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비밀애인: Bab 11 - Bab 20

100 Bab

제11화

세 사람은 마침내 레스토랑을 나섰다. 예나는 윤호 옆에 바짝 붙어 끊임없이 이야기를 걸었고, 윤호는 그런 그녀에게 부드러운 표정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가희는 마치 가슴 속에 벌레 한 마리가 들어와 몸을 갉아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얼굴빛은 점점 창백해졌다. 차에 오르기 직전, 가희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뒤 차분하게 말했다. “대표님, 저는 방향이 다르니까 여기서 따로 가겠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윤호는 가희를 잠시 쳐다보더니 별다른 반응 없이 차에 올라탔다. 예나 역시 윤호와 함께 차에 탔고,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가희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강렬한 통증이 그녀의 위장을 덮쳤다. 이미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부터 속이 쓰려오기 시작했지만, 참을 수 있을 만한 정도였다. 그러나 차가운 스테이크를 억지로 먹고 난 후, 가희의 위는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그녀는 점점 심해지는 통증에 몸을 웅크리며 숨을 내쉬었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어지럼증이 밀려왔고, 가희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눈앞의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 차 문이 다시 열리고 닫히는 소리, 예나가 놀라서 외치는 목소리, 그리고 윤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가희, 정신 차려. 절대로 정신 놓지 마!” 하지만 그 모든 소리가 점점 멀어지며 가희에게는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 되었다. 그녀는 결국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가희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보이는 건 온통 새하얀 천장과 벽, 그리고 코끝에 스며드는 강한 소독약 냄새였다. 가희는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 ‘여긴... 병원?’ 알 수 없는 슬픔이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 ‘차라리 아까 그대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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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가희는 한동건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제야 이해했다. 평소에 자신을 딸로 여기지도 않던 부모가 갑자기 찾아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 한동건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너 참 고집 센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너도 알잖니? 우리가 잘돼야 네가 편하게 살 수 있는 거야. 지금 네가 누리는 삶, 다 우리가 만들어준 거 아니냐?” 가희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비웃음이 나올 뻔했다. ‘내가 진짜 입양 덕분에 편하게 살았다고?’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데려온 후 그녀가 누렸던 건 ‘딸’이 아니라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식모’ 같은 삶이었다. 어린 가희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입을 옷도 없었다. 그나마 의무교육을 마칠 때까지는 버텼지만, 이후 학비는 전부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가희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오순미 덕분이었다. 오순미가 없었다면 그녀는 진작 세상을 등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와서 한동건 부부는 마치 자신들이 가희에게 모든 걸 준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가희는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허탈감과 분노를 애써 억누르며 양부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씁쓸하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버지, 어머니, 회사 일이라 기대하셨다면 죄송하지만, 실망하실 겁니다. 이번 계약 결과는 이미 나왔고, 내일 회사로 통보될 예정이에요.” 한동건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하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결과가 뭐야? 우리 회사가 선정된 거 맞지?” 가희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 “그건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한동건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도드라지며 목소리가 낮아졌지만, 말투에서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가희야, 이 자금은 우리 회사에 정말 중요한 거야. 이 자금만 확보되면 NP 그룹이 곧 상장할 수 있어.” 가희는 심기가 불편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현재 NP 그룹의 자금 상태로는 상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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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가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잠든 윤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남자의 길고 촘촘한 속눈썹이 눈 밑으로 그림자를 드리웠고, 평소 차갑고 냉정한 표정 대신 지금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가희는 살짝 미소 지으며 손을 뻗어 윤호의 미간을 살짝 만졌다. 그 순간 윤호가 본능적으로 얼굴을 찌푸리자, 가희는 손을 급히 거두었지만,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오히려 더 크게 번져나갔다.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던 가희는 깊이 숨을 내쉬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예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나 씨, 이 대표님이 술에 많이 취하셨어요. 지금 바에 계세요.” 전화를 받은 예나는 잠시 침묵하더니 다소 경계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한 실장이 어떻게 우리 오빠가 바에 있다는 걸 알아요?] 