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711 - Chapter 720

731 Chapters

제711화 사진 속의 사람

“욕실은 방 안에 있어요. 안내해 드릴게요.”장정아는 민여진을 욕실에 데려다주고는 입을 옷까지 세심하게 챙겨 주었다. 욕실 문이 닫히자 겉으로 애써 평온을 유지하던 민여진의 얼굴이 그제야 일그러졌다. 그녀는 눈을 감고 연신 숨을 들이마셨다.두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 여전히 심장에 각인되어 있었다. 남자들이 거리낌 없이 자신을 짓밟았던 기억은 영원한 악몽이 되어버렸다.속에서 울컥 역겨움이 치밀었다. 떨리는 손가락을 애써 진정시키며 보일러를 켜고 입었던 겉옷과 속옷을 벗었다. 몸부림치다 생긴 어깨의 상처가 보였다. 그녀는 샤워기 아래로 걸어 들어가 물을 틀고 몸을 쉴 새 없이 씻어냈다.온몸이 시뻘게 달아오를 때까지 씻어낸 후에야 민여진은 샤워를 멈추고 장정아가 건넨 옷으로 갈아입었다.밖으로 나오자 장정아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민여진을 발견한 장정아는 그녀의 잠옷 차림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감탄하듯 말했다.“여진 씨, 정말 완벽해요. 어쩜 똑같은 옷인데 여진 씨가 입으니 이렇게 예쁠까요? 임재윤 씨가 보물을 주웠네요.”민여진은 왠지 모르게 민망해했다. 장정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옷은요? 세탁기에 넣어 둘게요. 내일 아침이면 건조까지 돼서 다시 입을 수 있을 거예요.”“바닥에 있어요.”장정아는 떨어진 옷을 주우러 갔다가 외투를 잡는 순간, 무심코 주머니를 뒤적였는데 뜻밖에도 사진 한 장이 만져졌다.“이게 뭐죠?”장정아는 고개를 갸웃했다.민여진이 돌아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임재윤 씨 옷 주머니에 사진이 한 장 있어요.”“사진이요?”재킷은 박진성의 것이었으니 사진 역시 그의 것일 터였다. 주머니에 사진이 들어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민여진은 그보다 혹시 사진에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어 박진성의 신분이 드러날까 봐 더 걱정스러웠다. 그녀는 얼른 말했다.“외투는 그 사람 건데 사진은 모르겠어요. 제가 식탁 위에서 발견하고 주머니에 넣어 뒀나 봐요.”“그래요?”장정아는 여전히 미심쩍은 듯 사진 뒷면을 뒤집어 보았다. 사진을 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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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왜 이렇게 여진 씨와 닮았죠?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본래의 성정을 숨기기는 어려울 터였다. 민여진이 걸린 문제라면 박진성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진시우의 낯빛이 한결 어두워졌다. 민여진이 겪었을 상황을 대충 짐작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조민철은 내가 맡아 처리하지. 그 녀석을 혼낼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어. 그런데 문채연은 어쩌려고?”박진성의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진시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재차 물었다.“박진성, 무슨 이유로 문채연에게 발목이 잡힌 건지 알려줘.”박진성은 태우던 담배를 말없이 꺼버렸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문채연이 민영미 사진을 가지고 있어.”“민영미?”진시우가 그 이름을 읊조렸다. 어딘가 익숙하다고 생각하다가 뒤늦게 불현듯 고개를 들었다.“그거, 민여진 씨 어머니 이름 아닌가? 그분은 돌아가신 걸로 아는데...”“돌아가시지 않았어.”진시우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자신의 기억이 맞다면 민여진이 절망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린 건 민영미가 죽고 홀로 남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민영미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니, 참으로 충격적이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진시우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박진성, 문채연에게 속은 게 아닌지 잘 생각해 봐. 스스로 뛰어내려 죽은 사람이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단 말이야?”박진성은 눈을 감았다. “나도 정확히는 몰라. 당시 민영미가 3층에서 떨어졌을 때, 얼굴이 피범벅이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고 옷가지로 겨우 신원을 확인했지. 나 역시 당연히 그 시신을 민영미라고 여겼어. 게다가 이 일이 민여진에게 알려져 소란스러워지는 걸 막으려고 서둘러 처리했으니 어쩌면 그 시신은 민영미가 아닐 수도 있겠지.”“하지만 살아 있었다면 왜 그동안 돌아오지 않은 거지? 문채연은 그걸 어떻게 알았고?”박진성은 고개를 저었다.“내가 아는 건 그 사진 속 여자가 민영미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뿐, 다른 정보는 전혀 없어.”“그렇다면... 넌 그 여자를 찾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캐내려는 거야?”박진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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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아직 살아있다고?

