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Bab 951 - Bab 960

971 Bab

제951화

차 안에서 윤하경은 종종 창밖을 보는 척하면서도 자꾸만 옆자리에 시선을 두었다.그런 그녀의 시선이 거슬렸는지 강현우가 휴대폰을 내려다보던 눈길을 떼지 않은 채 조용히 물었다.“뭐 그렇게 자꾸 봐?”윤하경은 아무렇지 않은 척, 얼버무리며 대답했다.“아니에요, 별거 아니에요.”태연하게 넘겼지만 그 표정은 오히려 더 수상했다. 강현우는 별다른 말 없이 다시 휴대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의 미간에는 때때로 가벼운 주름이 스치듯 남았다.이후로 두 사람 사이에는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어쩐지 서로 마음속에 할 말이 남아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차가 하씨 저택 앞에 멈추자 두 사람은 나란히 내렸다.그리고 곧장 하병철이 머무는 서재 쪽으로 향했다. 하병철은 거실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는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지 표정이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집사가 조용히 두 사람이 도착했다고 알리자 하병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봤다.“왔구나.”강현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네, 할아버지. 인사도 드릴 겸, 앞으로 저희가 따로 지내게 될 것 같아서 말씀드리려고 왔어요.”하병철은 조금 놀란 듯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이렇게 급하게 집을 나가려고 하는 이유가 있나?”강현우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아직 완전히 떠나는 건 아니에요. 모성에 제 별장이 몇 군데 있어서 당분간은 거기서 지내려고 해요. 그래도 계속 모성에 머물 거라 자주 찾아뵐 수 있을 거예요.”자세한 설명은 굳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병철은 이미 그 짧은 말 속에서 무언가를 읽어낸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혹시 집안에서 누가 너희를 불편하게 한 거냐?”강현우는 짧게 입술을 깨물었지만 굳이 대답하지 않았고 옆에 있던 윤하경이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하병철이 한숨을 내쉬며 먼저 말을 이었다.“그래, 네가 그렇게 정했다면 나도 더 붙잡진 않겠다. 너희가 원하는 대로 해라.”그러면서 이번에는 윤하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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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화

강현우가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자 윤하경은 움찔하며 시선을 거두었다.괜히 자신이 너무 놀란 티를 냈나 싶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한편, 하병철의 표정도 강현우의 답변을 듣고 나서 조금 누그러졌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가 그렇게 마음먹고 있다면 난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겠다.”하병철은 찻잔을 내려놓고 강현우를 바라봤다.“기회가 된다면 너희 집안 어른들과도 한 번 자리를 마련하자꾸나. 양가 어른들이 직접 모여서 결혼식 날짜도 상의하는 게 좋지 않겠니?”‘어른들’이라는 말이 나오자 이미 긴장하던 윤하경의 심장은 더욱 두근거리기 시작했다.“할아버지...”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하병철이 먼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이건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늦었으니 너희도 이제 들어가라.”사실상 돌려보내는 말이었다.강현우는 윤하경의 손을 살포시 잡아끌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럼 저희 먼저 인사드리고 가보겠습니다, 할아버지.”하병철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 집사에게 두 사람을 배웅하라고 일렀다.하씨 저택을 나설 때쯤,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둑해져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차창을 타고 은은하게 스며들며 조용한 차 안에서 비치는 강현우의 옆얼굴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어쩐지 그 모습이 낯설고도 현실감이 덜 느껴지는 밤이었다.강현우는 차에 오르자마자 곧바로 노트북을 펼쳐 뭔가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차 안은 조용했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묵묵히 울려 퍼졌다.그렇게 한참을 달려, 차가 강현우의 별장에 도착했다. 내려서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강현우가 먼저 말을 꺼냈다.“나 잠깐 서재에서 정리할 게 있어서 올라가 있을게. 배고프면 뭐든 먹고 싶은 거 집사한테 말해.”그 말을 남긴 채, 강현우는 미련 없이 계단을 올라갔다.“잠깐만요.”윤하경이 그를 불러세웠다. 강현우는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돌아봤다. 여전히 차분하고 무심한 표정이었지만 조명 아래에서 바라본 그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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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아무것도 아니에요.”