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Bab 971 - Bab 980

1471 Bab

제971화

“할 말 이제 다 하셨어요?”강현우는 별다른 표정 없이 조용히 물었다.한선아는 그런 강현우의 냉랭한 얼굴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너, 이미 다 알고 있었구나?”강현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한선아는 오히려 표정이 밝아지며 물었다.“그럼 아직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구나? 계획이 있으면 말해봐. 엄마가 뭐든 도와줄게!”강현우는 한선아를 힐끔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진짜 도와주고 싶으면 제발 제 일에 신경 좀 꺼요.”한선아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네가 지금 엄마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도 돼? 나는 다 네 생각해서 그런 거야.”강현우는 비웃음 섞인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정말 저를 생각해서 그러는 건지 본인이 더 잘 알겠죠.”말을 끝내자마자 강현우는 윤하경의 손을 잡고 바로 식당을 나왔고 남겨진 한선아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식당을 나와 차에 올라탄 뒤, 윤하경은 조심스럽게 강현우를 바라봤다. 강현우의 눈매에는 알 수 없는 날카로움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윤하경은 잠시 망설이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강현우가 왜 한선아에게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깊은 상처가 있는지, 만날 때마다 늘 이렇게 불편하고 팽팽한 공기만 감도는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냥 입을 다무는 게 나을 것 같았다.윤하경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봤다. 오늘따라 정말 재수가 없는 날 같았다. 장도영도 그렇고 한선아까지 괜히 기분만 뒤숭숭해졌다.강현우의 기분도 별로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두 사람은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집에 도착해서야 강현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너 먼저 들어가서 쉬어. 나는 처리할 일이 좀 있어.”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방으로 올라갔다. 하루 종일 일하고 이런저런 일까지 겹쳐서인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니 금세 피곤이 몰려왔다.그래도 머릿속 한구석에는 자꾸만 오늘 강현우와 한선아 사이에서 느꼈던 묘한 거리감이 떠올랐다.사실 그녀도 강현우가 한선아에게 왜 그렇게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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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강현우는 그 말에 냉소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왜요, 제가 집에 돌아가서 어머니가 그렇게 챙기는 애들하고 재산 싸움이라도 할까 봐 걱정되세요?”강현우의 말투는 전혀 예의가 없었고 강호석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강호석이 갑자기 거칠게 기침했고 분명히 강현우의 말에 화가 단단히 난 듯했다. 그는 한참을 기침하고 나서야 겨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넌 정말 서운한 걸 참 오래도 품고 사는구나.”강현우는 냉소적으로 말했다.“저 원래 그런 성격 아니에요. 억울하면 바로 풀지, 오래 품고 있진 않습니다.”강호석은 강현우가 자신을 좋게 보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았다. 그래도 힘을 내어 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다.“네가 요즘 뭘 하고 있는지는 다 안다. 집에 와라. 우리 진지하게 얘기 좀 하자.”강현우는 전혀 달래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전 이만 자려고요.”할아버지가 거의 임종을 앞둔 상황인데 손자인 그는 조금도 슬퍼하는 기색이 없었다.강호석은 너무 화가 났지만 정작 이런 상황을 만든 게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손수 강현우를 쫓아내면서도 언젠가는 새로운 후계자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건강까지 급격히 나빠졌고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집안 식구들도 모두 자신의 건강보다 유산이 누구 손에 갈지에만 관심이 쏠려 있었다.평생 사업에만 몰두해 왔던 강호석은 마지막에 이르러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졌다.죽음이 가까워서인지, 평소보다 마음도 한결 너그러워진 듯했다. 예전 같으면 강현우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벌써 소리를 질렀겠지만 이젠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담담해졌다.“돌아와라. 네가 원하는 거, 내가 가지고 있다.”그 한마디를 남기고 강호석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강현우는 한참 동안 꺼진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깊었다. 개인 병원이라 복도는 한산했고 병실 앞에는 경호원이 몇 명이나 서 있었다.