가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 대표님과 긴급 상황에서 연락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제가 대표님의 비상 연락처로 등록돼 있습니다.”“바텐더가 대표님 휴대폰을 열 수 없어서 제게 전화했어요. 지금 대표님을 늘 이용하시던 바의 전용 룸에 모셨어요. 혹시 시간이 되시면 오실 수 있을까요?” 예나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짧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갈게요.” 예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얼굴에 잠시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한가희, 네가 이윤호의 비상 연락처라니... 병원에서의 일만으로는 아직 네 주제를 깨닫지 못했나 봐?’ 전화를 끊은 지 불과 15분 만에 예나가 바에 도착했다. 가희는 문을 열고 예나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밤 1시가 넘은 늦은 시각임에도 예나는 풀 메이크업에 완벽한 착장으로, 은은한 듯 강한 향수를 뿌린 상태였다. 가희는 별다른 질문 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대표님은 안에 계세요.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예나는 그런 가희를 불러 세웠다. “한 실장, 사람은 자기 위치를 아는 게 중요한 거죠. 안 그래요?” 가희는 잠시 당황하며 미간을 찌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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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예나는 윤호의 굳어 있는 표정을 보고 남자의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당황한 예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몸을 살짝 웅크리며 더욱 가녀린 허리선을 드러냈다. 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여러분, 제발 사진 촬영은 자제해 주세요...” 하지만 흥분한 기자들은 예나의 말에 귀를 기울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더욱 가까이 다가오며 두 사람을 에워쌌다. 순식간에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예나는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질 뻔했다. 그 순간, 윤호가 재빠르게 그녀의 팔을 붙잡아 세우고 자기 뒤로 감쌌다. 그리고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더 가까이 오고 싶으면, 경찰 조사받을 각오부터 하세요.” 그의 차가운 어조에 기자들 사이에 찬바람이 도는 듯한 정적이 흘렀고, 일부 기자들은 주춤하며 멈춰 섰다.윤호의 서늘한 경고에 대부분의 기자가 움찔하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 주변에 있던 기자들은 조심스레 카메라를 내리기 시작했다. SR그롭의 최연소 후계자인 이윤호의 명성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기업과 언론을 상대하며 냉혹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기자들은 아무리 특종을 잡고 싶어도 자기 커리어를 잃을 만큼의 각오는 되어 있지 않았다.바로 그때, ‘나이트’의 경호원들과 로비 매니저가 급히 달려와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경호원들이 기자들을 차례로 밀어내며 공간을 확보하자 혼란스러웠던 분위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기자들은 한 발짝씩 물러섰고, 윤호는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나는 여전히 윤호의 뒤에 서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속으로는 이 상황을 의도한 자신이 조금 당황했지만, 곧 입가에 얕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날 보호하는 모습까지 기자들 눈에 확실히 들어갔을 테니까.’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윤호와 예나는 무사히 차에 올랐다. 차 문이 닫히고 나자 윤호는 차가운 어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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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가희가 의식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간신히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주워 들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지금 어디냐고 물었잖아.]준서의 목소리는 급하고 단호했다. 마치 가희가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차갑고 강압적이었다. 가희는 잠시 고민하다가 준서의 간섭을 다시 거절하려 했으나, 준서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한가희, 네가 말하지 않아도 오늘 꼭 내가 널 찾을 거야. 그러면 그 이후의 일이 어떻게 될지는 네가 더 잘 알 텐데.]준서가 말하는 ‘그 이후의 일’이 무엇을 뜻하는지 가희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가희의 현재 위치를 알아내는 건 준서에게는 시간문제였고, 그렇게 되면 또다시 진민주가 찾아와 난리를 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뻔했다. 그 생각에 가희는 답답한 마음을 억누르고 결국 자기 집 주소를 말해주었다. 그제야 준서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알았어. 곧 갈게.” 전화를 끊은 가희는 꺼진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이유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고, 그녀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희는 현관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문 너머로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안에 사람 있어요?”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우준서였다. 가희는 휴대폰을 확인하고 그가 네 통이나 전화했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 피곤해 그사이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며 어지러워지기 시작했고, 가희는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천천히 문으로 다가갔다. 힘겹게 문을 열자, 준서가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급히 다가왔다. “한가희!” 준서의 얼굴에는 깊은 걱정이 어려 있었다. 가희는 그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순간 어지럼증이 심해지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결국 그녀는 준서의 앞으로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말았다....