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석은 집사의 말을 들었지만 얼굴빛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이를 악물고 한참이나 침묵에 잠겼고 한참 뒤에야 힘겹게 입을 열었다.“현석의 일은 다 정리됐나?”집사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슬픈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네, 이미 모두 정리했습니다.”잠시 뜸을 들이던 집사는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회장님, 이제는 몸부터 추스르셔야 합니다. 절대 쓰러지시면 안 됩니다. 특히 요즘은 현우 도련님이 말을 듣지 않으니 앞으로가 더 힘들어질지도 모릅니다.”집사가 말할수록, 강호석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다. 한참을 더 생각에 잠기더니 그는 낮게 코웃음을 쳤다.“말을 듣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그는 말끝을 흐리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 집사는 그런 강호석의 얼굴을 살폈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번 일로 셋째 도련님께서도 힘을 많이 보태셨습니다. 사적으로는 꼭 강현우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 하시더군요.”강호석은 그 말을 듣고 하얀 눈썹을 미세하게 떨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집사를 빤히 바라보았다.집사는 그 시선을 견디며 한 번 더 힘겹게 말을 꺼냈다.“회장님, 사실 지금 가문에서 현민 도련님만큼 든든한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강호석은 나이가 들어도 결코 흐릿해진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노련해졌다는 걸 집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가 이렇게 말을 꺼낸 건, 분명 강현민과 은근히 손을 잡고 있음을 암시하는 셈이었다. 강호석은 오랜 시간 집사를 바라보다가, 문득 무심하게 물었다.“한승아, 네가 내 곁에 있은지 몇 년이나 됐지?”집사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삼십 년이 넘었습니다, 회장님.”강호석 곁에서 삼십 년을 보낸 이한승은 누구보다도 강호석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곁을 지키며 그가 얼마나 냉혹하고 단호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인지 뼈저리게 체감했다. 사실 지금의 강현우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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