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Bab 861 - Bab 870

979 Bab

제861화

꿈속에서 윤하경은 불길 너머로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얼굴은 흐릿했지만 익숙함이 온몸을 감쌌고 특히 그 특유의 차가운 향기가 꿈속에서도 이상하게 마음을 놓이게 했다.“현우 씨...? 진짜 당신 맞아요?”그러나 꿈속의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 올리고는 망설임 없이 불길을 헤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윤하경은 갑자기 침대 위에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헤븐’의 객실이 아니라, 새하얗고 쓸쓸한 병실과 짙은 약 냄새였다.그리고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윤하경 씨, 깨어나셨군요.”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하경은 자신이 아직 꿈에서 완전히 깬 게 맞는지 잠시 혼란스러웠고 주위를 둘러보니 분명 병원이었다.“제가 왜 여기 있는 거죠?”우지원이 대답했다.“어젯밤 ‘헤븐’에서 불이 났어요. 너무 깊이 잠들어 있어서 연기를 많이 들이마시고 실신한 거죠. 바로 병원으로 옮겼어요. 지금은 괜찮으세요?”“불이 났다고요?”윤하경은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고 곧 우지원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혹시... 현우 씨는요?”우지원은 짧게 멈칫했다.“대표님 말씀인가요?”그는 살짝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습니다.”“그럴 리가 없어요!”윤하경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우지원 앞으로 다가갔다.“분명...”하지만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한 채, 다시 물었다.“그럼, 저를 구한 사람은 누구예요?”자신의 기억 속에는 분명 강현우가 있었는데 자꾸만 현실과 꿈이 엉켜버렸다.우지원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어젯밤에는 제가 직접 구했습니다.”“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정말 그 사람이었어요...”윤하경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우지원은 씁쓸하게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아마 꿈꾼 걸 거예요. 대표님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그 말을 듣고 윤하경은 한순간에 힘이 빠져, 병상에 주저앉았다. 우지원은 그런 윤하경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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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남자가 인기척을 듣고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어 우지원을 바라봤다.“왔어?”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우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강현우의 팔에 감긴 붕대를 잠시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팔은 좀 어떠세요? 혹시 의사를 부를까요?”강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물었다.“윤하경은 괜찮아?”우지원이 잠시 망설이다가 답했다.“이제 별일 없습니다. 다만...”“다만 뭐?”강현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우지원은 이를 악문 뒤 말했다.“윤하경 씨가 대표님 소식이 없다는 걸 알고 꽤 속상해하십니다. 그리고 어젯밤에 대표님이 구해주셨다고 굳게 믿고 계세요.”강현우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눈썹을 들어 올렸지만 곧 담담하게 말했다.“사람 붙여서 계속 잘 지키라고 해.”우지원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그렇게 해뒀습니다.”강현우가 짧게 대답했다.“지금 그쪽은 움직임이 있어?”강현우의 말이 조금 모호하긴 했지만 우지원은 바로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렸다.우지원이 낮게 코웃음을 쳤다.“강현석 씨 쪽이 더는 못 참는 분위기입니다. 어제는 ‘헤븐’의 통제권을 넘기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어젯밤에 난 불도, 분명히 강현석 씨 쪽이랑 연관이 있을 겁니다. 대표님,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지금까지 강현우 곁에 있으면서 이렇게까지 참은 적이 없는 우지원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강현우를 바라봤다.“대표님 말씀만 주시면 언제든 가서 직접 따끔하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우지원답게 다소 직설적이고 강경한 어조였다. 하지만 강현석도 어쨌든 강씨 가문 사람이라, 함부로 움직일 수 없어 반드시 강현우의 지시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아니었으면 어제 불길에서 나와 곧장 달려갔을지도 모른다.강현우는 말없이 거실의 통창 앞까지 걸어가, 한동안 눈 덮인 풍경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말했다.“가볍게 한 번 맛 좀 보게 해. 하지만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말고.”그러다 우지원을 돌아보며 미묘하게 웃었다.