민영미는 이미 죽었다. 박진성이 이 일로 그녀를 속일 리는 없었다.‘하지만 민영미가 아니라면 박진성은 왜 나랑 눈매가 닮은 여자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었을까?’민여진은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느끼며 다급하게 물었다.“정아 씨, 다른 정보는 없어요? 사진 속 배경이라든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같은 거 말이에요.”장정아는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여전히 모호했다.“사진이 참 이상해요. 배경은 방 안 같긴 한데 침대에 혼자 앉아 있는 것 외엔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어요.”“그럼 머리는요? 옷차림은요? 지금 장발이에요, 단발이에요?”연이은 추궁에 장정아가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달랬다.“여진 씨, 일단 진정해요. 내가 천천히 말해줄게요.”“미안해요...”민여진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격한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눈을 감았다. 만약 민영미가 살아 있다면 그녀는 절대 독엔으로 떠날 수 없었다.장정아가 하나하나 답해주었다.“평범한 셔츠를 입고 있는데 좀 낡아 보여요. 그리고 머리는 단발이에요.”“단발? 확실해요?”장정아는 확신했다.“목덜미까지 오는 길이예요. 아, 그리고 머리카락이 지금은 전부 하얘요.”민여진의 온몸이 떨렸다.사진 속 여자가 정말 민영미라면 그녀는 살아 있는 게 분명했다. 긴 머리에서 짧은 머리가 되기까지, 검은 머리가 백발로 변하기까지, 그녀는 5년의 고통을 견뎠을 터였다.장정아가 사진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여진 씨,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이분, 여진 씨 어머니 맞죠?”민여진은 고개를 젓다가 목이 메어 말했다.“모르겠어요... 정아 씨, 나도 모르겠어요. 우리 엄마는 분명 5년 전에 돌아가셨는데...”“뭐라고요?”장정아는 믿기지 않아 하면서도 민여진이 왜 이토록 격하게 반응하는지 단숨에 이해했다. 불현듯 무언가가 떠올랐다.“이 사진, 임재윤 씨 주머니에서 꺼낸 거 아니었어요? 그 사람한테 가서 물어보면 되잖아요! 혹시 여진 씨 어머니가 살아계신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문제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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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조현준이 돌아온다

민여진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신을 차리고는 기억을 더듬어 전화번호를 눌렀다.한참 뒤 수화기 너머에서 잠이 덜 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누구세요?”민여진은 미안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이모... 저예요.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죄송해요. 주무시고 계셨죠?”“여진이니?”조인화는 단번에 잠이 달아난 듯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아이고, 무슨 소리니. 나 지금 소파에서 TV 보고 있었다. 왜,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전화를 다 하고. 얼마 전 독엔에 간다고 하지 않았니? 임재윤 씨랑 다퉜어?”“아니에요.”민여진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조인화는 늘 그녀를 염려해 주었다.“저희 잘 지내요. 다만 일이 좀 미뤄져서 독엔에 아직 못 간 거예요.”“그렇구나.”조인화는 한숨을 쉬었다.“집에 좀 더 있는 것도 좋지. 국제 전화는 비싸잖니. 너 한 번 전화할 때마다 돈 엄청 많이 쓸 텐데, 내가 다 아깝다.”민여진은 옅게 웃었다.“걱정 마세요. 재윤이 돈 많아요.”“그렇지. 네 옆에 임재윤 씨가 있으니 내가 그나마 안심을 하는 거지. 딴 사람이었으면 내가 절대 허락 안 했어.”조인화는 한참 말을 이어가다가 다시 물었다.“이렇게 늦게 전화한 거 보니 무슨 일 있는 거 맞지?”민여진은 쑥스러운 듯 시선을 내리깔며 말했다.“이모, 이모한테 혹시 저희 엄마 사진 아직 남아 있어요?”“너희 어머니 사진?”“네, 예전에 한 장 있었던 거 같은데 아직 있어요?”곧 수화기 너머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대에서 내려서는 소리 같았다. 잠시 후 조인화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찾았다! 내가 기억 잘못한 게 아니었네! 너희 어머니 말이야, 평소에 사진 찍는 걸 싫어했는데 딱 그날 하루 기분이 좋았는지 우리 넷을 붙잡고 몇 장 찍었지. 한 장은 현준이 방에 있고 나머지는 내가 상자 밑에 넣어뒀어.”민여진은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저한테 한 장 보내주실 수 있어요?”“그게 무슨 소리야?”조인화가 말했다.“너 이모한테 새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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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임재윤의 휴대폰

