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941 - Chapter 950

971 Chapters

제941화

윤하경이 감당할 수 있는 선물이 아니었다.“외할아버지, 저는 정말 받을 수 없어요.”종이 몇 장이 전부지만 손에 들고 있자니 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하병철은 원래 오래 끄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윤하경이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자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내가 준다고 했으면 이제 네 거야. 만약 받기 싫으면 다시는 나를 외할아버지라 부르지 마라.”순간 단호하게 말하는 하병철의 기세에 윤하경은 한동안 말이 없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외할아버지.”윤하경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그제야 하병철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아왔다.“이제 네가 강현우와 함께 살기로 했으니 내가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만 꼭 기억해라. 언제든 힘든 일이 생기면 하씨 집안은 늘 네 편이라는 것, 이 집은 영원히 네 집이라는 것.”그 말은 예전에 가족들 앞에서 강현우에게 들으라고 일부러 했던 말이었지만 지금은 오롯이 외할아버지 자신의 진심이었다.윤하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방을 나서며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봄이 다가와서인지 바람에 어느새 따스함이 감돌았다.문득 아버지 윤수철이 떠올랐다. 그와 비교하면 하병철이야말로 훨씬 든든하고 따뜻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방으로 돌아왔을 때, 강현우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아직 머리가 다 마르지 않아, 젖은 머리칼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강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윤하경이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천장에 쏟아지는 조명 아래에서 그가 옆모습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불빛에 비친 옆얼굴에는 왠지 모를 깊은 분위기가 감돌았다.그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왔어?”윤하경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응...”윤하경의 얼굴에는 다소 기분이 가라앉은 표정이 어렸다. 강현우는 그녀의 얼굴을 한번 쭉 훑어보고 손짓했다.“이리 와.”“나는 그냥...”윤하경이 망설이며 한마디 꺼내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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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강현우가 윤하경의 턱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그런데 너, 외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셨는지 나한테 말 안 해줄 거야?”윤하경은 조용히 입술을 다물고 있다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건넸다.“외할아버지께서 주신 거예요.”강현우는 한쪽 눈썹을 올리며 서류를 받아 펼쳐봤다.“참 아낌없이 주시네.”윤하경은 한숨을 쉬었다.“제가 외할아버지 마음을 헛되이 할까 봐 걱정돼요.”강현우가 가볍게 웃었다.“왜, 설마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해?”윤하경은 대답하지 않고 잠시 그를 바라봤다. 늘 그렇듯 자신의 말을 장난스럽게 받아치는 모습에 조금 남아 있던 복잡한 감정도 어느새 희미해졌다.윤하경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저 먼저 씻고 올게요.”강현우가 그녀의 팔을 살짝 붙잡으며 놓아주지 않았다.“잠깐만. 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 나랑 결혼한 거 후회 안 해?”윤하경이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봤다.노란 조명 아래, 각진 얼굴선이 평소보다 한결 부드럽게 보였다. 방금 샤워를 마친 듯 아직도 몸에 물기가 남아 있었고 가까이에서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늘 차가웠던 그 눈동자마저 지금은 마치 녹아내린 얼음처럼 깊고 따뜻하게 느껴졌다.강현우는 아무 말 없이 오로지 윤하경만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한참 생각 끝에 윤하경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저는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이 대답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강현우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다음 순간, 윤하경은 뜨거운 입술이 닿는 느낌에 놀랐고 강현우의 키스는 언제나처럼 거침없고 강렬했다.잠깐 멈칫하던 윤하경은 강현우의 무릎 위에 앉은 채로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수줍은 붉은 기가 그녀의 귓가를 타고 번졌지만 윤하경은 망설이지 않고 조심스레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그 키스를 더 깊게 이어갔다.