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강호석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변호사팀이 도착하자 강호석의 구술을 바탕으로 유언장이 작성됐다. 모든 작업이 끝나자 변호사는 유언장을 강현우에게 내밀었다.“회장님, 최종 유언장입니다. 한 번 확인해 주세요.”강현우는 그저 대충 한 번 훑어볼 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그는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이제 할 말 다 했으니 더 할 얘긴 없겠네요.”그렇게 말하며 곧장 문 쪽으로 향했지만 막 문을 나서려는 순간, 침대에 누운 강호석이 힘겹게 그를 불러 세웠다.“현우야!”예전과는 다르게, 목소리에는 한층 힘이 빠져 있었다.강현우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여전히 냉랭한 표정이었지만 눈빛만으로 아직 무슨 일이 더 남았냐고 묻는 듯했다.강호석은 한동안 말문이 막힌 듯 침묵하다가 입술을 떨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동안, 네가 많이 힘들었지.”마지막이 다가오니 그도 결국 오랜 세월 쌓인 미안함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강현우의 얼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돌아서 나가버렸다.강호석은 그런 손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곁에 있던 집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회장님, 도련님이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하지만 강호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다. 그 녀석, 그동안 정말 많이 참고 살아왔지...”평생 자존심으로 버텨온 강호석이었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손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강현우는 병원을 나와 조용히 차에 오르더니 곧장 출발하지 않고 조용히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그때 창밖으로 희미하게 병실 창이 보였다.강현우는 잠시 그곳을 바라보다 복잡한 심경으로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야 조용히 시동을 걸고 병원을 떠났다....다음 날 아침, 윤하경이 눈을 떴을 때 강현우는 곁에 없었다.그를 찾으러 이 방 저 방을 둘러보다 결국 서재에서 강현우를 발견했다. 그는 의자에 앉아 한참 생각에 잠겨 있었다.윤하경은 잠시 멈칫하다가 조심스레 다가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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