“몸이 많이 약해져 있고, 최근 날씨가 변덕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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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오후에 퇴원한 후 저녁이 되어 가희는 윤호로부터 짧고 냉정한 지시를 받았다. [내일 아침 B 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편 예약해.] 윤호 특유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말투였다. 통보하듯 한 마디를 남기고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병원을 나서며 가희는 잠시 고민하다가 곧바로 윤호가 현재 머물는 윤호의 별장으로 향했다.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예나가 이미 안에서 윤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희가 들어오자 예나는 잠시 당황한 듯 눈빛이 흔들렸다. “한 실장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가희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표님 내일 출장을 가시니 필요한 짐을 챙기러 왔습니다.” 예나는 억지로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 “그런 건 제가 해도 괜찮을 텐데요...” “한 실장이 챙기게 둬.” 문 앞에서 윤호가 무심하게 던진 한 마디에 예나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서 있던 예나는 뭔가 더 말하려 했으나, 가희는 말없이 곧장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예나는 속이 뒤틀리는 듯한 불쾌감을 억누르며 주먹을 꼭 쥐었다. 그러나 금세 미소를 되찾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제가 한 실장님 도와드릴게요. 두 사람이 함께 챙기면 더 빨리 끝날 테니까요.”이번엔 윤호가 더 이상 막지 않았고, 예나는 그 틈을 타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가희가 고른 옷들을 본 순간, 그녀의 얼굴에 미묘한 불쾌감이 스쳤다. “한 실장님, 이런 무채색 정장은 너무 많은 것 같네요. 빨간색 넥타이를 매치하면 더 멋지지 않을까요?” 예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희의 허락도 없이 빨간색 넥타이를 집어 들어 가방에 넣었다. 가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짐을 챙기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 잠시 후, 예나는 다시 손을 뻗어 복숭아 향이 나는 향수 한 병을 꺼내며 말했다. “이 브랜드 향수는 호텔 냄새 제거에 좋아요. 오빠에게 같이 준비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가희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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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가희는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익숙한 향이 나는 품에 안겼다. 익숙한 솔 향과 함께 자신을 감싸는 이 온기에 가희는 본능적으로 남자의 목을 감았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 남자의 목에 살짝 얼굴을 비비며 숨을 골랐다.옆에 있던 예나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윤호 오빠!” 가희의 행동에 윤호는 눈에 핏줄이 서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가희의 손목을 단단히 잡고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한가희, 정신 차려.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겠어?” 이때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란 머리 남자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되레 큰소리를 쳤다. “너 누구야? 내가 누구인지 알기나 해?” 노란 머리 남자가 다가오려는 찰나, 윤호의 뒤에 서 있던 경호원이 그를 다시 바닥에 제압했다. 윤호는 가희를 끌어안고 자리를 떠나려 했고, 옆에 서 있던 예나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다급하게 윤호의 팔을 붙잡았다. “오빠... 나 너무 무서워...” 예나가 옆에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리자 윤호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남자의 품 안에 있는 가희는 여전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윤호는 지끈거리는 두통에 찌푸린 얼굴로 예나의 손을 뿌리치며, 차갑게 경호원에게 지시했다. “장예나 씨를 집에 데려다줘.” 예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윤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장 회장님 댁에서 방금 전화가 왔어. 네가 한가희를 데리고 클럽에 갔다는 걸 그때 알았지.”“오늘 내가 안 왔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너도 잘 알잖아. 예나야, 넌 언제나 이성적이고 똑똑했어. 난 지금 한가희를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해.” 말을 마친 윤호는 더 이상 예나에게 신경 쓰지 않고 가희를 그대로 안아 들고 밖으로 향했다. 예나는 그 자리에 굳은 채 서 있었다. 얼굴에는 차가운 기색이 가득했다. 그녀는 윤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날카롭게 눈을 좁혔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웃음을 흘렸다. ‘허! 이윤호, 지금 네가 댄 핑계, 너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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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기쁨이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지만, 윤호는 가희를 자기 몸에서 떼어내듯 내려놓았다. 가희는 서운한 표정으로 윤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윤호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평소의 가희는 무기력하거나 말수가 적어서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는 몹시 드물었다. 윤호는 편안하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한가희, 내가 왜 널 도와줘야 하지?” 가희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땀에 젖은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빌어봐.” 윤호는 속으로 미묘한 감정을 느꼈지만 일부러 냉정하게 말했다. 가희는 윤호를 떠날 때 미련 한 점 없이 그렇게 당당했다. 