윤하경은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몸을 숨겼다. 강현우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 안에서 샤워기가 흐르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윤하경은 오늘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탓에, 그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금세 나른하게 잠이 들고 말았다.사실 오늘 강현우와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피곤함에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잠이 들고 말았다.꿈결 같은 어둠 속에서 옆자리 매트리스가 살짝 꺼지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따뜻한 온기가 이불 안으로 파고들었다.윤하경은 무의식중에 몸을 살짝 돌려 강현우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그 순간,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던 강현우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을 울리며 벨이 울렸다.강현우는 전화를 확인하더니 잠시 멈칫했다가 조용히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허전해진 손끝이 어색하게 허공을 더듬었고 이내 멀리서 강현우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인데. 특별한 일 아니면 전화하지 말라고 했잖아.”윤하경은 눈을 감은 채로 잠시 귀를 기울였다. 왠지 모르게, 상대방이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불편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 오가는 건지,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잠시 뒤, 강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알았어. 그렇게 해.”전화를 끊은 강현우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다가 곧 강현우가 다가와 이마에 조용히 입을 맞추는 기척을 느꼈다.그대로 조용히 있을까 하다, 윤하경은 눈을 떴다.“왜요?”그가 깜짝 놀란 듯 잠깐 멈춰 섰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칼을 살짝 쓸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러다 이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나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겨서 오늘 바로 경성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이렇게 갑자기요?”윤하경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고 강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급하게 연락이 왔어.”“그럼 나도 같이 갈까요?” 그러자 강현우가 다정하게 그녀를 침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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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윤하경은 시선을 거두고 머릿속에 복잡하게 뒤섞인 생각들을 애써 밀어냈다.“현우 씨가 급한 일이 생겨서요. 어젯밤에 바로 경성으로 올라갔어요.”윤하경은 하병철 맞은편에 앉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에 온 김에, 오늘 하루는 할아버지랑 더 오래 있고 싶어서 남았어요.”하병철은 그 말에 얼굴이 한껏 펴지더니 금세 흐뭇한 표정이 됐다.그러나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네가 그런 마음을 가져주니 내가 얼마나 고맙니. 근데 말이다, 이제 너도 그렇고 현우도 그렇고 나이가 적은 게 아니지 않아? 이제는 슬슬 아기 가질 계획도 세워야 할 때 아니겠어?”예상 못 한 질문에 윤하경은 말문이 막혔다. 설마 첫 번째로 등 떠밀 줄이 할아버지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녀는 머쓱하게 기침을 하며 볼이 붉게 물들었다.“할아버지 그 일은... 아직 그렇게 급하지 않아요.”“왜 안 급해!”하병철은 윤하경이 미적거리는 게 답답한 듯,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네 할아버지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너를 기다릴 수 있겠냐? 내가 손주 안아보는 게 소원인데...!”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쉬는 모습은 평소 강단 있고 냉철하던 하병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금은 귀엽기까지 했다. 사실 이쯤 되면 ‘어른이 아이가 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장면이었다.윤하경은 이마를 짚으며 웃음을 삼켰다.“알겠어요, 할아버지. 그 일은 꼭 현우 씨와 상의해 볼게요.”그제야 하병철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그래, 그래. 이제 곧 경성으로 돌아가야지? 나중에 시간 내서 또 놀러 오너라.”‘정말 조급하신 분이네.’윤하경은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도 밝게 답했다.“네, 꼭 다시 올게요.”아침까지 하병철과 함께 집에서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서야, 윤하경은 집을 나섰다.막 대문을 나서는 순간,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그녀는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여보세요, 진해리 씨. 무슨 일 있어요?”전화 너머 진해리는 가볍게 웃었다.