그가 다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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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강호석은 평생 모든 걸 자기 뜻대로 통제해 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강현우만큼은 아무리 눌러보려 해도 뜻대로 휘어지지 않았다. 이미 강현우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여러모로 몰래 견제해 온 것도 사실이었다.강현우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냉철하고 더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강호석은 점점 강현우가 두려워졌다.늘 모든 걸 손아귀에 쥐고 살아온 사람일수록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이나 일이 생기면 그 불안이 더 커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감정적으로 휘둘릴 때도 생기는 법이다.그래서 지금, 강현우가 자신에게 이토록 냉담하게 나오는 걸 강호석은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잠시 침묵하던 그는 경호원에게 손짓해 침대 머리를 높였고 반쯤 몸을 일으켜 세운 채 조용히 말했다.“네가 요즘 뭘 하는지, 나 다 알고 있다. 결국 집안 전체를 네 손에 쥐려는 거 아니냐.”강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을 대비해 준비해 오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성이 같다는 이유로 강호석이 너무 심하게만 굴지 않는다면 한 번쯤은 눈감아 줄 생각도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강호석은 한계를 넘었고 마침내 모든 선을 무너뜨렸다.그래서 집 안에서 나온 뒤로 그는 집안의 사업과 회사를 천천히 인수하는 준비를 해왔고 최근에는 그 계획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새로 내세운 후계자란 사람도 사실 집안에서 별 존재감 없던 먼 친척일 뿐이었다.유학 하러 갔다가 막 돌아오자마자 제대로 판단 한 번 잘못하는 바람에 회사 일이 몇 번이나 위태로워지기도 했다. 그러니 강호석이 병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한참 기침을 한 뒤, 강호석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그래,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말해봐라. 어떤 조건이든 들어줄 테니 다시 집안으로 돌아와 줄 수 없겠니?”이제 임종을 앞두고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부탁이었다. 강현우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집안에 남은 사람들로는 이 회사를 지키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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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그래서요?”강현우는 흥미로운 듯이 강호석을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강호석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이내 조용히 말했다.“이 모든 걸, 다 네게 줄 생각이다.”“참 후하시네요.”강현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서류를 다시 상자에 넣었고 겉으로는 전혀 미련 없어 보였다. 강호석은 그의 반응에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이 모든 걸 네게 넘길 테니 다시 돌아와서 집안을 일으켜 세워라. 그리고 집안 사람들 각자가 가진 지분은 각자 알아서 관리하도록 둘 생각이다.”강호석은 진지하게 덧붙였다. 강씨 가문 전통상, 집안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회사의 지분을 조금씩 나눠 갖고 있었다.강현우만 집안에 돌아온다면 나머지 가족들도 부유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만약 다른 누군가가 집안을 맡게 되면 강씨 가문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는 법이다. 다른 가족들이 아무리 미덥지 않아도 결국 모두 자신의 피붙이였다. 최소한 굶지는 않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 강호석이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만약 이 돈을 가족들에게 다 나눠준다면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차라리 이걸로 강현우를 집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강호석은 속으로 길게 한숨을 쉬었고 강현우는 잠시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정말, 그게 전부예요?”“그래, 그게 다다.”강호석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현우의 무심한 표정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네가 그동안 집안에 얼마나 불만이 많았는지 안다. 네 아버지 일도 네가 쉽게 넘기지 못하는 거 알고 있다. 하지만...”“그 얘긴 꺼내지 마세요.”강현우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강호석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무거운 한숨을 토했다.“지금 무슨 말을 해도 네 마음을 바꿀 수는 없다는 거 안다. 하지만 넌 사업가야. 어떤 선택이 네게 이득이 될지 잘 알 거라 믿는다.”