네가 사라져야 할 이유가 더 확실해지잖아.”그는 몸을 앞으로 조금 숙여 강현석과 시선을 맞췄고 눈에는 냉소와 경멸이 가득했다.그러고는 다시 몸을 곧추세우며 두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처리해.”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미련 없이 병실을 떠났고 문을 나서며 희미하게 울먹이는 소리가 병실 안에서 들려왔지만 그것도 곧 조용해졌다.강현우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긴 다리로 병동 복도를 거침없이 걸어 내려가 병원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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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강현우가 그 말을 듣더니 슬쩍 한쪽 눈썹을 올리며 윤하경을 바라봤다.“아쉬워? 나랑 떨어지기 아쉬워서 그래?”장난스러운 눈길에 윤하경은 괜히 마음이 들킨 것 같아 어색하게 기침했다.“아니에요.”윤하경은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강하게 부정하더니 무심코 강현우의 다친 손을 힐끗 쳐다보았다.“아니 그게... 아직 손 다 낫지도 않았는데 그게 좀 신경 쓰여서요.”강현우는 윤하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아쉬운 건 맞네?”강현우가 키 큰 몸을 슬쩍 앞으로 기울이자 차 안이 갑자기 좁아졌다. 평소에도 뒷좌석 공간이 넉넉한 편인데 강현우가 한 번 몸을 움직이면 윤하경은 어느새 구석에 몰리고 만다.“자기야, 우리 아직 할 일 남지 않았어?”“네?”윤하경이 얼떨떨하게 물었고 강현우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좀 일찍 자. 내일 얘기해줄게.”그러고는 갑자기 다가와 윤하경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둘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방으로 올라가자 강현우는 자연스럽게 윤하경을 품에 안고 누웠다.윤하경은 붕대를 감은 손을 안고 강현우 품에 파묻혔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느낌이 들었지만 쉽게 잠이 오진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등 뒤에서 강현우가 살짝 몸을 움직였다.“잠 안 와?”따스한 숨결이 귀를 스치며 귓불이 간질거릴 정도로 가까이서 속삭였다. 그 바람에 심장까지 덩달아 간질거리는 듯했다.“...네.”윤하경은 나직이 대답했다.낮에 잠깐 잠들었고 또 강현우 옆이라 그런지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렀다.“잠 안 오면 시간 아깝게 낭비하지 말자.”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현우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귓불에 입을 맞췄다.촉촉한 입맞춤이 천천히 아래로 이어졌고 윤하경은 깜짝 놀라 손을 들어 올렸다.“아... 안 돼요...”결국 윤하경은 손을 들어, 힘겹게 한마디를 내뱉었다.“아파요...”실제로 손이 정말 많이 아팠다. 아까까진 강현석 얼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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