“언니 그렇게 딱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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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진해리는 윤하경의 속마음을 눈치챈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따가 사람 불러서 다 집으로 보내면 돼요.”진해리가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니 굳이 더 얘기할 필요도 없었다. 윤하경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두 사람은 베이비숍에서 나와 명품 매장으로 옮겨 쇼핑을 이어갔다. 한참 구경하다 카페에 들러 자리에 앉으니 윤하경은 커피를 진해리는 따뜻한 우유를 주문했다.주문을 마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테이블에 누군가 다가왔다. 검은색 슈트에 차려입은 남자는 어딘지 보디가드 느낌이 강했고 단정한 태도에서 평범한 인물은 아니라는 인상이 묻어났다.윤하경은 잠시 의아해서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봤다.“저를 아세요?”남자는 한 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말했다.“저희 대표님께서 잠시 모시고 오라고 하셨습니다.”“대표님이 누구시죠?”윤하경은 머릿속으로 모성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을 떠올렸지만 선뜻 누가 떠오르지 않았다. 남자는 매장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윤하경이 그쪽을 바라보며 눈썹을 살짝 올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진해리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물었다.“아는 사람이에요? 필요하면 내 보디가드 불러줄까요?”진해리는 지금 여러 명의 보디가드와 함께 다니는 신분이었다.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길까 봐 항상 경계하고 있었으니 조금이라도 수상하면 바로 도와줄 수 있다는 태도였다.윤하경은 고개를 저으며 진해리에게 안심시켰다.“괜찮아요, 저 아는 분이에요.”조금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보디가드와 함께 매장 한쪽으로 이동했다.카페 한구석, 조용한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는 단정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윤하경은 그를 향해 조용히 인사했다.“문세호 씨, 안녕하세요.”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저를 따로 부르신 이유가 있으신가요?”문세호는 한동안 말없이 윤하경의 얼굴을 바라보다, 잠시 멍한 듯 넋이 나가 있었다.윤하경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불렀다.“문세호 씨?”그제야 문세호가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띠며 맞은편 자리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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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화

윤하경은 잠깐 눈썹을 찌푸렸다. 자신이 문세호와 단 한두 번 만났다고 해서 이런 고가의 선물을 받을 만한 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이게 강현우의 체면을 봐서 건네는 거라면 더더욱 받을 수 없었다.“문세호 씨, 저는 이걸 받을 수 없어요.”윤하경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리고 혹시 일 때문에 강현우 씨랑 이야기하실 게 있다면 직접 연락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저는 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거든요.”문세호는 그 말을 듣고 입가에 흥미로운 미소를 머금었다.“그 말은 제가 하경 씨한테 뇌물이라도 주는 거냐는 뜻인가요?”“...”굳이 말을 그렇게 해야 할까 싶지만 윤하경은 다시 한번 가볍게 기침하고는 대답했다.“아닌가요?”그 태도가 워낙 진지해서 오히려 문세호는 입을 가리고 조용히 웃었다.“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죠.”그러더니 잠시 조용해졌다가 다시 시선을 들어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부탁이 하나 있어서요.”윤하경은 그를 의아하게 바라봤다.“제가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강현우 씨의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아요.”윤하경의 목소리는 점점 더 진지해졌다.문세호는 고개를 저었다.“그런 게 아니에요. 사실은 개인적으로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윤하경은 눈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하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저랑 문세호 씨 사이에 그런 부탁을 들어줄 만큼의 사적인 친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게다가 문세호 씨는 뭐든지 다 알아서 할 수 있는 분이시니 굳이 저까지 나설 필요는 없겠죠. 더 이상 할 말이 없으시다면 저 먼저 가볼게요.”윤하경은 말을 마치고는 돌아서려 했다.“잠깐만요!”문세호가 윤하경을 불렀지만 그녀는 더 이상 돌아보지 않고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문세호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갑자기 조용히 입가를 가리고 기침을 몇 번 했다.그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젊은 비서가 다급히 손수건을 내밀었다.“괜찮으세요?”