“대신, 그쪽이 제대로 열받게는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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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우지원은 별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문을 나서며 바로 전화를 걸어 강현우의 지시를 하나하나 빠짐없이 전달했다....오늘 경성에는 눈과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고 병원 창밖으로는 눈송이가 쏟아지듯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윤하경은 멍하니 풍경만 바라보고 있었다.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윤하경이 느릿하게 정신을 차렸고 문이 열리더니 간병인 복장을 한 여성이 들어왔다.“사모님, 저는 우 팀장님이 보내주셔서 오늘부터 모시러 온 사람입니다. 지금 필요한 거 있으세요?”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없어요.”간병인이 잠시 망설였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혹시 드시고 싶은 거라도 있으세요?”“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윤하경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외면했다. 간병인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윤하경이 시선을 돌린 틈을 타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윤하경 침대 맞은편 꽃바구니에 넣었다.“그럼 제가 소화 잘되는 걸로 조금 사 올게요. 아무리 그래도 드시지 않으면 힘드실 거예요.”간병인은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고 윤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무슨 말을 하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귀찮았다.간병인이 다시 들어온 건 한 시간쯤 지난 뒤였다.“사모님, 여기 죽이랑 반찬 조금 준비해 왔어요. 몇 숟가락만이라도 드세요.”하지만 윤하경은 여전히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평소 반짝이던 눈빛도 오늘따라 완전히 빛을 잃어 있었다.간병인이 한 번 더 부드럽게 불렀다.“사모님?”그제야 윤하경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알겠어요. 나가주세요.”간병인은 짧게 대답하고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윤하경은 다시 고요해진 병실에서 창밖의 하얀 눈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머릿속에 무언가 스치듯 떠올랐다. 그 순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내려서려 했지만 머리가 어지럽더니 바로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쿵!팔꿈치가 바닥에 세게 부딪히며 저릿한 통증이 퍼졌다.윤하경은 너무 오래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다리에 힘이 풀린 것임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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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지금 어디야?”전화기 너머로 하석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께서 너 많이 걱정하셔.”윤하경은 살짝 입술을 깨물고 조용히 답했다.“아마 할아버지는 내가 어디 있는지 이미 알고 계실 거야.”잠시 침묵이 흐르고 하석호가 한숨ㄷ을 내쉬었다.“하경아, 지금 강한 그룹 상황이 어떤지 너도 잘 알잖아. 지금 경성에 있는 건 정말 위험해. 게다가 네가 강현우랑 이미 혼인신고를 마친 공식적인 아내라는 게 알려지기라도 하면 더 위험해질거야.”강현우의 아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강현우를 노리는 사람들이 분명 윤하경까지 노릴 것이 뻔했지만 윤하경은 이걸 모르고 행동한 건 아니었다.윤하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그래도... 현우 씨가 이렇게 어이없이 사라지는 건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아 있으면 꼭 직접 만나고 싶고 정말 죽었다면... 그 사실을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아내라면 끝까지 곁을 지켜주는 게 맞는 거잖아. 이유도 모른 채 이렇게 사라지게 둘 순 없어.”그녀는 한동안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덧붙였다.“하지만 난 현우 씨가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한동안 하석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하경은 전혀 알지 못했다. 멀지 않은 한 별장에서 한 남자가 컴퓨터 화면 너머로 그녀의 말을 하나하나 모두 듣고 있다는 사실을.강현우는 무심하게 왼손 엄지에 낀 반지를 손가락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러다 ‘아내’라는 단어가 흘러나오자 손끝이 잠시 멈췄다.그는 가늘게 눈을 좁히고 화면 속 윤하경을 바라보다가 서서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아내...’이제야 조금,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강현우는 나직하게 웃었다. 윤하경은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휴대폰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병실은 2층이었다. 문으로는 나갈 수 없으니 남은 길은 창문뿐이었다.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건물에서 빠져나간 적이 있던 터라, 겁이 나진 않았다.