창밖에는 여전히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지만 방 안은 봄 햇살처럼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다.이윽고 윤하경은 소파에 살짝 눕혀졌고 곧이어 강현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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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하희연이 다가오며 따지기 시작하자 윤하경의 눈빛이 차분해지면서도 살짝 날카로워졌다.“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하희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시치미 떼지 마. 너 아니면 누가 이렇게 만들었겠냐?”여자라면 누구나 예뻐지고 싶으니까, 하희연이 저렇게 화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그런데 지금 하희연 모습은 너무 우스워서 말할 때마다 퉁퉁 부은 입술이 덜렁거려서 웃음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윤하경은 도저히 못 참고 입을 가리고 살짝 웃고 말았다.“너, 지금 웃었지? 웃지 마!”하희연이 손가락으로 윤하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그러자 윤하경은 하희연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야, 너 그냥 병원이나 가. 솔직히 나 지금 이런 얼굴이랑 얘기할 기분 아니야.”사실 ‘돼지머리’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친구 자존심 생각해서 조금 순화해서 말했다.윤하경은 하희연 반응도 안 기다리고 그냥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또 하희연이 팔을 붙잡았다.윤하경은 한숨을 쉬며 돌아봤다.“언제까지 이럴 거야?”하희연은 여전히 이를 갈았다.“나 이렇게 된 거 보고 속으로는 엄청 기쁘지? 전에 내가 강현우 따라다닐 때, 뒤에서 날 비웃었지? 네가 먼저 사귀고 있었으면서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나 이렇게 망신당하니까 속이 다 시원해? 네가 나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냐? 어?”하희연은 붓고 부은 눈으로 윤하경을 똑바로 노려봤고 아직도 그 일에 마음이 남아 있는 게 분명했다.윤하경은 걸음을 멈추고 가볍게 웃더니 손을 확 빼내며 침착하게 말했다.“첫째, 너 강현우 쫓아다닐 때 나랑 그 사람 아무 사이도 아니었어. 둘째, 내 일은 내가 누구한테 말하든 말든 내 마음이야. 셋째, 내가 너한테 경고했잖아? 그런데 네가 안 들었잖아.”윤하경은 한 걸음 다가서며 비꼬듯 미소를 지었다.“지금 이렇게 화내고 소리 지른다고 해서 강현우가 너 좋아해 줄 것 같아? 네가 아무리 여기서 난리 쳐도 강현우 마음은 절대 안 바뀔걸.”말끝에 윤하경은 오히려 여유가 느껴졌다. 명문가에서 곱게 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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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강현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안에 깔린 날카로움은 전혀 줄지 않았다.하희연은 분노로 이를 악물고 두 사람을 한참이나 노려봤지만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그녀는 오래도록 강현우와 윤하경을 째려보다가 결국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강현우, 네가 뭘 그렇게 잘났다고 웃고 있어? 너 지금 강씨 가문에서 쫓겨난 신세잖아. 여기 우리 집에 와서 뭐 잘난 척이야?”윤하경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희연아!”하희연이 윤하경을 노려보며 말했다.“너희 둘 다 똑같아. 하나같이 다 싫어. 두고 봐, 내가 꼭 갚아줄 거야!”그렇게 악담을 남기고는 휙 돌아서서 떠났다.윤하경은 하희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강현우를 바라봤다. 혹시 상처받았을까 걱정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마치 방금 들은 모진 말들이 전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사실 윤하경은 잘 알고 있었다. 강현우는 원래 감정을 얼굴에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표정으로 드러내는 법이 거의 없었다.잠시 망설이다가 윤하경이 조용히 말했다.“현우 씨, 이따가 외할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오늘 바로 집으로 돌아가요. 여기서 괜히 이런 말까지 들으면서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여기서 남을 이유라면 정말 외할아버지와 하석호밖에 없었고 강현우가 남아있는 것도 결국은 자신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를 더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강현우는 별다른 말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자.”그는 자연스럽게 윤하경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함께 밖으로 걸어 나갔다.걸어가던 중, 윤하경이 슬며시 물었다.“그런데... 혹시 희연이 얼굴 그렇게 된 거 현우 씨가 한 거예요?”강현우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었다.“무슨 소리야. 그 정도 장난은 내가 신경도 안 써. 내가 진짜 손댔으면 오늘 아침에 너 걔랑 얘기할 기회도 없었을걸?”