문세호는 가볍게 손을 저었다.“괜찮아.”비서 임서현이 걱정스럽게 덧붙였다.“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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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7화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윤하경은 무심코 다시 한번 뒤를 돌아 문세호를 바라봤다.그런데 마침 문세호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드러운 눈빛에 엷은 미소까지 띠고 있었지만 그 호의가 어디서 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윤하경은 예전의 경험상, 이유 없는 친절은 경계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윤하경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시선을 거두며 하석호에게 물었다.“저 사람이랑 친해?”하석호는 잠시 문세호 쪽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친하진 않아. 우리 하씨 집안이랑 저쪽 집안이 한참 전부터 앙숙이거든.”하석호는 한숨을 쉬며 옛일을 떠올렸다.“어릴 때 멀리서 한 번 본 적 있을 뿐인데 그 일 이후로 저 집안이 전부 해외로 떠났었지. 이번에 다시 들어왔는데 혹시라도 우리 집에 불리한 일이라도 꾸미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걱정이 담긴 얼굴로 한참을 더 생각하다가 하석호는 결심한 듯 말했다.“안 되겠다. 이 일은 할아버지한테 바로 말씀드려야겠다. 나 먼저 갈게.”하석호가 급하게 자리를 떠나고 윤하경은 잠시 그 자리에 남아 문세호를 떠올렸다. 혹시 문세호가 자신을 찾은 이유가 하씨 집안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었을까?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봐도, 자신은 어디까지나 ‘윤’씨 집안 출신에 불과했다.굳이 자신을 통해 뭘 하려는 건 너무 빙 돌아가는 일 아닐까?결국 더 이상 깊이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하석호의 말처럼 앞으로는 문세호와 거리를 두기로 다짐했다.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진해리가 있는 자리로 돌아가니 진해리는 빈 잔을 앞에 두고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윤하경이 다가가자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친구랑 이야기 잘 끝났어요?”“친구라고 하긴 좀 그렇죠.”윤하경이 어깨를 으쓱였다.“우리 저녁이나 먹고 들어갈까요?”진해리는 미소를 지었다.“좋아요.”두 사람은 카페를 나와 근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서야 각각 집으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 윤하경은 경성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진해리는 남편의 프로젝트 때문에 모성에 좀 더 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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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8화

원래는 잠깐 눈만 붙이고 일어나서 저녁을 준비할 생각이었다.그런데 얼마나 잤는지도 모르게 깊이 잠들었던 윤하경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잠에서 깼다.방 안은 캄캄했다. 한참을 멍하니 누워 있다가 천천히 어둠에 익숙해지자 겨우 몸을 움직였다.더듬더듬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했다."헉..."자기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 나왔다. 어느새 밤 12시가 넘어 있었다.그런데 아직도 강현우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윤하경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방 안의 불을 켜고 잠시 망설이다가 강현우와의 채팅창을 열어보았다. 그에게 보낸 메시지는 여전히 답이 없었다.요즘 강현우가 얼마나 바쁜지 알기에, 정말 일이 많아서 그런 거라 애써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래도 마음 한쪽이 허전한 기분을 지울 수는 없었다.결국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지금 바빠요?]메시지는 역시나 읽힌 표시도 뜨지 않았다.윤하경은 다시 한번, 조심스레 메시지를 덧붙였다.[밥 꼭 챙겨 먹어요.]하지만 여전히 답은 오지 않았다.윤하경은 가슴 한구석이 자꾸 답답해지고 별별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점점 불안해지던 윤하경은 결국, 민진혁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민진혁이라면 늘 강현우 곁을 지키고 있으니 분명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신호음이 길게 이어지다가 곧 정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사모님.”윤하경은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곧장 물었다.“혹시 현우 씨와 같이 있나요?”전화기 너머에서 민진혁이 고개를 돌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남자를 흘끗 바라봤다.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뒤 대답했다.“네, 지금 같이 있습니다.”그제야 윤하경은 살짝 안도하며 다시 물었다.“혹시... 어디 아프거나,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죠?”“아니에요, 별일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윤하경은 한 번 더 무거운 숨을 내쉰 뒤, 본심과는 달리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알겠어요, 그러면 끊을게요.”전화를 끊자 이제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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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화