“이건 아주 간단해요. 제 친구가 복사를 해줄 수 있거든요. 당장 연락해 볼게요!”민여진은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죄송해요, 저 때문에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뛰어다니게 만들고.”장정아는 그저 빙긋 웃었다.“뭐가 미안해요. 민여진 씨도 저 많이 도와줬잖아요. 친구끼리는 미안하다는 말 하지 않는 거로 해요.”민여진은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밤, 민여진은 깊이 잠들지 못했다. 이튿날 아침, 저절로 눈이 떠져 일찍 몸을 일으켰다. 장정아는 이미 출근한 뒤였다.박진성과의 약속이 떠오른 것이다. 박진성 역시 기다렸다는 듯 아침 여덟 시가 조금 넘자마자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물었다.민여진은 아파트 주소를 말해주었다. 그녀는 혼자 아파트 입구로 내려갔고 밖으로 나오자 뿌연 시야 속에서 남자의 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그는 별다른 인사도 없었다.“옷은?”민여진이 종이 가방을 건네자 박진성이 손을 뻗어 받아 들었다. 외투의 겉모습을 물끄러미 살피던 그는 옷에 물기가 조금 묻어있는 것이 들어왔다.“어젯밤, 샤워하다가 이 외투는 이제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바닥에 던져놨었어. 혹시 기분 나쁘다면 드라이클리닝이라도 해줄게.”“그럴 필요 없어.”박진성의 낯빛은 한결 평온해 보였다. 그는 몸을 돌려 차 문을 열었다.“타, 내가 데려다줄게.”민여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거절했다.“나 혼자 돌아갈 수 있어.”박진성은 토를 달 여지를 주지 않았다.“타.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또다시 위험에 처하는 게 두렵지 않다면 말이지.”민여진은 속으로 비웃었다.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박진성의 곁에 머무는 것보다는 안전할 터였다. 하지만 박진성의 말투가 워낙 단호했기에 그녀는 거부할 수 없었다.조수석에 앉자 박진성은 시동을 걸었고 둘 사이에는 길고 무거운 침묵이 내려왔다.민여진의 머릿속은 온통 사진 생각뿐이었다. 차가 멈춰서고 나서야 뒤늦게 정신이 들었다.“도착했어?”정신을 차리고 안전벨트를 풀려는데 박진성이 그녀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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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우연히 얻어걸린 것

민여진은 손끝이 떨리는 것을 애써 감추며 눈을 부릅떴다. 앞에 선 남자를 똑바로 보려 했으나 시야는 뿌옇기만 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물었다.“재윤이 전화가... 왜 네 차에 있는 거야?”박진성은 이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평소 모든 일을 빈틈없이 처리해 왔는데 어이없게도 그 사진 하나 때문에 이런 사소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곧 평정심을 되찾고 입술을 열었다.“오늘 잠시 만났어.”민여진의 몸에 순간 긴장이 감돌았다.“만나서 뭘 한 거야?”“그렇게 신경이 쓰이나?”박진성은 차갑게 웃었다.“걱정 마,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냥 간단히 이야기를 좀 나눴을 뿐.”민여진은 숨을 헐떡이며 가슴을 들썩였다.“둘이 무슨 이야기를 나눌 게 있다고 그래?”“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 예를 들면 너에 관한 것.”“나?”“임재윤을 놔 달라고 했잖아? 본래는 그럴 마음이 없었지만 어제 일은 내가 먼저 너에게 실수를 한 것이니 임재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어. 내 부탁 딱 한 가지만 들어준다면 두 사람과의 일은 모두 없던 것으로 하자고.”민여진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무슨 부탁인데요?”“사소하지만 시간이 좀 필요한 일이야.”박진성은 다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다만 임재윤이 이렇게 칠칠치 못할 줄은 몰랐네. 중요한 휴대폰까지 이렇게 내 차에 놓고 가다니.”민여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 변명에 의심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박진성의 말에 반박할 만한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임재윤이 박진성과 원래 알던 사이일 리도 없고 게다가...’민여진의 표정이 일순 변했다.“휴대폰 돌려줘.”박진성은 먼저 사 온 아침 식사를 그녀에게 건넸다.“이것부터 먹으면 줄게.”민여진은 잠시 망설였다. 박진성의 호의를 받고 싶지 않았으나 임재윤의 휴대폰을 받아야 했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포장 상자를 열고 만두 하나를 집어 한입 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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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도발