윤하경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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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강현우는 윤하경의 허리를 감싸안고 저택 정문에 막 도착했다. 그때 단정하게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곧장 다가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강 대표님, 저희 회장님께서 이미 한참 기다리고 계십니다.”강현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집사의 안내를 받으며 윤하경의 허리를 감싼 채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이 저택은 규모가 상당했다. 지금은 봄이지만 아직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어서 날씨가 꽤 쌀쌀했다. 하지만 저택 정원만큼은 계절을 잊은 듯 생기가 넘쳤다.이 시기에 저택 정원에서는 온갖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그 광경은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만큼 윤하경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렇지만 강현우와 같이 있는 자리였기에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윤하경은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강현우에게 괜히 민망함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정원을 지나 거실로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있는 중년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남성은 맞춤 양복을 입고 있었으나 얼굴은 다소 창백해 보였다. 강현우가 들어서자 남성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강 대표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남성은 시선을 들어 강현우를 바라봤고 곧 윤하경에게 시선이 옮겨지자 차분했던 눈동자가 순간 미세하게 흔들렸다. 강현우가 윤하경의 허리를 감싼 채 가까이 다가왔을 때도 남성의 시선은 계속 윤하경에게 머물렀다.강현우는 그 시선을 느끼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조용히 말했다.“문 회장님.”“네?”문세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시선을 거두었다. 그는 약간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실례를 감추려 애썼다.“실례했습니다.”강현우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윤하경을 바라보며 소개했다.“하경아, 이분은 문세호 회장님이야.”그리고 다시 문세호에게 말했다.“문 회장님, 제 아내 윤하경입니다.”서로 인사를 나누는 순간, 문세호는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윤하경 씨.”윤하경은 남성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무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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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6화

윤하경은 자신이 이 정원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표정에 다 드러났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는 살짝 민망한 듯 문세호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죄송합니다, 문 회장님. 제가 너무 실례를 범했네요.”문세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괜찮습니다.”문세호는 나이가 지긋했지만 학자다운 점잖은 인상에, 늘 입가에 적당한 미소를 머금고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호감을 느끼게 했다.그는 손을 내저으며 윤하경에게 말했다.“윤하경 씨가 정원을 좋아하신다면 밖에 나가서 직접 감상하셔도 좋습니다. 요즘은 특히 장미가 잘 피었습니다. 한 번 천천히 둘러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감사합니다.”윤하경은 예의를 지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세호가 이렇게 말한 것도 아마 강현우와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가 있어서일 것 같았다.윤하경은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조용히 거실을 나와 정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거실에서는 강현우와 문세호가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거실의 넓은 창 너머로 정원을 산책하는 윤하경을 바라보았다.그때 문세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께서는 정말 복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강현우는 계속 계약서를 읽고 있다가 그 말을 듣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문 회장님께서도 제 아내가 예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강현우의 말에는 분명 미묘한 경계심이 묻어 있었다.문세호는 그 말에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저는 후배들을 늘 기특하게 생각할 뿐입니다.”이 말로써 문세호는 자신을 자연스럽게 윤하경의 ‘어른’ 위치에 두었다.강현우는 가볍게 한쪽 눈썹을 올리며 다시 계약서로 시선을 돌렸다.“문 회장님께서는 늘 이렇게 은근슬쩍 제 기를 죽이시네요.”문세호는 웃음으로 받아넘겼지만 시선은 다시 정원의 윤하경에게로 향했다.오늘은 햇살이 좋아, 차가운 공기를 뚫고도 따스함이 느껴졌다. 윤하경은 흰색 코트를 입고 정원을 걷고 있었고 그 모습은 누구라도 시선을 멈추게 할 만큼 눈길을 끌었다.그때였다.“넌 누구야?”윤하경은 빨간 장미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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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7화