욕실 창문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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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윤하경이 클럽 최상층에 도착했을 때, 예상대로 그곳에는 단 하나의 프라이빗 룸만이 있었다.방의 호화로운 인테리어는 클럽 전체 분위기와는 확연히 어울리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강현우 같은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윤하경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고 문을 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건 처참하게 어질러진 방이었다.룸 곳곳에는 심하게 몸싸움이 벌어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피와 총격의 자국까지 보였다.한눈에 보기에도 이 방에서는 무척 격렬한 싸움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윤하경은 고개를 숙여 바닥에 남아 있던 검게 굳은 핏자국을 바라보며 혹시 이 피가 강현우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불이 꺼진 방 안에서 그녀는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바닥을 하나하나 비추며 혹시라도 현장에 강현우와 관련된 단서가 남아 있지 않을까 샅샅이 찾아보았다.하지만 방 안이 너무 어지럽혀져 있어 쉽게 뭔가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꽤 오랜 시간 뒤지던 중, 깨진 술병 조각들 사이에서 무언가 번뜩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윤하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술병 조각을 치웠고 그곳에서 익숙한 반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강현우...”이 반지는 평소 강현우가 오른손 검지에 꼭 끼고 다니던, 그녀라면 절대 헷갈릴 일이 없는 바로 그 반지였다. 이제 정말 강현우가 여기서 사라졌다는 사실이 더욱 실감 났다.윤하경은 혹시라도 강현우와 대치했던 이들이 남긴 또 다른 흔적이 있을지 방 안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지만 별다른 단서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그 순간, 분명히 자신이 닫아뒀던 문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거칠게 열려 버렸다.놀란 윤하경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려던 순간, 강한 빛이 얼굴을 향해 그대로 쏟아졌다.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에 순간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았고 그 와중에 어디선가 낮고 비웃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 이게 누구신가 했네. 내 사촌 동생이 그렇게 아끼던 여자가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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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윤하경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사실, 강현석은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을 인간이었다. 윤하경은 슬쩍 강현석의 뒤쪽을 바라봤더니 그곳에는 건장한 남자들이 몇 명 서 있었고 말하지 않아도 이들이 다 강현석의 졸개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한 손으로 바닥에 흩어진 깨진 유리 조각을 더듬어 잡았다.유리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손바닥에 파고들면서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절대 힘을 빼지 않았다.윤하경은 오래 쉬지 못해 눈동자에 그늘이 져 있었지만 그 속에는 무심함을 가장한 깊은 원망과 분노가 또렷하게 숨어 있었다.“현우 씨, 어디 있어요?”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물었고 조금 전 강현석이 내뱉었던 말조차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강현석은 윤하경이 전혀 겁먹지 않고 자기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걸 보곤 잠시 멈칫했다.“하, 참 지독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아직도 자기 걱정은 안 하고 강현우부터 찾네?”그는 낄낄 웃으며 비웃었다.원래 인상이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얼굴을 가로지르는 굵은 흉터 때문에 가까이서 보면 오히려 더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강현석이 웃을 때마다 그 흉터도 함께 꿈틀거렸다.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방 한가운데 있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핏자국과 총알 자국이 남아 있는 자리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듣고 싶어? 얘기해줄게.”그는 다리를 꼬고 한쪽 팔을 뒤로 젖히며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강현우를 죽인 건, 내 인생에서 가장 통쾌한 일이었지.”‘죽이다’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자, 윤하경은 손에 쥔 유리 조각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따스한 피가 손바닥을 타고 흘렀지만 그녀는 아픈 기색 하나 드러내지 않았다.