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희는 자리로 돌아와 계약서를 확인하던 중, 왕명찬이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비록 왕명찬도 불쾌한 인물이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사업을 키운 사람인 만큼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SR 그룹과 틀어지는 것은 WR 그룹에게 전혀 득 될 것이 없는 일이었다. 가희는 서류를 가방에 넣고 식당 문을 열고 나왔다. 바깥은 차량과 인파로 북적였고, 거리의 불빛들이 눈부셨다. 그러나 이 화려한 도심 한가운데서, 그녀는 왠지 모를 공허함과 외로움에 사로잡혔다. 길 위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누군가는 친구와, 누군가는 연인과 함께 이 길을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가희는 자신이 얼마나 혼자인지를 새삼 실감했다. ‘왜 하필 나한테...’ 자신에게 닥친 삶의 무게가 너무도 버거워서 문득 살아가는 이유조차 희미해지는 기분이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짓누르며, 가희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조용히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때, 고급스러운 롤스로이스가 조용히 그녀 곁에 멈춰 섰다. 차창이 천천히 내려가고, 안에서 낮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 윤호였다. 가희는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거절하듯 말했다. “대표님, 무슨 일이죠?” 윤호는 변함없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가희는 주저하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힘없이 차에 올랐다. 마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차 문이 닫히고, 차 안은 고요해졌다. 윤호는 여전히 말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희는 조심스레 눈물을 훔치며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이 어색하고 차가운 분위기에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차 안은 적당한 온도로 유지되고 있었지만, 가희가 바깥에서 들어오자 한기와 습기가 함께 스며들었다. 차에 타자마자 가희는 재채기했다. 윤호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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