“네.”민진혁은 짧게 대답했다가 조금 전 윤하경이 걸었던 전화를 떠올렸다. 뭔가 더 전하고 싶었지만 그새 강현우가 신인아의 병실로 들어가는 바람에 말은 꺼내지 못했다.아직도 신인아는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의사의 말로는 의식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중환자실에 있어야 하고 깨어나야만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다고 했다.강현우는 침대에 누운 신인아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봤다. 꼭 감은 눈, 창백한 얼굴, 온몸에 연결된 의료 장치와 기계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그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둡고 깊어졌다.민진혁은 병실 문 밖에서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자리를 떴다.다음 날 아침, 윤하경은 강현우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단 한 글자만이 적혀 있었다.[응.]윤하경은 그 메시지를 한참 바라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응? ...그게 다야?’게다가 밤늦게, 그것도 새벽 시간에 도착한 답장이었다.강현우가 바쁜 건 알지만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괜히 또 별생각에 잠기고 싶지 않아, 윤하경은 다른 일로 신경을 돌리기로 했다.오랜만에 소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는 회사도 소지연이 완전히 맡아서 잘 운영하고 있었기에 딱히 걱정할 일도 없었다.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지연은 칼같이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이제야 연락하네? 강현우랑 달달하게 붙어 있다가 나 생각났어?”소지연의 장난스러운 농담에 윤하경은 민망한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런 거 아니야...”얼굴이 붉어지는 윤하경을 보고 소지연은 콧소리를 내며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오늘은 내가 쏠 테니까 맘껏 골라.”윤하경이 메뉴판을 내밀며 쿨하게 말했다.이곳은 ‘포레스트’ 같은 초고급 레스토랑까진 아니어도, 충분히 비싼 곳이었다.소지연은 메뉴를 보더니 신난 얼굴로 직원에게 연달아 주문했다.“이거, 이거, 이거... 그리고 저것도 다 주세요. 두 세트!”직원에게 손가락으로 숫자 ‘2’를 그려 보이며 으쓱했다.“누가 여기서 돈 아깝다고 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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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윤하경과 소지연이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도 못한 사이, 명품 보석으로 장식된 손이 불쑥 나타나 윤하경이 들고 있던 물컵을 낚아챘다. 그러고는 뜨거운 물을 그대로 소지연 머리 위로 쏟아부었다.소지연은 아무런 준비도 못 한 채 물을 뒤집어썼다. 한순간에 머리부터 옷, 정성 들여 한 화장까지 온통 망가졌다.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철썩 달라붙어 평소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꼴이 말이 아니었다.윤하경은 얼굴을 찌푸리며 반사적으로 다른 컵을 집으려다, 소지연이 재빨리 손을 붙잡았다.소지연은 이를 악물고 냉정하게 상대를 바라봤다.“아주머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윤하경은 원래 참을성이 있는 편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불시에 소지연을 모욕주고 망신을 준 상대에게 예의를 차릴 마음이 없었다.신지수는 냉소를 지으며 천천히 시선을 돌려 젖은 소지연을 위아래로 훑었다.“너무하다고? 감히 우리 집 며느리 자리를 탐하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줄 알아야지.”신지수 눈에 소지연은 가진 것 없는 아무런 배경도 없는 그냥 작은 회사를 가진 여자에 불과했다. 그런 딸에게 집안을 맡길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이 분명했다.예전부터 소지연이 유호천과 엮이면서 유씨 집안과 예 집안의 혼담까지 틀어졌으니 불만이 쌓여 있을 만했다. 오늘도 마침 윤하경이 소지연과 결혼 얘기를 하는 걸 듣자마자, 단 한 치 망설임 없이 소지연에게 망신을 준 것이다.윤하경은 차분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아무리 부유하게 사셔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신지수는 냉소를 거두지 않았다.“아, 윤하경이구나. 생각해 보면 내가 현우보다 윗사람이지. 나도 네가 강현우랑... 그렇다는 얘기 들었어.”신지수는 말하다 말고 의미심장하게 입을 닫았다. 굳이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소지연과 마찬가지로 윤하경 역시 집안에서 완전히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신지수는 가볍게 턱을 치키며 말했다.“강현우가 좀 더 대담한 건 맞지만 결국은 다들 젊어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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