“만약 계속 집안과 맞서서 싸운다면 설령 집안을 네가 다 가져간다 해도 그때는 이미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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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사실 강호석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변호사팀이 도착하자 강호석의 구술을 바탕으로 유언장이 작성됐다. 모든 작업이 끝나자 변호사는 유언장을 강현우에게 내밀었다.“회장님, 최종 유언장입니다. 한 번 확인해 주세요.”강현우는 그저 대충 한 번 훑어볼 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그는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이제 할 말 다 했으니 더 할 얘긴 없겠네요.”그렇게 말하며 곧장 문 쪽으로 향했지만 막 문을 나서려는 순간, 침대에 누운 강호석이 힘겹게 그를 불러 세웠다.“현우야!”예전과는 다르게, 목소리에는 한층 힘이 빠져 있었다.강현우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여전히 냉랭한 표정이었지만 눈빛만으로 아직 무슨 일이 더 남았냐고 묻는 듯했다.강호석은 한동안 말문이 막힌 듯 침묵하다가 입술을 떨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동안, 네가 많이 힘들었지.”마지막이 다가오니 그도 결국 오랜 세월 쌓인 미안함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강현우의 얼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돌아서 나가버렸다.강호석은 그런 손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곁에 있던 집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회장님, 도련님이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하지만 강호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다. 그 녀석, 그동안 정말 많이 참고 살아왔지...”평생 자존심으로 버텨온 강호석이었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손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강현우는 병원을 나와 조용히 차에 오르더니 곧장 출발하지 않고 조용히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그때 창밖으로 희미하게 병실 창이 보였다.강현우는 잠시 그곳을 바라보다 복잡한 심경으로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야 조용히 시동을 걸고 병원을 떠났다....다음 날 아침, 윤하경이 눈을 떴을 때 강현우는 곁에 없었다.그를 찾으러 이 방 저 방을 둘러보다 결국 서재에서 강현우를 발견했다. 그는 의자에 앉아 한참 생각에 잠겨 있었다.윤하경은 잠시 멈칫하다가 조심스레 다가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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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윤하경은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 올리고 흰색 비녀를 꽂았다. 그리고 강현우에게 어울리는 검은색 정장 한 벌도 챙겨두었다.차분히 정장을 갖춰 입은 강현우는 유난히 더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 어느 누구도 쉽게 다가서지 못할 듯한, 완벽히 벽을 두른 사람 같았다.차 안에서 윤하경은 그 옆자리에 앉아, 한 번 그의 각진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강현우의 손은 오랜 운동으로 인해 거칠고 크고 윤하경의 손은 그보다 작고 하얗게 느껴졌다.작은 손끝으로 살짝 그의 손등을 감싸 쥐자 차가운 감촉에 잠시 멍하니 있던 강현우가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그가 옆을 보자 윤하경이 조용히 물었다.“괜찮으세요?”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늘 하던 대로 시큰둥하게 말했다.“내가 뭐가 괜찮지 않을 이유가 있겠어.”윤하경은 조용히 눈썹을 올렸다가 손을 살짝 놓으려 했다.“아, 제가 괜히 걱정했네요. 사실 위로라도 한마디 해드리려고 했는데요.”그 순간, 강현우가 오히려 그녀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손끝이 아플 만큼 세게 쥐어 윤하경이 잠시 놀라서 강현우를 쳐다봤다. 그러자 강현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내가 전에도 말했지? 말로 하는 위로나 관심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정말 위로하고 싶으면 말 말고 행동으로 해봐.”윤하경은 얼굴이 붉어졌다.강현우가 ‘행동’이라고 했을 때 어떤 의미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오늘 같은 날에는 장난치지 마세요.”강현우는 피식 웃으며 창밖을 잠시 바라봤다.“진지? 저 사람들이라고 내가 굳이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있어?”그의 눈빛이 다시 차가워졌고 윤하경은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외부 사람들은 모두 강현우가 집안의 천재라고 어린 나이에 이미 모든 걸 손에 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아무도 그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세월을 견뎌왔는지 알지 못한다.어린 나이부터 온갖 계산과 의심 속에서 자라야 했고 수많은 위기와 견제를 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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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결국, 강현우와 윤하경이 가장 늦게 도착했다.