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비밀애인: Bab 41 - Bab 50

100 Bab

제41화

차 안은 내내 침묵이 흘렀다. 두 사람이 냉동창고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8시가 넘어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창고 앞, 직원은 마뜩잖은 얼굴로 두 사람을 맞이하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이제 퇴근해야 하는데 이렇게 늦게 오시면 어떡해요? 그냥 냉동창고인데 뭐 볼 게 있다고...” 가희는 냉동창고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환경이 더 열악했다. 그런데 윤호의 표정은 냉동창고의 온도보다도 차갑게 느껴졌다. 옷을 얇게 입고 온 탓에 가희의 체감온도는 실제 온도보다 훨씬 낮았다. 윤호는 떨고 있는 가희를 힐끗 보긴 했지만, 외투를 벗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가희는 직원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잠깐만 확인하고 가겠습니다. 먼저 가셔도 됩니다. 열쇠를 저희에게 맡겨 주시면 나갈 때 직접 잠그고 가겠습니다.” 직원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표정이 조금 풀린 듯했지만, 가희에게 열쇠를 건네는 순간 윤호의 얼굴에는 묘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가희는 윤호의 표정 변화를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두 사람이 냉동창고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얼굴에는 저절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열악한 환경이었다. 게다가, 실제 면적은 문서에 기재된 면적조차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았다. 처음부터 공간이 부족할 것 같다고 예상하긴 했지만, 실물을 보니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이건 도저히 안 되겠어요. 환경도, 공간도 턱없이 부족해요. 이곳에 우리가 보관할 의약품을 다 둘 순 없어요.” 윤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온도계를 꺼내 들었다. “이 창고의 습도, 온도 조건... 다 기준 미달이야.” 둘은 서로의 눈에서 같은 감정을 읽었다. 매우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AW그룹의 태도가 너무 성의 없었다. 이 정도면 협력할 의지가 있는 건지도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가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이번 협력 건은 제가 초반부터 계속 진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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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가희는 가까스로 눈을 떴지만,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아 다시 들어올리는 것이 힘겨워 보였다. “잠들면 안 돼!!” 윤호의 단호한 목소리가 가희의 귀에 박혔다. ‘나도 안 자고 싶어... 근데 너무 춥고... 너무 피곤해.’ 가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한기가 가희의 뼛속까지 스며들었고,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그 순간, 윤호는 거의 반사적으로 가희의 턱을 잡아 올렸다. 그리고, 차가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순간적으로 두 사람의 숨이 뒤섞였고, 가희는 눈을 천천히 크게 떴다. ‘뭐야... 뭐 하는 거야?!’ 가희는 윤호의 몸을 밀어내려 했지만, 남자의 혀가 거침없이 깊숙이 들어왔다. 입술이 떨어졌을 때, 차가운 공기 속에서 두 사람의 입김이 뜨겁게 피어올랐다. 윤호는 여전히 가희의 턱을 잡고 있었고, 차가운 시선으로 낮게 말했다. “한가희, 날 유혹하고 싶으면 그냥 말로 해.” 가희는 숨이 턱 막혔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곧, 윤호의 얇은 셔츠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전까지 붉게 달아올랐던 입술이 복숭아처럼 촉촉했다. 하지만 정작 가희 본인은 아무것도 모른 채 윤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이쪽으로 좀 와요.” 윤호는 무슨 뜻인지 몰라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자 가희가 조용히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 속으로 윤호를 불러들였다. 두 사람은 바짝 붙어 앉았다. 마치 세상에 단둘만 남은 것처럼. 윤호가 무슨 비꼬는 말을 던지려 하기 전에, 가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냉동창고에는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직원이 있어요. 매일 밤 9시마다 교대 근무를 하러 오는 사람이 있죠.”“그때가 우리가 나갈 유일한 기회예요. 만약 9시에 그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 정우 씨에게 기대를 걸어봐야죠.” 윤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가희를 바라보았다. “정우 씨?” “우리가 오늘 냉동창고를 점검하러 온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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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막 직원이 돌아서려던 찰나, 윤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며 낮게 입을 열었다. “저희 실수로 안에 갇혔습니다.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직원의 얼굴에 잠깐 놀란 기색이 스쳤지만, 곧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런데... 같이 오셨던 여성분은 어디 계십니까?” 윤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처음부터 우리가 둘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건가.’ 그때, 가희가 힘겹게 걸어나왔다. “여기 있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의 목소리는 나직하고도 힘이 없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별거 아니죠.” 직원은 겉으로는 친절하게 웃으며 문을 열었다. 윤호와 가희는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그 순간, 등 뒤에서 날카로운 움직임이 들렸다. 윤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틀어 강하게 발차기를 날렸다. 