조현준은 그녀가 앞을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웃음을 머금은 채 차분히 묘사했다.“너희 어머니, 저 때만 해도 표정이 참 좋으셨어. 카메라 보면서 활짝 웃고 계시네.”민여진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민영미는 혹시라도 자신이 사진에 촌스럽게 나올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던 꽃무늬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몸이 너무 야윈 탓에 허리가 한참 남았지만 그녀는 그저 끈으로 대강 동여매는 것으로 대신했다.그 모습을 본 민여진은 가슴이 저릿해 민영미의 어깨에 기대어 속삭이듯 약속했다.“엄마, 내가 나중에 돈 벌게 되면 정말 예쁜 옷들 잔뜩 사줄게요. 넓은 집도 사줄게요. 그러면 장터에 물건 내다 팔 때 더 이상 그 진흙탕 길을 수레 밀고 가지 않아도 될 거예요.”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를 가장 사랑했던 딸이 결국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민여진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지만 이내 눈꼬리를 접어 올리며 웃어 보였다.“저 꽃무늬 원피스, 오빠가 예쁘다고 칭찬해 줬던 거 기억나요.”“맞아.”조현준은 그녀의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리며 위로하듯 말했다.“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하늘에서 지금 네가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걸 아주머니께서 보시면 진심으로 기뻐해 주실 거야.”그 말에 민여진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현준 오빠.”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사실 오빠한테 부탁드릴 일이 하나 더 있어요.”조현준은 의아한 듯 눈썹을 추켜세웠다.“뭔데?”“잠깐만요.”민여진은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가 그 책을 들고 내려왔다. 책 속에는 복사된 사진 한 장이 고이 끼워져 있었다. 그녀는 난간을 더듬으며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와중에도 책 속 사진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펼쳐보았다.마음이 흐트러진 탓이었을까, 그녀는 발을 헛디디며 휘청이게 되었다.조현준이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을 움직여 그녀를 단단히 붙잡았다. 다행히 마지막 계단이었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조심해야지.”“죄송해요...”민여진은 멋쩍은 듯 사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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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놓고 싶지 않아

“재윤아...”민여진은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임재윤은 그녀의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왜, 일찍 와서 같이 있는 게 싫어?”“그럴 리가...”민여진은 목소리를 낮췄다.“그냥 좀 뜻밖이라서.”임재윤은 그녀의 손을 잡고 몸을 살짝 끌어당겼다.“오랜만에 너랑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고 오늘 하루는 특별히 시간을 비웠어.”민여진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왠지 모르겠지만 임재윤이 일부러 조현준에게 보여주기 위해 친밀한 척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는 사람 앞에서 애인이랑 과하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영 불편했다.옆에 잠자코 있던 조현준이 별다른 뜻 없이 입을 열었다.“여진아, 이분이 남자 친구였구나. 네가 말했던 것과는 좀 차이가 있네. 남자 친구가 자상하고 이해심 많다고 했잖아. 막상 보니... 음... 아주 패기가 넘치시네. 한눈에 봐도 엘리트이시고.”임재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 조현준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오늘 내가 여기 있으면 둘이 불편할 것 같으니 내일 다시 연락하자. 마침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하거든.”“네.”민여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현준 오빠, 조심히 가세요.”“그래, 시간 날 때 언제든 전화해. 네 일이라면 내가 두말없이 도울 테니까.”조현준의 시선이 민여진의 얼굴에서 임재윤에게로 향했다. 그는 이내 미소를 머금고 자리를 떴다.문이 닫히자마자 임재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두말없이 돕는다니, 저 사람한테 뭐 도와달라고 했어? 뭘 부탁한 거야?”민여진은 사진 이야기를 임재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본인도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고 임재윤이 알게 되면 당장 박진성에게 달려가 따질까 봐 걱정이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녀는 손에 쥔 책을 더 꽉 그러쥐고 대답했다.“그냥 엄마 정원에 관해서 물어본 거야. 나중에 내가 떠나고 나면 분명 황폐해질 테니 현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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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내일 조현준 씨 만나러 갈 거야?