하지만 강현우는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특별히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윤하경의 손을 잡고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강호석의 빈소는 강씨 사당에 마련되어 있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그날 밤부터 저택 대문에서 제실로 이어지는 길목마다 하얀 천과 조화가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고 경성의 내로라하는 명문가답게 아직 직접 찾아오지 못한 이들도 이미 수많은 조화를 보내와 조의를 표하고 있었다.이런 분위기에서 윤하경은 최대한 자신의 존재감을 낮추고 조용히 강현우 곁을 따라 걸었다. 오늘 같은 날, 굳이 집안 사람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이 빈소에 들어섰을 때 이미 강가의 친척들은 다 모여 있었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건 강현우와 윤하경이었다.윤하경은 이 집안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시선을 돌려보니 예전에 몇 번 마주쳤던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강소연, 그리고 강현우의 어머니인 한선아도 있었다.나머지는 이름조차 모르기에 윤하경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그때, 검은색 한복을 차려입은 나이 많은 남자가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강현우, 네가 여기 감히 들어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이 남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이름을 불러가며 호통치는 걸 보니 분명 강현우의 윗세대 친척임이 분명했다.강현우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여기가 우리 집이니까요. 제가 안 오면 누군가 빈 자리를 대신 채울까 봐서요.”그 말에 그 어르신의 얼굴이 금세 빨개졌다.“뭐라고? 어른한테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냐?”강호준은 강호석의 동생이고 일찌감치 집안에서 독립해서 나갔지만 아직도 회사에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오늘의 상속자로 지목된 강경원은 그의 손자였다.사실, 원래라면 강경원에게까지 기회가 돌아갈 리 없었지만 강씨 가문의 직계 손자 중 나이와 경력이 맞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나머지 강소연과 강현민은 이미 강현우에게 밀려 멀어진 상태라 결국 이번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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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닥쳐라!”한선아가 강경원을 단호하게 쏘아붙였다.“여기 네가 끼어들 자리는 없어.”그리고 곧장 강호준 쪽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삼촌, 경원이는 제대로 된 교육부터 다시 시켜야겠네요.”아까 강현우에게 한 번 무시당했던 강호준은 이젠 한선아에게까지 공개적으로 지적을 당하자 도저히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그래, 좋아! 우리 형이 막 세상을 떠났는데 너희 모자가 이제 내 머리 위에 올라타겠다는 거냐!”윤하경은 그 광경을 보며 겉으로만 그럴듯해 보이는 명문가의 민낯에 속으로 한숨이 절로 나왔다.아무리 명문가라고 해도 이렇게 거대한 재산 앞에서는 체면이고 뭐고 다 무너지는구나 싶었다.한선아는 더 이상 상대할 필요도 없다는 듯 강호준을 외면하고다시 강현우와 윤하경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옆에 선 윤하경에게도 살짝 차가운 시선을 보냈지만 오늘 같은 날, 굳이 공개적으로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없는 듯 조용히 숨을 고르며 말했다.“현우야, 하경아. 너희도 들어가서 할아버지께 향 한 번 올리고 와라.”이 향은 여전히 강현우가 강씨 가문의 일원임을 상징하는 의식이었다. 사실 어젯밤 남겨진 유언장에 대해 이 자리에선 집사와 변호인단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한선아조차 그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그래서 그녀가 말을 끝내자 장내 곳곳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났다.“난 아닌 것 같은데?”누군가가 소리치자 강호준은 등을 꼿꼿이 세우고 한선아와 강현우를 향해 비웃듯 말했다.“봐라, 나만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게 아니지 않나? 현우는 이미 집안에서 내쳐졌고 돌아가신 형님도 그를 달가워하지 않았어. 여기서 이러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한선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뭔가 말을 하려던 순간, 집사가 앞으로 나섰다.“어르신, 현우 도련님을 여기 모시라고 하신 건 회장님의 직접 뜻이었습니다.”“뭐라고? 그럴 리가 없어!”강호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집사를 바라봤다.집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제 말을 못 믿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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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윤하경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저는 잘 몰라요.”한선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답답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정말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지 됐어, 어차피 곧 다 알게 될 테니까. 