강현석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손짓 한 번에 부하가 다가와 시가에 불을 붙여주었다.그는 만족스럽게 시가 연기를 내뿜으며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앉았고 뭔가 대단한 힘이라도 얻은 것처럼 얼굴에 기이한 만족이 번졌다.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굳이 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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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강현석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뒤틀린 쾌감이 묻어 있었다.하지만 윤하경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머릿속이 멍해져 그저 멀리 보이는 강만 바라볼 뿐이었다.강현석은 말을 이어가며 갑자기 윤하경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고 숨결이 역겹게 귓가를 스쳤다.“아, 맞다. 깜빡했네. 요 며칠 강이 꽁꽁 얼었으니까, 시체가 떠오르려면 아마 내년 봄은 돼야 할 거야. 윤하경, 그때 가서 강현우 시신이 떠오르면 그게 본인인지 알아볼 수나 있겠어?”그는 비열하게 킥킥거렸다.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얼굴을 돌려 강현석의 더러운 얼굴을 노려봤고 그를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었다.“현우 씨는 당신 가족이잖아요.”윤하경이 이를 갈며 말했다.강현석은 그 말이 우습기 짝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었다.“가족? 그딴 게 어디 있어? 강현우는 그냥 쓸모없는 잡종일 뿐이야. 무슨 자격으로 강한 그룹의 회장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는지. 어이가 없어.”그는 잠시 말이 많아졌다는 걸 의식했는지, 이내 입을 닫고 다시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윤하경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비웃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사실 너도 강현우 곁에 있었던 이유가 결국 돈 때문 아니었나? 내일이면 내가 강한 그룹 회장 자리에 앉게 되는데 그 사람이 널 위해 쓴 돈이 얼마였든, 나는 두 배라도 줄 수 있어. 한 달 동안 나와 함께 있어 주면 그 대신 널 살려주지. 어때?”강현석은 재미있다는 듯 윤하경을 바라보며 이제 드디어 자신이 강현우의 모든 걸 빼앗았다는 사실에 도취해 있었다.사실 강현석은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윤하경을 마음대로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윤하경을 이렇게 눈앞에 두고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무엇보다도, 이런 여자를 완전히 굴복시켜서 그녀가 절정에 이를 그 순간에 직접 죽여버린다면 그때야말로 가장 짜릿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렇게 해야만 진짜 쾌감이 극대화될 것 같았다.그런 상상을 하다 보니 본인도 모르게 얼굴이 벌게질 만큼 흥분이 치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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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강현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윤하경을 거칠게 끌어안았고 입가에는 더없이 역겨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내가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지. 여기 방도 있으니까, 지금 바로 내려가서 즐겨볼까?그때 윤하경이 억지로 미소를 머금은 채, 손끝으로 그의 입술을 톡 하고 막았다.“잠깐만요.”그녀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강현석은 눈을 가늘게 뜨고 경계하듯 물었다.“또 무슨 꿍꿍이야?”윤하경은 익숙한 듯 가볍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일단 먼저 돈부터 보내주세요. 아니면 저도 또 현석 씨 쫓아다니며 돈 달라며 사정하고 다닐 수도 있으니까요.”강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손끝으로 툭 건드리며 말했다.“정말 약삭빠르네. 계좌 불러, 지금 바로 보내줄게.”윤하경이 계좌번호를 건네자, 잠시 뒤 바로 휴대폰 알림음이 울렸다. 20억이 입금되었다는 알림을 확인한 그녀는 속으로 날이 선 살의를 숨긴 채, 겉으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이래서 다들 현석 씨가 현우 씨보다 훨씬 통 크다고 하는 거군요.”윤하경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 강현석은 기분이 한껏 들뜬 모습이었고 윤하경은 강현석 몰래 깨진 유리 조각을 슬쩍 주머니에 넣었다.“그럼, 이제 아래층 방으로 가볼까?”그가 가까이 다가오며 숨결까지 느껴질 만큼 속삭였지만 윤하경은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역겨움을 느끼면서도 일부러 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렇게 윤하경은 강현석에게 허리를 감긴 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유연하게 그를 따라 방을 나섰다.한편, 같은 시각.일을 마무리하고 있던 강현우는 소파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감시 화면 어디에도 윤하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한참을 기다려도 윤하경은 돌아오지 않았다.강현우는 순간적으로 눈썹을 찌푸리며 확인하더니 이내 윤하경이 병실을 떠난 지 한참이 지났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윤하경이 없어졌어. 