“재윤아...”민여진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슬픔에 목이 메어 물었다.“왜 그런 생각을 해?”가장 안정감을 느껴야 할 사람은 임재윤이어야 할 텐데 그런 그가 지금 불안에 떨고 있었다.“난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떠나지 않아. 난 평생토록 너만 사랑해. 네가 날 버리지 않는 한, 난 언제나 네 편이야. 이게 너에 대한 사랑이야, 재윤아.”민여진은 웃는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그리고 넌 누가 봐도 멋져. 그런 너랑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나한테는 영광인데 네가 왜 불안해하는 거야? 불안해할 필요 없어...”“현준 오빠는 그냥 어릴 때부터 나를 친동생처럼 아껴왔고 나 역시 그분을 오빠로 생각할 뿐이야. 그때도 우리는 연인이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며 영원히 아닐 거야.”임재윤이 두 손으로 민여진의 얼굴을 감쌌다.“정말이지?”민여진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임재윤이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민여진은 눈물범벅인 얼굴이 민망했다.“울어서 눈물투성이인데 별로지?”“달콤해.”임재윤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나 때문에 흘린 눈물이니까.”남자의 숨소리가 점차 거칠어지며 무언가를 예고하는 듯해 보이자 민여진이 귓불을 붉혔다. 이내 임재윤은 그녀를 번쩍 안아 방으로 향했다.민여진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있었기에 수줍게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그날 밤, 임재윤은 오랫동안 민여진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감정도 밖으로 내비치지 않고 오직 그녀에게만 집중했다.민여진은 결국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지쳐버렸고 임재윤이 그녀를 안아 욕실로 데려갔다.민여진은 고개를 들기 어려웠고 임재윤은 웃음을 참는 듯해 보였다. 결국 민여진이 그를 욕실 밖으로 내쫓고 나서야 상황은 일단락되었다.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 근육의 뻐근함이 좀 가셨다. 민여진은 불편함을 참으며 샤워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섰다.밖에는 담배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민여진이 나오자 임재윤은 무의식적으로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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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널 별로 존중하지 않는 것 같네

밤새 일어난 일이 떠올랐다. 임재윤이 목 언저리에 특히나 힘을 주었던 탓에 선연한 자국이 남아 있을 게 분명했다.그 사실이 너무나도 민망하여 민여진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조현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그는 밖으로 나갔다가 몇 분 뒤에 돌아와 민여진에게 작은 봉투 하나를 건넸다.“우선 이걸 둘러.”안에는 실크 스카프가 들어 있었다. 낯 뜨거운 기분에 어쩔 줄 모르다 조심스럽게 목에 두르고 나서야 마음속의 곤혹스러움이 조금은 가시기 시작했다.조현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어딘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여진아, 그 남자 친구라는 사람, 널 별로 존중하지 않는 것 같네.”민여진이 고개를 들었다.“네가 오늘 나를 만나러 외출할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거지. 자기가 한 일이 너에게 얼마나 큰 난처함을 줄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이야. 넌 이런 일로 남들의 주목을 받는 게 곤란할 거 아니야.”민여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임재윤은 늘 세심한 사람이었기에 이런 행동을 고의로 했을 리가 없었다.아마 감정이 깊어져 스스로도 무엇을 하는지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일부러 그런 게 아닐 거예요...”조현준이 한숨을 내쉬었다.“여진아, 그 사람이 그렇게 좋아? 잘못한 일까지 감싸주려고 하다니.”민여진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조현준이 다시 말을 이었다.“게다가 그 남자 친구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그는 처음 임재윤을 만났을 때의 적개심을 떠올리며 옅게 웃었다.“네 말처럼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던데? 적어도 그렇게 다정하지는 않더군. 나에 대해 불만이 아주 많아 보이던데 혹시 속고 있는 건 아니지?”민여진은 몹시 난감했다. 임재윤이 왜 그러는지 속으로 잘 알고 있었지만 차마 조현준에게 시원스럽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어제는 기분이 좀 안 좋았던 거예요.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 없어요.”“바로 그게 문제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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