어떻게 되든 강한 그룹은 반드시 현우한테로 돌아올 거야.”한선아는 다시 윤하경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어쨌든 난 오늘 같은 날 너랑 굳이 부딪히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괜히 창피한 꼴 만들지 말고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있어. 알겠지?”윤하경은 속으론 진저리를 쳤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바로 그때, 앞서 걷던 강현우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그 눈빛에는 은근한 경계가 스쳐 지나갔다. 그가 윤하경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한선아를 바라보자 한선아는 순간적으로 손을 놓았고 강현우는 미소도 없이 윤하경을 불렀다.“여기 와.”윤하경은 그 말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를 정도였다. 급히 발걸음을 옮겨 강현우 곁에 다가섰고 두 사람은 나란히 앞으로 걸어갔다.모두가 응접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여러 명의 변호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사람들은 각자 복잡한 표정으로 변호사들이 들고 있는 두꺼운 서류철을 힐끔힐끔 살폈다.사실 강호석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집안 사람들은 줄곧 유산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궁금해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하지만 강현우만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소파에 편하게 앉아 여유롭게 팔짱을 꼈다. 그 모습에는 오히려 약간의 도발적인 여유마저 느껴졌다.윤하경은 그 옆에 조용히 앉아 살며시 강현우의 손을 잡았다.그러자 강현우가 쳐다보며 물었다.“왜, 내가 혹시 상처받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윤하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사실, 정말 그런 마음이었다.강현우가 굳이 이 자리에 온 건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가족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유언장에서 상처받지 않을까 괜히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들켰다는 생각에 윤하경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저, 합법적으로 남편 손 좀 잡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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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유언장이 낭독되면서 순간 응접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본인은 본인의 사망과 동시에 본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일체의 부동산, 예금, 유가증권 및 회사 지분 등 일체의 재산을 손자 강현우에게 전부 상속한다.”“말도 안 돼!”강호준이 벌떡 일어나 집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형님이 현우에 대해 완전히 실망했다면서 어떻게 유산을 몽땅 그 녀석한테 넘길 수가 있어!” 분노를 참지 못한 강호준은 집사를 손가락질하다가 다시 강현우를 겨눴다.“너지? 네가 할아버지 돌아가신 거 틈타서 집사랑 변호사랑 짜고 유산을 빼돌리려는 거잖아!”강현우는 그 말에 차가운 눈빛으로 강호준을 쳐다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올렸다.“그렇게 의심스러우시면 직접 아래 가서 할아버지께 물어보세요. 확인해 보시든가요?”강현우는 원래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입을 열면 상대를 일거에 무력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나이도 있는 강호준이 그렇게 대놓고 면박을 당하자 입가의 수염까지 떨릴 만큼 분노와 당황이 뒤섞였다.“너, 정말 어른한테 예의란 게 있기는 하냐!”강호준이 소리쳤지만 강현우는 어깨만 한번 으쓱할 뿐 다시는 대꾸하지 않았다.집사는 무표정하게 강호준을 바라보며 말했다.“호준 어르신, 유언장은 아직 다 읽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들어주신 뒤에 말씀해 주세요. 유언장의 진위는 곧 공식 증거로 확인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강호준은 이를 악물고 자리에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집사는 계속해서 유언장을 읽어 나갔다.“강현우는 강한 그룹의 새 대표이자 회장직을 맡는다.”이 한마디에 강경원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는 눈으로 강현우를 쏘아보며 억누를 수 없는 질투와 불안이 한꺼번에 뒤섞여 있었다.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모두가 우러러보던 강현우. 강경원은 겉으론 침착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울분을 삭이며 애써 표정을 감췄다.‘이 자리가 내 거였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왜 결국에는 다 뺏기게 되는 거지?’속으로 수없이 외쳤지만 입 밖으로 내지르진 못했다. 질투 못지않게 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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