쿵! 직원은 바닥에 나뒹굴며 신음했다. 윤호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재밌네.” 바닥에 쓰러진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알았지...?” 그때, 가희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방금까지 너 혼자 나왔지. 그런데도 ‘같이 온 여성분은 어디 계시냐’고 물었어. 즉, 우리가 둘이 온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러면... 넌 애초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누가 시킨 짓이야?” 남자는 이를 악물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윤호는 더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근처에 있던 끈을 집어 들어 단단히 묶어버린 뒤, 그 남자를 냉동창고 밖으로 끌어냈다. ‘확실히, 밤공기가 냉동창고 안보다는 훨씬 따뜻하군.’ 그 차이를 온몸으로 느끼자, 가희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가희를 힐끗 보고 윤호는 바로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가희는 신고가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알렌일지도 몰라요.” 윤호의 이마가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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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상대측이 배상하는 계약서를 준비하라고 전해주세요.” 윤호의 말을 들은 주성은 순간적으로 놀라 멍해졌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지시대로 따랐다. 한편, 윤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뭔가 답답함을 느끼는 자신이 점점 더 거슬렸다. ‘대체 뭐가 이렇게 신경 쓰이지...?’ 무언가 가슴 한가운데를 막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런데 윤호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윤호와 가희는 AW그룹의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알렌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가희는 태연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 “알렌 비서님, AW그룹의 접대 방식은 원래 이런 건가요?” 회의실에 앉아 있던 AW그룹의 이사진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가희는 곧바로 준비해 온 배상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 배상 계약서를 확인해 주세요. 구체적인 위약 금액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별다른 이의가 없다면 바로 서명해 주시면 됩니다.” 순간, 이사진 중 한 명이 벌떡 일어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한 실장, SR그룹이 너희 나라에서 제멋대로 하는 건 알겠지만, 여긴 B 국이야! 이곳은 AW그룹의 영역이라고! 여전히 네가 네 방식을 통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그러나 윤호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그저 고개를 살짝 들고, 이사진을 둘러보았다. 남자의 그 눈빛만으로도, 일어나려던 다른 이사진들은 그 자리에 도로 앉았다. 아무 말이나 쉽게 뱉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가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띠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 계신 분들은 AW그룹을 오랫동안 이끌어온 원로들이십니다. 저희 SR그룹이 진심으로 협력하기 위해 왔다는 것도 다들 잘 아시겠죠?” “하지만 AW그룹은 지금까지 두 번이나 우리를 기만했고, 정해진 계약 시한을 훨씬 초과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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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알렌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예은정은 아무런 감정 없이, 손에 들고 있던 재산 분할 서류를 그대로 알렌의 얼굴에 던졌다. “네가 그동안 AW그룹을 위해 헌신한 걸 봐서, 직접 네 눈으로 확인할 기회를 주는 거야. 믿든 안 믿든 네 마음대로 해. 끝까지 버티고 싶으면 마음껏 해 보라고.” 그러고는 손짓 한 번으로 경호원들을 불러 알렌을 끌어냈다. 알렌이 몸부림을 쳤지만,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예은정은 알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AW그룹은 이미 수익보다 지출이 많은 상태입니다. 오늘 SR그룹과의 협력은... 우리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순간, 회의실은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윤호와 가희는 서명된 계약서를 받자마자, 한마디 말도 없이 바로 회의실을 떠났다. ...AW그룹 본사 앞. 윤호와 가희는 도로 옆에서 차를 기다렸다. 그러나 가희의 표정은 전혀 밝지 않았다. 윤호가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SR그룹에서 4년이나 있었는데, 이런 장면은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기업도 없다. AW그룹은 그 명제가 진리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러나 가희는 고개를 저었다. 가희가 신경 쓰는 건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예 대표님은 그래도 인정이 있는 분이에요. 알렌 뱃속의 아이가 세상에 나와 고생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설득하려 한 거죠.” 윤호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그걸 먼저 떠올리다니...’ 그는 최근 들어 가희를 다시 보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예전에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부분들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바로 지금처럼. 여자의 옅은 머리카락 위로 금빛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있었다. 가희의 이마 위로 내려앉은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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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윤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가희와 함께 구급차에 올랐다. 