이제 와서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못마땅했던 윤호는 가희가 가장 나약한 모습을 보이길 원했다. “나한테 빌면 도와줄게.” “그럼 빌게요. 제발 도와줘요...” 윤호는 순간적으로 멈칫하며 가희를 바라봤다. 여자의 눈에는 억울함과 간절함이 서려 있었고, 맑고 커다란 눈동자는 눈물이 맺힌 듯 촉촉하게 빛났다. 그 눈동자의 아름다움에 윤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두 사람 사이에 아슬아슬한 기류가 흐르던 찰나, 차가 급정거하며 멈췄다. 곧이어 운전석에서 난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가희는 멍한 표정으로 윤호를 바라봤고, 윤호는 이마에 힘줄이 불쑥 솟았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여자의 옷을 단정히 덮어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척하러 가자.” 가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눈가가 붉어지더니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이잖아요...” 윤호는 무력한 표정으로 그녀를 가볍게 안아 올리며, 이전에 보여준 적 없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거짓말이야.” 그 순간, 윤호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왜 가희에게 이렇게까지 다정하게 대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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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장씨 가문은 요즘 승승장구하며 대단한 위세를 과시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업계의 절대적인 강자는 SR 그룹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씨 가문 측에서도 윤호에게 함부로 나서지 못할 거고, 문제는 가희였다. ‘한가희...’ 윤호는 가희를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 밤 자신의 행동이 과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희는 분명 그의 취향에 잘 맞는 여자였다. 그때, 의료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가희 님 보호자 계시나요? 환자분 위세척이 끝났으니 잠시 병실로 와주세요.” 윤호는 묵묵히 걸음을 옮겨 병실로 향했다. 병실 안, 가희는 병상에 누워 있었다. 창백한 입술과 무기력한 모습은 조금 전 차 안에서 그토록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그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이런 모습도 있구나.’ 윤호는 자신도 모르게 더 깊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이런 연약한 모습에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그러던 중, 가희가 천천히 눈을 뜨며 정신을 차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짧게 마주쳤고, 윤호는 눈길을 피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야. 네가 약을 먹게 된 것 같고 방금 위세척을 끝냈다. B 국에서 예정된 미팅은 며칠 미뤘다. 네가 회복한 뒤에 출발하면 된다.” 가희는 쓴웃음을 지었다.‘이 사람은 정말 감정이 없는 걸까?’자신이 이렇게까지 지쳐 있는 상황에서도 윤호는 아무렇지 않게 출장 이야기를 꺼냈다.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보였지만, 가희는 그 생각을 곧 지워버렸다. 이런 생각을 한들 달라질 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속이 울렁거리고 위에서 쓴맛이 올라오는 것을 느껴서 힘겹게 그 감각을 억누르며 말을 마쳤다. 윤호는 그녀를 바라보며 표정이 한층 더 굳어졌다. “이번 일은 내가 직접 처리할 거다. 너무 신경 쓰지 마.” 가희는 또다시 쓴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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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맛있어?” 준서가 다정한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다. “응, 맛있어.” 하지만 그 다정한 분위기는 가희가 병실 앞에 나타나는 순간 사라졌다. 민주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고, 준서 역시 순간적으로 굳은 얼굴로 민주의 귀에 대고 무언가 조용히 속삭이고 나서, 아무 말 없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민주는 입가에 비꼬는 듯한 미소를 띠며 가희를 바라보았다. “참 신기하네. 어딜 가든 널 꼭 마주치게 되네? 한가희, 혹시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가희는 민주의 말에 눈살을 살짝 찌푸렸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 사모님과 우 대표님도 있는 줄 몰랐어요. 전 그냥 할머니 보러 온 거예요. 방해해서 죄송해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 그녀는 민주와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아 서둘러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때 등 뒤에서 민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임신했어.” 가희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멍해졌다. 민주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민주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다시 한번 말했다. “나, 임신했다고.” 이번엔 민주의 눈빛이 가희를 꿰뚫을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어딘가 간절함이 서려 있었다. “제발 부탁할게. 우리 행복 좀 방해하지 마.” 민주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조용하지만 단호했고, 그 속에는 미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가희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행복을 방해하지 말라니... 내가 언제 방해했다고 그러는 거지?’...예나와 윤호는 재벌가의 완벽한 조합이라며 한때 모두가 부러워하는 ‘최고의 커플’로 불렸다. 하지만 예나가 해외로 유학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희가 윤호의 곁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후로 어느덧 4년... 아무리 조용히 지낸다 해도 사람들은 모두 알았다. 윤호 곁에 그렇게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건 가희가 그만큼 능수능란하다는 의미였다. 민주는 그런 가희를 눈꼴시게 여겼다. 속으로는 늘 ‘어떻게 저런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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