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은정은 가희가 이 갑작스러운 부탁에 승낙하자 기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가희는 그 상황이 묘하게 불편했다. 그 후로도 일행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식사를 이어갔고,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가희는 계산하러 자리에서 일어난 뒤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그녀는 상대 회사 대표인 왕국영이 복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희의 심장이 순간 빠르게 뛰었으나, 곧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왕 대표님, 여기서 뵙다니 우연이네요.” 남자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싸늘하게 웃었다. 그의 표정은 점점 기묘하게 변해갔다. “한 실장, 내가 일부러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지.” 가희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으나,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은 없었다. “그러십니까? 그럼 혹시 무슨 일인지요? 하실 말씀이 있으면 제가 이 대표님께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뭐, 한 실장도 눈치 빠른 분이시니 굳이 돌려 말할 필요는 없겠죠. 아이 돌봐 주실 필요 없고, 서로 비즈니스만 깔끔하게 끝내면 될 일 아닌가?” 가희의 얼굴에 띤 미소가 점점 더 깊어지더니, 그녀는 차분히 말했다. “왕 대표님, 아드님 일은 사모님께서 직접 저에게 부탁하셨고, 방금 식사 자리에서 이미 제가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남자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고, 그는 가희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며 위압적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눈빛은 마치 가희를 압도하려는 듯 날카롭고 위협적이었다. 왕국영은 이를 악물고 손가락으로 가희의 팔을 움켜쥐며 점점 더 강하게 힘을 주었다. “한 실장,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제가 좋게 말할 때 좀 잘 들어. 아니면, 원하는 게 따로 있어?” 그는 음흉한 눈빛으로 가희의 몸을 훑어보며 속에 담긴 추악한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가희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싸늘하게 미소 지으며 왕국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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