그런데 막 올라타자마자, 그녀가 의료진에게 나지막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안 되면... 제 장기 기증할게요. 꼭 필요한 분들에게요.” 순간, 윤호의 속이 새카맣게 타고 있었다. 그는 한걸음에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봤다. 윤호의 눈빛에는 명백한 분노와 위협이 서려 있었다. “한가희, 그렇게 빨리 죽고 싶어?” “세상에 너한테 중요한 게 하나도 없어?” 이미 처음이 아니었다. 가희는 생에 대한 미련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녀는 마치... 언제라도 세상을 떠날 준비가 된 사람 같았다. 그런 가희의 생각과 태도에 윤호는 미칠 것 같았다. ‘만약, 정말로 한가희가 나를 떠난다면?’ 그 생각이 들자, 속이 뒤집히듯 답답해졌다. 그래서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가희, 네가 죽으면... 나는 반드시 너희 집안을 무너뜨릴 거야.” “네가 숨이 끊어지는 순간, 네 가족들도 다 네 뒤를 따라가게 될 거라고.” 의사는 윤호의 말을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구급차 안에서 무슨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럴 거면 그냥 여기서 내리세요.” 윤호는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가희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마치 이제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 그러나 그녀의 뇌리를 스친 말은 바로 ‘너희 집안’이었다.‘또 우리 집안으로 나를 협박하네...’ 가희는 이미 이런 말만 들어도 지겨울 정도였다. 윤호는 여전히 가희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남자의 주변 공기가 점점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워졌을 뿐. ...병원. 수술실의 붉은 등이 꺼지지 않은 채, 시간은 무심히 흘러갔다. 윤호는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꼈다. 지금껏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한가희... 널 내 곁을 떠나게 그대로 두지 않을 거야.’ 그렇게 다짐하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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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친구들은 예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역시 예나 마음 넓은 건 알아줘야 해. 괜히 우리가 오해했네.” 예나는 우아한 미소를 유지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고고한 분위기를 풍겼다. 잠시 후, 예나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녀가 문을 나서자마자, 안에서 들려온 비웃음 섞인 목소리. “아니, 근데 장예나는 도대체 자기가 뭐라고 그렇게 고귀한 척이야? A 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하루 종일 이윤호 대표 주변에 얼쩡거리는 거.” 다른 여자가 맞장구쳤다. “그러니까! 방금 표정 확 변한 거 못 봤어? 솔직히 이윤호 대표가 정말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데, 괜히 괜찮은 척하는 거 너무 비위 상해.” 또 다른 여자가 와인 잔을 들어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 “다들 그만해. 어쨌든 우리가 예나 챙겨줬으니까 이런 자리도 만들어진 거 아니야? 괜히 험담했다가 들키면 다들 감당할 수 있겠어?” 그 말에, 다른 여자들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고, 조용히 술을 들이켰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다들이 예나의 배경과 인맥이 부러울 뿐, 진심으로 그녀와 친구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예나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역시... 다들 똑같아. 기회만 되면 내 뒤에서 씹어대는 거지.’ 손에 쥔 문고리를 세게 움켜쥔 채,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이내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좋아, 지금은 그래도 돼. 하지만 내가 이윤호의 아내가 되고 나면...’ ‘그때, 네년들이 지금처럼 내 뒷담화를 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손에 힘을 더 줬다. 관리받은 지 얼마 안 된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어 따끔한 통증이 전해졌다. 예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화장실로 향하며 문자를 보냈다. “B 국에서 이윤호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아봐.” 곧바로 도착한 답장. 내용을 확인한 순간, 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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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의사는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병원에서는 매일 수많은 사람의 생사가 오고 가는데, 매번 그 모든 감정에 일일이 휩쓸릴 여유 따위 없었다. 하지만 의사는 가희가 정말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은 너무도 힘들게 살아왔다.’ ‘위암 말기, 몸 곳곳에 남아있는 총상 자국, 그리고 이제는 교통사고까지.’ ‘대체 이 여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디며 살아왔던 걸까?’ 의사는 짙은 한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병실 앞. 윤호는 어떻게 발걸음을 옮겨 걸어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병실 앞에 멈춰 서서, 유리창 너머로 침대에 누워 있는 가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그를 덮쳐왔다. 완전한 무력감.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사람이 죽음과 마주했을 때는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는구나.’ 주성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가 처음 본 것은 의자에 앉아 공허한 눈으로 앉아 있는 윤호였다. 순간, 주성은 멈칫했다. ‘내가 아는 이 대표님은 절대 이런 적이 없는데...’ ‘냉철하고, 흔들림 없던 이윤호 대표님.’ ‘하지만 지금은 마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보이다니...’ “대표님... 오늘의 업무 자료입니다.” 윤호는 전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주성은 다시 말했다. “이건 한 실장님께서 일전에 저에게 맡기신 겁니다.” 이전에 가희는 오랫동안 정리해 둔 비법 노트를 주성에게 건넸다. SR그룹의 업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말해서, 가희가 정리해둔 업무 관련 비법 노트는 주성에게 매우 유용했다. 주성은 그것을 읽고 난 후, 실제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윤호는 ‘한 실장’이라는 이름을 듣자 겨우 고개를 들었다. ‘한가희... 내가 이 여자의 이름만 들어도... 이렇게 가슴이 무거워지다니...’ 윤호는 주성을 향해 손짓했다. “거기 둬. 나중에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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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가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지만, 이내 찌르는 듯한 두통이 몰려왔다. 미간을 찌푸리는 그녀를 본 윤호는 즉시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는 가희의 상태를 점검한 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환자분은 깨어났지만, 아직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과격한 움직임은 피하세요. 뇌진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틀 동안은 포도당 링거만 맞아야 하고, 이후에 유동식을 조금씩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보호자님도 환자 회복에 더 신경 써 주세요.” 윤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대로 차분하게 설명을 듣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돌아섰을 때, 가희가 희미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의 미간이 단숨에 좁혀졌다. “누가 허락했다고 나 대신 죽으려고 한 거야?” 차갑게 던진 한마디. 가희는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윤호는 한 걸음 다가가 가희의 시선을 똑바로 붙잡았다. “알렌이 노린 건 SR그룹이었고, 나였어. 너와는 1도 상관도 없다고.” “한가희, 네가 이런다고 내가 혹시 감동할 거라고 생각했어? 순진하게 굴지 마.” 그 말 한마디에 이미 창백했던 가희의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윤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윤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물컵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묻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목마르지 않아?’ 그러나 가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조용히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남자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눈가에 맺힌 한줄기의 눈물이 검은 머리칼 사이로 스며들었다. ‘이윤호... 만약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 장예나였다면, 그래도 이렇게 말했을까?’ 가희의 입가에 맺혀 있던 희미한 미소가 서서히 씁쓸하게 변했다. 윤호는 등을 돌린 여자를 바라보며, 점점 더 깊은 불안감에 휩싸였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분명 이 여자가 살아 돌아온 순간, 기뻐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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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결국, 한가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샤워젤이 든 통을 집어 들어 윤호의 이마에 그대로 던졌다. 퍽! 순간, 욕실 안에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샤워젤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정확하게 그의 이마를 강타했고, 곧바로 상처가 나 피가 맺혔다. 윤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욕실을 나갔다. 가희는 혼자 힘겹게 화장실을 마쳤고, 변기 물을 내리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때, 문밖에서 윤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끝났어?” ‘제발 이대로 가라... 그냥 가라고.’ 가희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뭐라고 대답하려 했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윤호는 여자의 반응을 읽기라도 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러고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녀를 번쩍 들어 침대로 데려갔다. 가희는 가까이에서 윤호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자, 남자의 이마에 선명한 상처가 난 것을 발견했다. 아까 자기가 던진 샤워젤 용기가 남긴 상처에서 피가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순간 미안한 마음에 나직하게 말했다. “대표님도 상처 치료받아야겠어요. 간호사 불러드릴게요.” 그러나 윤호는 가희를 침대에 내려놓은 후, 불쾌하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야 미안한 줄 아는 거야?” 남자의 말투는 무심했지만, 왠지 가희의 심장을 묘하게 찔렀다. 윤호는 휙 돌아서 문을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두 걸음 정도 가던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가희는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왜 그러세요?” 그러자 윤호는 차갑게 창문을 가리켰다. “창문은 닫아뒀어. 의사가 잠금장치도 확인했으니까, 도망칠 생각 하지 마.” 가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내가 도망가서 자해라도 할까 봐 감시하는 거야?’ 그러나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윤호는 이미 몸을 돌려 야간 근무 중인 간호사를 찾아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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