당장 찾아!”우지원은 강현석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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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오늘 하루 종일 사모님이 계속 저한테 대표님이 어디서 실종됐는지 물었어요. 혹시... 그쪽으로 간 건 아닐까요?”민진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현우는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세웠고 날카로운 소음이 차 안을 가득 메웠다.“뭐라고?”강현우는 이를 악물며 곧바로 차를 돌려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꺾었다.전화를 끊기 전, 그는 우지원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이 일 나중에 제대로 책임 물을 거야.”우지원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강현우는 더는 지체하지 않고 거의 차를 비행기처럼 몰며 목적지로 달려갔다.한편, 클럽에서는 강현석이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윤하경에게 집착적으로 달라붙었다.그는 윤하경을 침대 위로 거칠게 밀어붙였고 눈빛에는 도무지 숨길 수 없는 욕망이 가득했다.윤하경은 속으로 이를 악물고 있었다.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겉으로는 한껏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강현석을 유혹했다.“왜 이렇게 서두르세요, 현석 씨?”윤하경은 가느다란 손목을 들어 올려 하얀 손가락으로 그의 넥타이를 천천히 감았다. 그러더니 살짝 미소 지으며 눈빛 하나 손끝 하나까지도 의도적으로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냈다.강현석은 그런 윤하경의 태도에 점점 이성을 잃는 듯 보였다. 그의 눈빛이 점점 더 탐욕스러워졌고 얼굴에 난 흉터마저도 함께 꿈틀거렸다.“저 오늘 여기까지 오느라 땀이 많이 나서 잠깐 샤워 좀 해도 될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윤하경은 그의 넥타이를 천천히 풀어주더니 손끝으로 강현석의 가슴에 살짝 손을 얹었다. 강현석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고 얼굴의 흉터도 따라 꿈틀거렸다.그는 만약 윤하경이 이렇게 순순히 말을 잘 듣는다면 곁에 두고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강현석은 장난스럽게 윤하경의 손을 잡아 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가 땀에 젖었든 뭐든 다 괜찮아.”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현석은 몸을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려 했다.그 순간, 윤하경의 몸이 얼어붙듯 굳었다. 바로 이 말, 예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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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강현석이 소리를 지르려하자 그제야 윤하경은 문밖에 아직 강현석의 사람들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그녀는 재빨리 그의 입을 눌러 막으면서 일부러 문밖을 향해 소리쳤다.“안 돼요, 현석 씨! 그러지 마세요! 제발... 안 돼요!”강현석은 강현우에게 당한 상처에 윤하경의 반복된 공격까지 더해져, 완전히 힘이 빠져 있었고 고통과 실혈로 기진맥진한 그는 이제 반격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윤하경...”그는 힘없이, 분노와 원망이 뒤섞인 목소리로 윤하경을 노려보았지만 윤하경은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왜요? 아프요? 진짜 많이 아프신가 봐요. 그럼, 현우 씨가 죽었을 땐 얼마나 아팠을까요?”윤하경은 겉으론 온순하고 평범해 보여도 마음을 먹으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위기마다 강현우가 항상 자신을 구해줬지만 이젠 더는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직접 자신이 복수할 수밖에 없었다.‘이렇게라도 현우 씨를 위해 복수해야지.’잠시, 강현우의 얼굴이 떠오르며 마음이 아릿하게 흔들렸다.바로 그때, 이미 완전히 힘이 빠진 줄 알았던 강현석이 남아 있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갑자기 일어나 윤하경을 바닥에 내리눌렀다.“아악!”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한 윤하경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강현석의 손이 그녀의 목을 거칠게 조여오며 숨이 막혀왔고 질식할 것 같은 공포에 휩싸였지만 윤하경은 마지막 힘을 다해 손에 쥔 유리 조각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몇 번이나 그렇게 찔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목을 조이는 힘이 점점 약해질 때까지, 그저 본능적으로 저항했다.마침내 목이 풀려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을 때, 정신을 차려보니 강현석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내가... 진짜 사람을... 죽인 건가?’윤하경은 경악한 채 바닥을 기어 뒷걸음치며 무릎을 끌어안고 온몸을 떨었다.“내가... 진짜 사람을 죽였어...?”그때, 갑자기 쿵 하고 방 문이 거칠게 열렸다.윤하경은 완전히 넋이 나간 상태라, 그 소리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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