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은 마침내 레스토랑을 나섰다. 예나는 윤호 옆에 바짝 붙어 끊임없이 이야기를 걸었고, 윤호는 그런 그녀에게 부드러운 표정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가희는 마치 가슴 속에 벌레 한 마리가 들어와 몸을 갉아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얼굴빛은 점점 창백해졌다. 차에 오르기 직전, 가희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뒤 차분하게 말했다. “대표님, 저는 방향이 다르니까 여기서 따로 가겠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윤호는 가희를 잠시 쳐다보더니 별다른 반응 없이 차에 올라탔다. 예나 역시 윤호와 함께 차에 탔고,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가희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강렬한 통증이 그녀의 위장을 덮쳤다. 이미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부터 속이 쓰려오기 시작했지만, 참을 수 있을 만한 정도였다. 그러나 차가운 스테이크를 억지로 먹고 난 후, 가희의 위는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그녀는 점점 심해지는 통증에 몸을 웅크리며 숨을 내쉬었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어지럼증이 밀려왔고, 가희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눈앞의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 차 문이 다시 열리고 닫히는 소리, 예나가 놀라서 외치는 목소리, 그리고 윤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가희, 정신 차려. 절대로 정신 놓지 마!” 하지만 그 모든 소리가 점점 멀어지며 가희에게는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 되었다. 그녀는 결국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가희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보이는 건 온통 새하얀 천장과 벽, 그리고 코끝에 스며드는 강한 소독약 냄새였다. 가희는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 ‘여긴... 병원?’ 알 수 없는 슬픔이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 ‘차라리 아까 그대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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