윤하경은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강현우와 함께 걸어오고 있는 문세호가 서 있었다. 문세호는 얼굴을 굳힌 채, 윤하경에게 무례하게 굴던 그녀를 매서운 시선으로 바라봤다.“누가 너더러 그렇게 말하랬어? 지금 바로 윤하경 씨께 사과해.”문세호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단호했다. 늘 신사다운 인상이었지만 이렇게 굳은 얼굴로 말할 때는 오히려 더 위압감이 느껴졌다.“세호 씨, 저... 그게...”그때 강현우가 잠시 눈을 가늘게 뜨더니 곧장 윤하경 곁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현주를 바라봤다.“제 아내가 뭐라고 했길래, 이렇게까지 화가 나신 겁니까?”강현우는 침착하면서도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말해보세요. 정말 제 아내가 잘못했다면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그렇게 말하며 윤하경을 한 번 더 품에 끌어안았다. 마치 자신만의 방식으로 단단히 보호하고 있는 듯했다.윤하경은 순간 놀라서 강현우를 바라봤고 햇살 아래 드러난 강현우의 옆모습이 유난히 강인해 보였다. 이 순간 자신이 잠시 넋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한편, 서현주는 난감한 듯 어색하게 웃었다.“아... 그렇군요. 윤하경 씨가 강 대표님의 아내셨다니 제가 미처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오해를 했던 것 같습니다.”서현주는 머쓱하게 미소 지으며 문세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회장님, 혹시 강 대표님과 사모님께서는 오늘 저녁도 드시고 가실 생각인가요? 제가 먼저 식사 준비를 부탁드릴까요?”그렇게 얼른 자리를 피하려고 돌아서려 했지만 강현우가 다시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불렀다.“잠시만요. 아직 제 아내가 뭘 잘못했는지 듣지 못했습니다. 만약 오해라면 제 아내에게 상처 주신 건데 제대로 사과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강현우는 노골적으로 윤하경을 감싸며 전혀 서현주에게 체면을 봐줄 생각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서현주는 걸음을 멈추고 잠깐 등 뒤로 표정을 숨긴 채 머뭇거렸다. 강현우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으려는 걸 눈치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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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윤하경은 잠시 망설이다가 부드럽게 입술을 다물었다. “괜찮아요. 사모님도 오해가 있었던 거니까요.”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의 분위기가 한순간 미묘하게 달라졌다. 윤하경만 모른 채, 나머지 세 사람은 저마다 복잡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서현주는 어색하게 시선을 떨구었고 문세호를 힐끔 바라보며 머쓱하게 웃었다. 문세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더 말하려는 듯했지만 그보다 먼저 강현우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문 회장님, 저희는 이제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문세호는 잠시 강현우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제가 사람을 불러드릴게요.”“괜찮습니다. 이 정도 길은 저희도 잘 기억할 수 있습니다.”강현우의 목소리는 짧지만 단호했다. 방금 전 서현주 일로 내내 불편함이 가시지 않은 듯했지만 문세호도 더는 붙잡지 않았다.“알겠어요. 이후에 필요한 이야기가 있으면 제 비서에게 연락하시면 됩니다.”강현우는 특별한 대꾸 없이 윤하경의 허리를 감싸며 조용히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이 나란히 문을 나서는 뒷모습은 누가 봐도 잘 어울렸다. 그 모습이 어쩐지 서현주의 마음을 괜히 아리게 만들었다.서현주는 그런 자신을 다독이려 고개를 돌렸지만 문세호가 아직도 창가에서 윤하경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걸 보고 한순간 얼굴이 굳어졌다.잠시 망설이다가 서현주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세호 씨, 아무리 그래도 강 대표님이 너무 무례한 건 아닌가요? 저런 분하고 계속 협력해도 괜찮으신 건지 조금 걱정돼요.”표정과 말투는 조심스러웠지만 그 말에 담긴 의도는 명확했다. 문세호가 강현우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길 바라는 속내였다.문세호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서현주를 바라봤다.“현주야, 네가 우리 집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서현주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곧 5년이에요.”