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는 마지막으로 하병철을 바라보고 말했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병철이 갑자기 입을 가리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그러자 집사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회장님, 약 드실 시간입니다.”곧 하녀가 검은 한약이 담긴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윤하경은 그 한약을 보는 순간 마음이 저릿해졌다.그래서 직접 약을 들어 하병철에게 드리려고 하자 하병철이 손을 저었다.“됐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너희는 각자 방에서 쉬어라. 저녁 먹을 때 내가 사람을 보내서 부를 테니 그때 내려오면 된다.”윤하경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네, 외할아버지. 저희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하병철은 힘없이 손을 한 번 흔들었다. 윤하경이 뭔가 더 말하려던 찰나, 강현우가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고 방을 나왔다.별채를 나서며 윤하경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외할아버지, 아까 보니까...”강현우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할아버지만의 생각이 있으셔. 말씀하고 싶지 않은 게 있으면 우리 같은 후손은 더 묻지 않는 게 맞아.”강현우는 윤하경의 손을 꼭 잡고 방으로 함께 걸어갔다. 윤하경은 오랜만에 돌아왔지만 집안 분위기도 하인도 모두 예전 그대로여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아마 하병철이 일부러 신경 써주신 게 아닐까 싶었다.“현우 씨...”윤하경이 뭔가 말하려 하자 강현우가 짧게 말했다.“이제 자자.”윤하경은 속상한 듯 강현우를 바라봤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었지만 강현우는 모르는 척 그녀를 끌어안고 침대에 함께 누웠다.그의 넓은 손이 허리를 감싸안았고 옷 너머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에 윤하경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느꼈다. 결국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그의 품에서 금세 잠이 들었다.저녁 무렵 하인이 두 사람을 깨우러 왔다. 둘이 식당으로 갔을 때는 이미 하씨 집안 가족들이 대부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음식도 이미 차려져 있었지만 아직 하병철은 자리에 보이지 않았고 식구들은 삼삼오오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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