“5년...”문세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시간을 되뇌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내가 사람을 시켜서 네 방을 따로 마련해 줄 테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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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아니에요?”윤하경은 살짝 놀란 얼굴로 강현우를 바라봤다.서현주가 그렇게 주인 행세를 하길래 당연히 문세호의 아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라고 하니 얼떨떨했다.강현우는 가볍게 손끝으로 그녀의 콧등을 톡 건드렸다.“언제부터 이렇게 남의 사생활에 관심 많아졌어?”윤하경은 민망하게 웃으며 변명했다.“그냥 좀 궁금해서요.”그리고 다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생각해 보니 문 회장님처럼 점잖은 분이 서현주 씨 같은 사람이랑 어울릴 것 같진 않네요.”솔직히 서현주의 말투나 태도는 아무리 봐도 무례했다.강현우는 살짝 미간을 올리며 손끝을 콧등에서 그녀의 입가로 천천히 내리더니 가볍게 윤하경의 입술을 스치며 낮게 물었다.“기분 상했어?”윤하경은 아니라고 말하려다, 그보다 먼저 강현우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보상이라도 해줄까?”강현우의 시선이 점점 짙어지고 뜨거운 눈길이 윤하경의 입술에 머물렀고 금방이라도 입을 맞출 것처럼 얼굴이 가까워졌다.놀란 윤하경은 얼른 몸을 일으켜 세우며 얼굴을 붉혔다. 운전석의 민진혁을 흘끗 보고는 강현우를 노려봤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툴툴대는 목소리에 강현우는 웃으면서 그녀의 입가를 한번 쓸며 말했다.“여기 머리카락 붙어 있어서 떼주려던 건데?”윤하경은 멍해져서 고개를 숙였다.“아... 진짜요?”혼자서 착각한 게 민망해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강현우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짓고는 민진혁에게 말했다.“민진혁, 우리 배지훈한테 가자.”“배지훈 씨요?”윤하경은 순간 관심이 쏠리며 방금까지의 민망함도 잊고 물었다.“배지훈 씨가 여기 모성에 와 있어요?”강현우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는 빠르게 도로를 달렸고 곧 한 양식 레스토랑 앞에 멈췄다.강현우는 먼저 내려 윤하경의 문을 열어주고 자신의 코트를 그녀 어깨에 걸쳐주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레스토랑 2층 프라이빗룸에 들어서자 이미 배지훈과 진해리가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다.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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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화

“혹시... 임신했어요?”윤하경은 평소 남의 사생활에 함부로 관여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진해리의 태도가 너무 분명해 그냥 넘기기도 애매했다.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지훈이 으쓱하며 진해리를 확 끌어안았고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보며 외쳤다.“봤지? 나 아빠 된다! 어릴 때부터 뭐 하나 너한테 안 졌는데 아빠 되는 건 내가 한발 앞섰다. 하하.”배지훈은 자랑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하지만 강현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닥치고 밥이나 먹어.”진해리는 수줍게 웃으며 윤하경을 바라봤다.“네, 맞아요. 이제 두 달 조금 넘었는데 아직은 공식적으로 밝힐 때가 아니라서요.”그러고는 슬쩍 투정하듯 배지훈을 흘겨봤다.“원래 석 달 지나고 말하기로 했잖아. 또 말 많아졌네.”배지훈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여기 있는 사람들끼리인데 뭐 어때.”윤하경은 밝게 미소 지었다.“정말 축하해요. 아기 태어나면 꼭 연락하세요. 제가 선물 잔뜩 준비해 둘게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느새 손이 자신도 모르게 아랫배에 얹혀 있었다. 여기에도 한때 작은 생명이 있었던 기억이 불쑥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살짝 쓸쓸해졌다.그때, 강현우가 그녀의 접시에 푸아그라를 올려주며 물었다.“밥 안 먹어? 배 안 고파?”정신을 차린 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봤다. 왠지 모르게 강현우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진 듯했다.“네... 고마워요.”작게 인사하며 푸아그라를 한 입 넣었지만 왠지 입맛이 돌지 않았다. 진심으로 진해리를 축하하고 싶었는데 마음 한편이 괜히 허전하고 무거웠다.식사가 끝난 뒤, 네 사람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강현우가 운영하는 개인 회원제 클럽이었다. 언제 이런 곳을 열었는지 몰랐던 윤하경은 직원이 강현우를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걸 듣고서야 알게 됐다.강현우는 담담하게 클럽 매니저에게 말했다.“두 분 아래로 데려가서 좀 쉬게 해줘.”직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윤하경과 진해리를 별도의 룸으로 안내했다.클럽에는 다양한 서비스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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